독립 전문 벤더 ‘싹’ 완전 제거…예상되는 최고 이슈는 IBM의 SAP인수

소프트웨어 업계는 IBM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을 비롯해 HP, EMC, CA, 시만텍 등 시장 지배적인 업체들만이 살아 남고 있다. 독립적인 벤더들과 전문 벤더의 영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틈새 시장도 '싹'이 완전히 제거된 모습이다. 바야흐로 '거인'들의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훨씬 더 많은 통합 건수가 아직 남아 있다.

IBM
이 거대 업체는 아직 '실탄'에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벤더인 코그노스에 투자한 50억 달러 외에도, 컨텐츠 관리 벤더인 파일네트 인수에 16억 달러, 인포메이션 시큐리티 시스템즈에 13억 달러, 정보 통합 벤더인 애센셜(Ascential)에 11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2000년 이후, IBM은 40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다.

최근까지 IBM은 애플리케이션 벤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파일네트와 코그노스의 인수를 통해 정보 관리 제품에 대한 확장을 목표로 애플리케이션 벤더 인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IBM은 오라클과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애플리케이션 전문 벤더의 인수전을 보면서 위기 의식을 느껴 그들과 페이스를 같이 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월드와이드(Credit Suisse Worldwide)의 소프트웨어 분석가인 제이슨 메이나드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예상되는 최고의 이슈는 IBM의 SAP 인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라클
43,000여 고객사와 파트너가 참석한 업계의 유명한 컨퍼런스인 오라클의 오픈월드(OpenWorld)에서 오라클은 자사의 제품 개발과 인수 업체의 흡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오라클은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제품을 발표한데 이어 피플소프트와 시벨, 하이페리온 등 지난 45개월 동안 인수한 41개 업체의 통합 제품도 공개했다.

인수와 관련, 오라클은 여전히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BEA 시스템즈에 대한 인수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BEA 인수 계약이 성공하면 또 다른 '블록버스터급' 소프트웨어 업체의 인수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남은 업체가 별로 없긴 하다. IBM이 35억 달러를 들여 사들인 PWC 컨설팅과 같은 거래도 물망에 올라있다. 물론 시스템 통합의 경우 수익률이 낮은 편이라 망설일 수도 있다. 래리 앨리슨의 속내를 누가 알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
다른 어떤 소프트웨어의 거인들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싸움꾼'인 업체는 없을 것이다. 기업 분야에서는 IBM과 오라클에, 소비자 분야에서는 구글과 야후, 웹 2.0 업체를 비롯해 비디오 게임 콘솔 업체와도 경쟁하고 있음을 감안해 본다면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최강자가 되기 위해 SAP과 인수를 논의한 바 있었는데, 이제는 구글과의 경쟁을 보다 더 비중 있게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야후에 합병을 제안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SQL 서버와 오피스, 익스체인지, 다이내믹스 등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용 벤더의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SAP
역사적으로 볼 때, 빅 4 소프트웨어 벤더에 SAP는 빠짐 없이 속해있었으며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68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단기적으로는 다른 업체의 인수에 나설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SAP 역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전문 업체나 틈새 업체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대 해석할 경우 SaaS 분야의 강자인 세일즈포스닷컴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IBM이 인수 의향을 보일 경우 SAP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사뭇 궁금하다.

HP
오픈뷰(OpenView) 시스템 관리 플랫폼은 2005년 4억2,5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Peregrine Systems와 지난해 45억 달러에 사들인 머큐리 인터랙티브를 비롯해 7월에 16억 달러에 흡수한 데이터 센터 자동화 전문 업체인 옵스웨어(Opsware)의 기술 및 제품이 통합된 HP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옵티마이제이션(Business Technology Optimization; 이하 BTO)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핵심이다.

최근 HP는 탠덤(Tandem) 논스톱(NonStop) 운영시스템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네오뷰(Neoview) 데이터 웨어하우스 플랫폼을 필두로 한 비즈니스 인포메이션 옵티마이제이션(Business Information Optimization)에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픈콜(OpenCall)이라 명명된 세 번째 소프트웨어 그룹은 음성과 비디오,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프트웨어이다(HP-UX는 서버 하드웨어 사업부로 편성됨).

HP의 소프트웨어 사업부에서 가장 큰 규모인 BTO 사업부는 올해 약 20억 달러로 예상된다(HP의 예상 총매출은 1조 달러). 따라서, 세계 최대 IT 벤더인 HP의 매출액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적은 편이다.

HP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선두 주자가 되려는 '열정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를 혁신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HP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IBM이나 오라클과 경쟁하길 원한다면 충분한 '실탄'을 기업 인수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메이나드 분석가는 HP가 보안 벤더인 시만텍이나 베리타스, 맥아피 등의 업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CA나 BMC의 경우 메인프레임을 감안해볼 때 인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HP-EMC의 합병을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EMC
어떤 벤더도 EMC만큼 인수를 통해 재창조한 업체는 없을 것이다. 2000년 이후, EMC는 수십 건의 업체 인수에 7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를 통해 스토리지 하드웨어 벤더에서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벤더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인수한 대표적인 업체로는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레가토와, 데이터 암호화 및 ID 인증 업체 RSAM, 보안 이벤트 관리 업체인 네트워크 인텔리전스, 컨텐츠 관리 업체 다큐멘텀, 가상화 벤더인 VM웨어 등이다.

CA
예전 컴퓨터 어쏘시에이츠는 업체를 인수해 가격을 높이고 인수한 사업부를 흡수 통합한 다음 인수한 업체의 고객들에게 다른 CA 제품을 속여서 판매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인수한 업체들이 IT '지도'에서 사라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존 스웬슨 CEO의 지휘아래, CA는 재무 상태도 상당히 개선시키고 주력 제품도 시스템 관리(유니센터)와 보안 관리, 스토리지 관리 등 3개 분야로 줄였다.

이러한 제품군을 토대로 CA는 중간급 업체의 인수에만 나설 방침이며 대형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세살적 버릇'이 언제 다시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시만텍
시만텍은 스토리지 및 백업 벤더인 베리타스에 대한 135억 달러의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만텍은 2005년 이후 10여 건의 기업을 인수 합병해왔는데 대부분 보안과 규제 준수 분야의 벤더이다.

존 톰슨 CEO는 기업 규모의 확장을 위해 필요한 리소스를 확보하기 위한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보안에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 밖의 전망
대형 SaaS 벤더간의 인수 합병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SaaS 모델의 개척자이자 CRM 서비스의 선두 주자인 세일즈포스닷컴의 경우 앱익스체인지(AppExchange)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개발자 에코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앱익스체인지의 전도 유망한 파트너들이 인수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플소프트의 설립자인 데이브 듀필드가 주축이 된 신생 업체 워크데이(Workday)의 경우 ERP SaaS 분야에서 그 명성을 알리고 있으며 앱익스체인지 파트너이기도 하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초기 워크데이 고객이기도 하다. 둘의 조합이라면 이상적일 것이다.

인도의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어떨까? 빅 3로 꼽히는 Tata, Infosys, Wipro 등은 덩치가 너무 커서 소프트웨어 벤더 하나가 흡수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도의 거대 벤더들은 고객에게 특정 업종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소규모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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