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점점 축소…비즈니스 '감' 없으면 '퇴출' 불가피

지난 10월 개최된 연례 행사인 SIM(Society for Information Management)에서는 기업들의 연간 IT 관리에 관한 설문 조사의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IT 고위 관계자와 CIO의 비율이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CIO의 진화 과정

메인프레임오피테쿠스(MAINFRAME-O-PITHECUS)
기술 관리자로서 처음 등장
글래스하우스 하빌리스(GLASSHOUSE HABILIS)
분석 기술 보유자; 소프트웨어 툴 사용자
클라이언트-서버 맨(CLIENT-SERVER MAN)
새로운 진화; 인터넷 인간
호모 살리언트(HOMO SALIENT)
미래 지향적이며 비즈니스 중심적인 진보된 혁신 기술





CEO에게 리포팅하는 기업 기술 경영진의 경우 지난해 설문 조사에서는 45% 비율이었지만 올해에는 그 비율이 31%로 급감했다. 이와 동시에, CFO에게 리포팅하는 CIO의 비율은 전년도 25%에서 2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지향적이지 않은 CIO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CIO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를 담당한 제리 루프트먼은 "CEO들에게 보고하는 CIO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입지의 축소"라고 밝혔다.

IT 임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SIM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결과이다. 설문조사가 시작된 지 27년 동안 한번도 질문해본 적이 없는 사항이 올해에 추가되었는데, "CIO의 리더십 역할 진화"에 관한 것이었다. 응답자들은 자사의 조직에 어떻게 맞추며 어디에 맞춰야 할지 확실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SIM 데이터가 CIO의 위상에 대한 이른 경고이건 혹은 단순한 지표이건 간에, CIO의 역할이 중대한 기로에 있다는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바비 카메론은 "비즈니스 지향적이지 않은 CIO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CIO의 영향력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40% 변화가 없을 것
41% 증가할 것
19% 감소할 것

출처: 724명의 기업 기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nformationWeek Research CIO Effectiveness 설문조사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리고 세계화로 인해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야만 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따라 기업들의 미래 역시 변화하게 되었다. 급격하게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문서화되었고 통제를 받게 되었으며 자동화된 조직을 갖춰야만 했다. 그 중심에는 CIO가 있다.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동하는 핵심에 IT가 있으며 IT 부서가 이러한 프로세스 운영의 권한을 위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프로세스책임자(CPO),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분산되고 있는 추세로서, CIO의 역할이 진화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입지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민주화', '기술의 대중화'가 CIO지위 격하 초래
컨설팅 업체인 비발디 오디세이&어드비저리(Vivaldi Odyssey & Advisory)의 브루스 로고우 이사는 IT 오디세이라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CIO들을 인터뷰해왔다. 그는 인터뷰 결과 CIO의 위치가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로고우는 몇몇 CEO들은 자사에 CIO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적어도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프로젝트가 사업부별로 편성되는 추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IT 벤더들이 사업부서별 부장들을 타깃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SaaS와 소셜 네트워킹, 매쉬업, 위키 등 엔드 유저 지향적인 기술들이 IT의 권한을 사업부로 전환하며 CIO의 지위를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는 '기술의 민주화'를 촉발하고 있다.

CIO들의 업무 현황

23% 비즈니스와의 관계 관리
16% 전략
13% IT와의 관계 관리
9% IT 거버넌스
8% 운용
8% 아키텍처
8% HR
7% 非IT
6% 소프트웨어 개발
2% 기타

출처: 130명의 CIO와 IT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SIM 설문조사






InformationWeek Research가 CIO와 CXO들, 부장급 이상의 매니저들이 포함된 724명의 기업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비즈니스 매니저들이 IT 프로젝트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3%에 달했다.

포레스터의 카메론은 이에 대해 CIO들이 직시해야 할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CIO들은 별로 없다. 카메론은 최근에 방문했던 캐나다의 연매출 20억 달러 규모의 소비자용 서비스 회사를 예로 들었다. 마케팅 부서가 웹 기반의 가입형 소프트웨어를 도입키로 했는데, 그 회사의 CIO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동안 IT 매니저들은 기술에 보다 주력하면서 비즈니스 의사 결정자가 되는 시도를 해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해왔다. CIO들이 아니라 개별 사용자들이 주도적으로 IT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한 기업 경영진들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자사에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 CIO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부서별 즉, 마케팅 부서에서 마케팅 솔루션을, 재무 담당자는 재무 솔루션을 스스로 도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분산형 시스템이 도입되어 기업이 중요한 데이터가 흩어지게 된다. 즉, 통합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된다.

이러한 통합 시도는 인프라에서 많은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CIO들이 이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CIO들로서는 비즈니스 감각을 유지하면서 기술적인 경험도 갖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변화의 바람, IT문화 직시하고 벤처 캐피털리스트 이상 돼야
CIO의 위치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CIO의 위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경영자급의 헤드헌터 업체인 CT Partners의 부회장인 우메쉬 라마크리쉬난은 지난해보다 많은 CIO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CEO에게 리포팅하는 CIO를 구하고 있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SIM의 설문조사와 배치되는 정보이다.

CIO들은 적어도 일부 조직에서는 그 명성을 다시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레벨의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InformationWeek Research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는 CIO의 영향력이 자사에서 상승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는 40%였으며 감소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1년 전에 비해 귀사의 비즈니스 매니저가
IT를 총괄하고 있는 비중이 늘어났는가?


43% 그렇다
46% 전년과 동일하다
11% 아니다

출처: 724명의 기업 기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nformationWeek Research CIO Effectiveness 설문조사





라마크리쉬난은 "CIO 역할에 적합한 비즈니스 리더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출액 향상에 기여하고 비즈니스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최신 기술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과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Harrah's Entertainment의 CIO인 팀 스탠리가 진화하고 있는 CIO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CIO라는 직함 외에도 혁신과 게임, 기술 총괄 수석 부사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전략, 아키텍처, 프로그램 관리, 개발, 지원, Harrah's Entertainment의 게임과 IT 기반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즉, 기술을 총괄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한단계 도약하길 원하는 CIO라면 IT의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야 하며 기술 벤처 캐피털리스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트너의 리서치 담당 부사장인 데이브 애런의 주장이다.

Shaklee Corp.의 선임 부사장이자 CIO인 켄 해리스는 Gap과 나이키의 CIO였으며 2년전에 이 회사에 합류한 뒤 경영 전반에도 손을 대고 있다. 그는 "기술적인 안목을 갖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과 기업의 실적에 직결되는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SaaS가 초기 도입 비용을 줄여주며 신속한 도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 착안해 라잇나우(RightNow)의 CRM 서비스를 비롯해 비주얼 사이언스(Visual Sciences)의 웹 분석 등의 SaaS 프로젝트를 구현했다. 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사용자들은 보다 많은 것을 보다 신속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이 없는 CIO들은 '멸종'될 것"
IBM의 신흥 인터넷 기술 총괄 부사장인 롭 스미스에 따르면, 웹 2.0 기술의 장점 덕분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재빨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파트너십이다. 하지만 파트너십은 통합 작업이 요구되며 이러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속도와 변화, 파트너십, 프로세스 혁신의 역동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세레나 소프트웨어(Serena Software)의 제레미 버튼 CEO는 "앞으로는 통제가 아닌 혁신이 관건"이라면서, "혁신이 없는 CIO들은 '멸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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