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컨퍼런싱 2.0 시대!"…표준과 통신망 품질이 관건

한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진행하는 회의를 없애는 협업 기술은 위키에서부터 고가의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 절감은 물론 생산성 향상도 가능해 협업 시장에 대한 벤더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CEO는 '라이브'와 '비디오'의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1세기 지식 노동의 미래를 엿보고 싶다면 세인트루이스에서 동쪽으로 40마일 떨어진 저먼타운(Germantown)의 작은 농장을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이곳은 시스코 시스템즈에서 네트워크와 데이터 센터,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크레이그 휴에젠스 이사의 집이자 일터이다.

생산성 3~5%까지 꾸준히 증가세=휴에젠스가 2000년 12월 노던 캘리포니아(Northern California)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이유는 새로 태어난 아들이 가족과 함께 자라길 원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행동은 휴에젠스가 시스코 최초의 풀 타임 IT 재택근무자였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었다.

당시 그는 이메일을 비롯해 인스턴트 메시징의 효시라 할 수 있는 IRC(Internet Relay Chat)을 사용했다. 휴에젠스는 산호세의 동료들과 조율을 해야 했지만 무리 없이 업무를 진행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면서 휴에젠스는 2001년 IT의 거품이 붕괴한 뒤 시스코의 최대 전략 이동의 중심에 있는 철학과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시스코 3.0'의 첨병이 되었다.

시스코 1.0은 라우터와 스위치 장비를 판매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1984년 스탠포드 대학 출신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소규모로 설립한 당시부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중의 하나인 시스코를 있게 한 것이다. 존 체임버스는 시스코 2.0에 대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하드웨어와 IP 전화기 등 새로운 장비를 모두 사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를 관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스코의 협업 기술

통합 커뮤니케이션 매니저(Unified communications manager)
시스코의 시스템과 음성, 비디오, 모빌리티, 프레즌스 서비스를 포괄하는 콜 프로세스 담당

통합 퍼스널 커뮤니케이터(Unified Personal Communicator)
데스크톱에서의 협업 강화 및 통합

웹엑스 애플리케이션 스위트(WebEx Application Suite)
인스턴트 메시징과 인스턴트 미팅을 포함한 웹 기반의 협업 애플리케이션 제공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1000
소그룹이나 일대 일을 위한 하이 엔드급 화상 회의 제공

텔레프레즌스 3000
최대 36명이 멀티포인트 미팅으로 컨퍼런스 룸에서 진행





시스코 3.0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훨씬 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며 업무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1990년대 말의 경제 활황기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생산성의 비약적인 증가를 구현한다. 체임버스는 시스코의 산호세 본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생산성이 향후 1%나 2%가 아니라 3%에서 5%까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체임버스는 휴에젠스가 현재 산호세의 팀원들과 일하는데 활용하고 있는 협업과 웹 2.0 기술을 비롯해 위키나 블로그 등 인터랙티브 웹 포럼, IM, 시스코가 3월에 32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웹엑스(WebEx) 등의 인터랙티브 '팀 공간', 화상회의와 텔레프레즌스 등 다양한 형태로 인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상회의의 경우 지난 20년 전부터 지루한 회의를 혁신하며 출장 비용을 없애고 새로운 거대 업종의 출현을 예고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현실화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스코의 지원 아래 비디오컨퍼런싱 2.0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시스코, 솔루션 대폭 강화=시스코의 내부 고객의 요구 사항에 부응하는 텔레프레즌스를 비롯해 새로운 시대의 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레베카 자코비 CIO는 시스코에서 13년 동안 재직해왔지만 스스로를 '기계치'라 부르고 있다(과거 제조업 분야에서 근무).

그녀는 글로벌 거번먼트 솔루션즈 그룹(Global Government Solutions Group)의 부사장으로 이동한 브래드 보스턴의 뒤를 이은 시스코의 최초 여성 CIO일뿐만 아니라 시스코의 24년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자코비는 이를 위해 시스코가 차세대 협업 툴을 위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다른 시스코의 경영진들과 마찬가지로, 자코비도 산호세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텔레프레즌스 스크린을 갖고 있다. 2006년 말부터 몰입형 컨퍼런스 기술을 대대적으로 출범하기 시작한 이래, 시스코는 전세계 사무소 160여 곳에 텔레프레즌스 룸을 구축했다.

체임버스가 처음에 그녀에게 CIO직을 제안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존경받는 IT 기업 중의 하나인 곳에서 최고 IT 경영인이 되는데 따른 스포트라이트를 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다시 올 수 없을 것이라는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코비는 전통적인 IT의 역할 즉, 신기술을 획득 및 도입하고, 도입한 기술을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협업 툴만해도, 반드시 IT가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소비자 분야에서 태동한 것이며 로드 맵이 이제 막 개발되고 있다. 시스코가 이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자코비는 위키에서부터 비디오 블로그, 텔레프레즌스에 이르는 새로운 협업 툴이 도입되고 테스트되며 조율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구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녀는 해외의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있어 비디오가 특히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

시스코의 I-Zone 위키 역시 강력한 툴로, 마틴 드비어가 이끌고 있는 이머징 테크롤로지스 그룹(Emerging Technologies Group)에 의해 추진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위한 전사적인 포럼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1만 여명의 직원들이 이 위키에 참여했다.

시스코가 제창하고 있는 제 2의 인터넷 혁명을 반영, 시스코는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재창조해야 하며 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회사의 수직구조에 대한 개편에도 기여하고 있다.

2001년의 고통스러운 침체기에서 시스코가 1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자 체임버스는 제품과 영업, 마케팅 및 기능별 그룹을 보다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으로 개편했다. 이러한 조직 개편에서 핵심은 명령을 내리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서로 협업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시스코 3.0의 핵심에 해당된다.

디자인 혁명, 그리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확산=디비어를 보좌하고 있는 마가렛 후쉬맨드는 매일 산호세 사무실을 벗어나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텔레프레즌스를 통해 드비어와의 접촉은 끊이질 않고 있다.

텔레프레즌스는 디비어의 이머징 테크놀로지 그룹에서 처음 등장한 신제품이었으며 2005년 2월 첫 엔지니어를 고용한 순간부터 2006년 12월 최초의 외장형 시스템이 출시되기까지 기록적인 양산 기간을 나타냈다. 디자인 원칙 또는 '텔레프레즌스 룰'로 불리는 디자인 혁명은 '언제나 실제 사이즈로 사람들이 보여야 한다'는 것과 가능한 한 구동이 쉽게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스코 본사의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은 Cisco MCS 7800 시리즈 서버와 7970G IP 폰을 사용한다. 65인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내부에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가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도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스코 텔레프레즌스 3000 유닛을 설치하는 데에만 30만 달러나 든다. 그밖의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선뜻 도입할 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시스코는 기술 진보적이며 예산이 풍부한 C-level의 경영진들이 주요 공략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Wainhouse Research의 선임 연구원인 아이어러 웨인스타인은 "텔레프레즌스는 전통적인 화상회의의 도입과는 매우 다르다"면서, "C-level에서 도입이 이루어진 뒤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P&G, 41대의 텔레프레즌스 도입 방침=소비재 업체인 프록터&갬블(P&G)은 약 15대의 시스코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도입했으며 4월1일까지 총 48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담당 이사인 로리 헬트세이는 하이 엔드 협업 기술에 대한 투자 방향은 상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2년 6개월 전부터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곳으로 만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 텔레프레즌스는 공급 업체와 파트너, 유통 업체들과 협업하는데 있어 P&G에 귀중한 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헬트세이는 "비디오에 매우 적합한 비즈니스 전문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텔레프레즌스를 통해 협업의 효율성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트너 쪽에도 시스코 텔레프레즌스 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체임버스가 이 기술이 기업간 관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스코와 HP, 폴리콤 등 하이 엔드 비디오 컨퍼런스 벤더간에는 시스템의 완벽한 상호 운영이 보장되지 않는다.

최근 시스코는 SIP와 H.323을 포함한 기존 표준 기반의 비디오컨퍼런스 시스템과 연동하며 G711 오디오 코덱의 고품질 사운드와 H.264 비디오 코덱의 고품질 비디오를 지원하는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장비도 타사의 제품과 호환되지는 않는다. 시스코측은 조만간 폴리콤과 탠드버그, 소니,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디바이스와 상호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



반으로 잘린 베이글처럼 두 부분으로 나뉜 회의실로 들어가면 반원형 회의 테이블이 있고 6개 정도의 의자가 대형 고화질 비디오 스크린의 삼면에 마주보고 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시스코 단말기로 전화하게 되면 세 화면에 똑같이 설정되어 있는 구조로 뜬다.

보여지는 컨퍼런스 상대방은 실물 크기로, 목소리도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존 체임버스가 1990년대 인터넷 붐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수준의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업무 및 일상 생활의 혁명을 가지고 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이다.

체임버스는 "다음달에 내 집에도 텔레프레즌스를 설치할 것"이라면서, "일반가정에서도 일반화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를 비롯해 폴리콤과 HP 등과 같은 벤더들의 제품들도 기업들에게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일단 사용하기만 하면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회의가 가능하다는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의 서비스 품질 특히, 국가간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버라이존과 AT&T가 텔레프레즌스 세션을 연결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버라이존이 런던의 BT나 상하이의 차이나 텔레콤과 연동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체임버스가 과장되게 설파하고 있는 부분은 하루에 여러 회의를 여러 대륙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상은 하이 엔드 시스코 시스템을 동일하게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 공급 업체인 시스코는 어느날 갑자기 완벽히 개방적이며 상호 운영이 가능하고 표준을 토대로 한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표준과 통신망 품질이 관건=폴리콤의 텔레프레즌스 그룹 제품 마케팅 수장인 미첼 댐로우는 "시스코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표준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시스코는 이 시장에서 시스코보다 앞서 할로(Halo)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을 선보인 HP를 비롯해 비디오 컨퍼런스 리더인 폴리콤 등 강력한 경쟁자와의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댐로우는 자사가 현재 어떤 표준 기반의 비디오 코덱과도 연동하게 되는 표준형 시스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HP의 할로가 폐쇄적인 아키텍처이긴 하지만 탠드버그나 다른 벤더들과 상호 접속을 위한 협력 체제를 가동 중이다.

시스코가 P&G급 기업에게 몇몇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판매한다 해도 시스코 표준이 확대되기엔 미흡하다. 그렇다면 체임버스가 구체화한 비즈니스 모델인 시스코 3.0이 실현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짐작한 대로이다. 시스코는 자사의 설치 기반과 브랜드 파워, 마케팅 능력이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는데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체임버스는 텔레프레즌스가 온디맨드 매니지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것이며 여러 벤더간 상호 운용성 문제가 제기되면 업계가 아닌 시스코 중심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