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티암코리아 곽정섭대표, "글로벌 딜리버리 모델이 해외 성공 열쇠"






인도 IT 서비스 업체인 새티암은 전체 매출의 거의 10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최근 인도 경제성장에 힘입어 인도 내부 시장에서의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여전히 97%로 압도적이다.

새티암은 그룹계열사라는 캡티브 마켓(독점 시장)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만 활개를 치고 있을 뿐 해외 시장에서는 거의 맥을 못추고 있는 국내 IT 서비스 업체와는 현격한 대조를 보여준다.

새티암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비결과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와 향후 진출 방안은 무엇일까. 새티암코리아의 곽정섭 대표를 만나 그 해답을 찾아본다.

오프쇼어 시대 서막 열어
1987년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인 John Deer사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은 미국이 아닌 인도에서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과정이 흥미롭다.

어느 인도인이 이 회사를 방문해 기존에 비해 반의 반값의 비용으로 예정된 기간 안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John Deer사의 CIO는 '노'라고 일축한다. 미국 반대편에 있는 인도라는 먼 나라에 선뜻 일을 맡기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그 인도인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그렇게 믿기 힘들다면 회사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전화선만 설치해주면 절대 회사를 방문하지 않고 여기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겠노라고.

John Deer사는 마침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 인도인은 동료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

새티암의 설립에 얽힌 이야기다. 새티암은 1987년 John Deer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료를 발판으로 설립된다. 전세계적으로 오프 쇼어(off shore)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John Deer사는 새티암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 오프 쇼어 개발은 고객의 조사, 분석, 설계를 거쳐 완성된 사양서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설계, 코팅, 테스트를 수행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오프 쇼어로 출발한 새티암은 여전히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고 있다. 1987년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체 매출의 거의 10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점은 이를 입증한다. 2005년 들어 인도 IT 시장이 경제성장에 따라 커지면서 내수 매출이 늘었지만 그 비중은 고작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수 매출도 인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서 대부분 거두고 있다.

새티암코리아의 곽정섭 대표는 이러한 새티암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어 "한국 IT 서비스 업체들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캡티브 마켓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여 시장뿐만 아니라 인력의 양성에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라며 그룹 계열사 시장에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국내 IT 서비스 시장의 구조를 꼬집는다.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한 길
새티암은 2006년 현재 6개 대륙에 걸쳐 50여개국에 진출해 450개가 넘는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25개의 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총 직원은 4만명이 넘는다. 매출은 지난 2006년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07년 1조5천억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매출 성장세는 새티암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IT 서비스 기업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더욱 의미있는 사실은 매출 구성 요소 가운데 하드웨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전혀 없으며, 오로지 인력 투입만으로 매출의 100%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드웨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IT 서비스 업체의 매출구조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곽 대표는 "새티암이 기술력이 없어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SAP ERP의 핵심 모듈 개발에 40명이 투입됐으며, 윈도우CE를 100% 직접 개발한 사실을 거론한다.

이처럼 글로벌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새티암의 해외 매출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비중이 갈수록 줄고 유럽이나 중국, 호주, 일본 등 아태 지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어 앞으로도 그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 대표는 "그동안 90%가 넘었던 미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다른 지역의 매출 비중이 그만큼 상승하고 있는 것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새티암에게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준 격"이라고 말한다. 2007년 1분기를 기준으로 전세계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북미 66%, 유럽 18%, 일본 1%, 그리고 아태 및 기타 지역이 15%이다. 특히 아태 및 기타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아태 및 기타 지역은 2007년에 전년대비 14% 이상의 성장률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IT비용 절감 요구에 부응
새티암이 이처럼 전세계 IT 서비스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은 단연 '오프 쇼어 개발'이라는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오프 쇼어 개발의 장점은 무엇보다 IT 비용의 절감이다.

곽 대표는 "1980년대에 포춘 500대 기업은 IT 비용이 전체 매출의 3%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IT는 비즈니스의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렇지만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려면 미국의 비싼 IT 인력으로는 어려웠다. 그래서 오프 쇼어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며 오프 쇼어에 주력했던 새티암이 성장한 배경을 들려준다. IT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기업의 요구와 인도의 저렴한 IT 인건비로 이에 부응하고자 하는 새티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새티암의 경쟁력이 저렴한 IT 인력 비용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티암의 소프트웨어 품질관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의 지표인 CMM 레벨5를 1999년 획득해 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그 빙산의 일각이다. IT서비스 부문에 6시그마를 적용하여 그 방법론의 세계 특허 또한 보유하고 있다. 곽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0.0001%라도 에러가 나면 상품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새티암은 거의 무결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산업별 업무 전문가를 대거 보유해 고객 업무와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점은 새티암이 보유한 핵심 경쟁력이다. 곽 대표는 "새티암은 특정 기술 보다는 산업전문가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산업전문가 육성 방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티암이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산업별 업무 전문가에게 시간당 300달러를 지불하면서도 코딩 담당자에게는 고작 10여달러를 주는 사실은 이 회사의 산업전문가의 육성의지를 잘 보여준다. 새티암이 특별하게 강점을 띠고 있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 금융, 제조, 통신 등이다.

산업전문가 대거 보유 등이 강점
새티암이 전세계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난 2001년 국내에 진출하고 이듬해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새티암코리아는 2002년 10억, 2007년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 규모는 2008년 현재 한국 11명, 인도 20명 등 총 30여명이다.

새티암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그룹계열사 소속의 IT자회사들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국내 IT 서비스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구조의 시장에서 새티암도 시장개척에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곽 대표는 "삼성전자에 팔려면 삼성SDS, LG전자에 들어가려면 LG CNS를 거칠 수 밖에 없다. 결국 경쟁사에 물건을 팔아야하는 형편"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새티암코리아는 어떻게 국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가. 먼저 경쟁사인 국내 IT 서비스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방식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비롯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세스 수립, 아웃소싱 방법론 수립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개선을 뼈대로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고객사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국투자증권, 동부화재, LG CNS, SK C&C 등이다.

또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파견해 개발하는 내용의 '온사이트 소프트웨어 개발'도 새티암코리아가 펼치고 있는 사업전략 중의 하나이다. 현대자동차 PLM 외에 만도의 Testing 프로젝트 및 국내 SET TOP Box 의 Embedded S/W 개발 등은 오프쇼어에서 개발된 사례이다.

한국에 진출한 인도 IT 업체로 매출 1위
그리고 새티암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오프 쇼어 개발 센터(ODC)에 관한 컨설팅 서비스를 글로벌 프로세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IT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다. 포스데이타, 삼성SDS, LG CNS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들 IT 서비스 업체들은 컨설팅에 따라 인도, 중국 등에 오프 쇼어 개발센터를 세운 바 있다. 이러한 ODC 컨설팅은 새티암코리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목표이다.

새티암코리아가 지금까지 확보한 고객사는 50여개에 이른다. 새티암코리아는 이같은 규모의 고객사의 확보에 힘입어 국내에 진출한 인도 IT 서비스 업체로 매출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곽 대표는 "일본에 진출한 인도 IT 서비스 업체 가운데 새티암은 4~5위에 랭크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다국적 IT 서비스 업체가 사업하기 힘든 국내 환경에서 이만한 성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IT 서비스 시장에서 새티암코리아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확보한 고객사의 새로운 프로젝트의 수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조직의 저항, 요구사항 변경에 따른 비용청구 문제 등이 추가 계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티암코리아는 앞으로 국내 현지의 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M&A 방식으로 규모를 확대해 사업 아이템을 늘리고 시장 영역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티암의 경쟁력은 뭐니뭐니 해도 오프 쇼어 개발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은 잘 알다시피 대부분 자체 전산실을 두고 독자 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IT 서비스 업체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나 요구 사항 변경에 따른 별도 비용 청구 등의 문제를 들어 해외 오프 쇼어 업체와의 제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IT아웃소싱이 국내에서는 부진한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오프 쇼어의 수요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곽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글로벌화 하느냐와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진출 성과에 새티암코리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만일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수주 실적을 올리면 오프 쇼어에 주력하는 새티암의 역할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전략의 추진으로 상생의 길 걸어야
하지만 과연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이 앞으로 얼마나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곽 대표는 "국내 IT 서비스 업체가 거의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는 현재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다. 글로벌 전략만을 놓고 볼 때 국내 IT 서비스 업체의 경쟁력은 엄청나게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딜리버리 모델'의 수립이 해외시장을 활짝 열 수 있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으니 현지업체와의 제휴 또는 M&A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라는 지적이다. 또 파트너십을 맺은 업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해 처음 설계 과정에서부터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략의 추진으로 상생의 길을 걷는 것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