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민간주도, 유럽 및 아시아 등은 정부가 발 벗고 나서

미국에서는 민간 분야의 투자가 RFID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경우 정부가 후원하는 프로젝트가 RFID의 활성화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팔 걷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담 애그가는 기업들이 펌프나 전기 모터와 같은 기계 장치의 사용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RFI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Project Dynamite; Dynamic Decisions in Maintenance)라는 이 프로그램에 투자한 민간 업체는 전무하다. 대부분의 투자 금액은 유럽 연합(EU)의 집행 기구인 유럽 위원회(EC)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는 EC가 후원하고 있는 몇몇 RFID 관련 프로젝트의 하나로, RFID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U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EC의 ISMDG(Information Society and Media Directorate-General)에서 컨버지드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조앙 다 실바(Joao da Silva)는 RFID에 대해 "경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일의 정보 사회에 있어서 시민들의 삶을 향상시켜주는 핵심 기술"이라고 밝히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C,전세계 정부주도의 RFID 사업 이끌어=EC가 RFID 후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과 대조적인데, 미국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RFID가 매우 제한적으로, 국방이나 국가 보안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한정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정부의 경우는 RFID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EU의 전체적이고 지역적인 집중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다양한 프로젝트와 시범 사업을 완료했으며 새로운 프로젝트도 잇달아 출범하고 있어 전세계 정부 주도의 RFID를 이끌고 있다.

미국 방식의 RFID 사업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기본적인 RFID 연구 프로그램과 파일럿이 기업 및 민간 투자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RFID의 상용화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방부는 공급 업체들에게 RFID 태그를 부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술 도입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봤을 때 월마트의 RFID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규모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영향력은 순수하게 동기를 유발하고 있을 뿐 금융적인 혜택과는 무관하다. 정부보다는 기업들이 RFID 도입 비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미국 정부가 상용화를 위한 RFID 기반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EC가 RFID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는 데에는 불안감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U의 지도자들은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상용 RFID가 꾸준히 도입되는 것을 보면서 유럽이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트너에서 공급망 관리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팀 페인 이사는 "유럽의 경우, 시범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후원이 증가한다는 것은 상용화를 위한 가능성 역시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캠브리지에 위치한 RFID 및 스마트 패키지 컨설팅 기관인 IDTechEx의 라휴 다스 CEO는 "EC의 경우 RFID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면서, "정부 기관이 나서서 RFID와 관련된 장애 요인을 초기에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후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사안과 연계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어 시간 낭비에 불과하며 투자비는 높아지고 기술이 집약되지 못하며 산만해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민간 주도의 프로젝트는 투자 비용 회수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보다 치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BI 리서치의 선임 RFID 분석가인 조나단 콜린스는 "미국은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실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운영을 향상시키는 프레임워크 구축=공공 분야의 투자가 가속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유럽 정부의 RFID 지원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00년으로 되돌아가보면, 영국의 내무부(Home Office)는 Chipping of Goods Initiative이라는 프로젝트에 550만 파운드를 투자했는데, 이는 재산관련 범죄를 처리하는데 있어 RFID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8개의 세부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당시 프로젝트는 도난 사건을 줄이고 도난품의 소유주를 추적하는데 있어 경찰력의 업무 부담을 감소시키도록 고안되었다.

2004 Home Office 최종 평가 보고서는 당시 프로젝트에 대해 "비즈니스 운영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부각시켰고 지식과 이해에 대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 태그 부착 솔루션에 대한 잠재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유통 업체와 브랜드 소유주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향후 지침도 권고하고 있다. "중요하며 시의 적절하고 정확한 비즈니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주요 주주들에게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공유될 수 있도록 무선 통신 시스템이 향후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영국 정부가 Chipping of Goods 프로젝트를 출범했을 당시, EU는 유럽의 과학 및 기술 연구를 통합하고 조율하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 2000년 3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개최된 정상 회담에서, EU 정부 대표단은 RFID와 관련 기술을 포함한 기술 및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위한 국제 시장을 설립한다는 ERA(European Research Area)를 창설한다는데 합의했다. 또한 ERA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인 기구로 FP6(Sixth Framework Programme)도 설립했다.

이후 FP6는 유럽의 리서치를 위한 선도 공급처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는 각국 정부의 자금 후원 프로젝트를 포괄하고 있다.

◆폭발적인 모멘텀=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는 FP6의 자금 후원을 받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05년 9월에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3년6개월 간의 장정에 돌입한 상태이다.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는 기구와 프로세스의 필드 모니터링과 관련된 글로벌 e-maintenance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연구원들은 센서 및 복잡한 알고리즘과 연동하는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고정 및 이동 디바이스와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에는 무선 측정과 스마트 태그, 온라인 계측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는 핀란드의 VTT 기술 연구 센터와도 연계되며 파트너 기관으로는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과 선더랜드 대학, 프랑스의 앙리 푸앵카레 대학(Université Henri Poincaré) 등이 있다.

EC는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에 372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나머지 벤처의 총 610만 유로는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와 스웨덴의 볼보(Volvo) 등 기업 파트너를 비롯해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독일, 그리스, 스페인, 영국의 기업들로부터 자금 후원이 이루어진다.

EC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투자대비수익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애드가는 "유럽 연합의 경우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등 프로젝트의 성공을 정당화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들은 가능한 한 많은 EU 국가들을 포함하도록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리서치 투자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점과 언어 문제로 인해 리서치 운영을 조율해야 한다.

애드가는 "프로젝트들은 매우 애플리케이션 지향적"이라면서 "새로운 기술들을 조직화하고 기획하며 이를 상용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전역에 '가교' 구축=EC가 투자한 RFID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하며 규모가 큰 것은 BRIDGE (Building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Solutions for the Global Environment)로, 유럽 전역에 EPCglobal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EPCglobal 네트워크는 인터넷 기반의 기술을 통해 기업들이 제품과 컨테이너 등의 자산을 전자 상품 코드(EPC)를 부착해 추적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BRIDGE 진행 업체인 GS1 Global의 글로벌 파트너십 및 프로젝트 총괄 이사인 앙리 바텔은 BRIDGE의 목표에는 EPCglobal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리서치와 테스트, 시범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바텔은 2005년 9월 EPCglobal 네트워크의 목표와 관련된 EC 리서치 요구 사항을 수렴했다. 그는 "유럽 지역에서 자금 후원을 받는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GS1과 EPCglobal간의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텔은 주요 기업들과 연구 대학, 솔루션 제공 업체 등 GS1의 많은 조직과 기관을 접촉했다. 그는 FP6 펀딩 프로세스를 "경쟁이 극도로 심하며 시일도 오래 걸리며 복잡하다"고 전했다. EC는 2005년 11월에 제안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으며 BRIDGE 컨소시엄과 EC간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2006년 6월 최종 프로젝트 시행에 들어갔다.

아시아의 RFID 추진현황

아시아의 RFID 연구 및 테스트는 국가별로 프로젝트 기반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에 위치한 RFID 및 스마트 패키징 컨설팅 기관인 IDTechEx의 라구 다스 CEO는 "정부가 후원하지 않을 경우 업계의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및 주변 동아시아 지역의 민간 부문의 RFID 관심 부족이 유통 업계의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스는 "서방의 경우, 대형 유통점에서 RFID 부착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동아시아에서는 유통 업체들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RFID 도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공급 업체들은 투자 회수는 적은데 비해 투자할 비용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RFID 기술 개발과 도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2012년에 이르면 태그 시장이 4억6,9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RFID 활용이 향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EC의 ISMDG(Information Society and Media Directorate-General)에서 컨버지드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조앙 다 실바(Joao da Silva)는 중국의 경우 2008 올림픽 경기에서 RFID를 활용한다는 방침아래 엄청난 자금을 정부가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 중국의 투자 규모는 중국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RFID 사용자를 보유한 국가로 만들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젝트와 시범 서비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뿐만 아니라 정보 센터를 육성하고 컨퍼런스와 회담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으로 RFID를 프로모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기업들의 RFID 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의 최신 발전 동향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BRIDGE는 15개의 워킹 그룹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각각 전체 프로젝트 중 전문 분야를 맡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는 하드웨어 개발과 보안 또는 공급망 관리 등이 포함된다.

2006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이어지는 BRIDGE의 예산은 1,300만 유로이다. 이중 EC가 부담하는 금액은 750만 유로이다. 절반이 넘는 비중을 책임지고 있지만 EC와 계약 맺은 기관이나 업체의 자율권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으며 기본적인 가이드만 제시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바텔의 설명이다.

EC가 후원하는 다른 프로젝트처럼 BRIDGE 역시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 및 점검하고 있다. 바텔은 "매년 말에 위원회와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문가 패널들은 작업 문서와 내용을 철저히 검증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정확히 짚어주고 있으며 잘못된 사항을 바로 잡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숲을 보라"=EC가 지원하는 또 다른 리서치 프로젝트인 Indisputable Key는 RFID를 사용해 삼림 육성 및 활용에 적용함으로써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Indisputable Key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군나르 니블라우스는 "목재 업계는 적어도 유럽에서는 발전이 매우 더딘 분야"라고 말했다.

품질 제어와 공급망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벌목될 때 태그를 부착해 목재 업자들이 자재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자원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EC 지원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Indisputable Key 역시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5개 국가의 29개 파트너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파트너에는 연구 기관과 대학, 개발자, 삼림 업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36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1,267만 유로가 투입되며 FP6가 772만 유로를 부담하고 있다.

◆산업별 경쟁력과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유럽에서 RFID를 적극적으로 후원 및 장려하고 있는 곳은 EC만이 아니다. IDTechEx의 다스는 "민간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테스코와 카르푸, 메트로 그룹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유통 업체와 민간 업체들이 북미 지역의 업체들이 추진하는 프로세스와 일치성이 거의 없으며 EC로부터 나오는 투자가 RFID 도입 확산에 절대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EC의 투자가 잠재적인 도입자들이 미루고 있는 통합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천적인 힘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EC의 다 실바는 정부가 자금을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RFID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상용화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아시아 국가의 경우 RFID 확산에 정부의 비중이 EC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다 실바는 전세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EU가 다른 나라들의 RFID의 진보 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의 산업별 경쟁력과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유럽은 유럽의 가치와 표준에 부합하는 보편적인 정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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