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환 DB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





김일환(55세) DB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 그는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이에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1997년 데이콤 EC 인터넷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인터넷 서비스와 인연을 맺은 김 사장은 당시 데이콤을 아시아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기업(아시아 1위)으로 성장 발전시켰다.
이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한국통신하이텔, 드림라인, 케이에스넷 등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도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가 하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데 앞장섰다. 물론 이들 기업들은 현재 다른 기업이나 사업부로 인수 및 합병됐지만 그 인력들은 여전히 국내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주축 인물로 성장했다. 분명한 사실은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중심에는 항상 김 사장이 서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사장은 지난 8월 초 교통시스템 전문기업인 DB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으로 다시 영입됐다. 이번 김 사장 영입은 DB정보통신 직원들의 간청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3년 전 DB정보통신이 민영화되면서 첫 번째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김 사장은 일관성 있는 정책과 추진력, 솔선수범, 책임감 있는 경영활동, 그리고 본인보다 기업의 발전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경영철학 등으로 2년여 만에 3배 규모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김 사장에 대한 이 같은 향수가 직원들의 가슴속에 짙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작지만 동종 업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갈 각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DB정보통신은 제 2 도약을 할 단계, 즉 육상 위주의 교통시스템 전문에서 항공과 해상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독서광'이라고 불리어지는 김 사장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강한 추진력, 여기에 직원들의 탄탄한 지원까지 가세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은 그렇게 멀지 않아 보인다.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 속 컴백
사실 김 사장은 지난 2002년 11월 DB정보통신, 즉 당시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였던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주)을 민영화시키면서 설립된 이 회사의 첫 번째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김 사장의 이번 DB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 취임은 따라서 두 번째인 것이다. 3년여 만에 김 사장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김 사장은 CJ그룹에 있을 때도 그랬다. 지난 2000년 CJ의 계열사였던 드림라인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해 오다 이 회사를 하나로통신에 인수 합병시킨 후 물러났다가 2005년 1월 CJ의 계열사인 CJ시스템즈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다시 취임했다.

물러난 사장을 다시 영입한다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아마도 이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에서 김일환 사장 밖에 없을 것이다.

김 사장이 두 번씩이나 불림을 받은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 분명하다. "처음과 끝이 똑같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김 사장은 답했다. 그렇다. 김 사장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지 않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김 사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책을 보고, 그날그날 해야만 할 일을 정리하고, 준비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습관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기본적으로 한 달에 3~4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전문 서적이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읽지 않은 책이 없을 정도로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독서속도는 남다르게 빠르다고 한다. 어지간한 두께(200P 안팎)의 책은 1시간 정도면 거뜬하게 읽어 치운다고 한다.

'솔선수범'으로 승부
또한 그는 항상 직원들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고, 본인은 물론 직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한다.

김 사장에게 붙는 '솔선수범 형'이라는 평가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에 분명하다. 이 같은 별칭은 곧 책임감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맡은 업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 하는 인물로까지 평가받게 된 것이다.

특히 그는 본인의 안위나 출세보다 기업 조직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한다. 때문인지 그를 아는 대다수 주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믿음이 있고, 책임감과 추진력이 강한 인물"이라고까지 평가한다. 그런 김 사장이었기에 CJ나 DB정보통신이 그를 다시 영입하게 된 것이다.

사실 김 사장은 흔한 말로 SKY(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출신도 아니다. 더욱이 CJ에는 어떤 개인적인 연고나 친분이 전혀 없다고 한다. DB정보통신 역시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대기업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에서부터 중소기업 대표이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기업들, 그것도 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을 주로 맡아 성공적으로 성장 발전시켰다.

김 사장은 "월급쟁이의 성공비결은 열심히 일을 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 밖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고 간단명료하게 말했지만 그가 겪어온 나날들은 인고의 세월이었음에 분명하다.

민영화 당시 성장토대 마련한 장본인
DB정보통신이 민영화될 당시인 지난 2002년 11월에 이 회사의 매출규모는 약 270억 원 정도 밖에 안 됐었다. 그런 기업을 2년여 만에 3배 가까이 더 많은 600억 원 규모로 성장 발전시킨 장본인이 김일환 사장이다.

당시 DB정보통신은 대외적으로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 조직력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SI사인 S사와 맞 경쟁을 벌여 300억 규모의 프로젝트(우회국도 ITS 구축)를 수주한 바 있는데, 바로 그 주역이 김 사장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당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고,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열흘 이상 매일 연습하고 또한 연구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는 사장이 직접 발표를 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심사위원들 모두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은 그만큼 사장인 내가 직접 책임을 갖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는 각오와 의지의 솔직한 표현이자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DB정보통신은 결국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을 꺾고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DB정보통신은 이를 계기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민영화 되면서 DB정보통신의 대다수 직원들은 규모가 큰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됐고, 더 나아가 성장의 기반을 탄탄하게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DB정보통신 직원들이 김일환 사장의 이번 취임을 환영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
한편, DB정보통신은 김 사장이 물러난 지난 2004년 12월 이후 지난해까지 3년여 동안 그렇게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지난해 매출실적은 약 1,010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약 300억 원 정도 밖에 더 올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는 것.

다시 말해 이젠 제 2 도약을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DB정보통신은 그 동안 육상 위주의 교통전문 시스템 개발 공급업체로 성장해 왔지만 이젠 다른 영역으로까지도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항공이나 해상,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DB정보통신이 김일환 사장을 다시 영입한 것은 이 같은 임무를 책임 있게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DB정보통신은 김 사장을 영입한 지 2개월도 채 안 됐는데, 벌써 4개의 프로젝트(약 150억 원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이 좋으시군요"라는 지적에 김 사장은 "운도 운이지만, 짜임새 있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가장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DB정보통신은 대기업처럼 막강한 영업력이나 개발력, 계열사 지원력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마치 허허 벌판에 내 던져진 회사 같다"며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을 하며, 자생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DB정보통신은 간부들의 출근시간이 아침 7시다.

다음은 김 사장이 DB정보통신을 어떻게 성장 발전 시켜 나갈지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DB정보통신, 자생력이 강한 기업
DB정보통신은 어떤 회사이고, 주력 제품과 기술, 그리고 가장 강한 부분은.
▶DB정보통신은 1996년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2002년 대보그룹에 민영화된 회사이다. 따라서 교통관련 분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보수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이와 관련 서비스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교통시스템 전문기업이다.

또한 6,000여개의 정보통신공사 업체 중에서 5위의 시공능력을 인정받았고, 950여명의 특화된 전문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ISO 인증은 물론 산업자원부로부터 서비스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서비스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DB정보통신은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국내 도로에 적합한 ITS 구축 및 관련 제품 개발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ITS 관련 SI사업이었던 우회국도 ITS 구축을 시작으로 경찰청 교통정보센터 구축, 광주시/수원시/과천시/인천시/김해시 등의 지자체 ITS 구 축, 경기도 BMS, 성남시 BIS 구축, 하이패스 전국 구축 등 ITS 관련 대형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기존의 도로공사 ITS 유지관리 사업을 근간으로 인천국제공항 교통시스템 및 운항통신, 우회국도 ITS,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ITS, 대전시 ITS, 국도 및 장대터널 유지관리, 군 및 지자체 전산장비 유지관리 사업 등을 영위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다각화 노력으로 매년 10%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웃소싱 등 대외사업 확대
DB정보통신은 주로 한국도로공사를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졌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외사업 비중을 높이고, 비즈니스 아이템도 확대시켜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를 다시 불러들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은 민영화 이후 한국도로공사 위주에서 대외사업으로 방향을 많이 바꿔 왔다. 이후 도로공사의 매출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한 고속도로 ITS유지관리에 국한돼 있던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현재 국도 및 지자체 ITS유지관리, 장대터널유지관리, IT아웃소싱, ITS구축, 정보통신공사, S/W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DB정보통신은 그동안 축적한 경쟁력, 기술력, 인적자원 확보 및 영업력 등을 통해 도로공사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순수 대외사업으로 수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대외협력업체와의 유대강화 및 아웃소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철도 및 경전철 등의 SOC분야 시장을 공략하는 등 차별화를 통해 순수 대외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DB정보통신은 그 동안 국내 정부 또는 공공기관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10여년 간 사업을 펼쳐 왔다. 각 본부에 영업조직과 기술조직을 두어 영업과 기술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조직으로서 기술/수행조직의 PM인력이 사업수행의 총괄적인 역할 수행해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국을 관할하는 8개 사업단을 중심으로 운영조직이 설계되어 있으며, 950여명의 특화된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잘 하는 분야에 역량 집중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사업은 어떻게 펼쳐 나갈 계획이신지요.
▶당분간은 DB정보통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한 준비도 병행할 것이다. 안정된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미래형 사업을 접목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춘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어떤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가.
▶1999년부터 기업부설연구소인 기술연구소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개발 실적으로는 작년에 전국적으로 구축된 하이패스시스템과, ITS솔루션인 영상검지기, 면탈방지시스템 등이 있다. 향후에는 차세대 교통시스템 전반에 걸친 연구개발을 계획 중에 있다.

국내 IT시장경기는 3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즉 최악의 불황이라는 지적이다. DB정보통신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는가.
▶3년 전에도 우리에게는 그다지 활발한 시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DB정보통신은 외부 시장의 영향보다는 내재된 기술력과 경험이 근간이 되는 기술 전문회사이다. 다시 말해 교통분야 전문 회사인 만큼 이와 관련된 핵심경쟁력을 더욱 육성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질적, 양적 성장을 동시에 추진할 생각이다.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발도상국 등을 타깃으로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데, 진출계획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라고 본다. 특히 적극적인 홍보 및 영업활동을 펼치고, 현지에 최적화된 ITS 구축 솔루션으로 공략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과거 DB정보통신을 맡아 매출규모를 2년 만에 600억으로 올리는 등 성장기반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도로공사라는 배경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민영화 이후 첫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기존의 도로공사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사업의 비중을 높여 새로운 수익 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새로 시작한 사업이 ITS구축사업, 전산장비 유지관리와 장대터널 유지관리 등이었는데, 이것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편, 김 사장은 왕지환(王之渙)의 「登鶴雀樓(등학작루), 관작루에 올라」라는 한시로 그의 인생관 및 경영철학을 대신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즉 그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취하려 노력하는 도전적인 자세로 일생을 살아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의 철학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DB정보통신은 그래서 희망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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