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콘텐츠ㆍ새 서비스 준비 부족…기존 시장 '니전투구' 우려돼

방송통신 융합의 첫 산물인 IPTV가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방송 또는 통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가 구현되고 새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라 있다. 하지만 상용화를 한 달 여 앞두고 신 콘텐츠 육성 및 서비스 개발면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아 기대와 달리 험난한 여정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우선 IPTV 사업자들이 내세우는 VoD(주문형제작 비디오) 콘텐츠와 양방향 서비스만 봐도 기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제공했던 DV(디지털케이블)의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타사업자들보다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IPTV를 신산업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신산업에서 중요시 여겨야 할 부분은 콘텐츠 양이 아니라 기존 방송서비스와는 차별화되는 서비스 제공이다"고 지적했다. 기존 케이블TV와 중첩된 시장에서 가입자 쟁탈전이나 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또한 IPTV에 걸맞는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영역 개발에 사업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신산업 IPTV, DV와 다른가? = 현재 IPTV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영화, 드라마, 교육, 스포츠 등의 VoD 서비스다.

KT의 메가TV와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에서 제공하는 VoD 콘텐츠는 약 8만여 편이며, LG데이콤의 myLGTV의 경우 뒤늦은 출발을 한만큼 1만2,000여 편 정도다. 이제 여기에 실시간 지상파방송이 더해지면 통신사업자들은 나름대로 IPTV의 구색을 갖추게 된다.

정부와 IPTV 사업자들은 IPTV는 방송통신 융합에서 태어난 신산업으로 기존 아날로그 방송만을 봤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연관 산업의 발전에까지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비스로만 본다면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의 DV에서도 약 3만여 편 정도의 VoD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실시간 지상파방송 전송이 이뤄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채널만 해도 60개를 넘는다.

아직까지도 KBS1과 EBS를 제외하고 MBC, SBS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협상에서도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IPTV와 비교해보면 서비스 면에서는 오히려 DV쪽이 앞선다.

물론 IPTV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강력한 경쟁요소가 있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DV 역시 VoD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IPTV만큼은 아니다. 실시간 방송을 제공한다고 해도 통신사업자들에게 VoD는 킬러콘텐츠이며,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P망 확장성, 전국망 구축이 우선돼야 =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아직까지 IPTV와 DV의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은 IP망과 케이블망의 차이는 향후 서비스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방송은 통신과 달리 몇 초간이라도 다운되면 방송사고다. KT의 경우 방송국에서 KT방송센터까지 들어오는 기간망을 프리미엄망으로 전환했고, 가정에까지 들어가는 가입자망 역시 FTTH(댁내 광가입자망)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디지털방송 시대에서 IPTV를 전국 서비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나 LG데이콤 역시 전국서비스를 하기 위한 망 구축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IP망을 통한 방송 전송은 방대한 채널을 전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들의 프리미엄망 구축에 따른 안정성 면에서는 오히려 케이블망이 더 우수하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현재로 봤을 때 전국 77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의 특성상 전국서비스 구현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젼 관계자는 "IPTV가 강력히 주장하는 쌍방향 서비스는 무엇보다 망 속도가 최소 50M가 돼야 하는데 통신사업자들은 아직까지 전국가입자들에 50M 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망은 수십년간 서비스해온 만큼 안정성을 위한 망 증설 및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보면 IP망을 통한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 구현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방송시장에서 IP망의 확장성으로 얻어지는 효과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쌍방향 서비스 강화, 출혈경쟁 금지 = 정부로부터 IPTV가 얻은 방송특별법에 대해 케이블TV 및 PP들의 반발이 많았다. 그 이유는 포화상태인 기존 방송시장에 거대 통신사업자가 입성하면 균형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없으며, 급기야 독과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기존 케이블TV의 서비스와 별다르지 않다는 데 있으며, 업계간 차별화된 서비스와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IPTV만의 서비스 개발이 이뤄져야 공존할 수 있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IPTV 사업자들은 나름대로 쌍방향 서비스와 차별화된 콘텐츠 수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IPTV를 통해 수능모의고사를 볼 수 있는 '대교평가'를 선보였고, KT는 실시간으로 유명 학원강사의 수업을 듣고 질의응답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카메라 각도에서의 스포츠 중계, 시청자들이 직접 드라마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는 IPTV전용 드라마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콘텐츠 개발을 위해 PP들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PP협회 관계자는 "IPTV사업자들은 PP들이 하루빨리 신고를 해야 IPTV에서도 실시간 방송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PP들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알라까르떼(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선택해 IPTV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수입의 80%가 광고인 PP들로서는 시청 비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광고주 역시 기존 광고액보다 낮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각 사업자들의 IPTV 콘텐츠 육성 투자액은 PP들이 케이블TV에서는 물론 IPTV에서도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에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콘텐츠 개발 외에 출혈경쟁도 지양해야 한다. 이는 IPTV사업자들 역시 '현저히 부당한 할인율 제공' 등으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IPTV 사업자들은 현 아날로그 방송 시장을 나눠먹을 게 아니라 규모를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기존 케이블TV 가입자가 1450만여 가구이고, IPTV가 합세하면 최대 1800만 가구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PMP 등에서도 볼 수 있는 IPTV를 개발하는 등 시장 규모 확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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