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영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실/실장





송재영(58세)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실 실장. 그는 올해로 공직 생활 33년째를 맞이했다. 주로 전산정보화 업무만을 맡아오고 있다. 그 동안 송 실장의 손을 거쳐 개발됐거나 추진된 정보화 업무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인구센서스, 광고업 통계조사, 소비자물가지수, 기업집중지수, 예산편성시스템 등을 직접 개발했다.


또한 국가 최초로 GIS를 도입해 지도를 디지털화한 통계지도를 만들었고, 통계DB도 처음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가운데 예산 각목 명세서를 전산화한 '나라시스템'은 각 부처에서 신청하는 각종 예산을 하나로 통합시킨 솔루션으로 정보화 예산을 수십억 이상 크게 절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송 실장은 특히 정부 공공기관이 나서서 국산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해 보고, 검증시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만 한다는 소신으로 국산 솔루션 도입에도 앞장서 왔다. 송 실장이 '정부 정보화의 산증인'으로, 또한 국가 공무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

한편, 송 실장은 최근 정부 산하 19개 공단 정보화 담당 차장급 이상으로 구성(177명)한 '한울포럼'을 만들어 공식 출범시켰고, 초대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이 포럼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상호 업무협조를 원활히 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올해로 공직생활 33년

송재영 실장은 지난 1976년 6월, 26살 때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만 33년째이다. "국가에서 일을 하게 해 준 자체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어떤 업무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소신으로 살아왔다고 송 실장은 그 동안의 공직생활을 정리한다.

그렇다. 그는 그의 말 대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서 살아온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이에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가를 위한다는 그의 강한 소신 때문인지 그가 근무했던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과 예산실, 노동부 등에는 송 실장의 손때가 묻은 전산 정보화의 흔적이 곳곳에 깊게 배어있다.

송 실장은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중학교 밖에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이 가난해 학교를 다닐만한 형편이 안 됐었다고 한다.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중학교 다닐 때 줄곧 1등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다닐 형편은 못 돼 결국 집안일을 돕다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미래 전망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 컴퓨터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응시해 합격했고, 이때부터 전산 정보화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송 실장은 별정직으로 시작한지 3년도 채 안 돼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별정직으로 이처럼 빨리 승진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또한 당시 중졸 사무관은 송 실장 밖에 없었다고 한다. 송 실장은 별정직에 있으면서 각종 시험이란 시험에 모두 응시했고, 또한 모두 1등을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별정직이냐, 일반직이냐에 연연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에 높은 평가와 승진은 당연했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사통계국 별정직에서 출발

당시 송 실장은 어떤 특정 업무를 맡기보다 이것저것 새로운 업무를 주로 맡았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그는 주어진 일이라면 어느 것이든 닥치는 대로 했고, 또한 최선을 다 해 처리했다고 한다. 송 실장 또한 일 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 관계로 1주일에 3~4일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일을 한 경우가 많아 '집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까지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송 실장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면서 "그러나 그는 언제나 밝은 표정이었고, 즐겁게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아무튼 조사통계국에서 송 실장의 발자취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구센서스, 광공업통계조사, 소비자물가지수, 기업집중지수 등의 솔루션 개발을 직접 주도했다. 이 가운데 기업집중지수 소프트웨어는 개발할 당시 총괄 책임자였던 통계국장의 집으로까지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 실장이 소신 있는 공무원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집중지수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독과점 지수, 즉 어떤 상품이 시장에서 독과점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시장의 균형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게 송 실장의 설명이다.

송 실장은 국가 최초로 GIS(지리정보시스템, 1982년)를 도입해 2만 5,000분의 1 지도를 디지털화 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로 보는 통계를 작성하기도 했다. 즉 인구이동, 지역별 노령인구분포도 등을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통계지도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국가 통계DB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는 KDI에 용역을 줘 개발했지만 유지 발전은 송 실장이 주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로 예산절감 앞장

조사통계국에서의 그의 발자취 가운데 주목을 끄는 대목은 정부 각 부처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도입하는 중대형 서버를 '임차' 대신 '리스'로 바꾸길 건의해 관철시킨 일이다. 당시 임차 제도는 내용 연수에 관계없이 매년 물가상승률을 곱해 임차료를 정했기 때문에 그만큼 비쌌다는 것이다. 리스로 바꾼 결과 당시 통계국에서만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절감시켰을 만큼 국가 예산을 수십억 이상 절감시킨 장본인이 송 실장이라고 한다.

1984년 통계국에서 예산실로 옮긴 송 실장의 전산정보화에 대한 행보는 계속됐다. 예산편성시스템, 즉 예산요구서 내용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한 후 연산에 필요한 숫자와 연산자만을 추출해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는 '나라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솔루션은 예산실에서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를 컴퓨터 시트로 대체시켰고, 예산조정 시 수시로 인쇄하는 유인물과 각종 분석표 작성을 자동화함으로써 연간 4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시켰다고 한다. 현재 이 솔루션은 3,900여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고, 송 실장은 이 솔루션 개발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한편, 송 실장은 예산실에서 국산 주전산기인 타이컴 도입에도 앞장섰는데, "정부 공공기관이 해야만 할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가 국산 제품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인큐베이터"라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송 실장은 정부 공공기관에서 국산 제품을 먼저 도입해 사용해 보고, 검증시켜 해외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을 도와줘야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라시스템' 개발에 자긍심

실질적으로 그는 국산 주전산기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개발한 솔루션, 예를 들어 티맥스소프트가 개발한 제우스, 한글과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핸디소프트와 가온아이가 각각 개발한 BPM 솔루션,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가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 그리고 알티베이스가 개발한 국산 DBMS 등을 직접 도입하거나 다른 기관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고 한다. 송 실장이 국가 발전에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

1993년 노동부 정보화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 송 실장은 전산 정보화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살려 나갔다. 고용보험 정보시스템 기획 및 구축을 비롯해 KMS(지식관리시스템)보다 앞선 버전인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r) 기반의 PKMS(Process based-KMS)를 별도 개발, 즉 업무 수행 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찾아주는 맞춤형 지식정보시스템을 개발 구축한 것이다. 다시 말해 KMS에 수록돼 있는 업무지식 관련 자료를 검색할 경우 현행 법령에 적합한 지식인지, 아니면 과거의 법령에 근거한 지식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공기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지식이 관리되어야만 사용자가 일일이 찾는 게 아닌, 찾아주는 지식관리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구축했다는 것이다.

PKMS 개발로 대통령상 수상

송 실장은 이를 통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 실장은 근로복지공단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노동보험시스템에도 이를 적용시키고 있다.

아무튼 그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 그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열정적인 자세 등은 주변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앞서가는 인물로도 평가됐다. 때문인지 그는 승진도 빨랐고, 그의 주변에는 항상 그를 도와주는 인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서로 끌어가려는 상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실도 이사장의 강력한 권유로 부임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졸업만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송 실장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이후 32세에 단국대학교(야간) 경영학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4년 전인 2005년에는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BPM 기반의 지식관리 모델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송 실장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산 사용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편, 송재영 실장은 공직생활과 함께 정부정보화협의회(2001년),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문위원(2003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문위원(2007년) 등으로도 활동을 했다. 특히 그는 2001년 정부 중앙부처 전산직 사무관 이상 공무원 모임인 정부정보화협의회 회장(6대)을 역임하면서 국제전자정부포럼을 개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포럼에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을 비롯해 전 세계 관계자 약 1,30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송 실장은 "전자정부를 외부에 알려야 할 필요성과 회원들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개최하게 됐다"면서 "이를 계기로 정부전산인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됐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또 지난해 12월 정부 산하 19개 공단 정보화 담당 차장급 이상으로 구성(177명)한 '한울포럼'을 만들어 공식 출범시켰고, 초대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이 포럼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상호 업무협조를 원활히 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송 실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근로복지공단 차세대시스템 구축추진 내용과 한울포럼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

-근로복지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의 핵심 골격은 무엇인지요.
▶근로복지공단의 노동보험시스템은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2002년 개발되어 지금까지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법령과 시행규칙, 지침 등의 잦은 개정으로 인해 시스템이 복잡해졌고, 이에 따른 유지보수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스템의 전면 재개발이 필요했다.

차세대 노동보험시스템은 약 200억 원을 투입, 웹 기반의 최신 기술(web 2.0)을 적용해 개발할 예정으로 2008년 말까지 업무 분석을 끝내고 2009년 말에 완료할 예정으로 있다.

차세대 노동보험시스템의 핵심 골격은 4대 사회보험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국산 DBMS를 채택했다는데 있다. 또한 업무 개발단계에서부터 노동보험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이를 레파지토리에 저장한 후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변경관리와 가장 최신의 살아있는 지식을 연계해 주는 PKMS의 적용에 있다.

19개 공단 정보화협의회 '한울포럼' 출범

-'한울포럼'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창립 배경과 목적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신지요.
▶노동부에서 퇴임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와 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유관 공단과의 업무 협조가 필연적인데 누구를 만나서 업무협조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고 방향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정부정보화협의회와 같은 공단정보화협의회를 만들어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상호 업무협조를 원활히 하자는 취지에서 한울 포럼을 창립했다.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각 공단의 CIO들과 만나서 IT기술의 변화추세와 각 공단의 현안 사항에 대해 토의하고 1년에 2번 정도 전체 세미나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송재영 실장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외부의 많은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란 더더욱 어렵다. 송 실장은 그것을 지켰다. 송 실장과 같은 공무원이 있는 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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