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8만대 규모 형성할 듯, 무선인터넷 환경이 확산 ‘장애물’

국내 노트북 시장의 최근 이슈는 단연 넷북이다. 조그마한 크기에 가격대는 일반 노트북의 절반에 불과한 넷북의 특징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3ㆍ4분기에 국내에서 판매된 넷북은 전체 노트북의 10%에 육박했다. 이처럼 매우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는 넷북은 올해 전체 노트북의 20% 정도인 28만여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수스와 MSI가 넷북 시장의 길을 열었으며 델, 삼보컴퓨터 등이 뒤를 이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국내 노트북 시장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 LG전자도 이 시장에 합류해 올해 넷북 시장 은 본격 규모확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국내 시장 12만대 규모 = <컴퓨터월드>가 아수스, 삼보컴퓨터, 델, 삼성전자 등 넷북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넷북시장은 12만대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국내 노트북 판매량 약 134만대의 9%를 기록한다. 이 수치는 아수스가 지난 해 2월 넷북인 Eee PC를 출시한 것을 제외하고 대다수 업체들이 7월에서 9월, 10월 경에 출시해 엄밀히 따지면 3ㆍ4분기만의 판매량이라고 볼 수 있다. 넷북 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넷북 시장을 열었던 아수스가 약 3만7,000대를 판매했으며, 지난 해 9월 타 업체에 비해 다소 늦게 이 시장 문을 두드렸던 삼성전자는 브랜드 파워 덕에 약 3만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에버라텍 버디를 출시한 삼보컴퓨터는 약 2만대를 판매했으며, LG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약 1만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한 해 2만대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 HP, 델 등의 외산업체는 본사 실적 비공개 방침에 따라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넷북 시장이 짧은 기간동안 이만한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다. 데스크톱PC 외 세컨드 PC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일반 노트북이 아닌 50만~60만원대의 넷북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또 넷북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에 대한 호기심도 수요 상승에 한 몫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북 구매자 중 아톰의 성능이나 넷북이 구현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 새로운 제품군이라는 점에 관심이 끌려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들고 다니면서 무선인터넷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넷북 성장 요인 중 하나다. 키보드를 적용한 넷북은 입력 방식 및 성능의 한계가 있는 PMP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면서도 이동성은 살린 것이 특장중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KT의 무선인터넷인 와이브로와 연계한 결합상품도 넷북의 수요를 상승시킨 요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HP 등은 와이브로와 연계해 실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 적지 않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성장률 세계 시장 앞지른다 = 국내 넷북 시장은 앞으로 전세계 시장보다 더욱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넷북은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약 20%를 차지, 전체 판매량은 28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한달간 판매실적이 전체 노트북 판매량의 23%까지 상승한 점을 들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 넷북 시장은 약 1억3,320만대 규모인 노트북시장의 11%인 1,460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올해에는 전체 노트북 시장의 17.2%인 2,630만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넷북 시장은 가격대와 수요층에 맞춘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특히 넷북의 성장을 기반으로, 그간 부진했던 모바일 기기 시장이 본격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보컴퓨터, 유경테트놀로지스가 넷북에 적용됐던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MID를 출시한 것은 시장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이다.

또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에 대해서도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넷북 업체들은 HDD와 함께 SSD를 채용한 넷북을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볍고 속도가 빠르며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장점보다는 용량의 한계라는 단점 때문이다.

현재까지 SSD를 채택한 제품을 내놓은 업체는 HP, 델, 아수스이다. 최근 소니가 64GB SSD를 적용한 넷북을 출시했지만 가격대가 150만원대로 넷북의 가장 큰 장점인 저가매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SSD가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고용량 SSD가 넷북에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선인터넷 제약이 성장의 최대 걸림돌 = 넷북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저렴한 가격대 유지, 배터리 성능 강화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동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만큼 무선인터넷에 대한 제약을 해결해야만 시장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넷북의 지난해 성장은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려 50만~60만원대의 저가 노트북이 잘 팔렸던 것"이라며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치는 밝은 편이지만 국내 인터넷 환경은 넷북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넷북이라는 특성상 사용자층이 국한돼 있어 시장 확대에도 일정한 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IDC 관계자는 "넷북, MID, UMPC 등 이동성이 강화된 모바일PC 시장이 성장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 시장을 넷북이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넷북은 PC에 가장 가까운 만큼 다른 단말기에 비해 인터넷 환경이 보장돼야 하며, 이 특성이 상실되면 MID, UMPC 등 좀더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기기를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국내 무선인터넷 환경은 KT의 와이브로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기존 기지국을 이용한 서비스로 나눠질 수 있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별도의 요금이 요구되며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지하나 높은 건물에서 수신율이 떨어지고, 전국망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넷북 사용자들이 외부에서 인터넷을 한다면 가정 내에서 드는 유선통신 요금과 함께 별도의 무선인터넷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이 들지 않는 와이파이(근거리 무선인터넷)가 있지만 통신 기지국처럼 일정 구간에 깔려 있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근처 건물에서 공유기와 같은 무선통신 기기를 장착했다고 해도 보안 설정을 해놓으면 그림의 떡이다.

일부 노트북 업체 넷북 시장 참여 관망 = 실제 국내보다 넷북 수요가 10배 정도인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1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넷북을 판매하고 대신 무선통신 요금으로 그 수익을 내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장벽에 대해 넷북 업체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넷북은 세컨드 PC의 개념이기 때문에 PC 보급이 활발한 국내에서는 더욱 많은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동량이 많은 소비자들로 정해지는 고유 사용자층도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가격대보다 우선적으로 무선인터넷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환경의 개선은 비단 넷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넷북, MID, UMPC 등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에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의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실제 넷북을 아직 출시하지 않고 있는 일부 업체는 시장조사기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무선인터넷 환경 등 국내 시장에 대해 현재까지 면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무선인터넷 환경을 보면 넷북이 금융위기와 맞물려 불황기 제품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호황기 제품이다. 매월 2만~3만원대의 별도 통신 요금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잘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넷북이냐, 저가 노트북이냐 = 저가격을 최대 무기로 하는 넷북이 앞으로 저가 노트북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통 10인치 이하의 LCD를 갖추고, 가격은 50만~60원대인 넷북이 12인치급의 제품을 내놓고 일반 저가 노트북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저가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그보다 10만~20만원 저렴한 넷북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상당 부분 중첩되는 두 제품을 놓고 업계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트북 업체들이 앞으로 넷북과 저가 노트북 중 한가지만 주력할지 아니면 두개의 라인업을 유지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고민은 넷북에 들어가는 아톰 프로세서를 개발한 인텔의 전략 변화에서도 읽혀진다.

한 업계 분석가는 "아톰은 당초 넷북만을 위해 개발된 프로세서가 아닌데 넷북 덕에 2008년 히트상품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일반 저가 노트북에 탑재되는 프로세서 수요는 낮아질 수밖에 없어 내심으로는 넷북의 성장을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인텔이 모바일 기기, 임베디드 등으로 확대시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MD는 이러한 인텔의 딜레마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AMD는 지난 7일 12인치급의 저가 노트북용 플랫폼 '유콘'을 공개했다. 유콘은 '애슬론 네오' 프로세서가 탑재됐으며, ATI 라데온형 X1250 내장형 그래픽 칩셋과 선택사양인 ATI 모빌리티 라데온 HD3410 외장형 그래픽 카드로 구성돼 있다.

AMD가 공략하는 시장은 '울트라 씬'으로 고가의 노트북과 사양이 떨어지는 넷북 사이의 제품군이다. 이는 기존의 저가 노트북과 흡사한 시장으로 AMD 측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인텔 아톰과의 경쟁은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AMD 관계자에 따르면 '네오'는 아톰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면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간 고화질 동영상 끊김과 같은 넷북의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 준다. 유콘 플랫폼은 먼저 12인치급의 'HP dv2'에 적용될 예정이다. 결국 인텔의 '아톰'과 AMD의 '네오'가 경쟁한다면 넷북 시장은 사실상 AMD가 말하는 저가 노트북 시장으로 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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