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중심 툴’에서 탈피, 오라클ㆍSAP 등 기업용SW 업체 시장 참여

PLM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복잡한 제품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 관리에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중심 툴'에서 벗어나 완전한 제품 수명 주기 관리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사적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 SAP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들이 최근 솔루션을 내놓고 그동안 다쏘시스템, 지멘스PLM소프트웨어, PTC 등 전통적인 PLM 업체들이 주도해온 이 시장의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IDC에 따르면 PLM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4%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매년 13~14%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그 규모가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대로라면 PLM은 현재 기업의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ERP에 못지않은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국내 PLM 시장 4천억 전망 = PLM이 이렇게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PLM이 ERP, CRM, SCM에 이어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기존의 CAD 데이터 관리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원가 관리, 품질 관리, 환경 규제 관리 등의 다양한 분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PLM 시장 규모는 아직 ERP 시장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ERP가 제조업의 경영관리 측면의 업무 흐름을 지원한데 반해 PLM이 제품기획 단계부터 설계, 생산, 테스트, 폐기에 이르는 전 수명 주기를 관리해 생산 효율성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PLM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시장을 놓고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PLM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엔지니어링 툴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다쏘시스템, 지멘스PLM소프트웨어, PTC 등을 비롯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표주자인 오라클, SAP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SAP는 PLM 업체 인수와 자체 개발 등을 통해 PLM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해 인수한 에자일을 앞세워 소비재와 생명과학, 첨단산업, 제조업 분야의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지니어링 부서를 넘어 디자인, 개발, 제조, 제품 생산을 아우르는 확장된 PLM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이제는 오라클을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벤더로 평가하지 말아 달라"며 "오라클은 PLM 분야의 전문성과 소프트웨어 벤더의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SAP 역시 지난해에 향후 3년간의 PLM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협업은 물론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해 SAP PLM에서 확장형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SAP PLM은 ERP, SCM, CRM 등 SAP 비즈니스 스위트와 통합되어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SAP측의 설명이다.

SAP코리아 전략솔루션본부(VDD) 원은영 팀장은 "PLM의 진정한 비전이자 최고의 가치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설계, 제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체 제품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SAP는 꾸준히 진화하는 엔드 투 엔드 PLM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의 수익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중 = 이처럼 국내에 PLM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은 시장의 확대 전략으로 M&A를 비롯해 제품 생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또한 최근 성장세를 타고 있는 SMB 시장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제품과 기술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최근의 PLM 시장은 큰 틀에서 생산자(Creator), 협업자(Collaborator), 소비자(Consumer)를 통합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공급망 및 제품 수명 주기 관리를 통합해 기업의 제조 가치망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애플리케이션 구축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수익성 및 경쟁력 향상 방안으로 정보 중심의 가치망(Information-driven value chain)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PLM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PLM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던 기술이었으나 이제는 운영 부문에서도 필수적으로 도입하는 단계"라면서 "제품 성능 향상과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제품 출시 기간의 단축 방안으로 PLM을 도입하는 업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PLM 시장을 이끌어온 항공, 자동차, 하이테크산업 외에 소비재, 석유화학 등 프로세스 산업 분야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 레시피(recipes) 등 전사 공유 체계 구축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PLM이 전사적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온 국내 PLM 시장은 최근 중소 제조업체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이 PLM 솔루션을 도입해 획기적인 제품 품질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PDM 영역에서 벗어나 마케팅, 개발, 제조, 서비스의 연계를 시도하며 전략적인 부분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제품개발 및 SCM 효율화 차원에서 1차, 2차 협력업체의 PLM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SMB 기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PDM 수준의 PLM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업종별로 보면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온 자동차, 조선, 항공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 이어 건축, 하이테크, 화학, 소비재 등의 시장으로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다쏘시스템, 전년대비 30% 성장 = 다쏘시스템코리아는 2008년에 전년대비 30%의 성장을 했다. 이는 다쏘시스템코리아 전체 매출 성장률인 16%보다 월등히 높은 실적이다. 다쏘시스템코리아 측은 "이미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PLM 도입이 활발한 편"이라며 "제조 경쟁력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해 PLM 도입을 고려중인 중소 제조업체를 타깃으로 맞춤형 패키지 PLM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 성장의 이유"라고 밝혔다 또 "중공업과 기계 분야에서 3D로 제조체계가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성장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쏘시스템은 특히 2008년에 3DVIA가 건축 시장 등으로 본격 확산된데 힘입어 이 제품의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밖에도 건설, 전자와 전기, 의료 기기 등 신규 시장으로의 진출도 활발했다.

다쏘시스템이 2008년에 확보한 대표적인 사이트는 STX, 우진하이텍, 인팩 등이다. 특히 STX 조선의 경우 2006년에 PLM을 구축한데 이어 지속적으로 솔루션을 보강하거나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현재 다쏘시스템은 CATIA, DELMIA, ENOVIA, SIMULIA, 3DVIA, SolidWoks 등 6개의PLM 솔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이라는 원 컴퍼니(One Company)에서 이러한 솔루션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솔루션의 물리적 통합에 이어 조직을 통합했다.

다쏘시스템은 2008년에 PLM 2.0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웹 2.0과 웹 3D 환경을 지원하는 V6을 출시했다.

지멘스, 미드레인지 분야 20% 성장 = 지멘스PLM소프트웨어는 2008년 동기식 기술(Synchronous Technology)을 발표했다. 동기식 기술 기반의 새로운 제품은 '파라솔리드 버전 19, 20, 21', '팀센터 익스프레스 버전 4.1', '피맵(Femap)', 'CAM 익스프레스 버전 6', '솔리드 엣지 2D 드래프팅 소프트웨어', '솔리드 엣지', 'NX6'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멘스는 동기식 기술을 앞세워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멘스는 NX를 중심으로 한 CAD 분야는 지난해 6% 성장했으며 솔리드 엣지를 대표로 하는 미드레인지 분야는 20% 정도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기업 시장에서 실적이 늘었으며,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새로운 수요를 확보한 것도 성장 요인이라는 게 지멘스 측의 설명이다.

지멘스PLM소프트웨어는 2008년에 그동안 주요 매출원이었던 전기와 전자, 자동차, 조선 항공 및 SMB 시장에 주력하면서 소비재 부문을 중심으로 철강, 기계․플랜트, 건설(특히 BIM) 등 신규 시장을 공략했다.

2008년 지멘스PLM소프트웨어에게 가장 큰 이슈는 현대중공업의 PLM 도입을 들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업계 최초로 '정보 기술 시스템 관리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8년 12월 지멘스PLM소프트웨어의 팀센터(Teamcenter) 도입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자회사인 삼호조선과 미포조선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멘스PLM소프트웨어는 현대중공업 외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효성중공업 PG, GM대우 등의 사이트를 확보했다.

PTC, 작년 10여개 사이트 확보 = 2008년 PTC는 AMKOR의 통합 PLM프로젝트, STX중공업․엔진․엔파코의 통합 PLM 구축, 삼성전자 네트워크의 기술문서 출판 자동화 시스템 프로젝트, 현대자동차의 플랫폼 기반 엔지 개발 시스템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PTC는 2001년 이래 PLM 분야에서만 총 200여개의 사이트를 확보했으며, 2008년에는 약 10여개의 사이트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PTC PLM의 주요 수요처는 주로 제조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에 자동차, 국방, 항공 분야로 시장을 넓힌 데 이어 최근에는 의류, 화학, 제과,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PTC는 지난해부터 채널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 고객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직접영업 비중을 줄이고, 채널 영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PTC는 약 250여 개의 업체만 직접 영업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 외의 고객사는 6개의 채널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오라클, 에자일 인수로 PLM 시장 본격 공략 = 한국오라클의 PLM 솔루션은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CADView-3D, Project Management, Project Collaboration, Sourcing Configurator Collaboration Suite 등 개별 제품을 비롯해 통합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인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의 일부 솔루션으로 구성돼 있다.

오라클 측은 "최근 인수한 Agile Product Lifecycle Management(A9)를 중심으로 소비재 산업을 지원하는 Agile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for Process 및 Enterprise Visualization & Collaboration(AutoVue)을 갖춰 그동안 특정 산업에 그쳤던 시장을 앞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오라클 ERP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앞으로 고객의 요구 분석에서부터 설계, 생산, 마케팅, 영업, 구매, 분석 등 제품의 탄생부터 단종까지의 완벽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 에자일 PLM은 전 세계적으로 1,300개 이상의 고객과 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시스코와 퀄컴, 애플, 히타치 등이 에자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항공우주와 국방 분야의 해리스와 비아셋, 산업 제조 분야에서의 피닉스 인터내셔널과 에스코 그리고 소비재 분야의 맥도널드, 코카콜라, 타이슨푸드, 하인즈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이다.

SAP, NPDI 위한 통합 솔루션 제공 = SAP코리아의 PLM 사업전략은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 및 발표(New Product Development and Introduction; NPDI)에 필요한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SAP코리아 원 팀장은 "SAP PLM은 가장 포괄적인 제품 라이프 사이클 관리 솔루션"이라며 "PLM 프로세스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며 특히 통합 제품정보관리, 디지털 제조, 연구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 지원, 제품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의사 결정 지원, 환경 규제 대응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AP의 설명에 따르면 기업들은 SAP PLM 솔루션을 통해 마케팅 및 영업, 계획 및 생산, 조달, 유지보수 등 모든 부서의 정보 및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공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파트너, 공급 업체, 하청 제조업체, 서비스 사업자, 나아가 고객과도 협력이 가능하다. 그리고 비즈니스 솔루션의 기술 플랫폼인 넷위버(Netweaver)를 통해 고객의 추가 요구 사항에 대한 개발 및 효과적인 운영을 지원하며 기존에 투자한 ERP, SCM, CRM 솔루션들과 연계해 SOA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SAP는 항공과 방위 산업, 자동차, 하이테크, 산업기계와 부품, 소비재, 화학 산업을 주축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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