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6천여대, 아직 갈 길이 멀다
노트북 시장의 1% 차지, 한글인식ㆍ고가ㆍSW 부재 등 해결해야

포스트PC로 기대를 모았던 태블릿PC가 긴 잠에 빠져있다. 2002년 말 출시 당시 반짝했을 뿐 아직까지 좀처럼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급업체들은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자제하고 있으며, 사용자 역시 "노트북과 무엇이 다르냐"며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과연 태블릿PC는 이대로 생명을 다한 것인가. 태블릿PC 시장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해본다.
유진상 기자 jinsang@infotech.co.kr

본지가 최근 한국HP, 한국후지쯔, 오앤씨테크놀로지스(에이서 국내 총판), LGIBM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조사에 의하면 2003년 국내 태블릿PC 시장은 약 6천여대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노트북 시장의 1% 정도 밖에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해외 시장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의 전체 PC 시장은 300만대 규모를 형성했으며, 그 중 노트북은 20%인 60만대 정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태블릿PC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HP, 후지쯔, LGIBM, 에이서 등이다. 한국HP는 2003년 한해동안 4천대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HP의 관계자는 "2002년 12월 출시후 4개월동안 매달 600대 정도가 판매됐다. 현재 판매 물량은 월 평균 약 200대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2003년 2분기 300대에서 3분기에는 500대, 4분기에는 600대 정도로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서는 미국의 경우 1만 5천여대정도가 팔려 HP와 양대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은 미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IBM은 전체 노트북의 판매량 39,000대 가운데 태블릿PC의 판매량은 거의 3%에 해당하는 12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글 인식이 가장 큰 문제점
침체에 빠진 국내 PC 시장의 구원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태블릿 PC가 이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장 큰 문제로 한글 인식 기능을 들 수 있다. 당초 태블릿PC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손으로 글씨를 써서 입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뒤떨어지는 한글 인식률은 이러한 기대를 빗나게 했다. 즉 태블릿PC의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국가들은 조합형 활자를 사용하기에 필기 인식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편리하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며 한결같이 한글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한글의 경우, 비슷비슷한 글자들이 많아 필기 입력시 오류도 많고 그걸 해독하는 PC 역시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는 점은 국내에서 태블릿PC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실제로 태블릿PC를 도입한 사용자들은 필기 입력 방식을 몇 번 사용해본 후 그 한계를 느끼고 예전처럼 키보드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에 비해 10~30% 비싸
한글 인식 기능에 이어 가격 문제도 태블릿PC 시장의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현재 태블릿PC는 300만원대로 일반 노트북에 비해 10~30%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전용 OS의 가격이 비싼데다 화면 입력이 가능한 TFT-LCD 액티브 디지타이저 역시 일반 LCD에 비해 원가가 높은 탓이다.
여기에다 전원 소모 문제도 꼽을 수 있다. 현재 태블릿PC의 사용시간은 길어야 3~4시간 정도이다. 이는 주요 수요층이 외근이나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한계임에 틀림없다.
태블릿PC 전용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도 이 시장의 부진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나 게임 등을 펜 입력으로 더욱 편하고 능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펜 입력방식이 일반화된 PDA에서 조차 펜입력 방식에 어울리는 획기적인 UI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태블릿 PC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현재 약 30개 업체에서 태블릿 PC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지만 이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이밖에 여기에다 초기 제품의 경우 화면이 10인치 정도로 작은데다 인텔 펜티엄III 또는 트랜스메타 등 비 인텔 CPU를 채택, 성능이 떨어졌던 점도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이유로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국내의 PC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 시장의 참여를 자제하고 있으며, 기존 공급 업체들 역시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 것도 시장 정체의 현상의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하드웨어에 사용자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시된 지 이제 1년 반 밖에 안됐다. 처음 노트북이 등장해 지금 수준의 판매 실적을 보이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태블릿 PC가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걸리는 기간은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벌써 그 성과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2세대 제품 성능 40% 향상
각 업체들은 최근 초기 제품의 문제점을 보완한 2세대 태블릿 PC를 일제히 내놓고 수요 창출에 좀더 적극성을 띠고 있다.
업체들이 내놓은 2세대 태블릿 PC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성능이 향상됐다는 점이다. 2세대 제품은 인텔 센트리노 기반의 프로세서를 채택해 1세대에 비해 최고 40%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한국HP의 김대환 부장은 "1세대 제품의 경우 비 인텔 프로세서인 트랜스메타를 장착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2세대는 이를 말끔히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세대 제품들의 경우 메모리 확장이 불가능했으나 2세대 태블릿PC들은 그 문제점을 해결하여 256MB에서 최고 2GB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평균 5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며, 대부분의 제품들의 화면이 12인치 이상으로 커졌다. 두께는 3Cm미만, 무게는 2Kg을 넘지 않으며 160도 이상의 광시야각을 제공한다.
현재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는 태블릿PC의 형태는 크게 컨버터블 방식과 하이브리드 방식, 슬레이트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HP는 태블릿 PC와 노트북의 차별화를 강조하며 하이브리드형 제품의 공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HP의 최동섭 대리는 "태블릿PC가 컨버터블 타입인 경우 서브 노트북과 차이가 없다. 이러면 태블릿 PC 고유의 장점이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컨버터블과 슬레이트 등 두가지 종류의 태블릿 PC를 공급하고 있다. 초기에는 슬레이트 방식의 제품만을 내놓았으나 2세대 제품 부터는 두 종류 모두 공급에 나선 것이다.
한국후지쯔의 김철환 대리는 "컨버터블의 장점은 노트북처럼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판매되는 T시리즈의 경우 노트북에서 태블릿으로 변환이 자유로워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모두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서가 공급하는 제품은 컨버터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특히 LCD가 14.1인치로 업계에서 가장 크다. 이 제품을 공급하는 오앤씨테크놀로지스의 이진영 과장은 "TMC300은 14.1인치 대형 LCD를 탑재하고 컨버터블 방식으로 되어 있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이 태블릿PC를 앞세워 공략에 나선 시장은 주로 기업이다. 특히 교육이나 의료, 보험, 금융, 유통 등 프리젠테이션이 많은 전문업 종사자들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후지쯔의 김철환 대리는 "슬레이트 방식은 휴대가 간편하고 무게가 가볍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법인이나 특수(외부근무자, 의료)업무용으로 사용하려는 고객들에게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LGIBM의 조중권 부장은 "LGIBM의 태블릿PC는 동급 최강의 프로세서를 탑재해 고성능을 자랑한다. 또 컨버터블 방식으로 얇고 가벼워 여성고객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며 앞으로 무선 기능과 성능 등을 앞세워 프리젠테이션이나 이동이 잦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HP 역시 출장을 자주 가는 영업 담당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태블릿PC 전용 새 OS에 업계 '촉각'
이처럼 2세대 태블릿PC를 내놓고 수요 창출에 부심하고 있는 공급업체들은 올해 여름경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을 태블릿PC 전용 새로운 운영체계인 '윈도우즈 XP 태블릿PC 2004 에디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운영체계는 그동안 태블릿PC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 한글 인식 문제 등을 대폭 해결해 본격적인 시장 형성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홍성학 차장은 현재 RC1 단계에 있는 이 새로운 운영체계에 대해 "기존 윈도우즈 XP 태블릿PC 에디션은 한글 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즈에서는 이를 크게 개선했다. 특히 음성 인식 및 한글 필기 인식을 크게 강화해 악필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필기체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이라고 말했다.
홍 차장의 설명에 의하면 새로운 운영체계는 입력패널 방식도 크게 개선하여 쉽고 사용이 편리하도록 했다. 즉 기존 버전의 경우 필기 입력 시 원하는 라인을 클릭 후 입력은 맨 밑에서 해야하는 입력칸이 따로 있었으나 새로운 버전에서는 원하는 라인에 직접 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노트북 시장의 10% 차지 전망
지금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침체기에 놓여 있지만 앞으로도 시장 전망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분석을 내놓은 근거로 국내의 무선 인터넷 환경이 우수한 점을 들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인텔의 존 데이비스 세일즈 마케팅 그룹 부사장은 "한국은 12,000개의 핫스팟과 66%의 브로드 밴드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선 환경을 갖춘 나라"라면서 태블릿PC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서도 알리안츠생명의 보험 설계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자는 "2006년쯤 국내 태블릿PC시장은 전체 노트북 시장의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의료, 교육, 유통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5개 정도의 업체와 제휴해 특정 산업분야의 애플리케이션들을 개발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태블릿PC 시장 진출을 꼼꼼히 따져온 삼성전자가 태블릿PC의 개발을 이미 끝내고 출시 시기만을 지켜보고 있다고 알려진 점도 이 시장이 맥없이 그냥 주저 않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는 대목이다.
태블릿PC 시장의 확산의 관건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등 메이저 PC 업체의 시장참여, MS의 새로운 운영체계인 윈도우즈 XP 태블릿PC 2004 에디션의 한글 인식률, 솔루션의 대폭 지원 등의 문제가 앞으로 얼마나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블릿PC의 형태
▲슬레이트형 - 키보드가 없으며 비교적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이 타입은 테블릿PC의 가장 기본적이고 이상적인 형태로 테블릿 PC가 처음 시장에 소개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후지쯔의 ST시리즈가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타입의 단점은 문자입력체계의 한계로 향후 시장성장 가능성이 컨버터블타입에 비해서는 낮다는 점이다. 즉, 키보드가 붙어있지 않아 문자입력이 힘들다. 따라서 대안으로 도킹 스테이션(Docking Station)을 장착해 확장성을 부여하였지만 이 경우 슬레이트 타입의 최대 강점인 휴대의 용이함과 크기, 무게에서의 장점을 반감시킬 수 있다.
▲컨버터블형 - 일반 노트북과 같은 형태로 키보드가 기본 장착되어 있고 디스플레이의 회전이 가능하다. LGIBM의 LT시리즈 제품군과 후지쯔의 T3010 그리고 Acer의 TM C300 등이 컨버터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트북과 같은 형태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키보드가 기본 장착되어있어 무게가 증가해 고유의 장점인 한손에 휴대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형 - 슬레이트와 컨버터블의 중간 형태로써 액정 패널과 키보드의 분리가 가능하며 슬레이트, 컨버터블 두가지 형태로 모두 변신이 가능하다. HP의 테블릿PC 제품군들이 이 형태를 띠고 있다.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
어도비 시스템즈
Agilix Corporation
알리아스/웨이브프론트
Allscripts Healthcare Solutions
오토데스크
Avanade
BAE 시스템즈
ColeConnect
Colligo Networks
코렐
Criterion Corporation
다쏘그룹
이클립스 테크놀러지
Electronic Data Systems Corporation
ESRI
FranklinCovey
Groove Networks
Hanwang Technology Company
iSoft
Iteration Software
Keylogix International
Leszynski Group
LexisNexis
Mindjet
SAP
ScanSoft
시벨 시스템즈
Stentor
WebEx Communications
Zinio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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