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비용절감보다 회사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삼성테스코는 국내 대형할인점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으나 선두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07년에는 1위 자리까지 차지할 계획도 가지고 이다.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대형 유통할인점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글로벌 브랜드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삼성테스코는 선두업체인 이마트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영국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법인으로 출발했으나 앞으로는 테스코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삼성테스코의 급성장은 '글로벌화와 로컬화의 적절한 통합'의 산물이며 IT전략도 글로벌 표준을 따르며 국내 상황에 맞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삼성테스코가 기존 경쟁업체들을 따라잡아 나가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IT에 대한 투자 및 활용이라고 한다. 삼성테스코의 IT 시스템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CIO인 이강태 전무를 직접 만나 IT전략과 투자 방향을 들어본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한국형 마케팅 지원하는 IT

삼성테스코 성장에 IT가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
▶할인점의 주요 고객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이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마케팅을 실행해야 하며 IT도 한국형 마케팅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월마트의 경우 미국 본사가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한글화만 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미국 프로세스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테스코는 국내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이 빠르다. 본사에서 전해 받은 시스템은 수정이나 업그레이드가 어렵다.
경쟁사에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고 해서 매출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책과 사업방향이 고객 지향적이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 가령 월마트가 관리지향으로 정책을 바꾸면 영업과 마케팅 방향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유통의 규모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테스코만 하더라도 올해 홈플러스 매장을 30개 더 추가할 계획이다. 점포 하나에 올라오는 트랜잭션이 4만개 이상의 아이템이 실시간으로 판매되고 있다. 주말 고객들은 100만 명에 이른다.
은행은 설이나 추석 연휴에 업무를 중단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신 시스템을 개통해 시스템 부하를 겪지 않아도 되지만 홈플러스는 1년 365일 24시간 영업해 시스템을 쉬게 할 수가 없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잠시라도 한 눈 팔면 IT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 IT는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지를 예측하고 시스템에 대해 선행투자를 해야 한다.
삼성홈플러스 점포에는 3~4년 전 150명 정규직 인력이 근무했으나 지금은 80명으로 줄었다.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하려면 IT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1년에 20가지 크고 작은 IT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시스템 운영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IT의 효과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IT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도입했을 때 만족도가 올라가며 IT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사용효과도 커질 것이다.
한 세미나에서 밝혔던 IT프로젝트를 점포별로 따로 추진해 투자효과(ROI)를 증명해 보이고 다른 점포로 확산했을 때 총투자비용이 줄어드느냐 늘어나느냐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본사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라면 간접비가 발생해 총 투자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중단 없는 상품 공급

올해 계획 중인 신규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해 10월 상품관리시스템(PMS) 프로젝트를 2단계로 나눠 시작해 4월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올 6월에는 3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1단계 PMS는 발주-매입-가격붙이기-판매-반품에 이르는 총체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위한 것이라면, 2단계는 추석, 설, 크리스마스처럼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이를 예측해 자동발주를 내려 매장에 상품 부족현상을 없애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추석, 설, 크리스마스에 매출이 집중돼 있어 이를 빅시즌으로 부른다. 갑자기 거래량이 많아 진다해도 매장에 상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2단계 PMS의 주요 내용이다.
3단계는 할인점과 슈퍼마켓 모두 상품 중단 없는 공급이 가능한 자동발주를 목표로 한다. 할인점은 항상 상품들을 대량으로 입수해 쌓아놓으며 판매도 대량으로 하지만 슈퍼마켓은 박스로 들여와 소량으로 묶어 팔며 소량만 진열장에 내놓기 때문에 매장에서 상품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3단계는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의 판매형태, 판매제품 등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다 결품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자태그(RFID)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RFID는 분명 혁명이 될 것이다. 혁명은 늘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RFID를 계산대를 통과하면 상품과 가격정보가 입력되는 정도로만 이해하는데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RFID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 사용하는 프로그램, 인프라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제조, 유통, 소비재, 물류·운송 등 전 업종에 확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에 많은 시도는 여기저기서 생겨날 것이다.
파일럿 프로젝트는 자본과 시간여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회수율(ROI)을 높이려면 신중해야 하고 앞으로 갈 길도 멀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했을 때 이를 시장에 내놓아 상품화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리는 것처럼 RFID도 아직 업계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했다고 해서 누가 선두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주파수 900~904Hz라고 말하지만 이것 역시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또한 태그를 아무데나 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액체에 강한 태그와 고체에 강한 태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테나 각도, 화물이 움직이는 속도 등에 따라 태그를 달리해야 한다. 가동률이 99.9% 이상 식스시그마 수준이 돼야 신뢰할 수 있으며 신뢰도를 확보해야만 전 업종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

IT비용 효율화를 위한 노력은.
▶우선 비용 구조를 보자. 기업의 IT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감가상각비인데, 이것이 절반을 넘는 60%이며 시스템운영비와 통신비가 30%, 인건비가 10%, 기타 경상비가 10%이다. 이중 인건비, 운영비, 통신비는 한순간에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실제로 인건비가 IT예산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크지 않다. 감가상각비를 줄여야 실제로 IT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감가상각비는 시스템에 대해 선투자 한 것을 매년 제외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투자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력을 충원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회사로서는 큰 손해다. 또한 사람을 뽑아놓고 제대로 숙련시키지 않아 회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내보낼 때도 비용은 들어간다. 담당 관리자가 구조조정 할 사람을 정해야 하고 사람들이 나가게 되면 조직의 분위기가 와해돼 이를 쇄신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비용이며 손실인 셈이다.
CIO가 IT예산이 없다고 고민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생각한다. IT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람을 줄이면 인건비, 복지비 등을 당장 절감할 수 있으나 여기에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CIO는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아웃소싱의 예를 들면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어도 더 잘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핵심역량에 집중해 이익을 높인다는 컨셉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위탁하면 아웃소싱 업체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으며 내부역량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는 목적과도 멀어져 노하우는 IT업체에만 쌓이게 된다.
또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아웃소싱서비스업체가 처음 계약했던 아웃소싱비용보다 해마다 올려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 내가 잘 모르면 아웃소싱업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지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테스코는 현재 판매접점(POS) 시스템을 IBM의 POS 특판 업체인 시스넷에, 서버와 통신은 삼성네트웍스에, PC는 발해시스템에 각각 운영 아웃소싱을 위탁했다. 삼성테스코는 3년 전 야간작업 헬프데스크 운영을 아웃소싱하면서 매년 5%씩 비용을 낮추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 전무는 아웃소싱업체에 "내부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업무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던 것.

IT인력에 대한 본사의 평가가 높다고 평가받던데.
▶현재 IT인력 50명 중 10명이 본사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영국, 인도 등으로 파견 나가 있다. 본사가 IT인력 지원을 더 요청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PMS 프로젝트 때문에 더 보내지 못했다.
삼성테스코는 모든 직원들이 연 20일 이상 교육을 받도록 돼 있으며 이 교육비만큼은 절대로 삭감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정해진 교육일자를 채우지 못하면 담당 팀장의 인사고과에 반영시키고 있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팀의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팀장이 조절하고 있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IT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나이가 들고 급여 수준도 높은데 글로벌 전문가들과 교류해 정보를 교환하고 배우는 전문가다운 IT전문가는 드물다. IT전문가라면 자기 나름대로 관점이 있어야 하며 경영에 대한 고민도 하고 IT업계, 특히 현업 담당자들을 만나 공부도 해야 한다. 내 조직의 일원들을 전문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CIO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강태 전무는 2001년 중반부터 삼성테스코에 몸담고 있으며, 그 전에는 LG유통 CIO, 한국IBM 유통영업 등을 맡았던 유통 IT 전문가이자 베테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이 전무는 BPI팀, 시스템관리팀, 운영팀, 개발팀, e커머스팀, e프로큐어먼트(Procurement)팀 등의 80명을 관리하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2007년 목표인 '국내 최고의 유통업체'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이강태 전무의 IT 활용 노력이 주목된다.

▲이강태 전무는 "유통기업의 거래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기업의 규모가 성장하는데 IT가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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