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현 국민연금공단 정보시스템실 실장



최현(51세) 국민연금공단 정보시스템실 실장. 그는 지난 1988년 국민연금공단 창립과 함께 입사, 21년째 이곳에 몸담고 있다. 전산직으로 입사한 그는 그 동안 주로 이와 관련 업무만을 맡아 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때문에 전산 시스템 규모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민 개개인들의 불만 및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함에 분명하다. 지천명의 나이를 갓 넘긴 최 실장의 백발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최 실장은 주로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많이 참여해 왔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재정추계모형' 프로그램은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와 살펴보고 극찬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가 개발을 주도한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시스템은 전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일본 등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그는 국민연금공단 전산화의 산증인인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구축하기 시작한 차세대정보시스템을 이달 1일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최고의 사회보장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본 인프라, 즉 연금시스템을 고객 및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면 재구축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전산화의 중심에는 항상 최 실장이 서 있다. 그를 직접 만나 본다.
김용석 편집주간 yskim@com-world.co.kr




차세대, 성공적 개통
차세대 시스템이 정식 개통됐다.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이 달라지는지요.
▶차세대시스템은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경영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특히 고객중심의 쉽고 빠른, 그리고 정확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구축 범위는 △연금업무시스템 재구축 △개방형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 △전자문서관리시스템 구축 △IT 서비스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단위 시스템 간 연계방식 표준화 △대외 연계 채널 일원화 △지식관리시스템 구축 등 7가지이다.
연금업무시스템의 경우 고객들을 위한 콜센터, 홈페이지 등 고객 접촉정보의 통합 및 평생 고객이력 연계를 통한 싱글뷰를 제공해 주고, 심사청구 등 주요 민원사무의 프로세스 개선 및 실시간 자동으로 피드백을 해 주는 시스템으로 다시 구축했다. 또한 자격 소급변동 처리 시 순차적 처리방식을 정정대상 이력만 직접 수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했고, 기존에 없던 가입이력DB를 구축함으로써 변동자료 및 징수ᆞ급여 간 연계업무 처리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현재 매월 25일 고지되던 당월 분 보험료를 향후에는 매월 1일부터 고지 가능토록 개선시켜 최대 25일 단축으로 납부 가능기간 확대 및 조기납부를 유도하고 있다. 급여 역시 지급결정 및 변경처리 가능기간을 확대, 즉 기존에는 20일부터 말일까지만 처리 가능하였으나, 향후에는 급여 이체화일 생성일(하루)을 제외하고 한 달 내내 실시간으로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차세대 시스템은 또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 각종 솔루션 등이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시스템으로 구축, 시스템 유지보수, 증설, 변경 및 신기술 도입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고, 기존 IBM 메인프레임 대비 향후 5년간 370억 원의 유지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게 됐다. 연금업무서버 및 DB 이중화로 신속한 장애 대응 및 무중단 운영체계 구축했으며, 서버 및 DB 접근제어, DB암호화 및 네트워크 보안시스템 구축으로 고객정보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차세대 시스템은 시스템의 성능 및 장애현황에 대한 실시간 종합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했고, 업무개선 요구 등 사용자 요구사항에 대한 접수 및 단계별 진행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자결재, EDMS, ERP 등과 기간계시스템 간 연계를 EAI 솔루션을 통하여 표준화했다. 다만 실시간 연계가 필요한 업무(홈페이지, 콜센터 및 EDI시스템 등)는 MCA 솔루션으로 연계시켰다. 대외기관, 즉 행정안전부, 금융결제원, 신한은행, 농협, 국민은행, KS-NET 등과의 연계를 MCA 솔루션을 통해 표준화했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장애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공단 내 지식을 축적 및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는데, 이는 지식의 체계적 관리와 공유체계를 위한 지식 맵 작성, 공단 지식을 지식관리시스템(지니)으로 통합관리하고 있다.

"차세대가 만능은 아니다."
금융기관을 비롯해 정부 산하 공단, 일반기업체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차세대가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물론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벽하다거나 완전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대세이고, 그 흐름에 따라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메인프레임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본다. 업무환경 변화에 따라 합당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두고 둘 중 어느 것이 올바르냐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장단점을 잘 살려 상호 보완하는 게 옳다고 본다. 물론 국민연금공단도 유닉스 위주로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메인프레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부 배치업무는 메인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기업체나 정부공공기관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떤 특정 기종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게 사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것 등은 대다수 고객들의 공통된 불만 사항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정보화 시스템 구축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공단의 주요시스템은 전 국민의 자격, 징수, 급여를 관리하는 연금업무시스템(기간계시스템)과 데이터웨어하우스, ERP, 4대보험정보연계센터시스템, 단위시스템(전자결재, 업무포털 등)을 갖추고 있다. ISP 컨설팅을 통한 중기전략을 수립하여 정보화사업을 추진해 왔고, 대규모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전담조직을 구성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다.

전산화를 위해 연간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요.
▶매년 약 300억 가량의 예산 중 법 개정 등에 따른 시스템 개선 및 신규사업 등에 약 20% 정도인 60억 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고, 나머지는 통합유지보수 등 기 구축된 시스템 운영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차세대 사업을 통해 주전산기 분야에서 운영비용을 절감하였는데 메인프레임 대비 연간 약 60억 원 정도를 절감했다.

연간 60억 비용절감
시스템 구축 시 공급업체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는지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공단은 사업관리, 공단 아키텍처 설계 및 검증, 프로젝트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급업체는 분석, 설계, P/G개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수행기간 중 공단과 업체 간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가 중요하기에 이슈 발생 시 조기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산실 조직 및 인원현황, 그리고 관리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1실, 6부, 직원 84명의 조직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IT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08년(1~5월) IT거버넌스 컨설팅을 실시하여 IT조직․인력운영 구조 개선안을 마련했고, 현재 단계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서비스 중심조직으로 개편, 지난 2008년 12월 IT Help Desk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올 7월 1일부터는 IT인력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고객/공통부를 신설해 현업부서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만이 내 세울 수 있는 장점과 특징이라면.
▶전 국민 데이터 기반의 대용량 자료처리 경험 및 능력 보유, 장기간의 데이터 관리 및 운영 능력 보유, 가입기간부터 연금 수급 후 사망 시까지 평생이력관리(최장 100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업무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요.
▶연금업무시스템 개발은 공단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대규모의 업무시스템 개발을 요하는 대형사업의 경우에는 경쟁 입찰을 통해 외주업체를 선정해 개발하고 있다.

"지독한 고생은 국민 봉사로 위안"
그 동안 전산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지난 1998년 IMF 당시, 국민연금 생계자금대부시스템 개발한 바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해 4월 16일을 기억하고 있을 만큼 나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해였다. 즉, 당시 전산 교육을 받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차관(최선정)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내용은, 어려운 사람들한테 국민연금의 70%를 대출해 주는 시스템을 15여 일만에 개발하라는 지시였다.
당시 제일은행에서는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진단을 했고, 저 역시 감당할 수 없는 기간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1주일 더 기간을 주면서 개발을 지시받았다. 결국 대출해 주는 업무부터 개발하고, 수납업무는 나중에 개발하자는 것으로 매듭을 짓고 개발과 검증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20여 일만에 개발했다. 개발하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밤낮없이 일했다고 할 만큼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 허다했다. 그러나 개통 첫 날, 2만 8,000여명이 신청해 시스템은 1시간 30분여 동안 다운됐다. 당시 주전산기는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이 1만 5,000여명 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결국 연말가지 24만여 명이 약 8,000억 원을 대출해 갔다. 당시 고생은 지독하게 했지만 어려운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21년여 동안을 겪어온 이야기를 한다면 끝이 없다.

현업 담당자들과의 업무 충돌은 어떻게 해결하는지요.
▶어느 기관(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IT업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임원이나 부서장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의사 충돌로 인한 시간소요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부서 간 이슈나 의사 충돌되는 부문이 발생되면 협의과정에서 필요한 기초자료를 준비하여 직접 찾아가서 협의하는 편이다.

직원들의 전산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요.
▶매년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업무분야별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보기획, 전략수립, IT아웃소싱, 프로그래밍, DBA, 네트워크, 서버 등 업무담당자별로 1인 1교육 원칙(전문기관 위탁교육 실시 중)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난관을 극복해야만 성공
유지보수 및 서비스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전국 서비스망을 확보한 통합유지보수 업체를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하여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他전산실에 조언이나 충고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IT는 어느 기관, 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업무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화 사업추진과 동시에 IT조직․인적 역량 강화를 병행하게 된다면 기관(기업) 경쟁력 확보에 기초가 될 것으로 본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창립 멤버이자 전산화의 산증인인 최현 실장은 사실 국민연금공단보다 일반기업체에 입사해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국민 서비스를 통해 봉사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어 국민연금공단을 택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보다 국민을 더 생각하는 공직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것도 후회 없이. 그는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의 그런 마음은 국민을 더욱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는 맹자 진심 편에 나오는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즉, 흐르는 물이 구덩이를 통과하지 않으면 흘러갈 수 없듯이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난관이 있더라도 꾸준히 해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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