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현 한국농어촌공사 정보화추진처장





조익현(54세) 한국농어촌공사 정보화추진처장. 그는 IT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어떤 일이든 그가 맡으면 쉽게 해결해 낸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가장 굵직굵직하고 중요한 업무들이 주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2000년과2006년에 각각 맡은 3개 기관(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통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농어촌종합포털 서비스 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3개 기관 통합시스템은 고도화, 표준화, 그리고 웹 환경 등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포털시스템 역시 다른 부처에서 벤치마킹을 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털 사이트는 개통 1년여 만에1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다른 기관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조 처장은 이로 인해 공로를 인정받아 1급으로 승진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ERP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완료시키기도 했다. IT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배경이 바로 이 같은 이유임에 분명하다. 사실 조익현 처장은 토목학 전공자로 설계, 시공, 감리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았었고, IT 업무는 그의 30여 년 한국농어촌공사 근무기간의 약 25%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그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는 IT를 경영의 실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IT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한 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조익현 처장을 직접 만나본다.

IT는 경영의 실천 도구
현재 전산화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미래 방향은 무엇인가.

▶2000년 통합공사 출범으로 종전 3개 기관에서 수행한 역할과 사업을 유지?발전시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현재 21세기 선진 농어촌건설을 위한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단계로 정보인프라구축, 전 직원의 사무자동화 능력 달성을 추진해 왔고, 2단계로 정보기술을 단순한 업무자동화 차원에서 벗어나 최신 정보기술을 적용한 정보시스템 고도화로 전환코자 IT표준화, 정보시스템통합, 업무프로세스 개선, ERP프로젝트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 공사경영선진화 전략에 부응하는 미래 방향으로, IT선진화계획을 수립하고 정보화에 대한 전체 청사진과 제도를 정착하여 IT를 경영의 실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IT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코자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농어촌공사는 1972년 기술 분야 전산화를 시작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사무자동화가 시작되었고, 공기업으로는 선도적으로 농업토목 단위기술프로그램, 경영정보시스템(MIS) 및 지형정보시스템(GIS)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부터 전사적인 경영 및 행정 분야를 정보화 하였으며, 1998년부터 전 조직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 정보 유통체계를 폭 넓게 개선했습니다.

또한 2000년에는 3개 기관(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이 통합된 후 주전산기를 비롯한 서버(33대)도입, 재무정보통합시스템 등 일반관리 23종, 사업관리 18종 등 공사 전 업무 분야에 걸쳐 정보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04년부터 정보화업무 고도화 일환으로 전사정보포탈(EIP), 전자문서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했고, 2006년에는 공사 시스템에 산재하고 있는 중요 데이터의 통합 및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목적으로 전사적경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구축해 2008년부터 서비스함으로써 공사의 IT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IT로 연간 105억 효과
연간 투자비용도 많을 텐데, 투자대비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요.

▶2009년도 정보화와 관련된 예산은 약 240억 원으로 편성되어 있고, 전체예산 대비 정보화부문 투자는 0.8% ~ 0.9% 수준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를 전 시스템에 대해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구축한 ERP 분석결과 연간 약 105억 원(정량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2000년 이전의 정보시스템들은 대부분 개별 업무활용을 목적으로 구축된 반면, 그 이후부터는 사용자들의 비즈니스요구 뿐만 아니라 운영환경, 시스템간의 연계, 통신, 네트워크 등IT 트렌드 변화에 따라 WEB 기반으로 전환했고, 정보시스템 표준화를 목적으로 e-krc개발방법론 및 관리방법론을 도입하여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만의 특장점이라면.

▶고객 측면에서는 2005년도부터 '웰촌(Welchon) 포털'을 구축하여 농어촌 정보, 그린 투어(농촌관광정보), 귀농정보 및 GIS 기반의 지역정보와 관련된 독자적인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농?귀촌에 대한 회원을 20만 명 이상 보유하여, 쌍방향 고객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업무프로세스 측면에서는 ERP 구축을 통해 재무회계, 인력정보 등 10개 업무분야 310개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했고, 단위업무에서 발생한 정보를SEM(Strategy Enterprise Management)을 통해 고급의 경영자 의사 결정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IT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e-krc 개발방법론 및 관리방법론을 구축하여 표준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GIS와 관련하여, 농촌용수, 경지정리 등 다양한 주제도를 보유하고, 농림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토목기술 분야에서는 도로설계, 양?배수장 설계 등 토목설계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IT는 단순 만능이 아니다
가장 어려웠거나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어려웠던 일이라면 IT에 대한 현업의 시각입니다. IT에 대한 마인드 부족으로 정보시스템을 단순 만능으로 생각하여 인공지능수준의 기능을 요구하거나 정보시스템으로 폄하하는 경우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거나 대부분의 직원은 IT 조직 및 정보시스템에 대해 우호적이나, 일부직원 중에는 비우호적인 직원도 있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보람이라면 정보인프라 구축하고, 신규 정보시스템을 개발하여 개통한 후 직원들이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원들이나 각 부서 요원들의 배려와 지원, 인식은 어떻습니까. 만약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IT 선진화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업무에 주는 정보화의 기여도가 74%로서 직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화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70%가 공사 경영전략과 IT 전략이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으며 공사정보화가 공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 외에 일부 부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으나 정보화와 관련하여 갈등이나 충돌은 없었으며 임원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업무 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요.

▶시스템 개발이 확정되면 시스템의 규모와 기간 등을 감안하여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외주를 통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단위 업무 시스템 개발 및 레가시(Legacy, 기간계시스템) 유지보수는 자체적으로(In-house)로, ERP 등 대형 프로젝트는 아웃소싱(Outsourcing) 형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전산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요.

▶매년 교육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으며, 정보화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직원들에 대한 OA교육 및 시스템 사용자 교육과, IT전문교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OA교육은 온-라인(Cyber)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시스템 사용자 교육은 본사와 각 지방의 지역본부에서 집합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IT 전문교육은 IT 인력을 중심으로 자체 OJT 교육과 외부 전문기관 위탁교육이 있습니다.

직원은 삶을 함께 나누는 '동역자'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他전산실에 조언이나 충고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사용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IT 업체가 아닌 기업에서 IT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는 없습니다. 즉, 정보시스템 사용자는 IT 부서가 아닌 현업 또는 외부 사용자입니다. IT부서는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사용자와의 긴밀한 협업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상호보완 측면에서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수반될 때 정보시스템 및 IT 조직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IT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IT 전문가들보다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정보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국내 정보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과연 국산화율 면에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국산화율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HW 및 SW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외산 의존도가 높습니다. 정부에서는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업계에서도 국산화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HW 발전 속도에 비해 SW 발전이 뒤처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IT 개발인력 양성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우수 인력을 발굴?육성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세계적인 정보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정책과 사회적인 대접을 통해 보다 많은 IT우수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조익현 처장은 부하 직원들을 관리 대상이 아닌 같이 일을 하는 '동역자'라고 강조한다. 즉, 그 무엇인가의 목표를 향해 삶을 함께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것이다. 부하 직원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유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가 있는 한 한국농어촌공사의 정보시스템은 최고의 수준을 유지할 것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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