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서울우유 경영정보실 팀장

원산지 허위 표기, 모 업체의 새우깡 사건, 만두에 이은 김치 파동 등 끊이지 않고 해마다 반복되는 식품 업계의 소비자 우롱 사건들 속에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를 신뢰하지 않게 됐으며, 유통기한 확인에서 더 나아가 원산지와 원자재 및 첨가물 기준까지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 모습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 생활로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풍조 속에서 지난해 7월 국내 유제품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우유가 또 한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여론을 집중시켰다. 바로 유제품에 대한 제조일자 표기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일이었다.
국내 식품안전기본법에 따르면 유통 식품에 제조일자 또는 유통기한 중 하나만 표기하도록 하고 있지만 서울우유는 과감히 이를 탈피, 제품 패키지에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함께 표기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며 제조일자 표기 시작 후, 불과 2개월 만에 하루 우유 판매량 나흘 연속 1000만개 돌파를 이뤄내 경제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하락에도 아랑곳을 않으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와 같은 서울우유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 마인드의 실현 배경에는 서울우유 정보화 시스템의 완벽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입사해 22년 동안 이러한 서울우유의 IT 혁신을 한결같이 이끌며, 정보화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박철수(50) 경영정보실 팀장을 직접 만나 봤다. 김두탁 기자 kdt@itdaily.kr

"철저한 보안 속에 1년간 업무 프로세스 정비"
제조일자 표기제 도입 등 업무 추진과 관련한 정보화 시스템의 역할은.
▶ 사실 2008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800만개였던 우유 판매량이 15% 이상 성장하며 현재 하루 1천 만개(200ml 기준) 이상 판매되기까지 공헌한 제조일자 표기제 시행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엔 사내 반발도 있었다. 유통기한이 아닌 제조일자 중심의 판매를 시행 한다는 것은 생산 즉시 출고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되며, 이를 위해 공장과 대리점은 제품 출고 시간에 맞춰 한 몸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조일자 표기제 시행을 위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공장설비 교체를 시작으로 1년간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 PRM 시스템의 완성을 이끌어 내며 2차 고객 정보분석을 통해 시장 흐름까지 반영한 정보지원 시스템으로 업무 추진의 실행을 완벽히 뒷받침 했다.

"기획실 내에 별도 SCM팀 신설"
정보화 시스템의 도입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 서울우유의 업무전산화는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볼 때 비교적 빠른 시기인 1976년 12월에 농협중앙회 컴퓨터를 이용한 원유대 처리에서 비롯되었다. 종전의 원유대 지급업무는 매회 20여 명의 인원이 매달려 반복 계산 처리해야만 유대를 지급하였으나 전산화 작업 이후 전산요원 몇 명이 신속/정확하게 마칠 수가 이었다.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인 변화라 할 만 했다. 최근 정보시스템은 2001년 12월 프로젝트 팀 발족과 함께, ERP팀 교육을 시작으로, 2003년 5월 ERP 전 부문(영업, 생산, 재무)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6월 ERP 안정화 1단계(핵심 프로세스 중심의 전체업무 흐름 안정화 확립단계)부터, 9월 ERP 안정화 2단계(사용자 편의성 추구단계), 2004년 1월 ERP확대 단계(신규 프로세스 추가개발)를 거쳐, 2005년 SCM 확대와 2006년 CRM 프로토 타입 적용, 2007년 집유 TMS 도입, 2008년 1월 EDMS 도입과 11월 BPM을 도입한다. 2009년 5월 제안 시스템 고도화와 11월 KMS 및 PMS를 도입했고, 2010년도 계획으로는 12월 현재 전체 60억 원 중,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며, 약 20억 원을 들여 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특히, 2010년 1월에는 기획실 내에 별도 SCM팀을 신설하게 된다.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정보화 시스템"
서울우유 정보화 시스템만의 특, 장점은.
▶ ERP와 완벽한 연동을 자랑하는 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이다. 전화주문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타 업체들과 달리 완벽한 주문 생산 시스템(단시간에 약 8만 건의 주문 처리) 구축을 통해 ERP시스템 업그레이드 후에는 40분 걸리던 주문 변경 시간도 5분으로 단축, 선진 사례 견학을 온 콜럼비아'알피나'경영진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많은 국내 업체들의 벤치마킹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 동안 어려웠던 일과 보람 있었던 일은.
▶ ERP 프로젝트 마무리시점에 CEO가 교체되면서 추진 프로젝트가 미뤄지며, 제대로 업무 추진이 어려워졌을 때 경영진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했다. 반대로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추진된 EDI(전자문서교환, 주문 DATA 혁신) 시스템 구축 후, 기존에 수작업으로 하던 수/발주 업무를 EDI로 처리함에 따라 연간 25억 원에 달하는 비용절감과 처리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인정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다른 부서에서 우리를 위해 자기부서의 포상금까지 우리부서에 배정해 줬을 때 정말 기뻤다(웃음). 윈도우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선 대리점을 일일이 돌며 대리점주를 이해시키고 PC작업까지 하며, 콜센터 환경에서 2003년 웹(WEB) 환경으로의 전면 개편을 이뤘을 때는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었다.

임직원들의 배려와 지원은 어떤지, 의견 충돌 시 해결 방안은.
▶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경영진의 정보화에 대한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 경영진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오히려 경영진에서 정보화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09년 프로젝트 혁신팀을 신설한 것을 비롯, 2010년에는 경영진 직속으로 SCM팀 신설을 확정할 정도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또, 의견 충돌이랄 것도 없었지만 어떠한 사안에 대해 중역회의 등에서 직접 설명과 같은 방법으로 상호 이해를 위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끌어 내고 있다.

"업무 개발 100% 현업 주도"
업무 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 거의 100%로 현업 주도로 이뤄진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현업 부서의 업무 프로세서를 이해 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또 현업부서 직원을 직접 참여시켜 업무를 개발하고 있기에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심지어 웹화면 디자인까지 현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상호 협의도 병행하고 있다. 실례로 TMS, 마케팅 파일시스템, 인사통합정보시스템, 낙농정보시스템 등 모든 업무 개발이 현업주도로 이루어 졌으며, 당연히 결과에 대한 업무 활용성 및 직원만족도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전산 교육은.
▶ 사내 아카데미를 통해 ERP 및 기타 정보 시스템과 정보화 교육을 전 직원에게 실시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강사 초빙은 물론이고, 학점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진급 대상에 대한 심사까지 반영시키고 있어 직원 정보화 교육에 매우 효과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정보시스템 발전시켜 경영 극대화 추구"
정보시스템 및 IT조직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에는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형태를 변화시키고 의사결정 시점과 조직을 바꾸기도 하며 정보로 인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현업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선도하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는 통합된 정보시스템을 구축 및 발전시켜 경영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100% 주문 생산시스템을 구축한 현재, 우유 판촉의 경우 기존 100%였던 제도권 판촉은 2009년 4월 기준으로 51%로 줄었으며, 온라인 판촉이 29%, 기타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이면 나머지 판촉활동이 제도권 판촉을 확실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 발전에 정보시스템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막중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정보 시스템 통합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곧바로 수익 증대로 직결되는 현실에서, 진정한 VALUE 가치 창출을 위한 이러한 모든 것을 위해서 IT조직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미래 변화 방안은.
▶ IT의 기대역할이 변화됨에 따라, Service Quality 향상, Cost Reduction 등 전통적인 IT 기능과 더불어 성장 Speed, IT서비스를 통한 Business Innovation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새로운 IT Value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비즈니스 가치 증대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T부서의 경우 CEO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말과 달리 아직도 지원부서 성격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IT부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 경영진과 CIO가 포커스를 일치 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비즈니스 가치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성장 추구를 이끌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시멘트회사, 건설회사, 식품회사 등 일견 IT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들로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숨은 배경에는 IT 혁신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경영관리의 혁신은 디지털 경영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경영은 경영진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서울우유의 경우, IT 부서만이 아닌 모든 팀장 이상은 아이디어 발표를 위한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다. 팀장 이상뿐만 아니라 현업직원 모두 아이디어 회의를 갖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신기술, 또는 사내 이슈를 가지고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전 직원이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세미나를 통해 풀리지 않던 오랜 숙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또, 이러한 성과는 서울우유 사내에서 경영진을 비롯해 직원 중에 IT를 단순 기술부서만의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IT부서는 단순 기술부서라는 인식을 버리고, 모든 임직원이 'IT 전사(戰士)'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디지털 경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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