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뱅킹 시스템 방향은 '인텔리전스'"
고객·상품·채널·경영리스크관리를 큰 축으로

M&A를 겪으면서도 30년 넘게 연속 흑자를 내온 하나은행이 최근 정보시스템에 매스를 들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국민은행의 차세대 뱅킹 시스템 프로젝트를 맡고 있던 조봉한 박사를 영입했다. 현재 하나은행 CIO인 조 부행장보는 당시 김승유 하나은행 행장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흔쾌히 하나은행을 선택했다.
하나은행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차세대 뱅킹 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인데, 조 부행장보는 차세대 뱅킹 시스템의 핵을 '인텔리전스'로 규정했다. 즉 '차별화된 정보로 가치를 창출한다 것'인데, 이는 곧 조직이나 시스템이 유연해야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나올 새로운 상품이나 새로운 금융권과의 통합 등 어떤 환경에서도 시스템간의 유연한 결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봉한 부행장보를 직접 만나 하나은행의 차세대 뱅킹 시스템에 대해 상세히 들어 본다. hjpark@it-solutions.co.kr>

정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만 이를 차별화하지 않으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인텔리전스'는 바로 차별화가 핵심이다. 정보의 차별화란 '목적이 있는 정보(Goal Oriented Information)'이다. 정보에서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그 정보가 왜 필요하며 어디에 쓰일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조봉한 부행장보의 판단이다.

마케팅의 핵은 '인텔리전스'

차세대 시스템의 기본 방향은.
▶구체적으로 고객, 상품, 채널, 경영리스크관리 등 4개의 큰 축으로 방향을 잡았다. CRM이 있긴 하지만 고객을 분류하기 어렵다. 하나은행은 고객의 행동이 어떻게 나타날지 알고자 하며 이를 위해 고객의 요구사항들을 직접 추출하고 파악해 이를 고객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수익과 고객이다. IT가 지원하는 고객의 모든 인텔리전스를 꺼내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핵심이다. 은행의 상품 중에는 ▲방카슈랑스 ▲신탁 ▲수익증권 같은 간접상품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려면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나열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품관점으로 접근해 무엇이 더 나은지를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에게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품의 입체정보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시하고 창구 직원들이 상품끼리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대하는 채널은 창구 이외에도 인터넷이나 콜센터도 있는데 이 가운데 상품을 어떤 채널로 판매하는 것이 좋고, 스크립트(Script)는 어떤 것을 쓰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들은 IT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분석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프러덕트 팩토리(Product Factory)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창구 직원이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를 전부 숙지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창구 직원이 상품을 숙지한 후 판매하면 경쟁사에게 이미 고객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창구 직원들이 상품을 일일이 숙지하지 않고 고객분석정보로 상품을 접근해 해당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현재 이 고객의 자금이 어느 정도이고, 언제 사용할 것인지 등의 목적을 파악해 비교 상품들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차세대 뱅킹 시스템은 채널간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추구한다. 은행 창구, 인터넷, 콜센터 등 고객이 어떤 채널을 사용한다 해도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가령 이메일이나 콜센터로 상품 정보를 받은 고객이 인터넷에서 지불하거나 창구에 입금한 뒤 입금을 확인하면 휴대폰단문메시지(SMS)나 이메일로 전달해 줘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채널간의 정보 교류가 가능해야 한다.
은행의 수신 중에는 적립성 정기예금이 주를 이루는데 이 적립성 정기예금은 상품마다 코드로 짜여 있고 약정은 하나로 이뤄졌는데 상품입장에서만 약정이 정해져 있다. 때문에 정책이 바뀌면 가격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시스템은 한 상품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크게 고객, 상품, 리스크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중 리스크담보로 은행이 수익을 내기 때문에 리스크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바젤Ⅱ 프레임워크가 있다면 여기에 맞춰 '어떻게'를 정의하고 선진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 데이터가 정확한지, 얼마 동안 보관해야 하는지 등을 정의하는 것이다.
경영리스크 이외에 운영리스크가 있는데 이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며 이 운영리스크에 대해서는 리스크본부가 별도로 있어 담당하고 있다.

EA 컨설팅사, 복수로 선정

EA컨설팅업체를 복수로 채택한 배경은.
▶복수 업체를 선정할 때는 발주사가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 수 있다. 사실 프로젝트를 한 업체가 전담하면 발주자로서는 편하다. 그러나 제안서(RFP)를 받았을 때 하나은행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가진 회사가 없어 여러 회사를 선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말 총 6가지 과제로 이뤄진 EA컨설팅 사업자로 삼성SDS와 딜로이트컨설팅, IBM BCS코리아 등을 선정했다. 각 과제는 ▲삼성SDS가 애플리케이션아키텍처(AA), 데이터아키텍처(DA), 기술아키텍처(TA) 등을 맡고 ▲IBM BCS코리아는 비즈니스아키텍처(BA), IT서비스관리(ITSM) 등을 ▲딜로이트컨설팅은 프로젝트관리조직(PMO) 등을 각각 맡기로 했다.
AA,?DA, TA는 서로 연관성이 크고 어렵긴 하지만 중요한 요소이다. 은행전략부터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EA가 잘 설계돼야 한다. 또한 AA, DA, TA를 연결해 인텔리진서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EA컨설팅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세대 뱅킹 시스템의 정확한 예산을 산정하기 어렵다.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은 비즈니스에 위험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한 번에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고 효과가 높은 부분부터 진행할 것이다. 기존 시스템은 트랜잭션 지향적인 시스템이어서 거래위주였는데 이러한 구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차세대는 '차세대 영업기반' 갖추는 것

타 은행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차세대 뱅킹 시스템은 새 패키지를 도입하는 것으로 접근했다. 하나은행은 새 패키지 구축이 아니라 차세대 영업 기반을 갖추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면 이에 맞춰 IT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현재 잘 가동되는 것까지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새 패키지를 도입하면 회계처리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리스크를 처리하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실시간기업(RTE)을 구현하는데 어떤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모든 업무를 RTE로 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업무, 즉 고객에게 서비스를 할 때, 상품을 팔 때에 대해서만큼은 실시간으로 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이를 즉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상품간의 결합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른 은행들은 시스템 정렬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컨설팅과 구축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 시스템을 정렬했다 해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렬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면 편하겠지만 시스템을 사용하다보면 이는 쉽지 않으며 이를 갖춰 나가려면 IT 거버넌스와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인텔리전스 인프라스트럭처를 위해서는 IT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IT부서는 비용센터로 인식돼 IT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핵심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 관건이며 은행이 지금까지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의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 5등급으로 세분화

무엇이 달라지는가.
▶현 시스템은 상품 위주로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차세대 영업이란 고객에게 정보를 파는 것이다.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효율적으로 판매하느냐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프로세스가 자동화돼야 한다. 하나은행은 이미 80% 정도 자동화됐다.
창구에서 고객을 대할 때 상담하고 상품을 파는 것 이외에 고객의 자산가치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전 고객으로 확대해야 하지만 과연 비용대비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고민이다. PB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차세대 시스템이 지원해야 한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하나은행을 만날 때도 '내가 대접 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할 것이다. 가량 캠페인을 하더라도 가치를 느끼도록 말이다. 하나은행은 고객을 현재 3등급에서 좀 더 세분화해 ▲하나VIP ▲VIP ▲하나패밀리 ▲패밀리 ▲그린 등 5개 등급으로 나눌 계획이다. 고객이 하나은행에 기여하는 바가 다르듯 이들에게 맞는 서비스와 상품도 차별화돼야 한다.

차세대 시스템의 경제적인 효과는.
▶국민은행 CTO였을 때는 수치로 환산한 적이 있으나 하나은행에서는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ABC(Activity Based Cost)까지 내려가야 하고 과연 이 변화가 어디서 나왔는지 규정하기가 어렵다. 대략 나온다. 4년 후 하나은행과 비교해 EA컨설팅을 하면서 계산할 것이다. 아직 차세대 시스템에 어느 정도 예산이 들지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나은행의 1년 IT투자액은 1,000억 원인데 지금부터 들어가는 투자는 모두 차세대 시스템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PB시스템, 수익증권,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등이 서로 연관돼 있다.
EA가 갖춰지면 비즈니스 입장에서의 차세대 뱅킹 시스템에 대한 그림이 나온다. EA컨설팅은 올 8,9월쯤 마무리될 것이다. EA이후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차세대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차세대 시스템은 어떤 하드웨어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비용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성할 지가 관건이 된다.
IT 거버넌스만 제대로 확립됐어도 예산 낭비는 크게 줄일 수 있다.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는 항상 내부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국민은행에서 4개월간 프로세스를 만든 적이 있다.
투자가 많아야 투자회수(ROI)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대로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데 국내 IT예산을 절대금액으로 따져봤을 때 적은 편이다. 제대로 구축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이는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라이프사이클에 대해서 기획을 잘못하고 계획을 잘못 세우면 망치는 것이다. 시스템 하나를 만들 때 마치 떨어져 있는 섬처럼 만들기 때문에 호환이 안 된다. 데이터도 중복되고 연결 프로젝트를 별도로 추진해야 하는 등 그 결과가 스파게티면 처럼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내부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이 많으니까 그만큼 관리비도 많이 드는 것이다. 표준을 따르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시스템이 다운되는 것은 아키텍처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뱅킹이 다운되지 않으려면 로드 밸런싱이 정확하고 오류 전달이 제대로 돼야 한다. 이체업무의 경우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체업무를 이용하는 고객을 분석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배치작업으로 할지, 아니면 실시간으로 할지에 따라 특성이 다른데 각 특성에 맞는 기술을 세팅해 정리해야 한다.
굳이 메인프레임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간접상품이다. 시스템이 유연하다면 이러한 상품들이 어디에 속하는가를 알고 대입만 하면 된다.

주인의식 있어야 IT조직 발전

정보전략본부와 전산정보본부를 맡고 있는데.
▶올해부터 전산정보본부(270명)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나은행에 합류했을 때는 정보전략본부(80명)를 이끌며 인텔리전스가 무엇인지 방향을 잡았다. 당시 행장을 통해 언젠가는 전산정보본부를 맡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조금 빨리 업무가 주어졌다.
전산정보본부는 IT인프라를 운영하는 조직이고, 정보전략본부는 IT와 현업이 반반씩 섞여 있다. 두 본부 인력들은 로테이션하면서 업무를 바꿔주며 그 결과 개개인의 자질을 높이고 있다. 정보전략본부에서 일하면 현업 관점을 키울 수 있고 전산정보본부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준다.
주인의식만 있으면 IT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변화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며 이미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우선 5년 후인 2009년에 하나은행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본다. IT가 금융의 판을 바꾸고 있고, 또한 변화의 주체인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은행을 바꾸는 역할을 한 것과 같다.
IT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하나은행은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을 꼭 금융에서만 찾지 않는다. 월마트, 시스코, 델 등에서도 찾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드시 IT의 지원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IT인력들의 교육은.
▶교육 제도는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연간 IT예산 가운데 1%인 10억 원 정도를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내부에서 직접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면 예산 절감 효과가 클 것이다. 하나은행 IT는 뛰어난 회사다. 선진기업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하나은행의 IT조직은 인텔리전스를 만드는 조직이 되도록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은행이 영업하는데 인텔리전스를 줄 수 있는 IT가 되도록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뽑아 사용하는 인텔리전스 인프라를 갖추는 조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로드맵은 차세대 영업에 필요한 조직을 목표로 하며 조직도 유연해야 한다. 또한 사람 배치가 유연해야 하다. 사람 배치가 유연하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영과 개발을 분리할 계획이다.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은행은 프로그램마다 전담 인력을 두고 이 사람들은 다른 업무를 맡지 못하고 여기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IT인력은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개발과 운영을 분리하면 아마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지금은 멀티 플레이어를 위해 주-부 담당을 정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주-부 담당에 대한 로드맵은 올해? 말까지 갖춰 3년 후에 완성할 계획이다.
지금의 IT조직은 수직적이다. 지금부터 하나씩 변화해야 하며 프로세스혁신(PI)은 문화부터 바꾸는 것이다.
IT서비스관리(SM)를 EA중 하나로 거버넌스에 있다. 올 하반기부터 PI 작업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추진하려면 1년 정도 걸린다. IT만 먼저 하고 전 은행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BPM을 추진하려면 강제적인 것도 필요해 누군가가 나서줘야 한다.
한편, 조 부행장보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석·박사 과정을 거쳐 오라클 미국본사에서 일했으며 귀국한 후 국민은행의 CTO로서 차세대뱅킹시스템 구축사업을 담당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세대 뱅킹 시스템 구축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