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한응수(57세) 원장. 그는 30년여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 생활을 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런 그가 DB 산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DB산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산업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DB산업협의회'를 구성해 DB산업 발전을 위한 각계의 중지(衆志)를 모으고, 인력양성 및 공급을 위한 'DB산업인적자원개발협의체'도 구성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데이터품질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데이터의 품질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고, 연말에는 국내 DB산업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인물이나 기업들을 선정해 널리 알리기도 했다. 한 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DB산업을 별개의 영역으로 지정해 성장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DB산업 발전법'과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 준비하고 있다. 원장으로서는 당연히 해야만 할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7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이처럼 역동적인 활동을 펼친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전문 분야도 아닌 인물이 이 같은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와 산업 발전을 위한 순수한 열정과 분명한 소신을 가진 한응수 원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대사에서 DB산업 육성 전도사로 변신한 한응수 원장이 있는 한 국내 DB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이함에 분명하다.

솔직 담백한 인물

"솔직하게 살고, 하루를 살더라도 당당하게 살자.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철학에 대한 한응수 원장의 첫 마디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은 선홍색 빛깔을 띠고 있었고, 맑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57년 동안 살아온 얼굴 같지가 않았다. 인터뷰 답변에도 거침이 없고, 시원시원했다.

한응수 원장이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하 KDB)에 취임한 것은 지난 2009년 6월이다. 이 달로 1년 8개월째 역임하고 있다.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님에도 그가 그 동안 추진해온 일들은 KDB의 17년 역사 그 이상이다.

한 원장은 취임 4개월여 만에 DB 관련 학계와 기업 등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DB산업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이 협의회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시킨 지원책을 만들어 정부와 업계, 학계가 상생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했다고 한다. 이 협의회는 초기에 22개 회원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개 이상의 기업과 연구단체, 기관이 참여하고 있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분과도 DB서비스, 컨설팅, 솔루션 등 3개나 된다. 한 원장이 발로 뛰며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원장은 취임하면서 국내 DB산업 현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이나 연구기관 및 교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만 할 지 등에 대해 파악했다고 한다. DB산업을 잘 모르기도 했겠지만 한 원장의 기본 업무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산업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한 원장의 지론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의 공직생활도마찬가지였다는게주변관계자들의지적이다.

발로 뛰며 DB산업 실체 파악

아무튼 그가 맨 처음 찾은 곳은 DB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와 강남지역이었다고 한다. 또한 DB학회나 DB Society 등과 같은 학계의 교수들과 연구소 등도 찾았다. 하지만 '원장에 취임했으니 의례적인 방문'으로만 생각할 뿐 마음을 열지 않아 국내 DB산업과 관련된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KDB에 대한 믿음이 약했고, 산업발전을 위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 원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원장은 그러나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라고, 멈추지 않고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DB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기에 노력했다.

결국 DB산업 관계자들은 한 원장의 진정성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고, 'DB산업협의회'라는 단체도 구성하게 된 것이다.

한 원장은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만 한다"며 "말만 무성하고 결과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적당히 주어진 일만 하면서 3년 임기만 채우다 퇴임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지적하지 않는 게 기관장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 현상유지만 하려는 기관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원장도 물론 그렇게 임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

그러나 그는 다르다는 게 그를 아는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는 1979년 행정고시 22회로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언론학을 전공한 그는 문화공보부 근무를 자원했고, 공보처 방송과장과 문화과장을 역임하고, 미국 시카고총영사관 홍보관, 대통령비서실행정관, 뉴욕총영사관 홍보관, 국정홍보처 미디어지원단장 등을 역임했다. 한 원장은 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국가관이 남다르고, KDB 원장으로서의 업무 수행이나 책임감 등도 확실하게 달랐던 것이다.

특히 그는 80년 초 행정사무관 시절, 방송법과 정기간행물법을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제5공화국의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되는 '언론기본법'에 분명히 반대를 했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는 KBS와 MBC 두 개 방송국만이 독점하고 있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 다채널 케이블 방송과 위성방송국 체제로 가야만 한다는 정책을 처음으로 마련한 게 한 원장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국정TV 방송국 설립도 중요하지만 국가정책에 대한 각종 콘텐츠를 2~3천 명이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로도 평가된다.

한 원장 본인도 이에 대해서는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있고, 문광부 시절 가장 잘 한 일 가운데 하나로 손꼽고 있다.

외산DB 93% 점유는 비정상

아무튼 한 원장은 현장 방문을 통해 KDB가 해야만 할 분명한 역할과 책임을 찾았다고 한다. 우선 그는 국내 DB산업 시장이 너무 외산 위주로 돼 있는 현상에 대해 너무 놀랐다고 한다. 사실 국내 DB 시장은 외산이 93%를 차지할 만큼 비정상적인 구도를 갖고 있다. 이런 구도로는 국내 DB산업이 활성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미래 비전도 없다는 게 한 원장의 시각이다.

한 원장은 이에 따라 국방부 등의 주요 정부 기관들을 직접 찾아 국산 DB 도입을 적극 권장했고, 알티베이스, 티맥스, 큐브리드 등의 국산 DB 개발업체 관계자들도 만나 상생할 수 있는 대화를 갖기도 했다.

결국 국산 DB 개발 공급업체들은 상호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는데 합의했고, KDB는 이들 국산DB들의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DB산업 육성을 위해 ▲DB정보유통지원 ▲데이터 품질 표준화 ▲DB인력 양성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응수 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DB유통, 품질향상, 인력양성에 역점

3가지 중점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KDB는 공공DB 민간이용 활성화, 데이터 품질관리, DB인력양성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중 DB서비스 시장은 DB산업의 45.8%를 차지하면서 5조 원을
육박하는 규모로 DB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유통지원 업무에 50% 이상 집중적 투자를 할 계획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사업 추진 기관'으로 지정되어 공유저작물 이용 촉진, 합법적인 저작물 유통 기반 확립에 집중할 것이다. 공유저작물의 디지털화와 활용 확산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을 추진하여 기업들의 신규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공DB는 대부분의 기관에서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스템 연계가 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DB진흥원의 역할은 공공DB를 총괄적으로 모아서 공공DB의 유통에 정보기지로써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데이터 품질관리는 DB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 품질에 대한 진단을 1년에 20건 정도 실시해 본 결과 오류율이 5% 정도로 상당히 높다. DB품질 성숙수준은 전체 5레벨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도입단계인 1레벨에 불과하다. IT강국 치고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통 1레벨을 끌어 올리면 액 58.9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DB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데이터는 표준화가 돼 있어야 다른 프로그램과의 연계 활용이 가능한데,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았다. 해서 KDB는 ▲ DB Framework과 ▲ DB Metadata 등의 두 개를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국제기구 협의체에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것이 2012년이나 2013년에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DB산업 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KDB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데이터 품질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인증을 해 주고 있다. 이미 서울시, KISTI, NIPA, 산림청 등은 지난해 DB인증을 받았고, 현재도 이에 대한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DB품질 표준화 추진

DB인력 양성과 관련, 현장을 다녀본 바 대학교에는 DB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별로 없었고, 실험할 DB도 없었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고급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산업과 학계가 엇박자 형태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DB산업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관련 기업들에게 실험용 DB를 대학교에 기증시켜 대학교들이 전문 인력 양성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지난해 중앙대학교, 건국대학교, 부경대학교 등 9개 대학과 MOU를 체결했고, 올해도 10여개 대학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DB 관련 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시험 볼 자격을 주는 △DAP(Data Architecture Professional, 데이터 설계)와 △SQL 자격시험을 기말시험으로 대체시키도록 적극 권장해 우수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방학 중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DBMS시장은 외산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비정상적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한다고 보는가.

▶ 우리나라는 외산 DBMS가 93%를 차지하고 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DB소프트웨어 시장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는데, 외산 제품은 경비가 높아 외화의 지출도 크다. 성능 면에서도 국산제품의 수준이 상당히 개선되어 외산과 비교해보아도 뒤쳐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산제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DB진흥원은 국산제품의 요율을 높이기 위해 세미나 및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산 제품과 외산제품의 비교 성능테스트를 위해 BMT를 시행하여 국산 제품의 홍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DB 산업규모는 올해만 약 10조 원을 예상할 만큼 시장이 상당히 크다. 고용인력 규모는 제조, 방송, 출판에 이어 4번째이다. 따라서 DB산업을 별도의 영역으로 지정,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적 및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KDB는 가칭 'DB산업발전법'을 만들기 위해 2년여 동안 연구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회 문광위와 5번의 토론회를 가졌다. 법이 제정되면 DB산업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DB, 별도 산업으로 지정 필요

공공DB가 구축은 잘 돼 있다고 하지만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고로 스마트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앱의 경쟁으로 발전된다. 민간의 앱 개발 유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민간의 창의력을 동원하여 앱 개발이 유도 될 때 1인 창조기업과 같은 사업 환경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공은 민간의 창의성을 침해하는 앱 개발 보다는 공공DB의 개방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공공DB를 총괄적으로 모아서 민간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간 다리역할을 자처하여 공공DB를 민간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도움이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육성 정책을 통해 DB산업은 명실상부한 고성장 산업으로 그 위상이 높아져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응수 원장은 국내 DBMS 시장이 외산 위주로 형성돼 있다는 부문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국산 DBMS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DB산업 육성 전도사로 변신한 한응수 원장은 "DB산업 진흥의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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