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회장


▲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 회장



이영상 한국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 회장은 근자에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전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선출돼 이달로 취임 11개월 밖에 안 됐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그 이상이다. GS인증 및 분리발주제도 제안 및 정착 기여, 국산 SW에 대한 감사원의 잘못된 인식 수정요구, 대학교와의 산학협력체결, CIO들과의 소통의 장 마련, 미국 시장 진출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그 동안 SW전문기업들이 가슴앓이 하던 가장 큰 문제점들이다. 즉 SW 품질 향상을 통한 고객들로부터의 신뢰회복, 대기업SI로부터의 횡포, 감사원의 국산SW에 대한 불공평한 유지보수요율 적용, SW인력난 해소,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몸소 앞장서 뛰어왔던 것이다. 이 회장의 이러한 노력은 관련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지경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 역시 국내 SW기업들의 애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국가정보화 수발주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오는 11월에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사실 이영상 회장은 회장이기 이전에 (주)데이터스트림즈라는 데이터 품질관리 및 통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내 SW전문기업 및 SW산업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선다. 물론 이 회장은 "데이터스트림즈를 살리는 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엔지니어로서의 남다른 열정과 자긍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W가 국가 산업 및 경제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확신과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여 만에 또다시 인터뷰를 했지만, 그의 열정은 그 때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뜨겁고 깊어졌다.

열정으로 뛴 11개월

취임 1년도 안 됐지만 그 동안의 활동은 너무 활발했던 것 같습니다.

▶ 협회는 창립 이래 정책적인 분야에서 GS인증제도나 분리발주제도 등을 제안하고 정착하는데 공헌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협회 회원들이나 SW산업에 기여한 부분은 너무 한정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협회의 활동을 회원과 SW산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즉, 분리발주를 하는 이유는 대기업 SI사로부터 SW패키지 기업을 보호해주는 것이므로 이러한 취지가 잘 지켜지도록 거래관행을 개선시켜 나갈 것입니다.
분리발주제도를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이것을 관철시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거래관행을 개선시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협회원들 간의 공조가 시발점이므로 이러한 부분에 협회의 활동을 강화해 왔습니다.

정부공공 및 금융기관 CIO들을 초청해 회원사들과의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한 바 있는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요.

▶ 그렇습니다. 업계 최초로 은행권의 CIO 및 기획부장님들이 대거 참석했고, 정부 공공 분야의 실질적인 리더들도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참석자들은 GS인증제도의 문제점, 분리발주제도, 유지보수요율의 불공평성, 대기업 SI들의 역할, 인력양성 및 기술 트렌드 분석을 위한 협회의 역할 등 평소의 지론들을 꺼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가 됐습니다. 특히 유지보수요율이 너무 낮고 외산에 비해 차등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토의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감사원의 감사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즉 기술 감사가 아니라 최저계약금액 중심의 감사를 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감사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지적을 감사원에 의견을 전달했고, NIPA 및 지경부 등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날 참석한 모든 분들 이 SW산업에 대해 열의를 갖고 토론을 해주셨고, 해서 희망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CIO들과의 의사소통의 장 마련

최근 미국 LA에 직접 가서 LA시장을 비롯해 다수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국내 SW의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는데, 앞으로 가능성은 있는지요.

▶ LA는 많은 한인동포들이 활동하고 있어 단기간에 파트너를 찾기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실리콘밸리보다는 고객의 분포가 많은 곳이고 비교적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이라 미국 시장 진입에 적합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이 지역 유력인사들을 만나 한국SW산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잘 하고 있어서인지 거부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매우 열려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계획이신지요. 민간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할 경우 정부의 도움은 없는지요.

▶ 미국 시장은 이미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 현지 파트너를 통해 American Airline, Highmark 외 다수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일부 모듈만 판매가 된 것이었고 이번 기회에 데이터스트림즈의 주력제품을 판매할 기회가 온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직접 진출 보다는 파트너 구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단 고객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성공여부는 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KOTRA를 통해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 받았지만 실제로 수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보의 파악이 더 중요합니다.

국산 SW들이 외국산 SW와 경쟁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고 보시는지요. 물론 더 나은 것도 있고,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 국산 SW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어서 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일반 상용 SW제품들, 특히 시스템SW들의 경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경쟁이 가능하겠지만 해외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SW산업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따라서 '국산 SW들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합니다. 어떤 SW든지 각각의 특성과 중심 역할이 있으므로 특장점을 잘 살려서 제 값을 주고 쓴다면 만족도는 높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 시장진출 성공 가능성 높다

국산 SW들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와 해결책이라면.

▶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내에서 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해외진출 준비조차 하기 힘듭니다. 또한 제품의 품질을 수준급으로 올리지 않으면 뒷감당도 힘듭니다. 제품의 사후 기술지원이나 후속조치(Follow-up)도 문제이지요.
국내 SW 회사들 중 이를 감당할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고 처음부터 글로벌라이즈(Globalize)를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SW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을 잘 극복하고 경험을 서로 나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비용을 높게 지불해도 지적을 하지 않는 반면 국산 SW에 대한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비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사대주의 사상이 깔려 있어서인지, 근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만 된다고 보시는지요.

▶ 일단 외산 기업은 한국시장이 글로벌 전체 시장의 아주 작은 부분이므로 '싫으면 말라'라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국내 기업이 그렇게 했다가는 고객뿐 아니라 대기업 SI에게 시달려서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 입니다. 해당 건만 아니라 다른 건까지 포괄적으로 보복을 당할 것이니까요. 또한, 주요 핵심기능을 하는 시스템SW의 경우 유지보수를 적절하게 하지 않으면 전체 업무가 마비될 위험이 크므로 유지보수를 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힘듭니다.
아무래도 외산 SW가 그런 분야에 많이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유지보수료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KT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 우수한 소프트웨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한국SW전문기업협회 차원에서도 설명회를 갖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KT는 동반성장을 회사의 큰 모토로 삼고 임원들 간의 공유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무조건 글로벌 제품을 선호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관행을 깨뜨리고 불완전한 기술일지라도 독창적이고 아이디어가 있는 기술이라면 지원하여 동반 성장하겠다는 것이 KT의 전략입니다.
이러한 개방성은 기술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매우 변화된 모습이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책임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줌으로써 대내외적 지지를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KT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국산SW패키지 업계도 새로운 기회창출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감사원의 불공평한 감사 수정 건의

인재양성 및 필요인력 확보를 위한 대학들과의 산학협력 체계도 많이 맺었지요.

▶ 대학과의 협력문제는 SW기업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의 획득, 인재의 공급 등 협업의 영역은 많습니다. 기존의 방식과 조금 다른 것은 대학커리큘럼에 필요로 하는 과목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경험의 기회를 드리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이를 위해서 각 관련 회사의 컨설턴트나 기술자들이 일정 시간별로 번갈아 가며 직접 강의를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부천대학에서 시험 적용은 회사와 학교, 학생에게 모두 유익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밖에 영동대학교, 대구대학교 등과도 협력을 맺었고, 대구대학교에서는 인재채용 박람회까지 열었고, 올해부터는 연례행사로 매년 가질 예정입니다.

정부는 그 동안 SW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을 내 놨지만 실질적으로 결과물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SW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시는지요.

▶ 좋은 질문입니다. 정부의 SW산업 육성정책은 현안 부서만의 일로 보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SW산업은 대표적인 지식산업으로서 지식기반 사회를 만들기 위한 틀을 만들어야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즉, 지식산업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 개선과 그것을 지탱하는 사법제도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SW산업의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SW의 지적재산 인정 포괄적 합의 필요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고, 해결해야만 할 일이라면.

▶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실력 있는 SW기업이 성장하여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을 재산으로 인정하는 포괄적인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힘의 논리가 곧 시장논리라고 보는 의식이 대기업SI 업계 전체와 일부 고객사들에 팽배하게 깔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공정거래 관행이라는 것은 우월적 입장에 있는 사람의 관용일 뿐입니다. 따라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중소SW업체가 그들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정당히 받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 동안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자임합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제대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 물론 그런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SW란 분야가 아주 넓어서 어느 주체 하나가 SW산업을 대표하기가 힘들고 역사도 짧다 보니 단결된 힘을 가지고 시장을 개선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가령 1세대 대표 SW기업들이 단체를 통해 결집된 힘을 발휘하는 데는 소홀히 했고 이것이 일종의 전통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즉,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인 책임과 시장 참여 구성원 전체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고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후의 대표 SW기업들도 상호 존중과 단체를 통한 문제 해결은 등한시 하고 극한 경쟁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대기업SI가 과당경쟁을 통한 적자분을 중소기업에게 떠넘기는 현실입니다. 대기업끼리의 과당경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소SW업체가 과당경쟁하면 그 회사는 대폭 축소되거나 망하지만 대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둘의 차이를 굳이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양쪽을 같은 SW업체로 보고 과당 경쟁하니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해외시장 진출로 어려움 극복

한국SW전문기업협회가 회원사들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만 할 일과 해결 방법 등에 대해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 현재 SW전문기업협회는 정책부분, 마케팅 부분, 해외진출, 공동구매, 산학협력, 인력양성 등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장 확대를 통한 회원사들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따라서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분리발주제도개선, 입찰제도개선, 공정거래관행 정착을 위한 정책제안 등이 가장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당한 SW유지보수요율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현안 문제입니다. 이를 위하여 협회는 이미 감사원이 국산 SW유지보수율을 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게끔 하는 감사 관행의 개선을 요구했고, NIPA의 유지보수율 정책연구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감사 기준으로 삼도록 하는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 지난 한 해는 협회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실적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관행개선 사업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이며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한 운동도 해야 합니다. 또한 투자자금의 공급, 인력 양성 등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영상 회장은 조용한 개혁가로도 평가된다. 국산 SW기업과 SW산업 발전을 위해 그만큼 열정과 자긍심을 가진 인물은 드물다고 한다. 그가 존재하는 한 국내 SW기업 및 산업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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