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홍 코아리버 대표이사


▲ 배종홍 코아리버 대표이사



'터치 센서 IC'로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다. 올해로 설립 6년째를 맞이한 '코아리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설립 첫 해인 2005년에는 10억 원의 매출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100억 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할 만큼 급신장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는 50% 성장한 150억 원을 넘어섰다. 2년마다 배가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아리버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신장하고 있는 것은 이 회사만의 독특한 기술 때문이다. 바로'터치코아'가 그 주인공. 터치코아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구현하는 센서로, 한 개 칩만 장착하면 15인치 이상 터치스크린까지 지원 가능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따라서 이 제품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MP, 내비게이션, 홈네트워크 단말기, 자동차, 그리고 모니터와 TV 등의 디스플레이 등등 그 적용 범위가 넓다. 특히 터치코아는 업계 최초로 단일 칩 터치센서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16비트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를 사용해 연산능력과 정밀도를 보완해 칩 1개로 96채널을 지원한다. 속도와 민감도도 높여 20 손가락 이상 리얼 멀티 터치(Real Multi Touch)가 가능하다. 코아리버는 이 기술로 지난 1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중소기업이 장영실상, 그것도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독차지 기술로 알려진 칩을 통해 받은 경우는 드물다. 배종홍 대표이사를 직접 만났다.

"길거리로 쫓겨났다"

"죽지만 않으면 제일 재미있는 게 전쟁이고, 망하지만 않으면 제일 재미있는 게 기업경영이라고 합니다. 길거리로 나 앉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긴장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코아리버 배종홍 대표이사는 지난 6년여 동안의 긴장된 나날들을 회상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해 냈음에 분명하다.

2005년 7월, 배종홍 사장을 포함한 13명의 연구소 직원들은 길거리로 쫓겨날 형편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당시 반도체 회사이자 전 직장이었던 '(주)젠코아'는 비즈니스가 잘 안 돼 매년 30억 정도의 R&D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연구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연구소장이었던 배 사장은 13명 전원과 함께 별도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 7명(일명 '7인의 전사')은 집을 담보로 각각 자금(자본금 5억 원)을 만들어 반도체 칩 개발 및 판매회사인 '코아리버'를 탄생시켰다.

배 사장은 "집을 담보로 했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되면 길바닥으로 내 쫓기게 된다는 배수진을 치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로 뛰었다"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절박 했었는지를 짐작케 했다. 그런 심정의 배 사장이었지만 당시 전 직원을 부부동반으로 제주도에 초청, 부인들을 대상으로 미래 방향 및 비전을 제시하면서 매출 100억을 달성하면 괌으로, 500억을 달성하면 유럽으로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집을 담보로 설립한 회사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고, 믿음을 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지만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달성해야만 한다는 배 사장만의 뚝심과 승부욕 때문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뚝심으로 승부

젠코아가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불경기라는 전반적인 경영환경도 있었지만 반도체 생산 수율이 50%정도도 안됐기 때문에 그만큼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100원어치 물건을 팔면 10원을 손해 보는 상황이어서 연구소장이었던 배 사장은 수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원들과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고, 젠코아 역시 계속 투자만 할 수 없어 결국 연구소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배 사장은 "젠코아가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지 않았는가?"라고 당시 어려웠던 시절을 소회했다. 그렇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지 않고 성공한 기업은 드물다. 2022년 코아리버가 목표로 설정한 1조원 매출달성과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아무튼 코아리버는 설립 후 전 직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 칩 생산 수율을 90% 이상 높이는 데 몰두했고, 수많은 실험과 연구, 그리고 시행착오 끝에 반도체 생산 수율이 떨어지는 원인을 찾아내고 말았다. 즉, 디자인과 설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를 체크하는 툴에서 버그(오류)가 있음을 발견해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코아리버가 개발 생산하는 반도체는 MCU(Micro Controller Unit)로 가전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데, 삼성전자 등의 국내 최고의 기업에 공급하는 행운을 얻어 설립 첫 해에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흑자까지 냈다. 그렇게 큰 규모의 흑자는 아니었지만 모두 다 직원들에게 포상했다고 한다. MCU는 지난 한 해에만 5천만 개를 국내외 대기업에 공급했다. 올해는 1억 개를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터치센서 개발에 도전

한편, 코아리버는 이와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즉, 외국계 반도체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정전용량방식으로 터치센싱을 수행하는 터치센서IC(반도체 칩) 개발에 도전했던 것이다. 이 제품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국내 다른 경쟁 기업들은 아예 개발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코아리버 직원들 역시 MCU(Micro Controller Unit)신제품 개발 및 양산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위험부담이 큰 터치센서 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었다고 한다.그러나 배 사장을 중심으로 일부 연구원들은 다른 기업들이 개발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고, 외산 일색인 국내 시장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도 높으며, 미래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새로운 제품을 반드시 개발해야만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 배 사장의 신제품 개발의지는 그 어느 누구보다 강했다.

코아리버는 2000년도에 모든 모바일폰에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 지금은 카메라가 없는 휴대폰을 찾을 수 없듯이 대다수의 휴대폰에 터치스크린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특히 터치구동IC는 미국의 ATMEL 등의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의 90% 가량을 공급하고 있어 이들 기업들과의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경우 세계 시장의 리더로도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배 사장의 설득력있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배 사장은 코아리버의 연구인력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 그리고 강한 투지 등에서 그 가능성을 엿 봤다고 한다. 결국 배 사장의 강력한 의지와 직원들의 노력은 2007년 하반기에 1세대 터치코아를 개발해 냈고, 이어 매년 2세대, 3세대 터치코아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국내외 대기업에 많은 물량을 공급하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4세대 터치코아를 개발했는데,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단일 칩 96채널 대화면 터치구동 IC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세대 터치코아는 개발 3개월 만에 양산까지 성공시켜 코아리버의 기술력을 또다시 전 세계에 알리는, 그야말로 '터치IC의 명기업'으로 자리매김을 분명히 했다.

4세대 터치코아는 세계 최초 개발

4세대 터치코아의 핵심 기술은 DSP에 있다. 터치코아에 내장된 DSP는 고속의 디지털 신호처리를 통해 보다 정확한 터치감도 및 좌표인식을 가능케 해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교한 멀티터치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제품은 개발 초기단계부터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해낸 것으로 현재 10인치 화면에서 단일 칩으로 20개 이상의 멀티터치가 가능하도록 구현돼 있어 진정한 의미의 리얼 멀티터치 센서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배 사장은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휴대폰 판매목표인 3억 3천만대의 60%(1억 7천만대)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탑재할 예정인데, 이것은 곧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도 터치스크린 비중을 50% 이상 높일 가능성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12억 대의 휴대폰 가운데 절반인 6억 대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된다는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어 그만큼 터치스크린 IC도 판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공급되는 터치스크린 휴대폰을 3억 대로 가정해 보고, 이 가운데 10% 정도만 코아리버 제품이 차지한다면 약 300억 원 규모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게 배 사장의 분석이다. 코이라버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배나 더 많은 300억 원으로 설정한데는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한다.

코아리버의 연구개발력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아리버의 연구인력은 하이닉스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전체인력 35명 가운데 70%가 넘는 25명이 연구인력이고, 나머지 10명이 영업과 관리를 맡고 있다. 코아리버가 연구 개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아리버는 터치센서 후속 제품으로 전동 모터 보드에 들어갈 '링코아'와 광 센서인 '조도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링코아는 터치 시 진동을 자동으로 전달하는 제품인데, 일반적으로 진동 시 특정 주파수(175Hz)로 진동을 전달할 때 제대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신호음이 약한 게 많은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즉 코아리버의 링코아는 무조건 주파수를 일정하게 보내는 게 아니라 제조할 때나, 파워 온(Power on) 시, 고객이 원할 때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는 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한다.

2년마다 배가 성장

코아리버는 '2022전략'과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또한 직원들을 리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2022전략은 필요 없는 부분의 20%는 덜어내고, 부족한 2%는 채워나가며, 남들과 다른 2%의 차별화를 통해 1등 반도체 회사로 성장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1조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코아리버는 현재와 같이 똘똘 뭉친 직원들의 강한 의지와 성장세, 그리고 배 사장의 추진력과 리더십이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주변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참고로 배 사장은 여느 CEO들과는 달리 책상과 책장에 책이 별로 없다. 책상에는 단 2권, 책장에는 10권 이내의 책 밖에 없었다. 나머지 책들은 읽은 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버린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코아리버를 설립할 당시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예상했었는지요.

▶ 처음에는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저를 포함한 연구소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느냐가 더 걱정일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연구 개발에는 많은 자금력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회사를 설립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전 직장인 젠코아에서 제품개발에 실패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성공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믿는 구석이었다면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있었다는 것과 당시 젠코아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충전기에 칩을 공급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 해보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또한 조금만 더 연구하면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고비들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 밤낮없이 일했고, 정신없이 뛰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실패하면 모든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 앉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앞만 보고 일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직원들 역시 같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신제품을 당초 예상보다 빨리 개발했고, 그것이 코아리버만의 독특한 기술로 인정을 받아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2022년 매출 1조 달성

반도체 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국내 경쟁사들도 많을 텐데, 이들과의 경쟁전략이라면.

▶ 기술력 밖에 없다고 봅니다. 코아리버는 1등보다 2등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보다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히 하자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제한된 제품과 제한된 애플리케이션, 즉 특히 경쟁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분야나 쉽게 개발하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독자적인 영업보다 좋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코아리버는 '내(직원)가 핵심이다(I Core)'라는 기치로 모든 제품 이름을 코아 시리즈(터치코아, 시큐리티코아)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이 직원들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4S + ICore + 2022"등을 기본 바탕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기업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서 4S는 Smile, Select & Focus, Synergy, Speed로 출세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하기 위해서는 스마일이 중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한 발 앞선 제품개발과 영업력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터치 스크린 시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만큼 코아리버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데요.

▶ 그렇습니다. 지난해 코아리버는 2,000만 개의 터치코아를 국내외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지난해 코아리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96채널 지원 터치센서는 수입 대체효과는 물론 전세계 시장에도 많은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연간 터치스크린 제조대수는 약 3억 개로, 이 가운데 10%만 코아리버가 차지한다면 약 300억 원 가량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공급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입니다.

한편, '코아리버'는 핵심이라는 'Core'와 문명의 발생이 강을 중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River'를 조합했다고 한다. 즉, 핵심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배 사장의 추진력과 리더십, 그리고 직원들의 연구개발력과 투지 등이 살아있는 한 그 의지는 반드시 실현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배 사장은 "대학원(KAIST) 시절, 실험실에 처 박혀 밤낮없이 실험만 할 때는 한국에 태어난 것이 후회스러웠고, 원망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실험 환경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아리버가 그냥 탄생한게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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