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미래에셋증권 IT사업부 부사장


▲ 김병윤 미래에셋증권 IT사업부 부사장



종합자산관리 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하루 평균 거래건 수가 320만 건, 거래금액이 2조 5천억 원에 달하며 11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이다. 펀드 & 자산관리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미래에셋증권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사업(Brokerage, 인터넷 중개사업)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온라인 증권거래량을 기준으로 업계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의 일일 평균 접속자수가 약 20만 명, 동시 접속자수가 약 8만 명에 달한다. 이 회사의 김병윤 IT사업부 부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 근무한지 올해로 13년째이다. 현직 증권사 CIO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이 회사 창립멤버로 인허가를 받을 때부터 직접 관여를 해 CIO이면서도 회사 전체 발전을 위한 CEO의 시각에서 IT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소신이 분명했다. 특히 국산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CIO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는 더욱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김 부사장은 "증권사는 속도가 생명이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의 트랜잭션이 많은 회사에서 10년간 안정적으로 쓰고 있고 문제된 적도 없지만 타사들은 애꿎은 안정성을 문제 삼으며 아직도 고가의 외산 SW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CIO들은 국내 SW산업과 맞물려 성장 발전해야만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응답 속도 업계 '최고'

금융상품이 복잡, 다양화되고 사용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2~3년 전부터 증권업계에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 열풍이 불었으나 미래에셋증권의 차세대 구축 소식은 전해진바 없다. 실제 차세대를 진행한 적도 없고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2001년까지 코스콤(구 증권전산)의 원장시스템을 사용하다가 2002년부터 원장이관을 하고난 이후부터 신규 업무처리를 하면서 지속적인 시스템 개비를 해왔다고 한다. 경쟁사들처럼 빅뱅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점진적/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경쟁사처럼 차세대 사업을 하느라 대규모 비용을 투자하거나 현업에서의 업무 시 불편이 거의 없었다.

김병윤 부사장은 "우리는 실이 엉키기 전에 풀고 감고를 반복했다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하나하나 풀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서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신규 시스템을 재구축한 것"이라며 "모 증권사의 경우 차세대를 하느라 2년 동안 현업의 신규 요구가 중단되고 신규시스템이 모두 정지됐다. 기존 것을 재개발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리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그런 게 싫어서 기존 시스템이 복잡해지는 것 같으면 풀고 난 다음 다시 신규 업무를 추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부사장은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경쟁사들의 경우 성능이 좋은 최신 하드웨어 장비를 도입하고 SW도 정리했으면 시스템 응답속도가 더 빨라야 하는데, 오히려 저희 회사보다 더 늦어서 차세대를 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의 시스템은 무엇보다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항상 여기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SW)구조를 개발하여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 속도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자신했다.

김 부사장은 "고객들 입장에서 어떤 시스템에서 처리가 되는지는 관심이 없다. 자기 주문이 거래소에 빨리 전달되어 처리되기만 하면 그만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 요구사항 모두를 잘 들어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한 국산SW는 적극 지원

회사가 지향하는'최고의 주문속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국산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하겠다는 게 미래에셋증권 내부 방침이다. 2000년 업계 최초로 티맥스소프트의 미들웨어(WAS)를 이용해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오픈했다. 턱시도, 웹스피어 등 외산 제품 일색이던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우스를 써서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를 해온 것이다.

실제 속도 테스트를 해본 결과에서도 외산 제품들보다 티맥스소프트의 제우스가 더 빨랐기 때문에 당시 국산, 외산을 따져 도입한 게 아니라 효율성 차원에서 제우스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은행은 속도보다 안정성이 중요하지만,증권사는 속도가 우선이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온라인트레이딩 시스템의 트랜잭션이 많은 회사에서 10년간 안정적으로 쓰고 있고 문제된 적도 벤더사에 불만을 제기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 증권사들은 애꿎은 안정성을 문제 삼으며 아직도 고가의 외산SW를 계속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내 CIO들이 국산SW업체 및 국가의 SW산업 발전과 같이 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대형 SI회사들도 20~30년 사업을 했지만 제대로 된 SW제품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SW회사를 발굴해 적극 지원을 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CIO들의 역할이자 결국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에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없어서 외산벤더가 제시한 가격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SW도 국내 대안이 없다면 고가의 외산SW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국산SW 제품이나 회사가 문제될 수 있어 안 된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2~3개 SW업체들을 확실히 지원해주고 같이 끌고 간다면 우려했던 문제는 생기지 않고 오히려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경쟁사 대비 회사의 시스템적인 우위는 SW기술 역량에 달렸다고 보고 SW개발 및 기술집적에 신경을 써오고 있다. 2002년 고객원장 시스템을 이관하며 직접 업무분석과 설계를 해 자체 SW코딩을 한 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유일했다고 한다.

당시 참여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로부터 코딩 작업을 인수받아 지금은 자체적으로 코딩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 과거 제품을 도입해 기능을 무조건 짜깁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SW구조를 아니까 최고의 주문속도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개발과 구현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의 IT조직이 영업력이 좋은 글로벌 회사들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거래하는 IT회사가 40여 곳이 되지만, 특정 업체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면 한 곳에 거래가 집중될 수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김병윤 부사장은 "우리는 IT기획팀에서 직접 업체 선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획팀에서 CRM을 도입한다고 하면 개발본부의 정보관리팀장이 현업하고 상의해 선정한다. 기획팀은 나중에 행정자료나 비용, A/S관리만 한다"며"이처럼 회사 차원에서 본질에 어긋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선택을 해야 별 탈이 안 생긴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최근 IT가 업무지원 조직에서 회사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이견을 보였다. IT가 전면에 나서 비즈니스를 주도하기보다는 현업과 IT역할의 균형이 유지될 때, 즉 IT조직이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 부사장은 "IT가 없으면 이제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IT는 공기와도 같은 중요한 인프라이다. 그렇지만 공기가 너무 많으면 질식해서 죽고 너무 적으면 호흡곤란이 일어나듯이, IT의 역할이 현업과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품운영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 개비 계획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IT예산으로 지난해 약 300억 원보다 30% 증가한 약 38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매년 IT 예산은 20~30% 수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IT비용에는 인건비, 지점비용, 인프라 구축비용 등이 포함된다.

매년 회사가 온라인 수수료 수익만 500~800억 원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수익 대비 IT예산이 많은 편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에 상관없이 IT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예산이 삭감되어 예산이 없거나, 총예산을 넘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예산이 집행되어야 하는 게 김 부사장의 소신 있는 발언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해 정확히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요한 사업이 있는데 예산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지, 주어진 예산에 맞춰 그만큼만 사업을 하면 안 된다. 회사가 잘되기 위한 투자인데, 무조건 IT비용을 줄여서라도 이익을 내겠다고 하는 어리석은 CEO는 없을 것이다. 안 써도 될 비용이라면 예산이 남아도 쓸 생각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자기자본 투자를 위한 상품운영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 개비에만 약 67억 원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증권거래의 25%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트레이딩 활성화에 따른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6개월 단위로 계속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김 부사장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도 어렵게 이뤄졌다. "자기 자랑만 하는 것 같고, 잘난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부사장은 단순히 CIO로서가 아니라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CEO로서의 CIO임에 분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에서는 가장 빠른 성장세로 고객을 확보,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김 부사장 같은 소신 있는 인물들이 그 이면에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됐다.

CIO가 변화해야 한다

김병윤 부사장은 "다는 아니지만, CIO들이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CEO를 협박하는 식으로 요구만 하지, 정작 그만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본다. 권위를 앞세워 요구하고 누리는 것은 많지만, 정작 책임 있는 의사결정에 들어가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같은 CIO 입장이긴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인허가를 받을 때부터 직접 관여한 김 부사장이기에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입장에서 본 CIO들에 대한 쓴 소리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