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동 수협중앙회 전산정보부 부장


▲ 이길동 수협중앙회 전산정보부 부장



수협의 IT업무는 중앙회의 은행업무 뿐만 아니라 회원조합의 상호금융업무, 정책금융 및 보험업무 등 일반 시중은행보다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수협은 2년에 걸쳐 진행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 지난 9월 14일 넥스트로(Nextro) 시스템을 성공리에 오픈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스트로는 기존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에 담아내지 못한 새로운 기능들을 대거 포함했기에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향후 10년을 이끌 비즈니스 경쟁력의 핵심시스템으로 평가된다. 수협금융사업 부문이 재도약을 하는데 결정적인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IT 실무 전선에서 수협의 차세대를 성공리에 이끈 핵심인물이 바로 이길동 수협중앙회 전산정보부 부장이다. 이길동 부장을 직접 만나 수협의 차세대 성공 비결과 프로젝트를 통한 효과, 향후 IT 과제 및 전략 등에 대해 들어본다.

수협의 차세대는 종전 20여 년간 사용해 오던 메인프레임 중심의 기술 기반을 오픈환경으로 전면 교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22개월이란 개발 기간 동안 880억의 예산이 투입됐고, 동원된 인원만 내부인력 200여명을 비롯해 주사업자였던 LG CNS와 30곳의 협력업체 인력을 다 합치면 총 550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타행에서 계정계 위주로 진행한 차세대 프로젝트보다 광범위인 정보계시스템, 인터넷뱅킹시스템, IFRS시스템, 카드시스템 및 각종 위성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빅뱅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엄청난 개발량과 시스템 간 연계처리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오픈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간 프로젝트다 보니 밤샘 작업과 주말 근무가 이어지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내부직원이나 개발사 직원들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도 했다. 심지어 2명의 내부 직원은 1개월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와 정반대로 내부 직원과 SI협력업체의 직원이 결혼을 하는 좋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직원들의 애환과 개발 노하우가 집결되어 탄생한 것이 바로 수협이 자랑하는 차세대 시스템 '넥스트로(Nextro)'다.

은행권 최초의 신기능 구현으로 경쟁력 향상

수협은 시중은행보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이 늦긴 했지만 오히려 차세대 버전 2.0으로 칭할 정도로 기존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에 담아내지 못한 새로운 기능들을 구현해냈다. 이로 인해 영업점의 비즈니스 경쟁력이 높아졌고 금융시장의 환경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신상품을 개발하는 기존 상품팩토리 시스템에 외환과 카드 부문을 포함시킨 것을 비롯해 시뮬레이션과 회계처리 자동화 기능까지 추가해 개발했으며, 회계처리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는 분개 룰(Rule) 기반의 분개 표준화를 은행권 최초로 개발했다.

이로 인해 보름에서 한 달이 걸리던 신상품 개발 기간을 1주일에서 보름 사이로 단축시켰고, 영업점 일일 결산마감도 분개표준화, 영업점 마감 절차 간소화로 차세대 오픈당일에 마감이 정상적으로 완료됐다.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차세대시스템 오픈 후 영업점 일일 결산마감을 하는데 최소 3일 이상 소요된 것만 보더라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협은 차세대 시스템 오픈 후 최종 사용자인 영업점 등으로부터 4,000여건의 개선 요구사항을 접수 받아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에 업무 편의성과 정합성이 한층 높아져 영업직원의 업무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 단축됐다.

이길동 부장은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내년 2월까지로 잡고 있으나 보름 전부터는 개선 요구사항이 확연히 주는 등 사실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며 "직원들 측면에서는 시스템이 전면개편 됐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에 숙달되기까지 2달여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거나 마감시간이 단축된데 대해 크게 호평을 받고 있고 고객 측면에서도 시스템 안전성, 보안 측면에서 더 큰 이점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객 맞춤 서비스 및 적기 다양한 신상품 제공

넥스트로 시스템이 가동됨에 따라 수협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 감독당국의 개인정보보호강화, 자금시장 통합법, 국제회계기준 등 외부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객서비스가 대폭 개선됐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시스템으로 다운사이징 하여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 등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였으며 고객이 직접 기념일 등 원하는 계좌번호 선택기능을 제공하게 됐고, 여신신청부터 심사, 실행 등 라이프사이클 관리, 수협카드 제휴서비스 확대로 다양한 할인혜택, 고객별 맞춤정보 및 신속한 원스톱 상담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수협중앙회 및 회원조합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금융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분산된 고객정보 및 상품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 및 채널별 고객통합정보 제공 등 영업점 마케팅 및 세일즈 역량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특히, 상품팩토리 시스템을 통해 상품분석부터 상품개발 시뮬레이션 및 상품출시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화하여 다양한 신상품을 적기에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365일 수시결산 지원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등 경영관리 측면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IT서비스 측면에서는 개방형 표준기반 아키텍처 도입, 통합 개발환경 구축 등 선진IT 인프라를 구축하여 개발생산성을 향상했으며 통합운영상황실을 구축하여 네트워크, 서버, 채널별 가동상태 등 모든 시스템의 가동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하게 됐다.

직원들 간 공동체 의식과 소통이 성공요인

수협은 차세대시스템을 성공리에 오픈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경영진의 높은 관심도와 ▲협력업체 및 내부 직원들 간 의사소통을 꼽았다. 이길동 부장은 "수협의 차세대 프로젝트에는 주사업자인 LG CNS를 비롯해 PMO업체, 감리업체, 보안업체, H/W 및 S/W 납품업체 등 다양한 협력사와 내·외부의 인력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모든 참여업체와 내부 직원들 간 공동체 의식 제고와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수협중앙회가 제1 금융권 업무만 관장하는 게 아니므로 450개 지역 회원조합의 참여를 이끄는 게 당시 관건이었던 것. 경영진인 회장, 수협은행장이 회원조합장 회의 때마다 조합대표들에게 '같이 동참해야 한다'고 중요성을 일깨웠고, 영업점마다 6천여 명의 대표직원을 선정해 '스마트 텔러'임명장을 수여한 후 본부와 영업점 간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사실 이길동 전산정보부 부장은 2년 전 수협이 차세대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전산정보부에 합류했다. 이 부장은 수협을 첫 직장으로 1982년 입사해 30년간을 현업에서만 근무해왔다. 개인고객부장, 기업고객부장, 수산금융부장, 바로 직전에는 전남지역 금융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차세대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전산 책임자로 IT비전문가인 이길동 부장을 선임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협이 당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기술 못지않게 개발협력사와 내부 직원들, 그리고 각 팀들의 관리와 화합을 중요 시 여겼는데 이 부장이 그러한 능력을 지닌 적임자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길동 부장은 "발주처에 있는 직원들, 개발업체, 주사업자, 그 외 협력업체 30곳이 연결되어 함께 하는 사업이라 '성공적인 오픈'을 지향점으로 모두가 열심히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잘되어야 하므로 분석, 설계 단계별로 중간 워크숍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와서 개발해주는 인력들이 십분 발휘를 안하거나 숨겨놓고 가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이를 인간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내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한 번도 큰소리가 난 적이 없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뒷이야기와 IT 관련 현재 고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본다. 다음은 이길동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픈환경의 신기술 습득 위한 교육에 집중차세대 프로젝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프로젝트 개발단계 중반에 수신업무의 진척율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어서 수신파트 모든 직원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간단한 회식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앞으로 잘 해보자는 취지의 건배제의를 돌아가면서 하던 중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응
용한 '수신(受信)제가 Nextro평천하!'라는 건배 제의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구호는 플랜카드로 제작됐고 수신파트 모든 직원들의 단합 및 자발적인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 수신파트의 업무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지금도 수신파트의 회식자리는 '수신(受信)제가 Nextro평천하!'로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IT 관련 현재 고민거리는.

▶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새로 개발된 업무들이 많다. 주사업자인 LG CNS와 협력사 직원들 350여명이 2년 동안 시스템을 개발하고 난 뒤 철수하면 내부 직원들이 인수해 운영해야 한다. IT업무는 새로운 요구가 느는 만큼 늘어나는데, 회사 형편이 있어서 IT 인력을 쉽게 못 늘리므로 인력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신규로 인력을 채용하거나 경비절감 차원에서 기존 직원이 2배씩 역량을 늘려 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올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컸던 금융보안 사고와 관련 보안 전문가와 시스템관리 인력을 보강했다. 또, 지난 7월부터 전담 정보보안팀을 신설했으며 앞으로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며 개발사들이 개발해 놓고 간 부분은 인력 충원없이 내부 직원들이 노력해서 해결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IT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

▶ 20여 년간을 사용해 오던 메인프레임 중심의 기술을 오픈환경으로 전면 교체함으로 인해 프로젝트 계획 단계부터 새로운 기술습득을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수행사 개발자로부터 멘토교육 등을 통해 내부 직원이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으나, 오픈환경의 다양한 분야 기술을 단기간 내 완벽하게 습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오픈시스템 운영환경 체제로 IT조직을 구성하여 맡은 업무에 대해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자체교육, 사이버연수, 전문가과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순환근무 및 현업배치, 경력관리 등을 통해 현장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IT직원들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시스템 안정화 및 편의성 향상에 주력 계획

금융업계 이슈인 보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은.

▶ 기존에는 전체 IT예산의 4%정도를 정보보호에 투자해왔다. 금융감독규정 전부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IT예산의 6~7%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보안인력도 IT인력의 5%를 두기 위해 더 충원해 나갈 예정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과 자산건전성을 그동안 굉장히 중요시 생각해왔다.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IT인데, 어떻게 보면 IT가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정보유출 사고 발생 시 사회적인 파장도 클 뿐만 아니라, 은행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EO가 직접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해달라'고 강조할 정도다.
보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외부보안업체로부터 인프라 전반에 대한 취약점 점검을 받고 내부 감사 직원을 통해서도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번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신종 해킹기법에 대응하기 위해 침입차단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고 시스템 계정/패스워드/로그관리와 문서보안 등을 강화하기 위해 8종의 신규 보안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시스템적인 보안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원들의 도덕심과 보안의식이다. 내부통제 기능을 많이 갖춰놨더라도 내부직원들은 외부침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스템에 접근이 용이하므로 직원들의 도덕심과 보안의식 제고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부 직원에 의해 금융사고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으나, 미연의 사고에 대비에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교육방송, 집합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IT직원 및 외부개발자에 대한 보안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보안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내년도 IT 사업 전략 및 계획은.

▶ Nextro 시스템이 현재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수시로 일어나는 입출금과 월말, 분기 말 결산은 이미 검증이 됐다. 하지만 아직 연말결산 센터작업 및 결산 등 업무 사이클이 남아 있어서 내년 초까지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할 생각이다. 2012년에는 인터넷뱅킹, 365코너, 카드 등 고객의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비대면 거래 서비스 시 고객 편의성 향상하는데 중점을 두는 한편, 고객정보보호 및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정보보호 대응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려 한다.

끝으로, 이길동 부장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편의성과 신뢰도를 중시하는 제1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시행 시 성능 및 정합성이 검증된 IT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산SW를 애용해주고 싶어도 검증 안 된 부분 때문에 도입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아쉽다"며 "자본력이 낮아 장기적인 투자가 힘든 중소 국산SW 업체들 입장에서 시장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권에 국산 솔루션의 확산을 위해 정부가 테스트를 통해 직접 검증을 해주는 정부인증제와 같은 국산SW사용 장려 대책이 필요하고, 대형SI 업체도 인력공급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 국산솔루션에 투자해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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