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솔루션 전문 공급업체로서의 옛 명성과 명예를 다시 찾아 국내 최고의 회사로 성장 발전시키는데 밑거름이 될 각오입니다."
지난 4월 말 시벨시스템즈코리아 지사장을 맡은 최승억 씨는 그 동안 그가 맡았던 그 어느 회사의 업무에서보다 의욕과 열의에 가득 차 있어 보였다. 그는 취임 한 달이 채 안된 상태에서 협력사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중견중소기업(SMB)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영업 전략을 마련했다. 마치 준비된 사장처럼.
최 사장은 시벨시스템즈가 자신을 선택한 것과 관련 "한국고객들로부터의 불신을 불식시켜 새로운 회사로의 탄생과 함께 매출신장일 것"으로 밝혔다. 사실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세계에서의 명성만큼 영업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보다 '최고의 제품인 만큼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사가라'는 식의 영업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고객들의 가장 큰 지적이다. 한 마디로 '을'보다는 '갑'에 입장에서 영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고객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주 잘 인식하고 있고, 또한 이를 극복할 방안도 이미 마련했다. 먼저 최 사장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보다 더 긴밀히 하고,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하 전략으로 협력사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또한 금융, 통신/방송/미디어, 제조, 유통 등의 분야에서 공략할 대상 10개 사를 선정, 전략적으로 접근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SMB 영업을 위해 협력사를 모집하고, CRM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CRM 온디맨드'를 국내 시장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CRM 온디맨드는 사용자 당 사용료를 지불해 하드웨어부터 애플리케이션, 인프라까지 제공받는 방식이다.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이미 국내 CRM 온디맨드 고객 1개사를 확보한 상태다.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CRM 온디맨드를 위해 한국IBM과도 협력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온디맨드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장담했다.
최 사장은 시벨시스템즈코리아의 기존 고객인 LG홈쇼핑, 우리은행 등을 중심으로 이들이 CRM을 제대로 활용해 가치를 내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기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최 사장은 "CRM 업체인 시벨이 먼저 고객을 이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CRM에 대해서 IT시장에 알려진 바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최 사장은 "물밑을 보지 못하고 제품을 제안하고 있다"며 "현상을 파악하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해 주는 CRM업체로 방향을 잡고 이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시벨시스템즈코리아는 대기업 시장에 대해서 직접 영업을 하는 기존 방식을 취하고, SMB에 대해서는 협력사 위주로 영업을 펼칠 방침이다. 현재 협력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컨설팅을 강화하기 위해 IBM BCS, 액센츄어, 딜로이트컨설팅 등의 컨설팅사들과의 협력도 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컨설팅 업체와의 직접 경쟁은 벌이지 않을 방침이다.
최 사장은 그동안 CRM 시장이 죽은 듯이 보였던 것에 대해 "시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CRM은 포춘지 선정 1,000대 기업들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그동안 ERP나 시스템 뒷단에 투자를 많이 했던 고객들이 비즈니스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 투자하려 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실제로 시장 성장세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을 보면 그 밑바탕에는 고객충성도가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한편 최 사장은 20년 전 KPMG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웹메소드코리아 등을 거쳐 지난 4월25일 시벨시스템즈코리아 지사장을 맡았다. 주로 컨설팅과 ERP를 담당했다. 그런 그가 CRM 전문 회사의 총책을 맡았다. 최 사장이 호언장담하는 대로 얼마나 성취해 나갈지 주목된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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