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IBM제품 편애”, 국토부 “사업 특성상 선택 폭 좁아”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자치단체 전산자원 도입'사업이 최근 논란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기존 93개 지자체가 각각 따로따로 전산자원을 도입하던 것을 국토부가 일괄적으로 전산자원 교체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서버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은 제안요청서가 특정 벤더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제안요청서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든 의견이 묵살 당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와 국토부의 시각이 달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할 정도로 대립됐다. 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저가수주 논란이 일었다. SK C&C와 삼성SDS가 맞붙은 이번 사업은 삼성SDS가 지키느냐, SK C&C가 뺏느냐가 관심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과는 SK C&C의 완승. 그러나 기술점수보다 가격점수에서 승패가 결정 나면서 저가 수주라는 의혹이 일었던 것이다. 107억 원 예산이 책정된 이번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사업이 왜 업계와 기관, SI업체 간의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본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한국토지정보시스템'의 노후화된 전산자원 교체 사업을 벌이면서 특정벤더에게 유리하게 추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조달청이 지난 7월 16일 발표한 '2012년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자치단체 전산자원 도입'입찰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 C&C가 IBM 서버로 응찰했으며, 2순위 협상자인 삼성 SDS 또한 IBM 서버로 응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입찰이 어느 벤드 제품이든 참여가 가능하도록 개방한 공개입찰이었지만 IBM을 제외한 HP, 오라클 등 다른 서버로 제안,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IBM 서버로 제안한 이들 두 회사 간의 양자 대결이 벌어진 꼴이다.

현재 한국토지정보시스템용으로 93개 지자체에 설치된 유닉스 서버의 브랜드는 IBM, HP, 오라클 등 3종이다. 이들 시스템의 분포를 보면 IBM이 44곳, 오라클이 27곳, HP가 21곳이 있으며, 유일하게 부산서구가 윈도우2000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벤더 제품으로 운영되던 한국토지정보시스템이 이번 전산자원 교체 사업으로 IBM 서버로 일괄 변경될 수밖에 없다. 입찰 결과가 SK C&C이든, 삼성SDS이든 어느 기업으로 결정되던 IBM으로 교체하게 되는 것이다.



특정벤더 몰아주기, 저가 응찰 등 논란 부각

이런 연유에서 특정벤더를 유리하게 해줬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입찰결과가 나오자마자 IT업계 관계자들 중에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IBM을 편애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문제가 국토부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제안요청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통합서버(대형) 33대, 통합서버(중형) 40대, AP서버 20대를 도입하는 이번 사업 제안요청서에 공통사항으로 ▲CPU 클럭스피드(ClockSpeed)의 경우 1.7GHz 이상 ▲캐시 메모리(Cache Memory)의 경우 칩당 L2 또는 L3 12MB 이상의 스펙을 요구했다.

이 중 캐시메모리를 12MB 이상으로 제한한 것이 IBM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HP서버도 이 규격을 맞출 수 있지만 단가가 높은 블레이드 서버를 납품해야 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오라클 서버는 아예 스펙 자체 미달로 사업 참여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토부의 요구조건에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IBM서버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입찰 결과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SK C&C와 삼성SDS가 모두 IBM 제품으로 응찰한 것만 보더라도 IBM만이 이번 사업을 따낼 수 있는 유일한 벤더라는 것이다.

일부 IT업계 관계자들은 나라장터를 통해 이점을 이의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서버의 성능 규격을 캐시메모리로 정한게 잘못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서버의 성능규격은 CPU의 최소 코어수와 최소 tpmC(TPC-C, 서버의 분당 트랜잭션 처리속도)를 사용하며 캐시 메모리 등은 제조사 마다 아키텍처가 달라 서버의 성능과는 무관하여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제안요청서에 캐시 메모리 규격을 삭제했으면 유닉스 서버를 보유한 IBM, HP, 오라클 3개 사 제품 모두 입찰 참여가 가능해 공정한 경쟁 입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93개 지자체에서 사용 중인 토지정보시스템용 서버 분포를 고려하더라도 IBM을 제외한 HP, 오라클 등의 벤더들이 마이너스 요인을 받을 요건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다른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력이 우수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지침의 기술능력평가 배점한도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또 "자치단체별 시스템 운영 및 향후 확장성을 고려해 운영서버 용량을 차등 산정, 제안요청서상에서 요구하는 규격을 만족하는 제품이면 제안이 가능하다"고 답변,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지자체별로 구매하던 방식에서 이번에 국토부에서 일괄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도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괄 구매로 인해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 SI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 다시 말해 규모를 키움으로써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게하여 입찰에 참여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정보화사업에 대기업참여제한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현재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삼성SDS가 이번 사업을 따낼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도는 등'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의심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루머를 완전 뒤엎었다. SK C&C가 가격 및 기술 점수에서 삼성SDS보다 앞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SK C&C가 적자까지 감수할 정도의 저가 응찰로 알려지면서 과당 경쟁이라는 또 다른 병폐를 되살아나게 했다.



<이하 상세 내용은 컴퓨터월드 8월 호 참조>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