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이사


▲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이사



국내 IT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을 꼽으라면 KCC정보통신을 들 수 있다. KCC정보통신은 우리나라 IT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정보통신은 이달 12일이 창립 45주년이다.
이만한 역사를 갖고 있는 IT기업은 KCC정보통신이 유일하다.
여기에 KCC정보통신은 또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인물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정섭(56세) 사장이다. 한 사장은 지난 1980년 10월 사원으로 입사해 32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원으로 시작해 CEO'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회사에서만 근무한다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게 냉혹한 현실이다. 외부의 많은 유혹도 있었고, 한 사장 역시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사장은 "첫 직장이고, 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줬는데, 좀 더 나은 환경이라고 직장을 옮긴다는 게 제 성격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한 사장은 그렇게 3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KCC정보통신에 그의 젊음과 정열을 모두 쏟았다. 그래서인지 그에게 따라붙는 이미지는 '충성'과 '성실'이다. KCC정보통신의 성장과 고락을 함께 해 온 유일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KCC정보통신은 45년이라는 상징적인 역사에 비해 최고 또는 최대 규모의 대표적인 IT기업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때문인지 KCC정보통신은 45년을 넘어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제3의 도약 준비에 열과 성을 다 하고 있다. KCC정보통신은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내년을 호기로 보고 있다. 사실 중소기업인 KCC정보통신은 그 동안 대기업들의 치열한 공세에 맞부딪쳐 영업을 제대로 펼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왔다. KCC정보통신과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확보한 국내 IT기업은 드물다.
KCC정보통신은 최근 용산 사옥에서 염창동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미래를 펼칠 새로운 터를 마련한 것이다. 한 사장은 "45년에 이어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인생과 함께 KCC정보통신의 미래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이 낳은 열정

지난 9월 20일 지식경제부는 사회공헌과 IT인력양성을 결합한 '프로보노 IT멘토링'봉사단을 구성했다. 사회공헌 성격의 IT멘토링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멘토(기업)는 공식적인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정받고, 멘티(학생)는 IT실무기술과 지식을 전수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날 행사에는 윤상직 지경부 1차관을 비롯하여,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 진화근 한화S&C 대표, 이재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장, 김현중 한글과컴퓨터 이사, 윤두식 지란지교소프트 연구소장 등 5개 IT기업 대표가 참여해 후배들에게 IT분야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지식나눔 봉사를 공식 선언했다.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는 '프로노보 IT멘토링'을 통해 '사원에서 CEO가 되기까지'란 주제로 강연을 해 주목을 받았다.

한 대표는 국내 1호 IT 기업인 KCC정보통신에 32년 전인 지난 1980년에 입사해 지난해 4월 1일부터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만에 CEO가 된 성공의 역사를 쓴 셈이다.

한정섭 대표는 이 날 강연에서 "CEO 자리에 오기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고비도 많았으며, 중도에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놓으며, "현재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자리든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회고했다.

한 대표는 입사 후 당시 직원들의 인기 부서가 아닌 키펀치 시스템사업부에 2명의 입사동기와 함께 배치됐다.

때문에 당시 한 대표는 주변 동기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현실에 실망이 컸었다고 한다. 심지어 같이 배치됐던 동기는 며칠 지나지 않아 퇴사하기까지도 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그러나 "순응하자, 받아들이자"며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주어진 업무를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키펀치 시스템에 대해 매뉴얼을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보는 등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은 것이다.


사원으로 입사, CEO가 된 성공 모델

그의 그런 노력은 결국 동기들(20명) 가운데 가장 빛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들보다 기술적인 우위에 서게 되는 등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인정을 받은 한 대표는 회사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페어 센터'로 부서를 옮겼다. 당시 전산시스템 부품들은 미국에서 고가로 들여오고 있었고, 메모리 보드의 수리를 위해 미국에 보낼 경우 3,000~10,000달러 정도의 고액을 지불해야만 하는 실정이었다고 한다.

그 문제의 해결사로 한 대표를 발령했던 것이다. 결국 한 대표는 청계천에서 몇 천 원 밖에 안 되는 IC 칩을 구입해 회로도를 보면서 직접 수리를 하는 등 맡은 바 책임을 다 했다고 한다. 즉 고액의 수리비를 미국에 지불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크게 향상되는 계기도 됐다는 것이다.

그런 한 대표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또다시 찾아 왔다. 바로 미국에 유닉스 시스템에 대한 교육대상자로 선발된 것이다. 1980년 대 초였던 그 당시는 유닉스 시스템이 갓 태어난 시기였고, 미국 가는 것 자체도 힘든 상황에서 보스턴 근처에서 4주간 유닉스 시스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이후 한 대표는 비상안전시스템인 스트라투스를 비롯해 KCC정보통신이 주력하고 있는 각종 제품에 대한 교육을 받는가 하면 기술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맡아 탄탄한 기술력을 축적하게 됐다. 그것은 곧 KCC정보통신의 기술력 확보에 절대적인 기반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 사는 기업'으로의 성장이 미래 100년 약속한 대표는 결국 KCC정보통신이 어려움을 겪을 때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한다. 즉 1980년대 말, KCC정보통신은 자사의 주력 기종이었던 프라임 서버를 미 본사가 생산을 중단하게 됨으로 기존 고객들이 다른 기종으로 공급원을 바꾸는가 하면 임원들도 대거 퇴사를 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 한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40대 중반에 승승장구하던 한 대표도 남모를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엔지니어로서는 기술 임원 이상의 길이 안 보인다는 게 한 대표를 가장 크게 압박했던 것이다. 한 대표는 결국 3개월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외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고, 인정을 해 주는 곳은 KCC정보통신 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한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만약 이직을 했더라면 지금의 CEO처럼 큰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대표는 술회했다.

KCC정보통신으로 돌아온 한 대표는 그 동안의 경험과는 달리 IT를 겸한 세일즈라는 다소 낯선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내성적인 성격으로 세일즈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기술직은 성장의 한계가 있어 공공부문 세일즈 조직을 맡은 것이다.

한 마디로 영업이라는 업무를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된 것이다. 영업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그의 성격 그대로 성실한 자세로 열정을 쏟은 것이다. 당시 한 대표는 RFP(제안요청서)의 R자도 몰랐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지금 와서 느끼지만 그 당시 대기업 제안서가 대학생 수준이었다면 우리의 제안서는 초등학생 수준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의 그런 경험들이 먼지처럼 쌓여 지금의 공공SI를 수행할 밑거름이 됐다고 한 대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KCC정보통신에 맡기면 무엇이든 해결해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 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는 강조한다. 한 대표가 뚝심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현재의 CEO로 인정받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한 대표는 KCC정보통신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설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말대로 "45년을 넘어 100년을 이어갈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설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가 생각하는 KCC정보통신의 미래는 '더불어 사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한 토대라며 큰 틀에서의 귀띔만 한다.

다음은 한정섭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독자 솔루션 확보에 집중

KCC정보통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현재 KCC정보통신은 600억~700억 원대의 매출로 정체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내년 시행될 SW산업진흥법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최소 8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공공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1,0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와는 달리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솔루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만의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코 미래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SW산업진흥법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전략이 있는가.

▶ 올해 품질관리팀을 품질경영실로 승격하면서 임원을 배치하는 등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높였다. 게다가 사업 관리, 리스크 관리, 감리, 감리대응, 품질관리 등 거의모든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크게 높일 것이다. 결국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장에 발목이 잡힌다. 리스크는 결국 고객과의 신뢰도를 무너지게 하고 회사로서의 이미지 또한 타격을 받는다.
앞으로 전문SW기업만이 공공시장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데, 대기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이미지 마케팅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KCC정보통신은 IT서비스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독자적인 솔루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즉, 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KCC정보통신은 이전에도 CMS 솔루션, 카드 솔루션, 예약발매시스템, 금융권 솔루션 등을 보유했음에도 효과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되기도 했다. 되레 IT 트렌드를 너무 빨리 읽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CRM과 PMS를 결합해 공급함으로 R&D 사업을 주로 하는 평가원과 진흥원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렌터카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3년 전부터 시작됐고, 전담 연구 인력만 15명을 배치했다. 과거 외산 솔루션을 국내에 들어와 총판으로 마진을 챙겼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 순응하듯 다양한 솔루션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