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수·합병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IT 부문의 변화 바람도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동종 증권업계의 인수·합병 사례인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는 '포스트 통합' 전략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반면 지난 6월 비슷한 시기에 인수가 완료된 대한투자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은 아직 조직 변화 정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8월 이후부터는 통합 이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IT 전략 마련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우리·한국투자증권 '포스트 통합' 전략 마련 … 우리·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간의 합병이 이뤄진 금융기관은 인수 직후 시스템 통합, 통합 이후의 IT 전략 마련까지 부산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4월 차세대시스템 구축 TFT를 구성해 시스템 통합 작업과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등 통합 이후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증권사 업무 환경이 급변, 기존 주식매매거래에서 자산관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식매매보다는 자산관리를 통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 이에 대한 전략을 표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도 고객 중심의 시스템으로 변환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 매매에서는 시스템의 속도, 성능이 중요하지만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고객관리, 상품중심의 시스템 구현이 필수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으로 인해 일정 정도의 규모를 확보한 이들 합병 증권사는 안정적인 고객 수, 자산규모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전략을 표방, 이에 걸 맞는 시스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수 계약이 완료된 직후 시스템 통합을 시작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6월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을 제외한 기간계, 재해복구센터 등의 통합작업을 모두 마쳤다.
구 우리증권의 원장시스템을 LG증권시스템으로 단순 이관하는 통합 작업에 초점을 맞춘 우리투자증권은 이후 증권업계 최초의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키로 하고 오는 10월까지 마스터플랜 완료를 계획하고 있다.

◇ 차세대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져 … 지주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이미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완료한 바 있어 이를 토대로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전략 정보를 수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1995년 이후 증권사 기간계 시스템 구축이 진행된 이후 최초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란 점에서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양 증권사 합병 이후 자산규모 등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란 점에서 다소 리스크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1위 수성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해 차세대 전략 마련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4월 인수 직후 6월 합병증권사 출범 이전부터 '포스트 통합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등 이에 대한 전략 마련이 바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한 증권업계 최초의 BRE(Business Rule Engine),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도입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8월 정도면 통합시스템 구축과 함께 통합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대투증권·미래에셋생명 조직 변화부터 …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간의 합병으로 인해 변화 움직임이 활발한 반면, 합병 이후 통합 작업 없이 별도의 금융기관으로 남게 된 대한투자증권, 미래에셋생명의 IT부문은 조직 변화 등 작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기존 자회사인 하나증권과 통합하지 않고 각각 전문증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IT 통합 작업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 통합 대신 전사적으로 진행된 조직 변화 과정에서 대투증권 IT조직을 경영지원본부에 통합하고 일부 IT 조직을 증권영업추진부, 채널지원부 등 관련 현업 조직과 통합한 정도의 변화만이 있었을 뿐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생명의 IT 부문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IT조직이 경영지원본부로 통합되고 CIO도 미래에셋증권 출신의 설경석 이사가 부임했지만 이외 별다른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앞서 증권사나 지주사 통합과는 전혀 다른 보험과 증권사 간 결합으로 당분간 기존 체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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