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식 국산소프트웨어솔루션모임(국솔모) 회장 / 엔코아 대표이사



[아이티데일리]지난 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은 국내 SW 기업들의 탄식의 장이 됐다. 이 날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국가 IT 미래비전 포럼’에서 IT 시장의 불치병과 같은‘유지보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탄식은 시작된 것이다.
그 중 토론자로 나선 이화식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 CEO 모임(국솔모) 회장은“관행으로 굳어진 수직적 갑을 관계가 유지보수 합리화를 막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때문에 SW 기업들은 재투자 여력은커녕 수익 악화로 고사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SW 기업들이 지속성, 안정성, 신뢰성, 책임감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이화식 회장을 포함해 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유지보수 관행에 대한 강도 높은 목소리를 냈지만, 아쉽게도 공허한 으로 그쳤다. 이날 포럼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토론회 시작 전에 모두 자리를 떠 이날 이 목소리를 전달해줄 매개체가 없었다. 본지 또한 포럼 다음날 취재를 통해 이런 탄식을 전달할 수가 있었다.
아쉬움을 담아둔 지 반년 만에 이화식 국솔모 회장을 직접 만나 지난 1월 직접 청취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함께 그날 다하지 못했던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화식 국솔모 회장은 엔코어 대표로 데이터 업계에서 ‘거장’으로 통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 DB산업협의회로부터 ‘데이터 구루(Guru)’첫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구루(Guru)가 본래 ‘무겁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의 형용사이지만, 뜻이 바뀌어서 ‘존경해야 할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인 것을 고려하면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6년 출판된 그의 저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은 15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국내 IT 전문 서적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지금까지도 DBMS 업계의 교과서로 불린다.

2006년에 일본어로 출간되어 관련 서적 분야 1위를 차지했고, 2010년에는 중국어로도 출판되어 초판 인쇄 물량인 4,000권이 모두 매진된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그의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사람만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그는 데이터 업계의 선구자로 데이터 핵심 기술과 경험을 공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무에 적용하여 효과를 보게 한다는 차원이다.

또 데이터 업계를 살리고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올해부터 50여 개 국내 중소 SW 기업 대표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 협력 모임인 ‘국솔모’회장직을 겸임하면서 더욱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봉책’뿐인 현 SW 정책 생태계 살리지 못해 국솔모는 지난 2004년 출범해 지금까지 국내외 SW 시장정보화 산업에 종사하는 회원사 간 친목을 위한 모임으로 유지됐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만큼 비즈니스적 연결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어림짐작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모임 유지 차원에서 친목 이상의 활동은 지양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솔모는 친목 이상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W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SW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황폐화진 상황을 두고 모임 차원에서 무엇인가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 SW 산업의 중요성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강조돼왔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발전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화식 회장은 “정부가 SW 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SW 업계의 특징을 무시한 채 단기적인 현안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만큼 수많은 산업군에서 SW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반면 SW 가치는 저평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만 이번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SW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게 형성됐다고 분석하고 이에 따라 혁신적인 도약도 기대된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SW 가치가 저평가 받는 산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모임 차원에서도 SW 산업을 위해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런 국솔모의 메시지는 ‘업체 간 협력과 상생’이다. 이는 국내외 시장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부분에서 상호 협력하며 회원사들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화식 회장은 “올해 개정된 SW산업진흥법은 중소 SW 기업 육성이라는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SW산업진흥법이란 한마디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중견·중소 업체를 키우자는 것인데, 현실은 의도한 바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빠져 수익 확대를 기대했던 SW 기업들이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빠진 자리가 고스란히 중견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대체되어 겉모양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런 문제점은 국내 IT서비스 업계의 고질적인 하청 구조를개선하는 것을 우선하지 않고 단순히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데 그친 탓이라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SW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닌 미봉책으로 모든 문제를 덮으려 한 결과라는 것이 이 회장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요란한 SW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정부부터 SW제값 주기를 통해 SW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유지보수요율의 경우 SW업체 입장에서는 생명줄과 같다고 주장한다.

유지보수요율을 제대로 받으면 SW업체들이 인재 양성과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국산SW들이 외산 SW와 비교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가 현행 평균 7%인 SW 유지보수요율을 내년에 10%까지 높이고, 2017년까지 15%로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결정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협력’과 ‘상’만이 SW산업 진흥의 해결책

이화식 회장은 우스갯소리로“불법조직도 자금책, 운반책, 행동책 등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솔루션 개발도 이제 독불장군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SW 기업들이 기업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특화된 솔루션 융합을 통한 결합을 시도해야한다고 이 회장은 조언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자사의 솔루션에 부족한 부분을 타사의 고성능 솔루션을 이용해 보완하거나 기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저비용으로 고성능 고품질의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논리다.

비록 개별 솔루션은 단순하고 기반이 약할지 모르지만 솔루션끼리 뭉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즉, 생태계 조성을 통해 M&A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약결합 형태의 제품간 결합은 부담 없이 추진할 수 있으며 단기간에 추진이 가능해 효과 및 성패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합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와 품질을 현격하게 향상시킨다면 동반 판매도 할 수 있어 매출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저비용 투자이므로 위험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이 회장은 국내 SW 기업들이 좋은 씨앗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 압박, 초기 투자, 마케팅력 부족 등 영향력 부족으로 커보지도 못하고 고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독자생존보다는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이 우리나라 SW 생태계에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SW 산업은 오랫동안 투자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정설이 있다. DBMS 제왕인 오라클은 80년대에 3,600명의 엔지니어가 DBMS 하나의 연구개발에 몰두해 오늘의 오라클을 키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국내 DBMS 업체의 엔지니어 수는 2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만 비교해봐도 독자생존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국내 아닌 중국 시장 집중해라

또 이화식 회장은‘협력’과 ‘상생’외 “국내 시장보다 중국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려운 국내 SW 환경 속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국내 SW 기업들은 좋은 씨앗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국내 SW 시장은 척박해 아무리 좋은 씨앗도 크게 자라기 어렵다”며, “투박하기 하지만 기름진 땅만 있는 중국을 주 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SW 시장의 경우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저가 정책은 피할 수 없고 국내 기업끼리 저가 수주를 통해 기업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들의 SW 제값 주기가 정착되지 않고 있어 국내 SW 기업들의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 먼저 성공해 글로벌 진출할 것이 아니라 이제 태동기인 중국에서 저력을 다진 후 국내 및 글로벌 진출을 꾀해야한다는 역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중국 시장을 자동차에 비유해 “자동차 부품 수입은 가능하나 완성차를 만들 기술력은 갖추지 못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이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갖추고 있어 부품만 조달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SW 기업들의 현재 시장 포지션은 독자적 입지를 겨우 확보했거나 해가고 있는 단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레드오션과 다를 바 없는 솔루션 시장에서 개별 기업으로는 기반이 약하다.”

이 회장은 “개별 제품 간 융합이 이뤄진다면 큰 힘을 확보할 수 있어 중국 패키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며 협력을 통한 중국시장 진출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엔코아가 중국 시장 진출에 국내 SW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여 중국 내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만 봐도 이미 희망의 빛을 본 것과 마찬가지다”고 이 회장은 부언했다.

이 회장은 “국솔모가 이러한 시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도적으로 힘써 국내 SW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국솔모 회원사 간에도 제품 간 융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해 성공 모델을 안착해 나갈 예정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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