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ERP 수요 늘고 CRM 성장 본격화

올해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고객관계관리(CRM)시장은 각각 10%와 20%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1,439억원으로 전년(914억원) 대비 57%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ERP시장은 2001년 36.9% 성장한 1,970억원 규모를 형성, 성장세가 주춤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 정도 감소한 25% 전후의 성장률로 2,500억원 규모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 등 국내 ERP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올 성장폭을 작년보다 낮은 5~10%로 전망하고 있다.
SAP코리아의 유세열 이사는 "제조분야의 주요 대기업들의 ERP도입은 완료된 상태인데 반해 중견기업의 투자 여력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더욱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ERP 도입이 보류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오라클의 김일호 부사장도 "개별 기업들의 전산관련 투자 집행 유보와 비용 절감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하드웨어와 네트웍 부문의 투자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도입을 상대적으로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 기반으로 전환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ERP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는 우선 정부의 e정부 추진 등 공공수요의 증대를 시작으로 중공업, 금융 등 비제조 분야의 ERP 도입 가속화, e트랜스포메이션 백본으로의 ERP 필요성 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제품 동향이나 시장 이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RP 제품들의 경우 지난해 자바와 닷넷 플랫폼을 이용한 컴포넌트 기반 개발(CBD) 구조로 개발된 지앤텍의 '위니즈(Winiz)'와 코인텍의 '이글ERP'가 각각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도 역시 CBD기반의 제품들이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비즈니스 백본으로 재정비한다는 입장에서 e비즈니스와 완전히 동화되면서 100% 웹 기반으로 모두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제조업에 집중돼온 ERP패키지가 국내외의 구축사례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별로 특화된 전문 솔루션으로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자원부의 업종별 템플릿 개발 작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산자부는 지난해 ERP업체들을 대상으로 업종별 템플릿을 개발할 업체들을 선정한 바 있으며 창해소프트의 건설전문 ERP처럼 업종별로 특화된 ERP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전사 차원의 일관된 업무흐름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플로우(Business Flow)를 실현해가는 것은 물론 ERP를 근간으로 CRM과 SCM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통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비용감소, 업무통합, 운영용이성 등이 강조된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 이슈면에서는 그동안 구축비용 때문에 도입을 주저했던 중소, 중견기업들의 ERP 도입이 늘고 있으며 ERP공급업체들 역시 포화상태에 이른 대기업 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ERP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

CRM은 산업별로 특화
ERP시장이 이처럼 성장세는 유지하더라도 성장폭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CRM시장이다.
CRM시장은 ERP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상황에 민감함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는 성장의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우선 금융 등 일부 업종에서만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던 고객관리의 중요성이 다른 업종들에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으며, 각 업종에 맞는 CRM 솔루션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벨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별 솔루션을 갖춰놓은 경우이며, SAP도 ERP와 CRM, SCM 등을 각각 산업별로 묶어 공급하는 데 무게중심을 옮겨놓은 상태다.
또 금융권과 카드,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비용 센터(Cost Center) 개념의 콜센터를 이윤 센터(Profit Center)라 할 수 있는 컨텍 센터(Contact Center)로 전환하려는 노력들이 펼쳐지면서 카나소프트웨어와 같은 CRM 전문 벤더들은 물론 ERP(오라클, SAP), CTI(제네시스텔레커뮤니케이션, 어바이어) 등에 바탕을 둔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CRM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이나 SAP의 경우는 ERP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 애플리케이션 부문의 통합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CRM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CRM시장에도 성장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이 바로 그것. 이는 분석, 운영, 협업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는 CRM분야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분석보다는 운영과 협업 분야가 우선적으로 성장하는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운영과 협업 분야에도 분석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닐뿐더러 현재처럼 고객접점이 웹과 콜센터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운영과 협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확한 고객 데이터의 분석 없이는 지속적인 효과를 얻는 것은 좀처럼 힘들다는 점에서 기업의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분석과 운영, 협업의 세 분야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CRM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김태윤 카나소프트웨어코리아 사장은 "CRM시장은 고객접촉이 빈번하고 규모가 큰 통신사나 카드사 등의 투자 여부에 따라 시장 크기가 달라지겠지만 전년에 비해 CRM에 대한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CRM시장은 분석CRM과 협업CRM을 더할 경우 시장규모가 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운영CRM 그 중에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만으로 시장을 한정해 살펴보면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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