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 1990년대 대표 핵심 기술로 부상



[아이티데일리]1990년대 DSP는 모뎀, 팩시밀리의 핵심 프로세서로 활용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DSP는 음성 신호의 잡음 제거, 증폭 등 오디오 분야의 특화 기술로 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통신 기술의 발달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화하는 DSP의 ‘본업’이 미래 전자 산업을 선도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당시 DSP를 오디오 분야의 전용 프로세서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형태로 제시한 세계적 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현재까지 DSP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DSP는 과학 및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무선통신의 발달 및 스마트기기의 대중화에 따라 대용량 멀티미디어 데이터 실시간 처리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DSP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본다.

 


데이터 고속 처리 실현하는 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

디지털 신호 처리(Digital Signal Processing)란 아날로그 신호 정보를 수학적 연산이 가능한 디지털 신호로 변환, 실시간 처리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은 주로 음성, 영상 신호의 디지털 처리에 이용되고 있다. 아날로그 신호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대역폭 제한, 속도 저하 등에서 한계점이 명백하다.

또한 아날로그 신호는 디지털 신호만 처리하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없으며, 디지털 신호보다 신호의 왜곡·손실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 데이터를 더욱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이 각광받게 됐다.

DSP(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 Digital Signal Processor)는 디지털 신호 처리에 특화된 집적회로(IC) 칩을 말한다. DSP는 특정 신호의 잡음 제거, 증폭을 수행하는 한편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거나 합성할 수 있다. DSP는 범용 프로세서의 구조를 대폭 개량, 고속 연산 및 초소형화를 추구한 디지털 신호 처리용 마이크로프로세서다.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하며 범용 프로세서보다 40배가량 연산 속도가 빠르다.

 


음성 코딩 전용 프로세서에서
통신·멀티미디어 실시간 처리까지

DSP는 덧셈·뺄셈·곱셈 등의 반복 연산을 고속으로 처리한다. 초창기 DSP는 컴퓨터의 연산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등장했다. 1970년대 들어 DSP는 군용, 레이더 처리, 음파탐지기 등 보안통신에 적용되면서 활용도를 인정받았다. 이후 CD가 개발돼 음성 코딩에 적합한 DSP의 상용화가 가속화 됐다.

1990년대 DSP는 모뎀, 팩시밀리의 프로세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전자제품의 중심기술로 부상했다. ADSL, 디지털 이동통신 영역에서 DSP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컴퓨터에서는 CPU와는 별도의 보조 처리기로 활용, 음향/영상처리 시 CPU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속도를 향상하는 가속기의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재 DSP는 생체신호/지진파 분석, 지질 촬영 분석 및 천문학, 공학 등 아날로그 신호의 계측과 분석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과학 분야 및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활용도는 말할 것도 없다. DSP는 디지털 방송의 품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달로 고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활용이 빈번한 요즘에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생산·소비에 활용되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DSP가 이용되고 있다.

 


20년 전, 모뎀 시장 선전
멀티미디어/무선통신 사정권

DSP는 20년 전인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핵심 기술이었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포워드컨셉츠는 향후 주요 가전, 컴퓨터 시장이 DSP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DSP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모뎀이었다. 1993년 대부분 PC는 현대와 달리 통신 접근성이 필수요소가 아니었다. 단지 전체 PC의 5분의 1만이 모뎀을 창작하고 있었다.

1996년에는 절반 이상의 PC에 모뎀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DSP 시장의 성장세 역시 주목받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DSP가 멀티미디어 응용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대두했다. 음성/영상 정보의 집합체인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대용량이라는 점에서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처리 역시 DSP의 먹거리로 간주됐다.

태동 단계였던 무선통신 자원으로서의 활용도 역시 주목받고 있었다. 1993년 무선통신 기기 판매량은 720만대로 추산됐는데, 그중 DSP 기술이 활용된 제품은 110만대에 불과했다. 1996년 들어서는 DSP의 무선통신 기기 적용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1996년 무선통신 기기 공급은 1,46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그중 약 1,000만대가 DSP 기술에 기반을 둘 것으로 전망됐다.



20년 전, 오디오 보드 활용 강세
TI “범용 DSP 부상할 것”

1993년 본지는 DSP가 ‘오디오 DSP’, ‘CPU를 보조하는 범용 DSP’, ‘오디오/비디오 코더·디코더 회로’, ‘영상 재생에 특화된 디코드 칩’의 네 가지 형태로 활용되리라 전망했다.

전자공학 분야에서 DSP가 갖는 중요성은 1990년대 당시에도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DSP는 다가올 미래에 디지털 시장을 이끌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러나 DSP를 활용한 솔루션 중 무엇이 주요한 형태로 자리 잡을지에 대해서는 한창 논쟁이 일고 있었다.

1993년 DSP가 멀티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큰 활용도를 보이던 분야는 음성 전용 알고리즘을 채택, 사운드 기기에 최적화된 ‘오디오 DSP’였다. ‘오디오 DSP’는 음성 신호 처리라는 한정된 영역에 특화된 전용 프로세서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오디오 DSP’매출은 1992년 360만개에 달했다. 1995년에는 약 85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었다. 그러나 1993년 당시 본지는 ‘오디오 DSP’가 응용에 한계가 있어 향후 ‘범용 DSP’에 자리를 내 줄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범용 DSP’의 대표 주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였다. TI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마이크로프로세서 형태의 DSP만이 DSP의 활용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TI는 하나의 프로세서가 특정 영역의 연산을 전담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광범위한 연산을 구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TI는 고속 연산, 초소형을 특징으로 하는 DSP 칩을 통해 빠르고 유연한 플랫폼을 실현할 방침이었다.

이러한 TI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현재 TI는 DSP 시장을 장악,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TI는 현재 전 세계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DSP의 과반수를 공급하고 있다.


▲ 머씨 렌더친탈라 퀄컴 테크놀로지 사장이‘스냅드래곤’을 설명하고 있다


초소형 반도체 칩 DSP, 혼합 프로세서에 적극 활용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반도체 칩의 집약체다. DSP는 AP의 필수적인 요소로 탑재된다.

현재 모바일 AP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 퀄컴은 자사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을 영국 명문 축구클럽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비유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은 베이스밴드 통신 칩, 그래픽 처리 유닛(GPU), 무선주파수(RF) 칩, 아날로그 칩과 더불어 DSP까지 하나의 반도체에 통합한 시스템온칩(SoC)이다.

이는 비단 모바일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사례가 아니다. 역시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AMD는 지난 9월 자사 GPU ‘그래픽코어넥스트’에 DSP를 내장시키는 신기술 ‘트루오디오’를 선보인 바 있다.

고속 멀티미디어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 게임 산업에서 GPU는 핵심 요소다. 영상 품질은 그래픽 기술뿐 아니라 그와 어우러지는 음향 기술 수준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GPU의 성능 향상만으로는 해당 프로세서가 장착된 컴퓨팅 환경이 오디오 연산을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게임 개발사들은 음향 효과 구현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리에 신경 쓰다가는 자칫 게임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한 AMD는 DSP를 GPU에 내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트루오디오’기술을 통해 고품질의 그래픽뿐 아니라 사운드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통합 프로세서를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전자기기의 품질 향상과 그에 따른 멀티미디어 산업의 도약은 DSP가 다양하게 활용될 무대가 됐다. 마이크로프로세서 DSP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혼합체 속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더욱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