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 ‘SW 지재권 수호’에 유통업체들 호황 구가



 

[컴퓨터월드] 지난 5월 정품 SW 활용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등장했다. 정품 SW 사용이 활성화되면 SW 개발·유통사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압도적인 경제적 이익이 창출된다는 내용이다. BSA와 인시아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품 SW를 1% 더 사용할 경우 약 80조원(73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이는 불법복제 SW를 1% 더 사용하는 경우(22조원, 200억 달러)보다 약 4배 이상의 수치다.

20년 전은 불법복제 SW 단속의 원년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BSA로부터 불법복제율 82%, 그로 인한 피해액이 6억 4,8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적으로 불법복제가 심한 나라로 지목됐다. 이에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장서서 불법복제 단속의 물꼬를 텄고, SW 유통업체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불법복제 SW 근절 캠페인의 시발점과 오늘을 들여다본다.

정품 SW 사용 1% 늘 때마다 1조 2천억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

글로벌 SW업체 연합 BSA(The Software Alliance, 소프트웨어 연합)와 유럽의 명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는 95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연구조사를 통해 정품 SW를 사용하면 불법복제 SW를 사용했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BSA와 인시아드가 전 세계에 동시 발표한 ‘경쟁력 우위-정품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품 SW를 1% 더 사용하면 약 80조원(73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불법복제 SW를 1% 더 사용하면 약 22조원(200억 달러)의 이익이 창출된다. 즉, 정품 SW 사용이 불법복제 SW보다 약 4배에 가까운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 정품 SW 대 불법복제 SW의 경제적 영향 (출처: BSA)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정품 SW 사용이 1% 증가하면 GDP(국내총생산)가 약 1조 6000억 원(14억 5,100만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불법복제 SW 사용이 1% 증가하면 GDP는 약 3700억 원(3억 3,500만 달러) 증가에 그친다. 불법복제 SW 사용을 근절하고 정품 SW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약 1조 2000억 원(11조 1,600만 달러)라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창출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수치의 근거는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생산에서 SW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현대에서, 정품 SW가 기업 자산을 보안 위협에서 지킬 수 있고 SW를 활용한 기업 활동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 전반에 SW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고소득 국가의 경우 정품 SW를 활용했을 때 경제적 이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품 SW를 사용하면 불법복제 SW 사용 시 떠안아야 하는 법적 위험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나, 정품 SW 활용 활성화를 통한 ‘SW 제값주기’가 SW를 개발·공급하는 IT 산업을 경쟁력 있는 미래 산업의 근원지로 양성시키는 기본 토양이 된다는 점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보고서를 발표한 BSA 박선정 의장은 “정품 SW 사용은 기업의 법적, 경제적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며 “정부는 정품 SW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통해 이러한 경제적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SW 불법복제율 40%…OECD 평균치 27% ‘훌쩍’

BSA에 따르면 2011년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40%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불법복제율인 42%보다는 소폭 낮은 수치지만, OECD 국가 평균인 27%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19%) 및 이웃나라 일본(21%)의 경우를 훨씬 웃돈다.


 


▲ 2011년 전 세계 SW 불법복제율은 42%로 나타났다 (출처: BSA)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2006년 45%를 기록한 이래 매년 1%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국내 SW 시장이 매년 7%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불법복제 SW가 사용되는 절대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서 BSA의 최신 보고서와 같은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불법복제 SW의 활용은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사장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불법복제 SW의 사용이 SW 개발 기술력을 가진 유망한 벤처 기업이 기술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기능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건설업체용 ERP 전문 SW 기업인 B사 대표는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래는 몇 소절만 베껴도 표절이라고 하면서, SW 도둑질에는 관대한 게 대한민국”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우리 회사가 독자 개발한 SW 기술을 통째로 도둑맞고 회사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던 B사는 한 중견 건설업체가 자사 SW를 무단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 3년이 넘는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불법복제 SW 사용이 IT 산업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실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례다.

20년 전, SW 불법복제 단속 원년

20년 전은 불법복제 SW 사용 근절을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원년이다. 1993년 7월 다우기술,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총 40여 곳의 SW 개발사·유통업체가 모인 ‘소프트웨어 재산권 보호 위원회’가 발족했다. ‘소프트웨어 재산권 보호 위원회’는 SW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대국민 홍보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문구의 지적재산권 보호 캠페인이 TV를 통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다.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도 개정됐다.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벌금은 기존 300만원 이하에서 3천만원 이하로 올랐다. 또한 업무상 창작한 SW의 경우 이를 개발한 법인, 단체 등이 해당 SW를 해당 기관 명의의 재산으로 공표하지 않더라도 그 법인, 단체를 해당 SW의 저작권자로 인정하게 됐다.

아울러 정부는 SW 지적재산권에 침해중지 청구권이란 법률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 ‘친고죄’에 해당했던 SW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비친고죄’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친고죄’란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즉, SW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가 ‘비친고죄’가 된다는 것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SW 불법복제 행위에 대한 신고와 소송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정부 차원에서 SW 불법복제를 근절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불법복제 SW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이루어졌던 1993년 SW 유통업체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PC 판매업체, 학원, 기업체를 새로운 수요처로 확보한 SW 유통업체들은 전년보다 3배 이상 매출이 증대했다.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PC 패키지 SW 전문업체의 경우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년 전, “뒤늦은 단속” 또는 “단속을 위한 단속”

이처럼 1993년 SW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전개된 원인으로, 당시 본지는 1993년 2월 BSA가 우리나라를 SW 불법복제가 가장 심한 나라로 지목한 데 있다고 풀어냈다.

당시 BSA는 미국의 주요 8개 SW 업체로 구성돼 있었다. BSA에 따르면 당시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82%, 그에 대한 피해액은 6억 4,8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에 홀리만 BSA 회장은 1993년 초 내한, 한국 정부에 프로그램 보호법의 강화를 제안했다.

그 후 검찰은 1993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SW 불법복제 혐의로 787명을 입건, 132명을 구속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1992년 한 해 동안 611명이 입건되고 14명이 구속된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수치다.

당시 본지는 이러한 정부의 단속 강화를 두고 비난의 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왕 수사하려면 5년 전쯤에 이미 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SW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컴퓨터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외산 SW의 국내 점유가 아직 확산되지 않았던 5년 전 이러한 단속이 이뤄졌더라면 국내 SW 산업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 관계자들은 “현재의 단속 방식은 외산 SW의 시장 잠식을 가속할 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당시 본지는 업체 고발에 앞장섰던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한 사용자들의 눈길도 곱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법복제 SW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까지 들춰내며 ‘과거 먼지 털어내기’ 식으로 혐의를 뒤지는 것은 ‘단속을 위한 단속’에 불과하다는 것.

아울러 SW의 가격이 기준 없이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나, 체계적인 유통망 부족, 유지보수 서비스 부실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선도 없이 단속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영세 PC 제조업체들은 정품 SW 사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PC 판매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주변기기로 중심을 옮기거나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미국처럼 PC 제조업체 등 대량 물량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는 SW를 값싸게 공급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IT 환경 변화, SW를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현재에 와서 정품 SW 활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IT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대중에 확산됨에 따라 SW 사용자들은 사무실 PC뿐 아니라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SW를 활용하기를 원하게 됐다.

더불어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에 따라 SW 기업은 매장/유통망을 통해 SW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SW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어도비시스템즈는 패키지 형태의 SW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정액제 형태로 영업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향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 어도비의 디자인 관련 SW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서비스로서의 SW는 기존 ‘1PC, 1라이선스’ 방식과 달리 본인의 계정에 라이선스가 부여된다. 따라서 하나의 라이선스로 복수의 장치에서 SW를 활용할 수 있다.

어도비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근 라이선스 정책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사무용 SW ‘MS 오피스’를 패키지 형태로도 판매하지만, 연간 계약 후 활용할 수 있는 ‘MS 오피스 365’라는 상품을 둬 서비스로도 판매한다.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SW 기업이 서비스로서의 SW 판매에 나선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다. 양사는 사무용, 디자인 SW 기업의 대명사로서 불법복제 SW와 긴 전쟁을 치러왔기 때문이다. 향후 클라우드를 통해 SW가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제공됨에 따라, 이제까지 양사가 짊어져야 했던 SW 불법복제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W 불법복제 감소, 정부 주도의 노력 필요

BSA는 ‘경쟁력 우위-정품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SW 불법복제 감소를 위해 각국 정부에 ▲대국민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 ▲지적재산권 관련법 현대화 ▲전담 자원 투입으로 법집행 강화 ▲정부의 정품 SW 사용 솔선수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 및 기타 지적재산권 관련 법규가 기술 혁신 속도에 발맞추지 못했음을 지적, 클라우드 컴퓨팅 및 모바일 기기 확산이라는 IT 환경 변화에 적합하도록 법적 보호장치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SW 불법복제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간주하지 못하는 대중의 인식,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한편 범법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SA는 전국 지역별로 지적재산권을 집행할 전담기관을 구성함으로써 지적재산권 침해행위의 조사·처벌을 위한 전용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주도로 SW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처럼 민간 주도의 단속은 글로벌 기업 등 몇몇 기업으로 단속의 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단속을 위한 단속’으로 변질할 가능성 역시 크다. 반면 중소 SW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지재권 침해에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상대적으로 지재권 침해에 더 큰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집행 전담기관을 통해 폭넓고 공정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BSA는 각국 정부가 세계에서 SW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체라는 점에 주목, 정부가 정품 SW 사용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기업, 협력기업, 조달기관에서 SW 자산관리 프로그램(SAM)을 채택, 합법적이면서도 실용적으로 SW 자원을 운용,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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