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육성 기본계획,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야하나

[컴퓨터월드] 슈퍼컴퓨터(초고성능컴퓨터)란 보통의 컴퓨터로는 해결이 어려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하게 만들어진 컴퓨터를 말한다. 정보기술이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요즘 슈퍼컴퓨터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미래지향적 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이끌어갈 핵심 요소다. 더욱이 최근 IT 산업의 ‘핫 트렌드’인 빅데이터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슈퍼컴퓨터의 활용 무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슈퍼컴퓨터를 국가 글로벌 경쟁력 제고의 핵심 인프라로 간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가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듬해인 2012년 말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2013~2017)’이 수립됐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이 어떻게 진행됐으며 또 준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한국 슈퍼컴, 활용 “조금씩 성장” VS 자원 “끝없는 추락?”

‘국가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슈퍼컴 육성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다. 그간 국내 슈퍼컴퓨터(초고성능컴퓨터) 산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각) 미국 덴버에서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2013’이 열렸다.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는 매년 6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세계 각국의 슈퍼컴퓨터 산업 현황을 파악하는 국제 행사다. 세계 각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중 TOP 500을 선정하고, 우수한 슈퍼컴퓨터 활용 사례를 뽑아 상을 수여하며 슈퍼컴퓨터 기술 확보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하는 자리다.

11월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드러난 한국 슈퍼컴 산업의 오늘은 어떨까.

국내 슈퍼컴 순위는 ‘또’ 떨어졌다. 지난 6월에도 국내 슈퍼컴 순위는 예년에 비해 훌쩍 주저앉았다. 당시 세계 TOP 500위 안에 등재됐던 국내 슈퍼컴은 기상청의 해담과 해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2, 서울대 이재진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천둥 등 총 4대였다. 2012년 말 77, 78위였던 해담, 해온은 지난 6월에는 91, 92위, 이번에는 110, 111위로 세 자리 수까지 밀려났다. 타키온2는 2012년 말 89위, 지난 6월에는 107위, 이번에는 137위로 떨어졌다. 2012년 말 ‘토종 슈퍼컴’으로는 처음으로 TOP 500 안에 등재되는 성과를 냈던 천둥은 지난 6월 예년보다 144계단이나 하락한 422위에 랭크됐고, 이번에는 아예 TOP 500 밖으로 밀려났다.

 


▲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2013에서 발표된 TOP 500에 등재된 국내 슈퍼컴 해담, 해온, 타키온 순위

 

이런 아쉬운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 KISTI가 수행하고 있는 ‘첨단사이언스 교육허브 개발사업(EDISON)’이 ‘HPC 혁신우수상(HPC Innovation Excellence Award)’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IDC가 주관하고 미국 국방성, 에너지성, 인텔, HP, MS가 후원하는 HPC 혁신우수상은 HPC(High-Performance Computing,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활용에 뛰어난 성과를 낸 프로그램·사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국내에서 HPC 혁신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DISON은 이공계 연구원, 학생, 중소기업 등이 슈퍼컴퓨터 기반의 국내 개발 시뮬레이션 SW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부는 2011년부터 EDISON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1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93개의 대학, 193개의 공대 교과목에서 10,210명이 약 83,000만 건의 계산에 EDISON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 KISTI는 열유체·화학·물리 분야별로 EDISON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나타난 한국 수퍼컴 산업을 정리해보자. 활용측면에서는 지난 2년간 국내 슈퍼컴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슈퍼컴 자원의 질은 2011년 세계 20위권에 머물던 이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다. 슈퍼컴퓨터 자원 확보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슈퍼컴퓨터 산업에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슈퍼컴 육성법은 2011년 발효됐지만 2012년 말에서야 겨우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이하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연말에 수립된 계획이다 보니 관련 예산 확보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5개년 계획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2014년에는 보다 공격적인 육성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2013년 성과는? “슈퍼컴 인식 제고 및 저변 확대”

KISTI는 5개년 계획이 수립되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모체는 국가초고속컴퓨팅센터다.

슈퍼컴 연구소는 슈퍼컴 육성법 제정 및 5개년 계획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지수 소장이 총괄하고 있다. ‘센터’가 ‘연구소’로 ‘개명’된 데에서, 기초과학 및 산업의 기술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보다 심도 있는 슈퍼컴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KISTI의 방향성이 엿보이기까지 했다.

2013년 11월까지 KISTI의 주요 행보는 국내 슈퍼컴퓨터 인식 제고 및 슈퍼컴 산업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식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슈퍼컴퓨팅전략실장은 “슈퍼컴퓨터라는 인프라 자체를 잘 모르거나, 개념은 아는데 지레 겁을 먹고 활용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운을 뗐다. 산업 전반에 슈퍼컴에 대한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KISTI가 이에 주목, 산업 전체가 슈퍼컴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

이 실장은 “2013년 KISTI는 중소기업이 슈퍼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슈퍼컴 연구소 소속 연구원을 중소기업에 파견, 지원했다. 민간기업 20여 곳에 시범 지원했고, 향후 확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연구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계와 연계해 지속해서 민간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TI는 슈퍼컴의 운영효율을 제고하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슈퍼컴 육성법이 처음 도입됐던 2011년 당시 국내 슈퍼컴의 평균 운영효율은 50~60% 내외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 미래부 요청에 따라 KISTI는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 자원의 스케쥴링(scheduling) 방식을 개편,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올 하반기 들어 KISTI 내 슈퍼컴 자원 운영효율이 80%에 육박하게 됐다고 이 실장은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슈퍼컴퓨터에 대한 인식을 제고에도 나선 것은 물론이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한 ‘2013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가 그 사례다. 슈퍼컴 연구소와 KSCSE(한국계산과학공학회)가 공동 주관한 ‘2013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는 IDC의 얼 조셉 부사장, 글로벌 슈퍼컴퓨터 기업 크레이(Cray)의 피터 웅가로 CEO, 피츠버그 슈퍼컴퓨팅센터의 짐 카스도프 디렉터 등 슈퍼컴퓨터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해 슈퍼컴퓨터 산업의 글로벌 현황과 전망을 논했다.

 


▲ ‘2013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얼 조셉 IDC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이 실장은 “IDC 부사장 등 외국 유명 인사들이 컨퍼런스에 등록비를 내고 참가했다”며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라는 단어를 이름에 명시한 법을 가진 나라는 미국 외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만큼 전 세계에서 국내 슈퍼컴 육성법에 대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 참여한 얼 조셉 IDC 부사장은 “한국의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세계적인 롤모델”이라 언급한 바 있다.

5개년 계획, 2014년 버전의 거대 이슈: 자원 확보, 자체 개발

5개년 계획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슈퍼컴 육성법을 어떻게 시행할지 그 방향을 담고 있다.

2012년 12월에 수립된 5개년 계획은 수립 후 1개월 만에 바로 첫 시행연도를 맞았다. 5개년 계획이 정부 주도의 슈퍼컴 산업 육성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2013년은 그 방향으로 나아갈 섬을 긋기 전 점을 찍는 단계였다. 오준호 미래부 원천연구과 사무관은 “2013년 미래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 ‘어떤 점을 찍어야 슈퍼컴 육성에 바른 선을 그을 수 있을지’ 검토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부는 올해, 2014년 5개년 계획의 가장 ‘거대한’ 두 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세우는데 주력했다.

두 과제는 모두 슈퍼컴 자원에 관련돼 있다. 2011년 이후 국내 슈퍼컴 순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슈퍼컴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자원 확보’ 과제다. 두 번째는 슈퍼컴 자원을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할 역량을 키우겠다는 ‘자체 개발’ 과제다.

두 과제가 5개년 계획의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른 배경은 예산이다. 두 과제는 5개년 계획의 10대 과제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슈퍼컴퓨터 가격은 일반적으로 1,000억원을 웃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자체 개발 슈퍼컴 ‘케이’를 만들기 위해 1.5조원을 투자했고,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 ‘텐허2’를 보유한 중국 역시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슈퍼컴 산업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새로운 자원 도입할 것”

자원 확보 과제는 5개년 계획의 10대 과제 중 다섯 번째 ‘미래수요 대응 초고성능컴퓨팅 자원 확보’ 과제를 말한다.

슈퍼컴 관계자들은 이를 ‘5호기 과제’라 부른다. 해담, 해온, 타키온2, 천둥에 이어,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가 선정하는 TOP 500위 안에 등재될 다섯 번째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려는 과제라는 의미에서다.

일반 컴퓨터로는 수행하기 힘든 고성능 연산을 수행하는 고성능컴퓨터는 앞서 거론된 4호기 외에도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슈퍼컴퓨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는 세계 500위 안에 등재되는 고성능컴퓨터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국 슈퍼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점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 500위 안에 포함되는 고성능컴퓨터, 초고성능컴퓨터 확보가 갖는 의미다.

기존 슈퍼컴 자원이 도입된 지 시간이 흘렀다는 점도 새로운 슈퍼컴 자원 도입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하는 부분이다. 현재 KISTI가 보유한 타키온2는 2008년 도입됐다. 2009년 타키온2는 TOP 500에서 14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37위로 떨어졌다. 이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슈퍼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해 타키온2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 KISTI ‘타키온2’

 

KISTI는 5호기를 세계 10위 안에 드는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KISTI는 5호기 과제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준비에 한창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500억 이상 규모의 국가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해당 사업의 당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선행되는 단계다. 본래는 토목공사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요구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R&D 분야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KISTI는 ▲생명과학·의학 및 신약개발 ▲신물질 개발 ▲방재·감재에 이바지하는 지구변동 예측 ▲차세대 제조 ▲물질 우주의 기원과 구조 등 총 5개의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슈퍼컴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5호기 과제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 통과한다면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5호기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그 계획에 따라 예산을 배정받으면 2015년에는 국내에 새로운 슈퍼컴 자원이 들어온다. 그 후 KISTI는 5호기를 정부 기관 및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2016년 본격적으로 5호기 자원을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슈퍼컴 자체 개발 기술은 ICT 산업 전체의 원천”

자체 개발 과제는 5개년 계획의 10대 과제 중 여덟 번째 ‘초고성능컴퓨팅 시스템 자체 개발 역량 확보’ 과제를 말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미래부는 기획연구를 내놨다. 이 기획연구에는  이재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자체 개발 과제는 슈퍼컴의 설계, 구현 뿐 아니라 슈퍼컴을 이루는 핵심 부품까지도 국산 부품을 활용함으로써 보다 완전한 국산 슈퍼컴을 개발해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재진 서울대 교수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 자체 개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서버·PC에 10년 전의 슈퍼컴퓨터에 적용됐던 HW, SW 기술이 이전돼 있으며, 현재의 스마트폰 역시 10년 전의 서버·PC에 적용됐던 HW, SW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ICT 분야를 슈퍼컴퓨터, 서버·PC, 모바일기기라는 세 단계로 나누었을 때 기술이 일정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 ICT 분야의 성능요구 및 기술이전 방향

 

이 교수는 “슈퍼컴퓨팅 기술은 ICT 분야의 원천 기술”이라며 “슈퍼컴퓨터 자체 개발 기술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국내 ICT 시장은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르게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모바일기기 기술에 연구 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다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이른바 ‘아이폰 쇼크’를 겪으며 국내 ICT 산업에 ‘위기론’이 등장했던 사례가 있다. 슈퍼컴퓨터에서 서버·PC로, 모바일기기로 기술이 이전되는 흐름의 가장 밑단에 대한 기술 확보에만 주력하다 보니 시장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글로벌 슈퍼컴퓨팅 기술은 향후 10년 내 지금의 1,000배 이상으로 성능을 향상해야 한다는 시장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슈퍼컴퓨터, 서버·PC, 모바일기기로 기술이 이전하는 주기는 더욱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슈퍼컴퓨터 산업뿐만이 아니라도 미래 산업 전체를 선도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자체 개발 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할 필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자체 개발 기술, 글로벌 시장서 선전 가능성 충분”

 


▲ 서울대 ‘천둥’

 

이재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연구팀은 ‘토종 슈퍼컴’ 천둥을 자체 개발한 걸로 유명하다. 2012년 말 천둥은 TOP 500에 진입함과 동시에 GREEN 500에도 등재, 세계 21위의 ‘그린’ 슈퍼컴으로 선정됐다.

GREEN 500은 세계 슈퍼컴의 에너지 효율 순위다. 즉 천둥이 저전력 소모 면에서 높은 효율을 발휘한다는 것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것. 이는 국내 슈퍼컴 자체 개발 기술이 글로별 경쟁을 목표로 하는 데 희망적인 요소다.

중국, 미국 등 슈퍼컴 기술의 글로벌 선두주자들은 2020년 엑사플롭스 단위의 속도를 실현하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구축을 노리고 있다. 1엑사플롭스란 1초에 1,000,000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속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력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엑사스케일 시스템은 구축 자체보다 그것을 가동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 상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예를 들어보면, 엑사스케일급 초고성능연산 시스템을 x86 프로세서로 구현할 경우 그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최고 2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하나를 돌리기 위해 발전소를 세워야 하는 규모다.

피터 벡맨 미국 에너지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수석 과학자는 “슈퍼컴퓨터는 전력과 비용 싸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향후 슈퍼컴퓨터 개발 기술이 전력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엑사스케일 시대로 가려면 저전력 이슈는 규모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개발 지원만 된다면 글로벌 시장을 향해 한국이 제대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부는 기획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 과제에 관해서도 예비타당성조사에 대비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호기 과제와 마찬가지로, 자체 개발 과제 역시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 통과한다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미래 산업 혁신 견인할 슈퍼컴, 2014년에는 본격 육성될까

IDC에 따르면 산업체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을 때의 ROI(투자자본수익률)는 1달러 투자 대비 356달러의 매출, 38달러의 이윤이다. IDC는 또 슈퍼컴퓨터 산업에 93,000달러가 투자될 때마다 1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슈퍼컴퓨터의 저변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초과학 분야에 슈퍼컴 활용이 편중돼 있으나, 슈퍼컴은 의료, 제조, 에너지, 금융, 환경, 설계, 그래픽 처리 등 학계, 산업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료 분야에서 각종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에 슈퍼컴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수처리기술 중소기업 에스엠워터테크는 KISTI의 ‘모델링&시뮬레이션 환경지원 사업’을 통해 하수처리 기술에 활용되는 기포 발생 장치의 효율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없이 연구개발을 진행할 경우 소모되던 시간과 비용을 절반 이상 줄였다.

즉 슈퍼컴은 학계의 거대 연구 성과를 도모할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R&D 혁신을 주도할 핵심 요소다.

5개년 계획의 자원 확보, 자체 개발 과제는 12월, 혹은 내년 초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에 따라 2014년 슈퍼컴 육성법이 실제 어떻게 추진될지에 대한 큰 그림이 잡힌다.

이재진 서울대 교수는 “슈퍼컴퓨터야말로 창조경제에 가장 잘 맞는 이슈”라고 강조했다. 미래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할 동력이자 원천 기술인 슈퍼컴퓨터가 2014년에는 과연 공격적으로 육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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