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장벽 많지만 새로운 영역서 가능성 제시, 제조업 경쟁력 높인다

[컴퓨터월드] 3D 프린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유망기술로 꼽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10대 기술을 발표하면서 3D 프린터를 두 번째로 선정했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4년 IT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 탑 10 가운데 3D 프린터를 포함시켰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3D 프린터는 앞으로 지금까지 모든 분야의 생산방식을 바꿀 만 한 잠재력을 가졌다”라고 언급하며 관련 시장에 불을 붙였다.

3D 프린팅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내연기관, 컴퓨터에 이어 디지털시대에 3차 산업혁명을 이끌 아이콘으로 꼽힌다. 3D 프린팅은 컴퓨터로 작업된 가상의 3D CAD 모델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물리적인 모델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3D 프린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제조업 시대를 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이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 3D 프린터가 앞으로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제조방식 혁명 가져올 3D 프린터
 

▲ 스트라타시스 3D 프린터 ‘오브젯500 코넥스’



3D 프린팅은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 중 하나로 소재를 층층이 쌓는 기술이다. 잉크젯 프린터가 입력된 사진이나 문서에 따라 잉크를 분사하듯, 3D 프린터는 디지털화된 3차원 제품 디자인을 2차원 단면으로 연속적으로 재구성해 소재를 한 층씩 인쇄하면서 적층한다.

따라서 재료를 자르거나 깎는 방식의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이라고 하는 반면, 3D 프린팅은 새로운 층을 쌓는 방식의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 한다.

절삭가공의 경우 내부가 비어있거나 복잡한 구조의 모델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게 어려웠다. 반면 3D 프린팅과 같은 적층가공 방식은 재료를 한층씩 쌓아 모델을 조형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나 비정형적인 구조의 모델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깎아서 만드는 절삭가공 방식에 비해 폐기되는 재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3D 프린터의 작동 원리는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하다. 다만 잉크 대신 열에 잘 녹는 플라스틱 가루를 분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3차원 설계도에 따라 한 층씩 플라스틱 가루를 입체적으로 쌓은 형태여서 주로 새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전통적인 시제품 제조 방식은 금형을 만들어 공장에서 찍어 내야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3D프린팅은 설계만 하면 그 자리에서 시제품을 즉석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오류를 발견한 경우 제품 디자인만 수정하면 손쉽게 다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 방식처럼 별도의 금형을 제작하거나 많은 기기를 사용하는 일이 적어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초기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3D프린터는 전통적인 제조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3D 프린터 도입, 혜택은?

3D 프린터를 도입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제품 개발 단계에서 제품출시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의 제품 주기가 매우 짧은 시장상황에서 빠른 신제품 출시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인 제품 개발 과정의 최종 단계에서 외주를 통해 금형 등으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경우 외주 제작에만 수주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3D 프린터를 사내에 도입하게 되면 몇 시간이면 시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때문에 곧바로 제품의 테스트와 수정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제품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3D프린터는 오류로 인한 기업의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기존에는 제품 개발 최종단계에 이르러서야 제품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시제품을 제작해야 했었다. 따라서 디자인상의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 다시 처음부터 설계해야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용이 발생됐고, 제품 출시기간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모델을 직접 출력해 테스트하고, 확인해볼 수 있어 오류 발생 가능성을 대폭 낮출 수 있음은 물론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

이밖에도 3D 프린터는 외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다. 제품이 최종 양산되기 전까지 모든 제품 디자인 등에 대한 기밀 내용을 사내에서 유지할 수 있다.

요즘같이 다국적으로 비즈니스, 제품 개발 등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3D 프린터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센터와 공장이 각각 다른 국가에 있는 경우 기존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는 시제품을 우편 등을 이용해 직접 보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3D 프린터를 도입하게 되면 디자인센터에서 보내온 3D CAD 파일을 곧바로 모델을 제작해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같은 혜택으로 자동차, 휴대폰, 가전제품, 의료기기, 의류 등 다양한 산업의 글로벌 기업에서 3D 프린터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5년까지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최소 25% 이상의 기업에서 부품 생산 과정에 3D 프린터를 도입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넓어지고 있는 3D 프린터 활용 범위

▲ 3D 프린터로 제작한 제품


최근 3D 프린터는 시제품 제작을 넘어 직접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3D 프린터는 개발 초기엔 프린팅 소재가 플라스틱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나일론·금속 등으로 확장됐다. 산업용 시제품을 프린팅하던데서 이미 3D 프린팅으로 생산된 액세서리, 휴대폰 케이스, 주방식기 등이 등장했고, 다소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자동차, 항공기 등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데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같이 3D 프린터는 새로운 영역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3D 프린팅은 제품 디자인만 있다면 매번 다른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현실 속 물체를 3차원 디지털 파일로 옮겨줄 수 있는 3D 스캐너가 고도화되면서 제품 디자인 역시 쉬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청기, 치아, 의족 등 개인 맞춤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한 일부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군서 3D 프린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3D 프린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휴대폰 케이스, 완구, 신발 등 제조업체는 물론 정형외과나 치과와 같은 의료계에서도 사용해왔다. 의료계에서는 의족, 의수, 임플란트, 보청기 등을 제작하는데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포드, 이탈리아 피아트 등에서도 자동차 부품과 시제품을 만들 때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의료계에 부는 3D 프린터 바람

▲ 의료계에서 3D 프린터의 보급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3D 프린터의 보급 속도가 두드러지는 산업군은 의료계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3D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비교적 다른 산업군보다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뼈와 장기의 손상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보는 것보다 3D 프린터 출력물을 확인하는 게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손상됐는지 더 쉽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 보철기기나 임플란트를 제작할 때도 3D 프린팅이 사용된다. 이미 보급돼 있는 3차원 CT, 치과용 3D 스캐너 등과 연계할 경우, 개인 골격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쉬워지고, 환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보형물은 기존의 방법인 수공으로 제작된 보형물보다 더 정밀한 작업까지 구현할 수 있어 환자의 몸에 최적화된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귀 모양의 보청기를 만드는 데도 3D 프린터는 유용하게 쓰인다. 보청기 제조업체 딜라이트는 2011년 3D프린터 기술을 도입해 개인의 귀 모양에 맞는 보청기를 제조하고 있다. 과거 맞춤 보청기는 최소 10년 이상 경력의 숙련공이 일일이 깎고 다듬는 방식으로 제작돼 제작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하지만 실리콘으로 귀 모양을 본뜬 후 3D스캐너를 이용해 스캔하고, 그대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하면 환자 귀에 꼭 맞는 보청기가 제작된다. 또 장비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대량생산할 수 있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만들고, 고객 귀 모양의 스캔 자료를 보관해 분실 시 언제든 제작할 수도 있다.

딜라이트 보청기 관계자는 “3D 프린터를 도입해 정교하고 세밀한 보청기 제작을 한 이후로 불량률이 크게 낮아지고, 고객들의 착용감도 개선됐다”며 “3D 프린터가 기술자 3~4명의 작업량을 한 번에 소화해 빠른 시간 안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1인 제조업 실현 가능성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3D프린터는 단순히 새로운 생산수단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켜 산업 구조를 바꾸는 혁신성을 갖고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개발, 생산단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제조업 프로세스 전 단계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일반인도 3D 프린터만 있으면 발명가, 제조업 종사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3D 프린터가 알려지기 시작한 4~5년 전만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개인이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최근 저렴한 가격의 개인용 3D 프린터가 점차 보급되면서 일반 중소기업에도 수요가 늘고 있다. 홀러스 보고서는 2040년에는 지금의 PC처럼 3D프린터가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3D 프린터는 일반 PC에서 3D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설계 데이터를 전송만하면 내장된 금속,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원재료를 설계도에 맞게 쌓아나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물건처럼 입체감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누구든 간단한 3D 도면 제작법만 익히면 자신이 원하는 조형물은 물론 작은 플라스틱 용기부터 자동차 디자인까지 쉽게 완성할 수 있고, 시장성이 있다면 제조해 판매까지 할 수도 있다. 3D 프린터가 개개인에게 보급되는 시대가 오면 누구나 제조업 종사자가 될 수 있어 직업이 매우 유연해질 수 있는 셈이다.

3D 프린팅은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서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디지털화된 제품 디자인만 있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별도의 맞춤형 생산 설비나 숙련도가 높은 작업이 요구되지 않아 개인이 제작한 디자인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 오히려 개인의 창의력이 대량 생산 시스템과 낮은 임금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제품 공급망 변화시키는 3D 프린터

이미 몇몇 웹사이트에서는 개인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3D 프린팅으로 대신 생산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공유하고 필요하면 다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온라인 스토어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던 것처럼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 파일이 거래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도구들이 배포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3D 프린터는 결과적으로 제품의 공급망 자체를 달라지게 한다. 지금처럼 판매할 제품을 쌓아두는 대신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다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필요할 때 디지털 라이브러리에서 제품 디자인을 찾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공급망을 간소화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재고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공급망이 마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제품이 고장 났을 때, 부품 재고가 없어서 수리가 어려운 경우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필요한 부품의 디자인을 다운로드해서 3D 프린터로 생산하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부품을 구할 수 있다. 비행기처럼 사용기간이 긴 제품일수록 이 같은 니즈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5억 달러 규모…아직은 태동 단계

이같이 3D 프린터에 대한 기대와 니즈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의 전망은 밝다. 실제로 2011년 3D프린터가 3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재조명되면서 한해에만 1만5000대가 팔렸고, 1년 뒤에는 3배나 늘어난 총 4만5000대가 판매됐다.

가트너는 2011년 가정용·업무용 3D 프린터 보급 대수가 2006년과 비교해 100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3D 프린팅이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바꿀 혁신적 기술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3D 프린터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홀러스 보고서는 2040년에 지금의 PC처럼 3D프린터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2년 22억 달러에서 2015년 37억 달러 규모로, 2019년에는 65억 달러까지 연평균 9%씩 성장해 오는 2021년에는 10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높은 기대감에도 아직까지 3D 프린팅이 전통적인 생산 공정을 대신할 것이라고 결론짓기는 다소 이르다. 시장 규모로 볼 때 3D 프린팅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GDP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 게 사실이다. 아울러 오늘날 표준화, 자동화된 생산공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저렴한 비용 수준을 단기간에 3D 프린팅이 따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또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3D 프린터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업체는 유럽 16개, 미국 5개, 아시아 10개 등으로 소수에 불과하고, 3D 프린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D 프린터는 단기간에 스마트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산업발전과 함께 서서히 산업전반으로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3D 프린터 제조업체 로킷 관계자는 “보급 초기 3D 프린터는 부피는 크고 고가의 산업용 장비로 특수한 기업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톱 형 3D 프린터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제조 산업이나 디자인 업계에서 3D 프린터는 신기한 장비가 아닌 당연한 장비가 됐다”며 “개인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이 장비는 머지않아 PC나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에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장벽·제도 및 규제 정비돼야 발전

아직까지는 3D 프린팅이 넘어야 할 기술 장벽도 적지 않다. 3D 프린팅 기술 자체가 태동 단계인 만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종류도 아직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 속도 역시 전통적인 제조방식에 비해 더디다.

또 적용되는 기술에 따라서 제품의 완성도, 강도, 정밀도 면에서 기존 방식 대비 열위에 있기도 하다. 때문에 차세대 생산 기술인 3D 프린팅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의 범위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소재 및 공정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보다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3D 프린터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 및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3D 프린터가 대중화가 되면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만 반면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 저작권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지적 소유물만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보급되면 지적 소유물이 곧 물리적 소유물이 되기 때문에 가상 매체의 복제와 달리 실물의 복제로써 논란의 여지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작은 프라스틱 용기와 같은 간단한 물건의 경우 저작권의 문제가 크지 않겠지만 많은 연구와 기술력이 들어간 물건과 같이 상업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울러 국보급 문화재나 예술품 도면을 악용해 만든 정교한 복제품이 범람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또 3D 프린터만으로도 총기와 같이 살상이 가능한 위험한 물건도 설계도만 있으면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무정부주의 조직 디펜드스트리뷰티드 그룹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권총을 만들어 시험발사에 성공한 동영상과 권총 설계도면을 공개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즉각 설계도 삭제를 지시했지만 파일 다운로드 건수는 이미 10만건을 넘어섰다. 3D 프린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정부의 저작권 등에 대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늦었지만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3D프린터 업체인 스트라타시스의 한국 법인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몇몇 사용자들은 이미 3D 프린터를 이용해 핸드폰 케이스, 피규어 등을 제작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판매를 하기도 한다”며 “3D 프린터는 이 같은 생산성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파일에 코드를 넣어서 다운로드를 금지시키는 등 적극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 시장 주도…인수합병 열풍

최근까지 3D 프린터 시장은 스트라타시스, 메이커봇 등 글로벌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스트라타시스는 현재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해 약 3만대의 3D 프린터를 판매하며 전 세계 260여 곳 이상의 글로벌 유통채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국내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며 시장 공략을 위한 주력 제품으로 ‘아이디어 시리즈’, ‘디자인 시리즈’, ‘프로덕션 시리즈’ 등을 내세웠다.

▲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터


데스크톱 3D 프린터 점유율 1위 업체였던 메이커봇은 지난해 스트라타시스에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체결했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 2012년 이스라엘 3D 프린터 기업 ‘오브젯’과 합병한 이후 또 다시 덩치를 키웠다.

▲ 메이커봇의 데스크톱 3D 프린터


다양한 분야에서 데스크톱 3D 프린터의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3D 프린터 업계를 주도해온 두 기업 간의 합병은 앞으로 더욱 광범위한 응용 분야 및 산업에서의 3D 프린팅 기술의 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라타시스는 이번 합병을 통해 자사의 제품군을 저렴한 가격대의 데스크톱 3D 프린터에 이르는 전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3D 프린터 시장 업계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이 3D 프린터 업계에서 규모가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편입시키는 구조의 인수합병 열풍이 거세다. 3D 프린터가 3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는 하나 실제로 기업들에게 닥친 현실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스트라타시스 한국 법인 관계자는 “3D 프린터가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 못해 일부 기업만이 수익을 내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쟁력 강화와 수익창출을 위해 대형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택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울러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투자가 필요하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작은 규모의 기업은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지 않는 이상 탈출구를 찾아야만 한다”며 “이같은 이유에서 앞으로도 업계에서 인수합병 열풍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 성장위해 적극적인 정부지원 필요

한편, 국내에서도 3D 프린터 기술을 국산화해 출시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국산 3D 프린터 업체는 로킷, 캐리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비슷한 수준의 외산제품보다 기기 가격은 30%, 소모품 비용은 50% 저렴한 3D 프린터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 로킷이 개발한 데스크톱 3D 프린터 ‘에디슨’


로킷이 개발한 3D 프린터 ‘에디슨’은 책상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데스크톱형 장비이다. 에디슨은 국수와 같은 형태의 플라스틱 재료를 기기에 넣으면 글루건처럼 쏘아 형태를 쌓아올리는 형식의 3D 프린터로 가격은 외산 동급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경제적이다.

실제로 재료의 경우에도 고가의 장비들은 1kg에 100만원 가량 하는 등 부담이 많이 되지만 에디슨에 사용되는 재료는 1kg에 14만원 가량으로 매우 저렴하다. 아울러 1년간 A/S와 기술지원이 가능해 외산 장비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 캐리마가 개발한 3D 프린터 ‘마스터’


캐리마가 개발한 3D 프린터 ‘마스터’는 전자부품이나 기계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일반형’, 임플란트나 틀니 등을 만드는데 적합한 ‘의료용’, 귀금속 등을 생산하는데 적합한 ‘보석디자인용’ 3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업체들은 외산 제품과 달리 국산 제품의 경우 A/S나 기술지원이 뛰어나고, 비슷한 퀄리티이지만 장비가격은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 외산 제품과 경쟁력을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아 성장하는 속도가 더디다.

국내의 여러 중소 제조업체들이 3D 프린터를 필요로 하지만 여전히 구매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지원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제품 다양화나 신소재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3D 프린터 업체는 몸집을 불려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EU 등 각국 정부의 지원은 3D 프린팅의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세대 생산 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저임금 국가에서 자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제조업들이 R&D 역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3D 프린팅을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 역시 제조업 혁신의 기회 중 하나로 3D 프린팅을 주목하고 있다. EU는 첨단 기술 육성을 통해 2020년까지 GDP의 제조업 비중을 16%에서 20%로 늘릴 계획을 세웠고, 대안으로 3D 프린팅을 언급했다. 또 영국 정부는 3D 프린팅이 항공에서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평가하면서 기술전략위원회를 통해 70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3D 프린터 업체 한 관계자는 “3D 프린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3D프린터 제품을 선호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검증된 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를 늘려줘야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생기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말만 하지 3D 프린터 업체를 위한 예산편성이 됐다고 해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육성방안은 내놓고 있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도록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3D 프린팅은 태동단계에 불과하다. 진정한 생산 기술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기존 생산기술이 닿지 못했던 영역에서 이미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제조업의 가치 창출 방식과 필요한 역량을 변화시킴으로써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나아가 제조업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차원에서 3D 프린팅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해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기술력으로 뒤처지지 않는 국산 3D 프린터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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