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컴퓨터월드] 국토교통부가 ‘국가 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 추진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 공간정보 창의인재 양성계획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공간정보 창의인재 2,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 독자 위성기술로 만든 3D 영상지도 ‘브이월드’를 공개하면서 국산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al Information System) 엔진과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도입하는 등 GIS 시스템에 외산 대신 국산SW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순적이게도 지난해 말 국산 순수 GIS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1998년 설립된 이래 1,000억 원을 훌쩍 넘는 누적매출을 기록한 GIS 전문 기업이다. 최대 159억 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며, 270명의 직원까지 보유한 건실한 소프트웨어 기업이었지만 지난 2011년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이후 결국 기업회생절차까지 밟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많던 직원들도 다 나가고 이제는 12명의 직원만이 남아 있다. 국산 GIS 전문 기업으로 외산 기업과 경쟁하며 이름을 알렸던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왜 무너졌을까? 이에 대한 물음에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건실한 한 기업이 기업회생절차까지 밟아야 한 배경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이 기업회생절차까지 밟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순수 국산 GIS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인트라맵(IntraMap), 인트라맵(IntraMap3D) 등 GIS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3차원 지하망 지도를 개발해 웹상에 구현하기도 해 GIS 시장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또한 인트라맵(IntraMap)은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 받았다.

문제는 2011년 대기업 소속 SI 기업인 C사와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이룬 시점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 104억 원에 낙찰 받은 사업의 지분율을 놓고 S사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으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사업이 틀어졌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대가 없이 자사 GIS엔진을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GIS엔진을 2식만 제공했으나, 정부가 자사 GIS엔진 및 응용프로그램을 전국 지자체에 배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기업 소속 SI 기업인 S사가 시운전용으로 납품한 자사 GIS엔진을 불법재판매하는 것은 물론 버젓이 불법복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서슴지 않아 결국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2013년 12월 31일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은 지난 2월 3일 개시결정을 내려서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점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 어떻게 노력했나?

SW 무단복제, 불법사용은 물론 이를 관리·감독하는 관련 부처에 수차례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외면당했다. 결국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투고를 했다.

자사 핵심 SW 및 응용프로그램의 무단·불법 사용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이와 관련한 정부·대기업의 자사 저작권 침해내용, 정부의 불법행위 방조, 금융기관의 부도덕·부당행위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자사엔진 불법사용 금지 등 처분하는 요청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결국 무단 사용한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소송을 지난해 6월에 걸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불법 복제해 무단 배포한 정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듯 부당함을 알렸지만 되레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떠안아야 했다.

그동안 유지보수를 했던 기관에서 불필요한 탄원과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더 이상 유지보수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어려운 틈을 노려 대기업의 경우 인력 빼돌리기를 시도해 동시에 103명이 퇴사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들이 퇴사 후 새롭게 업체를 설립해 자사 제품이 도입된 고객을 대상으로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유지보수는 SW기업의 근간임을 생각한다면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부당함을 알리려 할 때 돌아올 대가가 두려웠을 텐데.

IT 업계에서 갑의 지위는 하늘과 같다. 그리고 을은 우리가 아닌 SI 기업들이 몫이다. 병이나 정 정도 되는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 바로잡거나 항의하기 쉽지 않다. 시장에서 퇴출까지 감내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처음 시작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문제를 제기한 정부기관만 제품을 빼면 되는 일이고 지금껏 쌓아둔 고객사로 충분히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당함을 알리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협상을 제시할 때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으며, 공정위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한편 고객사에서는 불량 기업으로 낙인을 찍겠다는 협박 앞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나 고민도 했다.

그러나 시장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로 잡아지지 않는다. 상처는 드러내야지 낫는 법. 과감하게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물론 중간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덮자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똥을 덮는다고 냄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 자리를 치우고 물을 흘려보내야지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려운 과정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했다고 들었는데.

지난 1년 9개월 동안 한 달에 두 번 총 40회에 걸쳐 백두대간에 올랐다. 백두대간 완주를 100명이 시작해 끝날 때는 5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이제 다시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죽을 뻔한 고비를 몇 번이고 넘겼다. 다시 생각해보면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회사에 대한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그 당시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할 정도로 평소 운동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짧게는 13㎞에서 길게는 27㎞까지 산행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보다 편안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는 사실 힘들기 이전부터 계획을 세웠던 것인데 그동안 중소기업 대표로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회사가 어려우니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 달라.

사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직원이 8명이었는데, 현재는 1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금 겪는 어려움을, 과거 2015년까지 3대 공간정보통신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만큼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고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1998년 세계 최초 웹3D GIS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이다. 그 당시 이 시스템은 구글보다 7년 앞서 선보인 기술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에 GIS엔진을 납품하기도 했다.
ArcGIS로 유명한 외산 기업인 에스리와 견주어 국내 GIS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인 한국공간정보통신은 탄탄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SW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이를 묵인하는 정부기관 그리고 이를 알렸다는 이유로 보복행위를 당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GIS 시장을 육성하고 이를 국산SW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관련 업체는 존폐위기 앞에서 어느 누구 하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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