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

▲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
[컴퓨터월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 동력으로 소프트웨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제 값 받기’ 등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불법 라이선스 사용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연한 권리라는 의견이지만, 로펌 등의 무차별적 고발 남발과 과도한 금전적 합의 유도 등 도를 넘은 단속과 함께 모든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와중에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는 “일단 제품을 구매하되 예산 범위가 허락하는 수준까지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라이선스를 추가 구매하는 식으로 계약하자”는 식의 다소 독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 방식으로 불법 라이선스 사용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다 받지 않고 제품을 내어준다는 발상은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서호익 대표만의 소프트웨어 가치관이 만들어낸 정책임에 눈길을 끌고 있다. 서호익 대표를 직접 만나 서 대표가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가치관에 대해 물어봤다.

아크로니스는 백업 솔루션 ‘트루이미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보다 자세한 회사 소개를 해 달라.

아크로니스는 2002년 미국 보스톤에 설립된 글로벌 백업 SW 회사다. 대표적인 특허 기술인 디스크 이미징 기술을 사용해 시스템 전체를 백업 및 복구, 마이그레이션, 물리적·가상화 환경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 그룹로직(GroupLogic)을 인수해 기업 내 파일 공유, 동기화, 모바일 엑세스 SW도 출시했다. 한국지사는 2010년 설립됐다.

평소 파트너 및 고객과의 ‘상생’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상생이란 무엇인가?

파트너와 고객과의 상생은 브랜드와 제품을 중심으로 맺어진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두어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일관된 가격정책’이 상생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격 거품 논란은 하루 이틀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제품 가격이 100원인데 이를 200원으로 부풀려서 50%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100원에 대폭 할인해준다고 생색을 낸다. 고객 입장에서는 실제 가격은 모른 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구매했다고 만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고객을 속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런 할인 정책에 고객이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아크로니스 코리아는 안정된 가격 가이드라인 내에서 제품을 팔도록 권유하고 있다. 고객은 어떤 아크로니스 파트너에게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가격이 아닌 ‘제품’만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아크로니스는 최근 4년간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 인상폭을 5% 이내로 유지해 총판과 파트너 모두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굳이 파트너사가 아니더라도 아크로니스 제품 판매를 원하면 차별대우 없이 제품을 공급 받을 수 있다.

결국 아크로니스 비즈니스를 하는 파트너사는 파트너사끼리 경쟁이 아닌 누구나 합리적인 마진 구조 속에서 시장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가격 거품으로 고객이 파트너사에게 휘둘리거나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파트너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아크로니스는 적정 가격을 수립하고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다.

▲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

“불법복제 단속으로 매출을 올리지 않겠다”라는 발언을 한 적 있는데.

불법 복제 단속을 주된 매출 확보 방안으로 삼는 일부 기업의 행위에 동참하지 않을 뿐 단속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 개념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입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국내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계도(啓導)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부족한 예산 때문에 일부 소프트웨어를 불법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 아크로니스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1차 구매한 후 점진적으로 추가 구매하는 방식을 권하고 있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라이선스 정식 구매를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예산 문제 때문에 우리의 제품 구매를 못한다고 하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일단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추가적인 라이선스 구매하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격만 놓고 제품의 구매를 저울질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우리 제품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가치를 인정받을 때 진정한 고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모 기업의 경우 제품 가격의 절반만 받고 제품을 주되 예산을 만들어서 추가 구입하라고 권유한 적도 많다.

반대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무분별하게 불법 사용을 하고, 정식 구매를 의도적으로 피하며 원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는 철저한 단속과 처벌로 대응하고 있다.

모 카드사의 경우 불법으로 자사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라이선스 정식 구매를 요청했다. 무려 2년 간 요청 끝에 결국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는 카드사와 달리 요청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아 처음으로 형사고발까지 간 사례도 있지만 흔치 않은 경우다.

이처럼 충분히 구매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불법이 아닌 정식 라이선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에게도 대기업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이 같은 가치관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첫 직장이었던 P&G에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중소기업들의 제품들을 사들였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력 부족을 겪을 경우 P&G에서 투자 개념으로 돈을 융통하고 그만큼 중소기업에게 재료를 납품 받을 경우 원가를 싸게 받는 식으로 상생의 길을 걸었다.

이 때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파트너는 곧 동반자이며, 고객이든 파트너이든 아크로니스에게는 모두 동반자이다.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라면 동반자인 고객이 제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사장으로서 매출에 대한 고민과 유혹이 많다. 매출이 내려갈 경우 파트너사를 압박할 것인가? 경쟁사가 덤핑이 들어오면 맞받아칠 것인가? 이런 식에 고민이 일상에서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덤핑이 들어오고 고객사가 가격만 놓고 고민한다면 가격 덤핑하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라고 한다. 우리가 싸게 팔면 파트너사의 마진이 줄어든다. 긴 시간을 투자해 세운 원칙을 한 번의 유혹 때문에 흔들린다면, 총판을 비롯한 모든 파트너사의 입지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크로니스 주 사업분야인 백업 시장과 관련, 이 시장의 현안과 이슈는 무엇인가?

윈도우 XP 종료가 임박해 시스템 이전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다. 아크로니스 제품 역시 가상화 또는 이기종 하드웨어로의 안전한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리눅스 x86 시스템 사용 증가도 지난해부터 꾸준한 화두가 되고 있다. 결국 백업 솔루션 역시 다양한 리눅스 버전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강세를 보이는 서버 제품과 워크스테이션 제품 매출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지난 3.20 전산대란과 같은 대규모 PC 시스템 다운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조업 생산라인의 노후화된 PC 시스템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아크로니스 워크스테이션 제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