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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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살리기 위한 해법은?1994년 - 개방화시대 국제경쟁력 제고

   
 

[컴퓨터월드]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요 사업 분야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택한 이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 SW 제값받기, 갑의 횡포, 단가 후려치기, 유지보수율, 하도급 문제 등 그간 쌓여왔던 여러 문제들이 새삼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20년 전에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며 함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이 처한 현실을 되새겨보고자, 20년 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들이 밀려오던 개방화시대의 물결에 직면해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돌아본다.

 

1994년 2월 22일, 컴퓨터월드는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전문가 5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93년 11월부터 연재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 기획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마련했던 좌담회에는, 김영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정보처리산업진흥회 회장, 이덕순 삼보소프트웨어 사장, 김종삼 큐빅테크 사장, 강태진 한컴퓨터 사장, 장재옥 과학기술처 정보산업 기술과장 등 당시 전문가 5명이 모여 향후 전망과 대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개방화시대를 맞이한 소프트웨어 업계

1994년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김영태 회장은 93년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의 성장을 예상하며, 당시를 기점으로 96년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강태진 사장은 외국업체들이 워드프로세서 시장까지 집중 공략해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김종삼 사장은 특별히 좋거나 나쁘지 않지만, 유니코드 등 외국제품의 국내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덕순 사장은 제품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사용자들이 제품의 실효성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재옥 과장은 하드웨어 산업이 한계에 처한 것과 달리 분산처리 및 다운사이징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드웨어 활용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업체 국내진출 본격화, 저가 공세도

   
▲ 김영태 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정보처리산업진흥회 회장

당시는 점차 커져가는 국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외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던 시점이었다.

이덕순 사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우루과이 라운드를 맞은 농민과 같은 처지라며, 신토불이 전략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대다수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 고객의 실정에 맞춰 수정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태진 사장은 3~4년 사이 국내 패키지 개발이 크게 늘어 개화기에 들어가는 순간 외국업체들이 속속 진출해 산업이 얼어붙고 있다며, 도스에서 윈도우즈로 플랫폼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사장은 파격적인 덤핑 등 변칙도 동원되고 있어 국내 산업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모 잡지 별책부록 명목으로 한글워드 베타버전 3만 카피를 무료로 끼워줄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해외시장을 겨냥한 기술개발이 급선무로,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도록 업체 간 공동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대응책도 내놓았다.

김영태 회장은 당시 일부 국내업체들의 동남아시장 진출을 예로 들면서, 국내에 진출한 해외업체도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며, 들어올 만한 업체는 이미 모두 들어온 상황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혼자서 다하겠다는 과욕에서 벗어나 자기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분야를 각자 분담해 대응하자고 요청했다.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못 받고 있다

   
▲ 이덕순 전 삼보소프트웨어 사장

소프트웨어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영태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가치 평가 기준을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립할 수는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쳐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에 개발비 산정기준 보완연구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적으로 교육 및 연구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장재옥 과장은 소프트웨어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는 일차적으로 업계에 잘못이 있다며, 업체끼리 전혀 의견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과장은 93년에 행망용 소프트 공급업체들은 시중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개별적으로 불만을 터뜨릴 뿐 조직적인 힘을 과시하지 못했다고 예시를 들었다.
장 과장은 정부의 지원책이 기껏해야 세금 감면을 1%에서 1.5%로 높이는 수준일 만큼 별로라는 것도 인정했다. 여기에는 정부 부처 간의 분위기도 한몫해, 정부 부처 구매 담당자가 추후에 구매감사에서 비판을 피하려면 타 부처보다 어떻게든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으려 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덕순 사장은 정부 프로젝트 수행 시 원래 정부 내정가보다 3~4배 높은 개발비를 제시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제대로 적어냈다가는 원래 개발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축소될 것을 미리 계산한 것으로, 업계가 최소한 거짓말할 필요가 없는 정도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이 사장은 정부가 프로젝트 수주업체를 선정할 때 기술 수준이 되는 업체들을 우선 뽑은 후 그중 가장 저가에 입찰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최저가 입찰방식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 기준만 통과하면 그 기술 수준이 다 똑같다는 사고방식인데, 소프트웨어에는 2위가 없다고 역설했다.

김종삼 사장은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결국 유지보수와 교육에 있고 가치도 거기서 실현돼야 한다며, 국내의 경우 개발자나 사용자가 각각 정확하게 스펙을 작성하거나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스펙을 작성해도 실제 업무에는 적용하지 않고 사문화시켜 실제 개발비 산정이 현실과 괴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경험에 의존해 가격을 결정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옥 과장은 정부가 지난해 최저가 입찰제도를 지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구매제도 개선을 위한 기술성 평가방안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종합낙찰제를 적용하고, 용역 부문은 분리입찰제를 적용해 기술성에 대한 입찰제안서가 통과된 업체에 한해서 가격 경쟁을 하는데, 10억 원 이하 용역의 경우 예정가의 85% 이하 업체는 탈락시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 과장은 앞으로 개발비 산정기준을 고시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6년경이면 시중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가격자유화 방침이 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선정기준 논란, 지원책도 부족

   
▲ 강태진 전 한컴퓨터 사장

그간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이 업계가 처한 현실과 괴리가 있었던 점도 일견 닮아있다.

이덕순 사장은 정부가 기술개발 지원과제를 첨단기술 위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무엇을 개발할 것이냐는 개발회사에 일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발을 위한 개발은 탁상용이라며, 소프트웨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위촉 전문위원이 책임감 없이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영태 회장도 상품화보다 첨단기술 쪽으로 과제 선정이 치우치고 있다며, 특정과제 연구자금 수혜업체가 연구능력이나 향후 가능성보다 담보물 유무 여부로 선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금 1억 원 정도는 실제 기술개발에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언급했다.

강태진 사장은 해외 시장과 제품 동향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당장 혹은 장기적으로 개발해야 할 제품이 무엇인지 조사해 국내 업체에 제시할 수 있는 정보 창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가 막혀있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다양한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했다. 더불어, 중소기업이 취약한 마케팅 부분에 정부의 지원을 요구, 좋은 제품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김종삼 사장은 당시 경쟁 중이던 영국업체가 예비고객들을 미리 접촉해 본사가 있는 영국 등 현지여행을 시켜주던 것을 언급하며, 그 초청장부터 영국 상무성 이름으로 나오고 비용은 해당 상공회의소 등에서 부담한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김 사장은 국내 프로젝트가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는데 시행된 적이 없다고 비교하며, 정부 중소기업 지원책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정부에서 표준화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김종삼 전 큐빅테크 사장

 

힘 합치지 못한 업계도 반성해야

당시 업계에는 개방화시대를 맞아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자성의 목소리가 오고갔을까.

김영태 회장은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구체적인 대상고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분야를 다 하려하지 말고 정확한 요구분석을 통해 특정 분야의 구체적인 고객층을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품질관리의 중요성도 역설하며, 각 분야에 특기를 갖고 있는 업체끼리의 협력 및 대기업과 중소 전문업체 간 상호협력체계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덕순 사장은 객관적으로 외국업체에 뒤떨어진 것을 인정하고, 고유의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재옥 과장은 국내에서 모든 분야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제 수평분업체계에 입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말로만 국산화해야 한다고 떠들어 놓고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장 과장은 어차피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위험부담을 지고 개발하는데 업계의 자세가 소극적인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공제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개발자금 1억 원을 모으고 지원을 요청하면, 법적인 지원과 함께 건의를 통해 10억 원 정도 얹어줄 수도 있는데, 업체들끼리 자기 이익에만 집착해 다투기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업계가 ‘열중쉬어’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빌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전문가 집단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자주 모임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정부가 다양한 요구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합의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문제점을 공감하는 업체끼리라도 일차적으로 힘을 합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과장은 소프트웨어 업계도 법이나 문학 전공자와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공감대를 누릴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장재옥 전 과학기술처 정보산업 기술과장

 

소프트웨어 산업, 마침내 살아날 수 있을까

지난 2013년 10월,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창조경제 실현도구로 키우기 위한 혁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민·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및 현장중심형 교육 강화 ▲소프트웨어 융합 촉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 및 산업경쟁력 제고 ▲창업-성장-글로벌화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는 한편, 공공부문 하도급 구조, 민간시장 불공정관행 등을 개선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SW 제값받기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어, 지식창조사회를 목표하는 정부의 행보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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