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

▲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

[컴퓨터월드] 네트워크가 오늘날 비즈니스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IT는 비즈니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여 년간 경직돼 있던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를 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네트워크는 현재, 그리고 미래 비즈니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로 진화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

이것이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 SDN)가 현재 네트워크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경이다. SDN은 그간 HW 중심으로 움직였던 네트워크 구조를 SW 중심으로 개편, 장비 종속성 없이 사용자 중심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운용한다는 콘셉트다. 이로써 네트워크 인프라의 유연성, 민첩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네트워크 시장에서 SDN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계속 늘어나는 비즈니스의 요구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네트워크는 기존의 복잡성을 탈피하고 보다 개방적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SDN의 중심 기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래서 어떻게 SDN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SDN 구현이라는 실제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SDN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를 실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대한 논의가 팽배한 시장 상황에서 ‘SDN 전문 회사’를 설립, ‘한국형 SDN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임네트웍스의 류기훈 대표다. 류 대표를 만나본다.

 

SDN, 네트워크 산업 뒤집는 발상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 SDN)는 최근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의 ‘핫 이슈’다. 이러한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통합 SDN 서비스 공급업체’를 표방하는 업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나임네트웍스다. 나임네트웍스는 설립된 지 반 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회사지만 목표는 야심차다. ‘한국형 SDN 생태계 조성’의 도화선이 되겠다는 것.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는 SDN이 지난 20여 년간 정체돼 왔던 네트워크 산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파괴적 기술이라고 말한다. 류 대표가 처음 SDN을 접하게 된 것은 2011년. SDN에 대한 논의가 원형의 모습이었을 때다. 당시 업계에서는 “SDN이 나오면 기존 네트워크 시장은 다 죽는다”는 반응이었다고.

“SDN이 확산되면 사용자는 공급업체의 구분 없이 용도에 맞춰 네트워크 장비를 들이고, 그 위에 오픈소스 SW를 올려 요구에 맞는 네트워크 구조를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해진다면 이제까지의 네트워크 시장 자체가 애매해진다.”

이는 SDN이 기존 네트워크 산업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발상이라는 이야기다. 이전까지 네트워크 인프라는 장비(HW)와 기능(SW)이 상호 종속돼 있는 형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요구에 가장 ‘근접한’ 기능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해야 했다. 그 장비의 핵심 컨트롤은 사용자가 아닌 공급업체가 담당한다.

그러나 SDN이 네트워크 산업의 기본 방향으로 정립, 그간 HW 중심이었던 네트워크 구조를 SW 중심으로 탈바꿈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용자는 오픈소스 SW를 활용,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맞춤형’ 네트워크 구조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되며 장비는 이러한 구조를 뒷받침하는 자원으로만 기능하게 된다. 이로써 그간 공급업체 중심이었던 네트워크 산업은 사용자 중심으로 형태가 달라진다.

“SDN은 네트워크 산업에서 20여년만에 찾아온 기회다. 네트워크 시장은 그간 한 번도 변화한 적이 없다.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 구도의 큰 틀도 계속 유지돼 왔다. 그러다 비로소 현재 중요한 격변기를 맞았다.”

오픈플로우 코리아, SDN 전도사 ‘첫 행보’

SDN은 네트워크 자원의 민첩성을 담보하기 위한 콘셉트다. 기존 네트워크 구조는 네트워크 자원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미래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유연성을 실현할 수 없다. 즉 네트워크 인프라는 미래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민첩성을 실현할 개방적 구조로 바뀌어야 하고, 이러한 SDN의 중심 기조에 이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SDN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만고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류 대표의 경우, SDN이 미래 네트워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류 대표는 한국HP에 몸담고 있었으며, 한국HP-SKT의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하면서 SDN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류 대표가 비로소 ‘SDN 전도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다.

“2012년 6월 ‘인터롭 도쿄(Interop Tokyo)’ 행사에 다녀왔는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SDN이 버즈워드(buzz word)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미 SDN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확장돼 있었다. 실제 적용 사례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 한국에도 SDN이 들이닥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같이 행사에 참여했던 서영석 팀장과 ‘SDN을 축으로, 뭔가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금세 의기투합이 됐다.”

서영석 나임네트웍스 SDN기술팀장은 류 대표가 SDN에 뛰어드는 시작점에서부터 함께한 동반자다. 서 팀장은 당시 한국HP에서 SDN을 담당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류 대표와 서 팀장의 첫 행보는 다름 아닌 ‘시장 파악’이었다. “우선 국내에서 SDN에 관심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는 것. 이것이 SDN 포럼, ‘오픈플로우 코리아’의 탄생 배경이다.

“처음 오픈플로우 코리아는 SDN에 대한 시장 동향과 기술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커뮤니티 개설 이후 2달 남짓 지나자, 이게 단순히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에 2012년 8월 오픈플로우 코리아를 정식 론칭하게 됐다.”

이로써 오픈플로우 코리아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상의, 국내 대표적인 SDN 포럼으로 자리잡았다. 오픈플로우 코리아는 정기적으로 SDN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컨퍼런스에는 SDN을 사업 영역으로 하는 외국계 스타트업, SDN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계 네트워크 업체나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참여한다. 이로써 국내 SDN 산업의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지속해서 마련되게 됐다.

나임네트웍스 설립 배경? “제대로 SDN 해 보자”

현재 네트워크 시장에서 SDN의 위상은 공고하다. 현존하는 모든 네트워크 업체들이 미래 네트워크가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SDN이 언제 실제로 기업 환경에 보편화될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SDN으로 가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 차이만 있을 뿐 SDN은 네트워크 산업에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류 대표가 SDN에 가능성에 주목, ‘제대로 SDN을 해 보자’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이제까지 몸담고 있던 기업을 나올 필요까진 없지 않았나. 특히 류 대표는 HP가 일찍부터 SDN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관련 목소리도 많이 내고 있는 업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류 대표가 그처럼 SDN에 대해 적극적이었던 한국HP를 떠나 직접 ‘SDN 전문 회사’를 설립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처음 SDN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을 때부터 특정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에 소속된 상태로는 제대로 SDN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DN은 사용자들이 공급업체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 원하는 장비로 원하는 입맛에 맞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흐름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즉, HW 중심의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난, 진정한 SDN을 하기 위해 소속을 놓아야 했다는 것이 류 대표의 설명이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꽤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유혹도 많았다”고 류 대표는 말했다. 나임네트웍스의 창립멤버들은 오픈플로우 코리아 활동을 통해 SDN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냈던, 국내 SDN 산업의 주요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에게 네트워크 업체로부터의 러브콜이 속속 들어오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나임네트웍스가 비로소 설립될 수 있었던 건 SDN의 비전이 그만큼 확실했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그간 네트워크 인프라는 ‘블랙박스’ 형태로, 통제권이 사용자가 아닌 공급업체에게 있었다. 네트워크가 IT 전체의 흐름과 역행하면서 IT 자원 전체의 민첩성까지 떨어뜨렸던 것”이라며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한계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개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SDN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단초가 마련돼,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그간 네트워크는 블랙박스 형태였다. 통제권이 사용자가 아닌 공급업체에 있었다. 그러나 SDN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단초가 마련됐다”

SDN 산업 활성화의 키, 개방성

작년 9월 파이오링크의 투자가 결정, 나임네트웍스가 설립됐다. 이로써 ‘제대로 된 SDN’을 해볼만한 배경이 마련된 셈이다.

나임네트웍스의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교육 사업이다.

SDN이 그간 네트워크 운용 방식의 근간을 뒤집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기존 네트워크 환경을 SDN으로 이전하기 데에는 엔지니어 교육이 필수적이다. 기존 네트워크 환경에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네트워크 장비의 복잡성을 인지하고 이를 문제없이 제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SDN 환경에서 엔지니어는 네트워크 구조의 실질적인 설계, 운용을 전반적으로 컨트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DN은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 SW를 가르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따라서 나임네트웍스 역시 지난 10월 첫 사업 모델로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하게 됐다. 교육 교재 개발에 1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나임네트웍스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 SDN 교육인 것은 아니다. “기초부터 닦아 주는 SDN 교육에 대한 수요도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임네트웍스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고급 컨설팅”이라고 류 대표는 말한다.

사실 SDN 교육 부분에 있어서 나임네트웍스의 방향성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아닌 생태계 조성에 있다. 이러한 나임네트웍스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것이 ‘시프트 프로젝트’다. 이는 “15분 단위의 SDN 관련 동영상을 최대 1,000편까지 무료 배포하는” 내용. 동영상 한 편의 길이가 15분 단위인 이유는 “모빌리티 환경에서 사람이 가장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의 길이가 15분이기 때문”이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까지 깃든 최신 SDN 교육 자료는 나임네트웍스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오픈플로우 코리아에서 태동된 류 대표의 ‘SDN 전도사’ 행보가 여기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류 대표는 “SDN은 새로운 산업이다. 새로운 산업은 누군가 만들어나가야 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SDN 전문 기업’인 나임네트웍스에게 있어 SDN 산업 활성화는 곧 수익 창출과 연관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무료 배포의 속셈(?)을 풀어냈다.

기술 정보의 공개와 공유. 기업 입장에서 손해는 없을까. 이에 류 대표는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IT 산업 전체가 개방, 공유라는 키워드 하에 기술을 나누고 그를 바탕으로 더 빠른 기술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는 오늘날 정보 접근에 대한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류 대표의 견해다.

“나임네트웍스는 3주 전 오픈네트워크포럼(ONF)에 가입했다. ONF에 가입하게 된 이유도 국내에 SDN 기술 동향에 관한 정보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의 경우 기술 공유에 폐쇄성이 남아있지만 ONF는 그런 제약이 없다. SDN에 대한 외국의 첨단 기술 및 적용 사례를 국내에 널리 퍼뜨릴 계획이다.”

레인보우, 국내 SDN 생태계 조성 ‘신호탄’

나임네트웍스는 지난 2월 SDN 테스트베드(Test Bed) 플랫폼 ‘레인보우’를 출시했다. 레인보우는 SDN으로 네트워크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 연구소들에게 초기 교육부터 사후 지원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류 대표는 레인보우를 “SDN을 원하는 대로 ‘갖고 놀 수 있는’ 환경과 가이드라인”이라고 소개했다. SDN을 직접 익히고, 만져보고, 실질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이른바 ‘A to Z’ 형태의 테스트베드라는 것.

류 대표는 “‘레인보우’를 통해 미국의 ‘인터넷2(Internet2)’, 캐나다의 ‘사비(SAVI)’, 일본의 ‘JGN-X’ 규모를 넘어서는 전국적 단위의 SDN 플랫폼 연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레인보우를 통해 ‘한국형 SDN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류 대표의 목표다.

전망은 밝다. ‘SDN이 좋다’, ‘차세대 네트워크다’라는 말은 이미 네트워크 산업에서 정설이 됐지만, ‘그래서 정작 SDN을 실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데에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가이드라인 없이 SDN 테스트를 진행할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는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SDN으로 이동하고 싶은데,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모르는 현업의 어려움이 있다”고 레인보우 개발 배경을 밝혔다.

특히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이 SDN을 제창하고 있는 현재, 국내 SDN 산업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류 대표는 강조한다.

류 대표는 “전 세계 SDN 산업은 약 1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서 현재 한국이 기여하고 있는 수치는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IT 강국이라고 선언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수치”라며 “나임네트웍스처럼 SDN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가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들이 국내 SDN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면 1%에서 5%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4%가 늘어난다는 것은 5조 규모의 신규 시장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임네트웍스의 향후 행보에 대해, 류 대표는 “레인보우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레인보우를 통해 조성되는 SDN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실질적 차원의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4~5개 정도의 지역별 거점을 만들고, 그걸 망으로 묶을 것”이라 말했다. “국내 SDN 시장 활성화가 바로 나임네트웍스의 성장”이라고 류 대표는 강조한다.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SDN 산업 촉진’ 전략이 과연 어디까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향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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