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근본적 문제점 개선에 이제는 다 같이 눈·귀·입 열 때

▲ 고수연 기자

[아이티데일리] 최근 대기업이 참여 불가능한 공공시장에서 버젓이 하도급이나 인력파견 형태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듣는 입장에서 놀랄 노 자였다. 이런 상황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시점부터 관련 업계들은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다만 지난 일 년 동안 언론과 정부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정보화시장을 재편한 정부의 뜻을 업계 관계자들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밥그릇을 대기업에게 뺏기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뒷말만 무성하게 할 뿐 누구 하나 나서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고객사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고 혹여 본인도 다칠까 염려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런 상황은 공정위 관계자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깎아내리려 헐뜯기 식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며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그 어떠한 신고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IT 업계에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IT 업계는 좁아서 비밀리에 심사위원을 선정한다 한 듯 다들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일 경우 당하는 불이익은 예상보다 더 혹독하다. 제품을 빼겠다는 협박은 물론이고 불똥이 다른 고객사까지 튀어 문제 있는 기업으로 낙인 받고 재계약에서 거부당하기 일쑤다. 한 마디로 밥줄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일진데 그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 수 있을까?

그나마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은 있지만, 원론적인 접근에서 이야기할 뿐 ‘누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증언은 하지 않는다. 최근 공정위원장과 조달청장이 직접 소프트웨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여실이 드러났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중소·중견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간담회 참석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명단은 물론 간담회 자리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민형종 조달청장은 그나마 공개적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대표들과 관계자들을 만나 조달 관련 문제점에 대해 청취하고 이에 대한 조치 및 개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날 참석했던 사람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면서도 에둘러서 표현했다. 작은 사실 하나에도 누군지 드러나 불이익을 당하기 싫다는 게 이유다.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의 문제점과 개선책은 20년 전과 다를 바 없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결국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만 할 뿐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근본까지 파고들어 개선해야함에도 원론적인 접근에 그쳐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속이 곪아 고름이 나오는데 겉만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과연 제대로 된 치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업계도 당장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지만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이고 불합리한 관행과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하는 등 직접적인 개선작업에 용기 있게 나선다면, 더 이상 20년에 걸쳐서 앵무새 같이 똑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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