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장 뒷받침된 생태계 선순환 이뤄져야

 

[컴퓨터월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게임시장은 약 1조 2천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1.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게임의 성장세에 힘입어 주요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기대만큼 거두지 못했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그간 이어져온 게임업계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골드러시’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성장을 위한 시장 개척의 이면에는 영업이익 회복을 위한 탈출구 마련의 의미도 존재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여성가족부의 게임규제 관련 행보 때문에 심란한 이들에게 더욱 ‘엑소더스’를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수수료’였다. 수익배분의 구조적인 문제로 우려를 샀던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로부터 관련 업계가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for Kakao’

▲ 카카오 게임하기 천만 다운로드 이상 게임들

2012년 6월 카카오톡에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이름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등장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대다수의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저변을 기반으로 모바일게임 채널링을 제공, 이내 급성장을 이뤘다.

당시 이렇다 할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없던 상황에서, 게임업체로서는 카카오톡에 입점함으로써 고객층 확보가 한층 수월해졌고, 이용자들 또한 소셜 기능을 통해 보다 간편하게 친구와 함께 모바일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접근성은 이전에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던 세대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고, 리더 보드 및 푸시 알림 등 경쟁 시스템은 게임의 지속적인 이용에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를 통해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위메이드의 ‘윈드러너’, CJ E&M 넷마블의 ‘모두의마블’ 등이 천만 다운로드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큰 수익을 올렸고, 모바일게임의 명칭 뒤에 붙는 ‘for Kakao’는 점차 하나의 브랜드로 굳어져갔다.

 

개발사 몫 20% 안되는 경우도 많아

▲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상위권(3월 29일 기준)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입장에서 카카오 게임하기로 집중되는 시장 상황에 대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는데, 바로 수수료 때문이었다. 현재 게임업체가 앱 마켓에 출시한 모바일게임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7:3 수익배분에 따라 1차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앱 마켓에게 먼저 3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2차 플랫폼인 카카오 게임하기의 채널링을 통한 경우 남은 70% 중 다시 7:3 수익배분, 즉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카카오에게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 점이 게임업계, 특히 중소업체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서 게임업체는 매출의 49%만 가져가게 되는데, 이것도 자체 퍼블리싱까지 맡아야 가능한 몫이다. 중소개발사나 스타트업의 경우 인프라 및 노하우 등의 문제로 주요 게임업체와 계약을 맺고 퍼블리싱을 맡기게 되는데,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수익배분이 6:4 정도에서 이뤄지는 실정을 감안하면 개발사가 최종 수령하는 몫은 매출의 20%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중, 삼중으로 돈이 새는 셈이다.

안드로이드와 iOS로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앱 출시에 필요한 오픈 마켓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퍼블리싱 업체는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게임의 전반적인 서비스 및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는다. 이에 비해 카카오 게임하기는 채널링만 제공하는데 매출의 21%를 가져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 매출 순위에 오르는 게임들은 과반수가 ‘for Kakao’를 달고 있다.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for Kakao’ 달기가 울며 겨자 먹기일 수 있으나, 그 또한 카카오의 입점 심사를 통과했을 때 이야기다.

 

수익배분 조정 위해 정부가 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겠다는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했으며, 그 우선 감시 대상으로 시장 지배자적 위치에 있는 카카오를 지목했다. 이에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산업 발전 전략’에 ‘플랫폼-개발사간 수익배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이르면 3월에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일련의 행보에 따라, 카카오 게임하기를 포함한 모바일게임 유통시장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지난 하반기 부진했던 모바일게임주들이 올해 들어 전반적인 반등을 보인 바 있다. 향후 성장가능성과 더불어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정부로부터 아직 별다른 지침을 받은 바 없으며, 현재의 수수료 논란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게임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킷을 지원해왔고, 카카오 게임하기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경쟁 시스템의 서버를 제공 및 유지해왔으며,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 게임하기가 카카오톡의 탄탄한 저변을 바탕으로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규모를 키워 단기간에 자리 잡게 한 1등공신이라는 점만큼은 게임업계에서도 대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모바일게임 유통시장, 변화의 바람 ‘살랑’

▲ 입점 시 매출 중 수수료 비율 비교

네이버는 폐쇄형 SNS로서 성공적으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밴드’에 4월 중 게임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밴드 내 ‘게임하기’ 메뉴를 통해 채널링 플랫폼으로써 서비스를 제공하며, 초기에는 신작 위주로 10여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인 기반 모임이 주를 이루는 폐쇄형 SNS의 특징으로 미뤄볼 때, ‘밴드 게임하기’에서는 연락처를 바탕으로 연결되는 기존 모바일게임 플랫폼과 달리, 모임 내 구성원 간 경쟁 외에 모임 대 모임으로도 대전을 즐기는 등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가 예상된다.

특히, 밴드 게임하기는 수수료 측면에서 카카오 게임하기에 비해 유리한 점을 내세워 게임업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2차 플랫폼으로서 수익배분을 7:3이 아닌 8:2로 책정, 즉 14%를 부과해 카카오 게임하기보다 더 많은, 매출의 56%를 게임업체의 몫으로 제공한다. 1차 플랫폼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네이버 앱스토어를 통하는 경우에는 차이가 더욱 벌어져, 매출 중 게임업체의 몫은 64%까지 올라간다. 입점 심사 없이 등록만 해도 되게끔 개방한다는 점 또한 중소업체 및 스타트업으로서는 반길만한 부분으로, 네이버 홍보실 이승진 부장은 “유통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국내 게임 산업의 상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포털사업자로부터 도전을 받는 모양새가 된 카카오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 및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로써 승부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T스토어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앱 마켓을 준비한다는 소문은 사실 무근이고, 구체적인 수수료 조정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여타 모바일게임 플랫폼 대비 월등한 이용자 수는 그것만으로 강력한 경쟁력이기에, 카카오톡 자체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 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앞으로도 게임업체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채널링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유통 채널의 다양화는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지난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 카카오 게임하기가 감시와 경쟁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카카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MWC 2014’에서는 경조사비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액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뉴스를 포함한 개인화된 정보 제공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쟁상대는 어딘가에서 혁신을 불러올 스타트업”이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도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홍보총괄 상무는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있으며, 진출 시 노하우 및 추천게임에 오르기 위한 안드로이드 앱 개발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3월에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4’에서 자사 게임 플랫폼 ‘구글 플레이 게임’을 통해 iOS 사용자들도 함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킷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의 수수료 논란과는 별개로, 안드로이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일련의 행보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한 아프리카TV와 그래텍도 각각 ‘게임센터’와 ‘GOM EXP’ 서비스를 출시해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게임아이템 거래 중개서비스 아이템베이도 채널링 서비스를 모바일게임까지 확대했다.

이로써 향후 모바일게임사들은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게임을 유통시킬 수 있게 되어, 유망기업 발굴과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과연 순풍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 ‘리니지’도 ‘헤이스트’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시대를 맞이했다

모바일게임의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며 수익배분이 개선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게임업계가 다시 순풍을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출항 전에 과거부터 과제로 남아있는 암초부터 제거해야 한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성공한 이후로 빚어졌던 논란은 비단 수수료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전송돼 불편을 준 알림 메시지, 게임 아이템 획득을 위해 가상 전화번호로 만들어진 ‘유령 아이디’ 등 다양했다. 그 중 게임업계에 과거 온라인게임시장 초기에 대두됐던 표절 문제가 다시금 모바일게임시장에서 재현돼 산업 전반에 걸쳐 우려를 낳고 있다.

▲ 본격적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애니팡2’

카카오 게임하기에서는 서비스 초기에 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흥행에 성공해 이용자층의 저변을 넓혔는데, 이것이 특정 성공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이득만 챙기려는 카피캣 문제와 겹쳐져 이후 모바일게임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도 끼쳤다. 모바일 플랫폼과 캐주얼 장르의 조합을 통해 단기간에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어 유사게임이 범람하는 결과를 초래, 그 중에서는 표절이 의심되지 않는 게임을 찾는 쪽이 더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미국 시장을 무너뜨린 ‘아타리 쇼크’가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나타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업의 방향성과 콘텐츠의 창의성 없이 그저 이득이 될 거 같은 쪽에 물량 공세를 펼치며 요행을 바라는 모습이 일견 닮아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게임업계가 모바일게임시장에서 ‘아타리 쇼크’를 겪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며, 근래 들어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넥슨은 4년간 개발한 ‘영웅의군단’으로, 위메이드는 3년간 개발한 ‘아크스피어’로 각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양사 모두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하지 않았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넥슨 ‘영웅의 군단’(위), 위메이드 ‘아크스피어’(아래)

그러나, 창의성의 원천 중 하나인 개발자들을 홀대하는 실태마저 ‘아타리 쇼크’의 배경과 비슷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임개발자연대가 지난해 8월 업계 종사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34.7%가 급여 체불의 경험이 있고, 이들 중 급여를 받은 비율은 52.8%뿐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여성 개발자 중 36.3%나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부터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지 않은 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고, 게임개발자들에게 창의성을 배제한 수익성만 요구하며, 게임이용자들에게 돈을 빼내올 수단방법만 궁리하는 모습이 도처에 만연한데, 정부에서 게임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인식할 리 만무한 것은 인과응보라고도 볼 수 있다. 규제에 대한 부당함을 부르짖기 전에 업계부터 자성해서 변혁해야 국민들에게도 그 호소가 들리지 않을까.

지난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참석한 넥슨의 자회사이자 인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인 네오플의 강신철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문화 콘텐츠 산업인 게임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나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즉답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은 “셧다운제는 효과적이었다”고 말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검토해보겠다”고만 답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년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산업의 수출액 중 절반이 넘는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 합심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바일게임시장에 부는 봄바람이 과연 순풍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국내 출시 행사에는 1,500여명이 운집했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