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표준 기술 적용 최소화 및 종속성 심화에 세심한 주의 필요

▲ 김욱래 인스웨이브 SW본부 본부장

[컴퓨터월드]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다. 계약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내구연한이 지난 오래된 노트북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새로 계약을 하게 된 업체의 전자 계약 시스템이 오직 윈도우 XP에서만 동작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창고에서 윈도우 XP가 설치된 구형 노트북을 발견하면서 별 탈 없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여러 가지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었다.

2014년 4월 8일이 되면 윈도우 XP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이 종료된다. 윈도우 XP에서만 동작하는 시스템을 보유한 업체들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의 하나가 표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에는 웹 표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웹 표준은 맥 OS나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특이한 사용자나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의 웹 표준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필요한 전략적 선택 중 하나이다. 그럼 웹 표준 기술을 무시할 때 기업이 당면할 수 있는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플랫폼 종속성 심화

비표준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플랫폼 종속성이 심화되고 시스템이 해당 기술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액티브엑스(ActiveX) 기술에 대한 종속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액티브엑스와 같은 비표준 기술은 악성 코드 감염과 같은 보안 이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액티브엑스가 윈도우 OS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실행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비표준 기술은 태생적으로 지원 플랫폼의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새로운 윈도우 버전이 나오자 액티브엑스를 사용해서 윈도우 XP와 인터넷 익스플로러6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가진 대부분의 국내 웹사이트들이 동작하지 않았고, 급기야 정보통신부에서 윈도우 비스타 업그레이드를 자제해 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학습 효과 때문에 금융기관 및 기업에서는 OS나 브라우저 업그레이드가 발생할 때 다양한 사전 테스트를 수행하였고 한동안은 이런 형태로 큰 문제 없이 운영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사용이 확산되고 OS와 브라우저의 버전업 주기가 짧아지면서 점점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액티브엑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싶어하는데 정부와 기업에서 액티브엑스를 계속 지원해 달라고 사정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비표준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기술이 동작하는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어 다양한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없게 되고, 최악에는 다른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시스템 사용기간의 단축

비표준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기업의 전산 시스템의 사용 기간이 짧아지게 된다. 다양한 기업의 전산 시스템 도입을 관찰해보면 기업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전산 시스템의 경우 구축에만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며 전체 도입 기간은 1년 이상 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기업의 시스템은 그 도입과 함께 구형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역설적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점으로부터 10여 년 후에 어떠한 기술이 사용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단일 기업에서 개발하는 애플릿, 플래시, 액티브엑스 등과 같은 비표준 기술보다는 HTML5와 같은 표준 기술이 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표준 기술의 경우 더 많은 지원 소프트웨어 및 개발자를 확보할 수 있어서 비표준 기술과 비교할 때 시스템의 사용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고, 시스템 도입에 따른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도 월등하게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산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없는 기업의 경우에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버전업 주기의 단축

브라우저 버전업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예전처럼 사내 표준 OS나 브라우저를 지정하는 방식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 및 기업 간 경쟁의 심화에 따라 OS나 브라우저의 버전업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윈도우 XP나 인터넷 익스플로러6(IE6)가 2001년 출시되고 다음 버전인 윈도우 비스타나 인터넷 익스플로러7(IE7)이 출시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최신 버전인 윈도우8.1과 인터넷 익스플로러11(IE11)은 그 이전 버전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출시될 만큼 OS나 브라우저의 버전업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경쟁 기업 브라우저인 크롬 브라우저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경우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서 현재 크롬 브라우저의 최신 버전은 33이고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최신 버전은 28이 될 정도로 극단적으로 짧은 버전업 주기를 가져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버전업 정책을 가져가는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새로운 OS와 브라우저를 1년 이내의 주기로 발표하면서 이전에 많은 기업이 취하던 사내 표준 OS 및 브라우저를 지정하고 해당 플랫폼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이 더는 그 전략적인 효용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웹 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 브라우저의 버전을 최신 버전과 직전 버전만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구글의 지원 정책을 참고하여 각사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최신 기술 도입 지연 및 실패에 따른 비즈니스 손실 발생

최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혁신이 활발해지면서 최신 기술 도입 지연 및 실패에 따라 손실을 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구축된 사내 시스템이 액티브엑스와 같은 비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되어 있는 경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거나 해당 기기를 지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외근이 많은 업종의 경우 이러한 모바일 기기의 활용 여부가 기업의 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전산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기기를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웹 표준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기업 시스템 도입 전략

그러면 기업 시스템을 도입할 때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먼저 비표준 기술의 적용 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 사용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공인인증서나 주변기기 연계와 같이 비즈니스의 요건에 따라 비표준 기술을 반드시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비표준 기술 사용 부분을 캡슐화하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쉽게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표준 기술과 비표준 기술이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항상 표준 기술을 선택하여야 한다. 웹 표준 기술이 원 소스 롱 유즈(One Source Long Use)를 위한 최고의 선택임을 잊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 시 발생하는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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