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위한 진정성 담긴 서비스 경쟁 필요

[컴퓨터월드] 국내 시장에서 이동통신 분야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전장 중 하나일 것이다. 이곳에서 끊임없이 다퉈온 이통 3사가 4월 들어 일제히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 탓에 정부로부터 각각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있던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흥미와 의구심을 함께 자아낸다.
이통사들이 각각 밝힌 출시 배경에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새롭게 선보인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비교해보고, 이와 연결된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 이통3사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광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조금 경쟁에 이은 새로운 전장은 LG유플러스가 열었다. 4월 2일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자사 광고 ‘팔로우 미(Follow Me)’ 문구를 언급하며 “80MHz 주파수 대역폭을 기반으로 1년 이상 준비했다. 경쟁사들이 따라와 서비스 품질로 경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자 SK텔레콤은 지체 없이 맞불을 놓아,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사한 요금제의 등장을 알려왔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장기간 준비해 대표가 나서서 발표하는데, 이건 상도의가 아니다”며 성토했고, SK텔레콤 측은 “오래전부터 준비했으며, 경쟁사 유사상품 출시에 맞췄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T는 한발 늦어, 4월 7일에야 요금제를 추가했다.

 

‘LTE 전국민 무한’, ‘완전무한’, ‘LTE8 무한대’

▲ 이통3사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비교

이통3사가 기존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서 추가된 형태로 내놓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들은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휴대전화 요금으로서 각각 특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출시한 LG유플러스는 ‘LTE8 무한대 80’, ‘LTE8 무한대 85’ 2종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2년 약정 시 실제 납부하는 월 기본료는 각각 62,000원, 68,000원이다. ‘장기고객 대박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존 단말을 24개월 이상 이용한 가입자가 ‘LTE8 무한대’ 요금제를 선택하면 15,000원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LTE 전국민 무한’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의 업그레이드로, 이를 통해 기존의 가입자들이 별도 가입 절차나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LTE 전국민 무한 75 + 안심옵션’, ‘LTE 전국민 무한 85’, ‘LTE 전국민 무한 100’ 3종의 요금제를 마련했으며, 2년 약정 시 실제 납부하는 월 기본료는 각각 61,250원, 65,000원, 76,000원이다.

KT의 ‘완전무한 79’, ‘완전무한 129’ 2종의 요금제를 준비했으며, 2년 약정 시 실제 납부하는 월 기본료는 각각 61,000원, 99,000원이다. 2종 모두 유선통화 무제한이란 점이 특징이며, 누적 기본료에 따라 약정기간을 최대 12개월까지 줄여주는 ‘스펀지 플랜’ 프로그램도 4월 27일 영업재개와 함께 선보였다.

 

데이터, 무제한 제공 맞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에 제한이 없지만, 데이터를 제공하는 속도까지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통3사 모두 일정량 초과 사용 시 속도 제한을 적용하며, 제한될 시 속도는 3Mbps로 동일하다.

3Mbps로도 영화나 모바일TV 등 동영상 콘텐츠 감상에는 지장이 거의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설명이지만, 이러한 서비스 품질 관련 부분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속단할 게 아니라, 과거 3G 무제한 서비스처럼 향후 서비스를 이어갈수록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속도가 제한되지 않는 기본제공 데이터량은 이통사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요금제 종류에 따라 SK텔레콤은 8GB, 12GB, 16GB를, KT는 10GB, 25GB를 매월 기본 제공한다. 이를 소진하면 기본제공 데이터처럼 속도가 제한되지 않는 데이터를 양사 모두 일일 2GB씩 추가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월 단위 제공 방식이 없고, 일일 2GB의 데이터를 기본제공한다.

이 차이는 테더링을 활용하는 데에도 이어진다. 이통3사 모두 테더링을 속도 제한과 동일한 기준인 기본제공 데이터량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쉐어링도 SK텔레콤과 KT가 월 기본 제공 데이터량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요금제들은 무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바일TV, 음원 스트리밍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요금제에 부가 콘텐츠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요금제를 바꾸지 않아도 특정 조건에서 LTE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출퇴근 프리’가 눈에 띄는데, 월 9,000원으로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는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로, 하루 전체 트래픽의 약 20%가 발생한다.

 

누구를 위한 서비스 경쟁인가

미래부가 4월 24일 공개한 3월말 기준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2,781만여명, KT는 1,647만여명, LG유플러스는 1,087만여명의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은 KT를 제외하고, 이 중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SK텔레콤 115만여명, LG유플러스 12만여명이다.

이는 이통3사가 이야기하는 ‘혜택’을 돌릴 대상으로는 전체 가입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연내 5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여전히 비중이 적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50%의 점유율을 사수하려는 SK텔레콤이나, 12년 만에 점유율 30%선이 무너진 KT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러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지속적으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LTE 서비스 안정화 이후 이통사들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점차 갖춰나감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급증,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린 것과 맞물려 이러한 요금제 등으로 이통사간 경쟁이 번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로 인한 급격한 트래픽의 증가는 과거 3G 서비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통신망 과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일부 헤비 유저들로 인해 대다수의 가입자가 통신 품질 저하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통3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했고, 자신 있다”라고 입을 모으지만, 한 달여 전인 3월 20일 저녁에도 SK텔레콤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아울러, 서비스 품질을 위해서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설비 투자 및 주파수 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비롯된 수익성 악화가 또다시 불법적인 경쟁, 혹은 현재도 고가인 통신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일각에서는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즉,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를 바라보고 고가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이통3사가 이후 이로 인한 출혈 경쟁 때문에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데이터의 디지털 디바이드

▲ 미래부의 모바일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미래부와 정보화진흥원은 소외계층의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조사한 ‘2013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외계층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15.1% 상승해 전년의 27.8%에 비해 개선됐지만, 전체 국민의 42.9% 수준에 머물러 아직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42.8%로, 전년 대비 21.1% 상승했음에도 전체국민의 74.3%에 비해 차이가 컸다.

미래부는 새로운 정보격차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인 모바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통신요금 관련 지원방안이 포함돼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산하 통신경쟁정책과를 통해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제도’ 등 “기존의 지원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통해 한 달에 감면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최대 22,500원, 차상위계층의 경우 개인당 최대 10,500원으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지원에 대한 부담마저 정부의 예산을 통해서가 아니라 각 이동통신사가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태에서 고가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

 

▲ 한국소비자원의 시·청각장애인 대상 이동통신 이용 관련 설문 결과

한편, 한국소비자원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애인 101명(시각 53명, 청각 48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2.7%만이 장애인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84.8%는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4월 24일 발표된 이 설문결과에 따르면, 특히 장애인 요금제가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량에 대한 불만이 53.6%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출시한 13개의 요금제 중 10개는 100~750MB의 데이터량을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응답자의 64.4%는 월 5GB 이상 혹은 무제한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수화방송, 음성낭독 등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앱 서비스들이나 정부 및 이통3사가 준비한 ICT서비스를 활용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다.

 

 
그간 혼탁해진 시장 질서와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었다. 이제는 상생을 목표로 삼아 발전적인 경쟁을 위한 전환적 국면을 맞이할 시점으로, 이를 주도하고 지원해야 할 정부의 어깨도 무거워 보인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혜택을 돌릴 수 있는 것, 필요한 곳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비스 경쟁의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이통3사의 경쟁이 다시금 소모적인 전장으로 어지러워질지, 진정성 있는 서비스 경쟁을 통해 창조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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