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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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창조경제의 ‘유통화폐’ 연구노트연구과정 및 성과 체계적 관리 수단, 건강한 지식 생태계 구축 기반

[컴퓨터월드]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는 사회, 국가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이에 많은 기업과 국가가 연구개발을 통한 산업 및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 정부 역시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제창하면서, 그 일환으로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연구개발 사업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러한 기조 아래 매년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사업의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연구비만 늘리는 양적 성장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계·연구계 및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연구 과정 및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식재산이 제대로 축적되고 또 활용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

이에 정부에서는 2007년부터 연구 과정, 성과를 기록하는 연구노트 작성을 활성화할 정책을 논의해왔으며, 2011년 연구노트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연구노트 지침은 지적재산권의 분쟁을 방지할 뿐 아니라, 기술 이전 성공률 및 국내 연구역량 증대에 이바지한다. 즉, 연구노트 작성을 활성화함으로써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구노트 지침은 올바른 연구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지침 마련만으로 목적 달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연구노트 활성화를 통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고히 하자는 움직임, 그 여정에 아쉬운 점은 없는지. 연구노트 제도의 실제를 조명한다.

 

연구 윤리 문제, 연구노트 논의의 시발점

최근 글로벌 과학계에서는 ‘일본판 황우석 사태’가 화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소속의 오보카다 하루코가 발표한 줄기세포 논문에서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오보카다는 지난 1월 말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 두 편을 발표, 쉽고 빠르게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보카다의 논문에 따라 실험을 재현한 외부 과학자들 중 누구도 그녀가 주장하는 ‘만능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논문에 실린 증거 사진이 조작됐음이 판명, 오보카다의 논문이 철회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보카다는 논문에 결함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200번도 넘게 실험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직접 논문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이처 측은 조작된 논문의 경우 저자의 동의 없어도 강제 삭제가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구 성과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을 때, 연구노트는 연구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연구노트란 연구의 시작부터 지적재산권의 확보에 이르기까지 연구 과정 및 성과를 기록한 자료를 말한다. 연구노트에는 기록자 및 점검자의 서명이 포함된다. 이에 연구노트는 논문, 특허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연구의 결과에만 관여하는 논문, 특허와 달리 연구노트는 연구 윤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연구자를 보호하는 증거로써 기능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연구노트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논의가 점화됐다. 특히 ‘황우석 사태’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연구 윤리 문제를 방지하고자 연구노트 작성 의무화에 대한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움직임을 촉구시켰다.

 

   
▲ 전화기를 발명한 벨의 연구노트

 

연구노트, 국가 기술 경쟁력 신장의 밑거름

현 정부는 지식의 공유, 융합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현 시점에서 연구노트의 의미는 더욱 크다.

연구노트는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기록물이다. 따라서 연구노트에는 연구의 결과 뿐 아니라 실패한 내용까지도 기록된다. 이러한 ‘실패의 기록’은 해당 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기술력 신장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일례로 3M의 접착식 메모지인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는 과정에서 등장한 실패작이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역시 심장 치료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연구 내용을 토대로 개발된 발명품이다. 이러한 사례는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실수’가 그저 ‘실패’가 아닌 ‘또다른 신기술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결과 뿐 아니라 실패의 과정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하는 연구노트는 보다 폭넓은 기술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지식재산 생태계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연구개발을 통해 발견된 신기술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에서도 연구노트는 중요하다. 연구노트는 제3자가 해당 연구의 성과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기록된다. 따라서 연구노트는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경태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선임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국가연구개발 제도 개선방안(안)’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가 연구개발 사업 과제의 성공률은 98.1%에 이른다. 또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술이전·사업화 제고방안’에 따르면 2011년 공공연구기관에서 중소기업으로의 기술 이전률은 87.9%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가 R&D 과제의 사업화 촉진방안’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의 사업화 성공률은 약 20%”라며 “기술 이전 시 연구노트를 같이 이전한다면 신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더 커질 것”이라 말했다.

 

'국책사업' 연구자 연구노트 작성해라…그런데 의무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2010년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이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한다는 법적 배경이 마련됐다.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대한 규정’의 제29조인 ‘연구노트 지침 마련·제공’은 해당 규정의 주무부처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 및 연구기관의 장이 연구노트를 작성, 관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침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로써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훈령으로 ‘연구노트지침’이 마련됐다. 이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훈령이다. 연구노트지침에 따르면, 연구기관의 장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 과제에 대해 소속 연구자가 연구노트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연구노트와 관련, 연구노트 확산 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의 경태원 선임연구원은 “규정에서 연구자의 연구노트 작성을 의무사항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정에 따라 마련된 연구노트지침은 연구자가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하며, 기관 특성 및 과제 성격을 감안했을 때 일부 과제만을 연구노트 작성 대상 제외 과제로 선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 정책 연구, 사회과학성 연구 등 연구노트 작성 자체가 애매한 영역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그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전문 기관이나 중앙부처와 협의해 연구노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게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 제도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의 연구노트 작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해당 규정, 지침의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러한 ‘의무 조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래부에서 연구노트와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연구제도과 측은 “연구노트지침은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연구자의 지재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래부는 연구자가 연구노트를 작성함으로써 지재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명무실한 연구노트지침, “그저 구색인가”

정리하자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연구기관은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기관은 해당 과제의 전문기관과 연구노트 작성에 대한 내용을 협의해야 하고 이를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다시 말해 법에서 규정한 연구노트지침을 따르지 않더라도 법적 제제를 받지는 않는다.

물론 신기술의 연구개발이라는 과제의 특성상, 마치 ‘일지를 검사하듯’ 연구자에게 연구노트 작성을 강제화하는 건 연구 자율성에 관련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구노트의 작성 여부까지 연구자의 자율에 일임, 작성해도 그만, 작성하지 않아도 그만인 상태로 방치한다면 당초 규정의 수립 배경인 연구노트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현재 연구노트지침의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단순히 연구자가 자신이 기여한 지적 자산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써 연구노트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만 답변한다. 이는 처음 연구노트에 대한 제도가 마련될 당시, 연구 윤리를 수호하고 건강한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와 다소 상충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전자연구노트 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코마스 측은 “실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에서 연구노트 작성률이 높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의무 규정이지만, 실제로는 연구자가 ‘선택적으로’ 작성한다는 연구노트. 그렇다면 하다못해 연구노트를 작성하겠다고 나서는 연구자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답은 ‘그렇지 않다’다.

실제 국가 연구개발 사업 수행에 대한 예산을 수립할 때, 연구노트와 관련된 비용은 직접비가 아닌 간접비로 상정이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답이다. 간접비로 책정된다는 것은 향후 해당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규정에 따라 성실히 연구노트를 작성하겠다고 해도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을 반증한다.

 

   
▲ 코마스가 공급하고 있는 전자연구노트 시스템

 

미래부, 연구노트 제도 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이처럼 연구자 및 연구기관이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이 미비할 뿐 아니라, 연구노트 작성 자체를 학계·연구계 및 민간에 확산하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미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연구노트 확산을 위한 정부의 사업은 발명진흥법을 근거로 특허청이 지원하는 사업이 유일하다. 연구노트와 관련된 규정 및 지침의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실제 연구노트의 당위를 홍보, 연구노트의 활용을 촉진할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2014년 연구노트 활용촉진 사업은 현재 특허청의 예산으로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수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서 실무를 수행하는 인원은 2명. 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노트 제도의 주무부처가 아닌 특허청 예산에 기대어 수행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6억원이었던 사업 규모가 올해에는 4억 5천만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관련 사업을 담당해왔던 경태원 선임연구원은 “2012년 연구노트 활용 현황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자들 중 84.7%가 연구노트를 작성한다고 응답했으나, 연구노트지침이 제시하는 요건에 맞춰 작성하는 비율은 44.8%에 불과했다”며 “연구노트의 구체적인 작성 및 관리와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 지원이 부족하다”고 연구노트 활성화 사업의 필요성과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풀어냈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연구노트 확산 사업이 특허청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사업 대상이 대학·공공연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 역시 문제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경태원 선임연구원은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노트를 확산할 수 있는 사업 및 관련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를 처음 제창한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화폐는 지식재산이다. 지식재산이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역시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 체계 선진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연구노트는 ‘창조경제의 유통화폐’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근간이 된다.

반면 연구노트에 대한 법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미래부가 연구노트를 ‘지식재산 생태계의 근간’이 아닌 ‘연구자의 도구’로만 간주하고 있어 아쉽다. 올바른 연구 문화는 단순히 연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정착될 수 없다. 규정 마련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해당 규정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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