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HD 시대를 맞기 위한 준비는?

 
[컴퓨터월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고해상도 울트라 HD(UHD, 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가 급부상하고 있다. 

가정에 보급돼 있는 TV의 화면 크기가 대형화되면서 더 이상 기존의 풀 HD 해상도로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원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고, 이를 충족시켜 줄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풀 HD급 TV가 처음 출시됐을 때 소비자들은 선명한 화질이라는 장점을 누리기 위해 너도나도 풀 HD 해상도의 TV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인 현재 TV,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기기의 화면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0여 년 동안 소비자들이 봐온 풀 HD 해상도는 이제 더 이상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이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울트라 HD 해상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고 있고, 과거 풀 HD 해상도가 그래왔던 것처럼 머지않아 대중화를 이룰 전망이다.

이에 국내외 가전업체들은 2014년을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의 대중화 원년으로 삼아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울트라 HD 디스플레이는 제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게 사실이고, 울트라 HD 콘텐츠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지 않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꼽히는 울트라 HD 시대를 한 발 더 앞당기기 위해 제조업체와 관련업체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또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포스트 HD, 울트라 HD의 등장

▲ 풀 HD와 울트라 HD 해상도 비교

 

울트라 HD는 기존 풀 HD(1920×1080) 보다 해상도가 크게 개선된 초고화질, 다채널 오디오, 넓은 시야각 등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다. 기존 풀 HD 해상도 대비 4배, 16배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며 풀 HD 보다 4배 높은 해상도의 울트라 HD를 4K(3840×2160), 16배 높은 해상도의 울트라 HD를 8K(7680×4320)라고 부른다. 오디오 채널은 풀 HD 디스플레이의 경우 5.1, 울트라 HD의 경우 최소 10.1부터 최대 22.2이다.

이같은 특징의 울트라 H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이유는 ▲소비자 욕구 변화 ▲디지털 TV 시장의 진화 ▲포스트 HD 시장 선점 경쟁 등이다.

디지털 TV 보급 확산으로 HD급의 고화질 방송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사실감과 현장감 있는 실감형 방송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의 교체주기를 약 10년으로 보았을 때 200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된 풀 HD급 디스플레이 기기의 교체시기도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LCD, PDP 등 디지털 TV의 가격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화면크기가 커지면서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제품의 개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최근 5년 사이에 50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 제품 판매량은 2배 이상 증가했고, 국내의 경우에도 2대 중 1대는 40인치, 50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일 정도다. 이같이 디스플레이 제품의 화면크기는 커지고 있지만 기존 풀 HD급 해상도로는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포스트 H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도 울트라 HD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사 NHK를 중심으로 3D, 울트라HD 방송의 국제 표준 선점 및 관련 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5년부터 울트라 HD TV 기술과 콘텐츠, 방송기술 등을 연구해왔고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영국 공영방송사 BBC와 울트라 HD TV 기술을 활용해 시범 중계에 나서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시장 바꿀 울트라 HD

이같이 울트라 H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자 국내외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제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초기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의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LG전자, 삼성전자, 소니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첫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80인치 이상의 대형기기를 선보였다. 반면 중국, 대만 등 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50~60 인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시장 장악을 도모했다.

이에 LG전자, 삼성전자, 소니 등도 라인업 확대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니는 지난해 4월 55인치, 65인치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85인치의 울트라 HD 제품을 출시했고 지난해 6월에는 55인치, 65인치 제품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늘렸다. 또 이달 중 40인치, 50인치의 보급형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 LG전자 울트라HD 제품 라인업

 

지난 2012년 8월 경쟁사 중 가장 먼저 84인치 크기의 울트라 HD 제품을 출시한 LG전자 역시 지난해 6월 55인치, 65인치 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올해 안에 77인치 제품 등 대형 울트라 HD 제품뿐만 아니라 49인치, 42인치 등 보급형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출시된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제품은 가전 업계가 출시한 디지털 TV가 대부분이었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가 요구가 높아지면서 거실뿐만 아니라 방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도 점차 시장에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4K 울트라 HD 패널 탑재 모니터

 

삼성전자는 28인치 크기의 4K 울트라 HD 패널을 탑재한 모니터 U28D590을 지난 3월 출시했다. 기존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울트라 HD 모니터는 10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그래픽 전문 디자이너 외에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이 제품은 가격을 절반수준으로 낮춰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줄였다.

▲ 에이수스 4K 울트라 HD 모니터

 

PC 제조업체 에이수스도 4K 해상도의 울트라 HD 모니터 PQ321QE를 지난 3월 국내에 출시하며 울트라 HD 모니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샤프와 델이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4K 해상도의 울트라 HD 모니터를 출시했고, LG전자 역시 디지털 TV가 아닌 울트라 HD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같이 울트라 H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으면서 제조업체들은 초기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의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으로 제품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약 판매와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제품 첫 출시 때보다 가격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스플레이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는 전 세계적으로 160만 5000여대가 팔렸고. 올해는 울트라 HD 기기 판매 수를 1234만 8000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30억 1797만 달러 시장규모에서 올해 127억 3800만 달러로 시장규모가 4.2배나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오는 2015년에는 3006만 3000대, 2016년에는 4632만 9000대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전자 85인치 울트라HD TV

 

울트라 HD, 콘텐츠 확보가 관건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는 디자인, 화면 크기, 화질, 3D기능, 스마트TV 기능 등 종합적으로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기기 중 최상급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은 제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게 사실이다.

좀 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더욱 세분화된 라인업이 확보되지도 않았고, 울트라 HD 콘텐츠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지 않다. 만약 다양한 제품의 울트라 HD 제품들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콘텐츠가 없다면 3D 기능을 지원하는 TV를 사놓고 3D 콘텐츠를 활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울트라 HD 시대를 한 발 더 앞당기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 제조업체들은 제품 라인업 강화와 함께 울트라 HD 콘텐츠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함께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뉴욕 맨해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커브드 울트라 HD TV 북미시장 출시 행사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와 차세대 UHD 콘텐츠 생태계 협업 선언을 했다.

울트라 HD 콘텐츠 저작권 보호와 배포 솔루션 개발을 위해 세계적인 영화사 20세기폭스와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메이저 영화사 파라마운트 등과 제휴해 울트라 HD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담은 비디오 팩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같이 제조업체가 메이저 영화사들과 협업 관계를 강화하는 이유는 콘텐츠가 우위에 있어야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기기의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트라 HD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조업체들이 메이저 영화사 등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IPTV 서비스의 울트라 HD 콘텐츠 확보를 위해 통신사업자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CJ헬로비전, 현대HCN, 씨앤앰, 티브로드 등 국내 케이블 TV 업체와 함께 셋톱박스 없이 울트라 HD 방송을 볼 수 있는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나선다.

LG전자는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콘텐츠 보급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홈쇼핑 업계 등과 함께 울트라 HD 콘텐츠 제작 펀드를 조성, 펀드의 성과에 따라서는 2D뿐 아니라 3D 기반의 울트라 HD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다.

일본 전자기기 제조사들도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기기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제조업체 소니는 계열사인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브라질월드컵 결승을 울트라 HD로 중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 세계 첫 울트라 HD 방송채널 ‘유맥스(U-max)’

 

케이블 TV 업계 역시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케이블 TV 업계는 지난달 10일 전용채널 ‘유맥스(U-max)’를 통해 세계 최초로 울트라 HD 방송을 시작했다.

유맥스가 현재 확보한 울트라 HD 콘텐츠 전체 100시간 분량으로 적은 콘텐츠 양 탓에 하루 4시간 편성, 다섯 번 재방송 중이지만 기존 방송과 확연히 구별되는 울트라 HD 방송의 초고화질을 경험해볼 수 있다. 유맥스는 소프트웨어 셋톱박스를 내장한 울트라 HD TV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고, 연말에는 하드웨어 셋톱박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유맥스는 올해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 게임을 울트라 HD 화질로 방송할 계획이다. 브라질 월드컵 중 세 경기가 울트라 HD 방송으로 제공될 예정이고, 9월부터 아시안 게임 콘텐츠를 제작·방영한다.
유맥스 채널을 제공하는 홈초이스 측은 연말까지 200시간가량의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다. 부족한 콘텐츠의 제작 및 수급을 위해 2016년까지 약 4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추진한다.

정부도 울트라 HD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울트라 HD 방송 콘텐츠와 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1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 울트라 HD 방송 제작·송출 등을 위한 장비 개발과 공용 장비 확충에도 80억원을 투자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콘텐츠 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창의적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울트라 HD 디스플레이는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울트라 HD 콘텐츠는 많지 않다. 콘텐츠 없는 울트라 HD 제품은 넓은 대저택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없는 것과도 같다.

울트라 HD 디스플레이 제품은 꾸준히 발전하며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되고 있지만 값비싼 제품을 구매해 놓고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소비자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울트라 HD 시대의 개막은 콘텐츠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 HD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정부가 강조한 콘텐츠 산업의 발전 기회가 동시에 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제조사, 방송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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