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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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업계 종사자들이여, 규제에 맞서 권익을 위해 연대하라”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컴퓨터월드] 국내 IT산업에서 게임산업은 이미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문화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회사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개발자연대 출범을 주도한 김종득 대표는 1999년부터 MMORPG 개발에 참여하며 오랜 기간 게임업계에 몸담았다. 최근 게임업계를 향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찾아간 곳에서, IT업계의 노동문제를 비롯해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종득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게임개발자연대가 어떠한 일을 해왔으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게임개발자연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지난해 초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로 명칭변경을 추진했고, 정식명칭으로 확정되면서 끝내 ‘게임’이 빠졌다. 이에 게임개발자 30여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뜻을 모아 반대성명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게임개발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기존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존재하지만, 개발자들을 대변하기보다는 기업행사에 치중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여의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출범 준비 중에 국내 IT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개발자들의 노동현실 개선을 위해 현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의 ‘IT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식 출범 후 대외활동을 통한 조직화부터 계획했으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지난해 발의해 ‘신의진법’이라 불리는 게임중독법이 대두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우선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에 대한 생각은.

   
▲ 지난 4월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에 대한 성명

이미 발효된 제도라 게임업계 입장에서 합헌이라고 달라지는 점은 없다. 사실 업계에서도 결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던 거로 알고 있다. 기성층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확인한 것뿐이었다. 이제 셧다운제를 없애려면 재입법이나 대체입법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청소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실효성마저 없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업과 경쟁에 치여 살고, 몰래 PC방에 가더라도 밤 10시부터는 출입이 통제된다. 2012년 국정감사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정 이후 게임플레이 비율은 발효 전 약 1%에서 발효 후 약 0.7%가 됐을 뿐이다. 이에 정부는 피드백을 거꾸로 해, 실효가 없으니 외려 법을 강화하자고 한다. 밤 10시부터로 앞당기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게임중독법’ 입법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른바 ‘4대중독법’에는 술·마약·도박과 함께 게임도 중독물질로 규정돼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거로 알고 있다.

이 게임중독법은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이 잘되니 규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는데, 부모들의 우려를 이해하기에 이런 상업적인 주장은 논점을 벗어났고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본다. 게임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셧다운제처럼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규제만 남을 공산도 높다.

게임중독 자체도 의학적으로든 과학적으로든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해 5번째로 개정된 ‘DSM(정신질환 및 진단 통계 편람)’에도 게임이 중독의 대상인지는 연구를 더해보자고 나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일본에서 논의 중인 것은 콘솔게임 중독이라 우리나라의 인터넷게임 중독 논란과는 다른 면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게임중독 사례가 부각되지 않는 큰 이유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긴 지 40여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겼던 세대가 기성층이 됐고, 때가 되면 빈도가 줄어든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경우 20여년 밖에 안 돼, 담론을 이끄는 주류계층의 인식차가 정책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게임등급도 민간에서 합의해 결정한다. 우리 사회도 10년쯤 지나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리라 본다.

 

모바일게임 ‘카피캣’ 문제, 모바일게임 규제에 대한 견해는.

개발자들도 카피캣 문제는 다들 불편해한다. 국내에는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이런 환경에서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이 돈을 썼던 방식을 쫓아 쉬운 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게임을 즐긴 지 오래된 미국의 경우 차별화된 핵심요소가 없는 카피캣은 소비자들부터 알아채고 식상해하는데, 국내에는 근래 보급된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시작한 인구도 상당수라 기존 작품을 그대로 베껴도 오리지널처럼 인식해 즐기게 된다.

사실 통계를 살펴보면 이제 카피캣이 유리하지도 않다.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게임은 10% 이하로 아는데, 카피캣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기획 노력이 덜 들 뿐이다. 이런 현상은 게임분야만 꼬집기도 어렵다. 기존의 성공을 따라해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이 도처에 만연하지 않나.

현재 모바일게임은 셧다운제 대상에서 예외를 받은 상태다. 과거 20년 전 컴퓨터를 이렇게 활용할 거란 걸 예측할 수 없었듯 스마트폰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데, 그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게 과연 옳은 지부터 의문이다.

규제가 본격화되면 규제를 추진하는 측처럼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업계와 함께 게이머들의 정당한 표를 모으겠다. 이런 규제는 큰 반대에 직면한다는 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선거법 관련해 문의 중인데, 게임에서 투표 참여를 권장하고 투표 인증 시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만 널리 열려도 정치권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 게임을 즐겨봤고 잘 아는 유권자들의 투표가 보다 활발해지길 바란다.

 

게임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셧다운제나 게임중독법 등을 추진하는 집단에서는 부모들의 표를 바라보는 듯하다.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규제가 진행되는 걸 지켜보면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잘 모르는 느낌이다. 그저 정치가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규제가 이어지는 것 같다. 규제의 의의나 이후 영향에는 별 관심이 없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규제 실시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합세해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모와 대화가 부족해서라고 본다. 부모도 함께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면 게임 자체보다 부모와 함께 즐긴다는 점에 의미를 두게 된다. 허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들 대부분 긴 근로시간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기 쉽지 않고, 사정이 이러니 부모들은 정부가 나서주기를 바라게 되며, 정부는 법안만 만들고서 문제의식 없이 손놔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정에 보다 충실하게 되고, 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다. 이렇게 선순환이 이뤄져야지, 규제로써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노동문제 관련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연대는 사실 노동문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게임업계를 비롯해 IT업계에 만연한 야근문제부터, 외주개발비를 떼이는 경우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활동하다보니 계약서나 체불금 문제 등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나아가 업계 표준계약서도 마련해보려 한다.

연대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기에 지난해 업계 종사자 1,200명을 대상으로 첫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4.7%가 급여체불 경험이 있었고, 이들 중 급여를 받은 비율은 52.8%뿐이었으며, 여성 개발자 중 36.3%나 성희롱을 경험한 거로 나타났다.

이 실태조사는 향후 연례행사로서 지속할 계획이며, 올 가을에는 게임사들의 복지 상태를 중점적으로 알아볼 예정이다. 현재 게임사 중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복지가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먼저 복지에 신경 쓰기 시작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인재를 구하기 힘들어져 다른 곳들도 복지를 향상시키며 전반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얼마나 개선됐는지 회사별로 상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고, 타 산업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특히, 여건상 복지 상태가 문제될 수 있는 중소업체와 스타트업의 경우 규모에 따라 조정해서 살펴보려 한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책을 보면 ‘월급을 많이 못주니 휴가를 더 주겠다’는 창업주가 나온다. 금전적인 여건이 어렵다면 이렇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국내 현실을 보면 대개 안하고 있을 공산이 높다.

 

게임도 IT산업에 속하는데, IT노동자를 위한 활동은.

IT노조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연대 출범 전에 단체의 성격에 관해 나경훈 전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IT노동자 전체의 권익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하며, 단지 연대는 그 중 게임업계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IT노동자는 다 한 가족이다. 게임업계와 IT업계를 오가는 개발자들도 많다. IT업체에서 일하다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게임 관련 일을 맡기도 하고, 게임업체에서는 젊은 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나이 들어 SI업체 등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국내 IT산업 중에 게임업계는 그나마 근로환경이 안정된 편이다. SI쪽의 경우 임금을 논외로 치면 근무시간이나 계약조건에서 상당히 열악하다. 대기업에 직접 고용됐거나 1차외주사까지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그 이하부터는 근로환경이 심각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의 노조가입률은 1% 미만의 소수점대로 지나치게 낮다. 빠르게 변화하고 자리이동도 잦다는 IT분야의 특성을 감안해도, 국내 타 산업의 평균 노조가입률이 10% 수준임에 비해 심히 낮은 편이다.

요즘 IT노조는 지난해 발의돼 아직 국회 계류 중인 ‘SW산업 다단계 하도급 금지법’의 제정에 힘쓰고 있는데, 연대도 힘을 실어주려 한다.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가 겪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는데,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IT노조에서 요청 오는 부분은 계속 돕고 있다.

 

게임관련 스타트업이 느는데, 사업자도 연대에 포함되나.

게임개발자들이 5~8년쯤 경력을 쌓다보면 개발 전반에 대해 파악하게 되고 일정 수준 이상 실력에 도달하게 되며, 그 시점부터는 연봉도 꽤 오른다. 이후 상당수 게임개발자들이 10년을 채우기 전에 창업을 시도한다. 기업의 기존 시스템 하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게임의 일부를 맡을 뿐, 자신이 바라는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창업하면 먼저 대폭 줄어든 수입으로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여기에 국내 게임시장 현실과 맞물려 사업주로서의 고충까지 더해진다. 스타트업 상태를 지속하면 경영상태가 안 좋아지기 마련이며, 국내 전체 게임사의 80% 정도가 연명 수준에서 유지되는 거로 알고 있다. 여기서 비롯되는 노동문제의 경우 게임개발자들 스스로의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개발자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양면을 지니기에, 이 부분은 연대 출범 시에도 고민했던 문제다. 게임을 개발하는 노동자들의 단체냐, 게임의 개발에 참여하는 모두의 단체냐를 놓고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게임업계에서는 노동자가 사업주가 되기도 하고 또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등 양쪽을 오가는 일이 타 산업에 비해 흔한 편이다. 그러므로 노동자와 사업주를 아울러 게임개발자들 모두 함께 간다는 생각을 고집했다.

QA, 마케팅, 사업부 등도 아우르고 싶은데 개발자연대라고 만들어놓으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업계 종사자 전체를 위한 단체로 발전시키고 싶다. 이 때문에 명칭변경 요구도 있기는 하나, 디벨로퍼(developer) 단어가 개발자와 개발사를 모두 뜻하기에 기획, 아트 등 관련 분야는 모두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게임개발자연대의 향후 계획은.

지난 4월초에 법인 설립을 위해 신청서를 냈는데 여전히 등록이 안됐다. 출범 전 소셜 펀딩을 통해 모은 후원금도 떨어졌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곧 법인 등록이 완료되는 대로 공식 후원계좌를 열 예정이다. 여러 곳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게임업계에 대한 부당한 규제를 반대하는 활동은 물론 지속할 방침이고, 앞서 밝혔듯 올 가을에 실태조사도 계획돼있다. 예전부터 개발자 선언을 만들고 싶었는데, 업계를 아우를 만큼 많은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보니 아직 못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미 유사한 선언이 존재한다.

올 여름부터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초과근로시간에 제한이 없는 예외업종이 몇 있는데, IT업종도 포함돼있다. 보안, 전산망 등은 긴급대응 때문에 필요한 점은 이해하나, 계약상 따로 명시하면 될 일이다. 무제한 초과근로를 IT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며, 이 부분이 개선되면 근로여건과 사회적 인식도 향상될 거로 기대한다.

연대가 만들어진 목적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서지, 정치적인 좌우 개념과는 별개라는 걸 분명히 한다. 게임을 비롯한 IT업계에 도움을 줄만한 법안이나 정책이라면 어느 정당이든 같이 갈 의지가 있다.

게임업계를 위해 개발자와 개발사의 징검다리 역할도 맡고 싶다. 또한, 게임도 문화의 일부이기에 영화, 만화 등 문화단체들과도 언제든지 연대할 준비가 돼있으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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