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산 기술로 이룬 DBMS ‘티베로’ 그 개발의 주역과 미래를 만나다

[컴퓨터월드]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인 DBMS 제품 하나로 전세계 시장을 석권한 기업이 있다. 바로 오라클이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인 DBMS는 전세계 DBMS에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009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곡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MySQL을 비롯해 마리아(Maria) DB 등 공개SW DBMS가 각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오라클의 입지를 통째로 흔들 정도의 힘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국내 DBMS 시장 역시 오라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 가운데 △리얼타임테크 △알티베이스 △큐브리드 △티베로에 이어 최근 선재소프트까지 국산 기술로 개발된 DBMS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인메모리 및 임베디드 등 소위 틈새 DBMS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였다면 티맥스데이터는 오라클과 유사한 범용DBMS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일명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도 같은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받았던 티맥스데이터는 현재 오라클 DBMS 대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금융권 핵심 시스템에 도입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티맥스데이터의 DBMS인 ‘티베로’의 소스코드 첫줄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티맥스데이터의 산증인 박상영 연구소장과 티맥스데이터의 미래를 책임질 양은모 연구원을 만나 국산 DBMS인 티베로에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본다.


▲ 티맥스데이터 연구소를 채임지고 있는 박상영 연구소장(우)과 양은모 연구원(좌)
티맥스데이터는 박대연 前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창업한 티맥스소프트의 관계회사다. 티맥스데이터는 경기도 성남시 티맥스빌딩에 위치해 있으며, 옆에 티맥스데이터 R&D센터가 있다. 지난 7월 중순 박상영 연구소장과 양은모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 티맥스데이터 R&D센터를 찾았다.

티맥스데이터 연구소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박상영 연구소장은 2001년 티맥스소프트에 입사한 후 2003년부터 RDBMS인 ‘티베로’ 개발진으로 자리 잡은 후 현재 개발자인 동시에 후배 개발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까지 담당하며 티맥스데이터 연구소를 지휘통솔하고 있다.

양은모 연구원은 지난 2012년 9월 입사해 3년차에 접어드는 선임연구원이다. 그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티베로 리커버리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소장과 연구원은 직급의 차이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을 경우 어색한 공기가 형성되기 쉽다. 그러나 박상영 연구소장과 양은모 연구원은 같은 자리에 모였음에도 어색한 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은모 연구원이 박상영 연구소장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불편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은모 연구원은 “연구소 내 직원들은 다들 형, 동생하는 하는 사이다. 직급이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사실 티맥스데이터 연구소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연구소 중에서 최고의 환경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1인 1실 또는 2인 1실 연구공간이 주어지며, 수면실과 안마를 받을 수 있게 전문안마사까지도 배치되어 있다. 창업자인 박대연 CTO 역시 연구원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 연구원들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국내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티맥스데이터 내 세미나와 집단토론 등 오픈세미나를 자주 한다. 이 때 박대연 CTO도 참석하는데 박대연 CTO의 발언에 대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다”고 박상영 연구소장이 슬쩍 분위기를 귀띔을 주었다.

국산 DBMS인 ‘티베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알기 위해 온 만큼 DB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물어봤다.

“DB 전공자이긴 하지만 개발할 때와 다르게 학부 수업 때 가장 재미없는 수업이 DB 관련 수업이었다”고 박상영 연구소장은 회상했다. 양은모 연구원은 “연구소장님은 재미없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DB 수업은 쉽고 괜찮은 과목이었다.”며, A+을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외산 DBMS 독점을 깨보자”는 각오로 시작했다
박상영 연구소장은 광주과학고등학교 출신으로 88년 그 당시 PC가 귀했던 시절 과학고 내 전산실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해봤고, 수업 시간에 베이식을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다. 개발에 적성을 느낀 박상영 연구소장은 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해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다.

2000년 국내 IT 전문 기업에 입사했으나, 기획, 프로젝트 관리 등에 업무를 진행하면서 연구원의 생활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회사를 관뒀다.

“개발 환경이 좋은 기업을 찾던 중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는 소식을 듣고 티맥스소프트에 입사하게 됐다”는 그의 말처럼 박상영 연구소장은 2001년 티맥스소프트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박 연구소장의 생각과 다르게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했던 것은 아니었다. 입사 이후 클라이언트를 만들거나 프로젝트 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그가 원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 업무도 6개월 뒤 2002년 1월 드디어 바라던 DBMS 개발팀이 꾸려지면서 박상영 연구소장의 뜻대로 움직이게 됐다.

“그 당시 DB 박사와 DB 석사인 저, 그리고 입사예정이었던 석사급 2명까지 총 4명에서 팀을 꾸렸다. 이후 DB 쪽에 괜찮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미들웨어 개발팀에서 시기를 하기도 했다. 그 당시 오라클이 유지보수요율을 기존 12~15%에서 20%로 급상승시키며 본격적인 횡포를 시작했다. 외산 DBMS 기업의 독점을 깨보자는 취지에서 DBMS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는 박 연구소장의 말처럼 티맥스데이터 DBMS인 ‘티베로’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오라클 베끼기? 호환성이 좋을 뿐
티베로가 첫 선을 보인 후 지속적으로 동종 업계에서 하는 이야기는 “티베로가 오라클을 베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상영 연구소장은 “DBMS 시장에서 범용 DBMS의 대부분은 1990년대 만들어진 제품이다. 2000년 이후 개발이 진행된 유일한 사례가 티베로다”며, 굉장히 의미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스코드 첫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오라클 호환성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오라클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수정 없이 변경이 가능해야 한다. 로그 메시지 빼고 명령어의 경우 오라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오라클을 베끼지 않았냐는 의심을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호환성이 좋은 것이다”고 잘못된 소문에 대해 바로잡으려고 했다.

“처음부터 독자적 기능을 가져야 의미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독점을 깨려면 호환성이 중요하다. 요즘 DB2나 포스트그레스에스큐엘 등도 오라클과 호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애초 우리가 설정한 목표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로컬 기업, 핵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많아
양은모 연구원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의사 집안이 IT를 택했다”는 것과 “로컬 기업에 입사했다”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고등학생 때 장학금 면접 당시에도 의대가지 왜 IT를 택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당시 의사는 한정된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반면 개발자는 한정된 삶을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해준다. 이에 지적으로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고등학교 때 학점 계산기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는 그 사실이 너무 좋아서 컴퓨터공학에 뜻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티맥스데이터는 본인이 하고자하는 업무에 대해 자율권이 주어지며 일개 연구원도 발언을 존중해준다. 만약 오라클에 입사했다면 나는 10만 명의 엔지니어 중 하나가 됐을 것이며, 입사 6개월 간은 커피만 마시며 자과감에 빠져들었을 것이다”고 티맥스데이터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답변했다.

박상영 연구소장도 역시 로컬 기업인 티맥스데이터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BMT에서 경쟁사 대비 성능이 잘 나오거나 프로젝트를 경쟁 끝에 수주할 경우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까지 티맥스데이터에 대한 모르거나 항상 테스트를 해야 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에서 글로벌 기업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로컬 벤더는 주도적 입장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핵심 개발 분야에서 얼마든지 접근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개발자가 구글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스가 되는 상황을 보더라도 글로벌 벤더의 벽은 높다. 개인 발전이나 역량을 위해 굳이 글로벌 벤더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상영 연구소장은 “이처럼 글로벌 기업만 좇는 세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발자들이 로컬 기업을 천시하고 글로벌 기업만 바라본다면 결국 개발자들의 갈 곳은 없다. 로컬 기업의 제품을 애국심으로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모험과 책임을 두루 경험했을 때 로컬 기업과 개발자는 동반성장을 할 수 있다”고 쓴소리도 냈다.

 

양은모 연구원은 “졸업 시점이 오면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있었을 경우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IT 산업은 3D를 넘어 4D라고 다들 이야기했을 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티맥스데이터에 입사한 후 오전 9시에 출근, 저녁 6시 퇴근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IT 산업이 4D 환경은 아니라는 소리다”고 말했다.

양은모 연구원의 말에 박상영 연구소장은 “선배 개발자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개발자로서 10년의 경험을 갖춘 30~40대가 되면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다. 그러나 연봉만큼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 같은 일은 국내 IT 환경이 SI가 주가 되는 상황에서 난이도가 낮은 개발을 하는데 경력자를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실제 초급개발자들도 가능한 업무가 주어지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이미 구축된 플랫폼 상에서 개발을 하게 됨으로 아이디어나 기획이 중요하지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 반대로 기술이 중요한 곳이 바로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즉, ERP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 많아야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만 가져다쓰는 상황에서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했다.

티베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창구 필요해
박상영 연구소장은 “티베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확대가 필수다. 그러나 사실 티베로의 아쉬운 점은 정보가 부족하다”며 티베로의 치부를 꼬집었다.

“개발할 경우 튜닝이나 수정 등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막히거나 오류가 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문서나 정보를 찾게 된다. 오라클의 경우 지금껏 사용자들이 축적해놓은 경험이나 정보가 검색만 해도 나오기 때문에 찾기 쉽지만 티베로는 오라클처럼 많은 사용자와 경험을 확보하지 못해서 아직까지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박상영 연구소장은 “최근 문서화나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보 제공과 검색과 피드백 등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티맥스데이터는 최근 창사 11주년 기념식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그동안 ‘티베로’라는 사명을 버리고 다시 설립 당시 사명인 티맥스데이터로 회귀한 것이다.

▲ 장인수 티맥스데이터 대표가 ‘티베로’에서 ‘티맥스데이터’로 사명변경 선포와 함께 사기를 흔들고 있다

티맥스데이터는 이번 사명 변경이 관계사이자 총판사인 티맥스소프트와 연계된 기술 브랜드 구축 및 사업 효율화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의지도 적극적으로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티맥스데이터는 국내 대표적인 SW 기술력을 인정받아 오고 있는 티맥스만의 대표성과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는 한편, 자사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중·장기 계획을 실현해 나갈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됐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RDBMS 상용화를 처음 성공한 이래 해외시장 진출 의지까지 내비칠 수 있게 된 티맥스데이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지적 속에 묵묵히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 티맥스데이터의 작품인 ‘티베로’가 금융권 핵심 업무에 적용되는 등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고직식한 연구원이 아내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적성에 맞는 사람과 좋은 회사에 좋은 동료를 만나서 좋은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박상영 연구소장을 비롯해 양은모 연구원 등 많은 티맥스데이터 개발자들이 있었기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

개발자로서의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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