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장판도, HP가 재편하겠다"

 
[컴퓨터월드] 소프트웨어(SW)가 하드웨어(HW)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Defined)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콘셉트는 HW로만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됐던 네트워크 분야나 스토리지 분야에 조금씩 침투하면서 그 세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업계와 오픈소스 진영에서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oftware-Defined Networking, SDN)은 그동안 HW 중심으로 발전해왔던 네트워크 기업들의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게끔 만들었다. SDN은 HW 장비를 도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즉각적이고 민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같은 많은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SDN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벤더들은 자사 제품 판매만 주력하는 데서 벗어나 여러 벤더들과 함께 SDN 지원을 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때로는 경쟁사들과도 함께 협력하는 등 기존과 다른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HP는 SDN의 시대적 흐름을 빠르게 감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HP만의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켜 나가며 네트워크 업계에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HP가 그리고 있는 SDN은 어떤 모습인지 손영웅 한국HP 이사를 만나 들어본다.


최근 네트워크 업계에서 SDN 이슈가 뜨겁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환경은 1970년대부터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 변하지 않았다. 기존 네트워크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IT 기술과 비즈니스가 계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비해 네트워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버는 가상화 기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네트워크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타임-투-마켓(Time-to-Market) 비즈니스로 인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투입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기업 비즈니스의 흥망을 결정하고 있다. 사업 방향이 결정되면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네트워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나 버라이즌 같은 기업들이 SDN을 도입하여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이후 다른 기업들도 SDN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초기에는 통신사나 포털들이 어떻게 하면 서비스망을 절약해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일반 기업들도 고객들에게 빠른 서비스 공급을 위해 SDN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SDN과 기존 네트워크의 차이는?

과거 네트워크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설비, 그리고 사용자 등 주변 환경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네트워크일 뿐이고, 알아서 움직여주는 수동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SDN은 컨트롤러를 중심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다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나 설비, 사용자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파악해서 네트워크를 자동적으로 변형시킨다.

예를 들면 같은 네트워크라 할지라도 시간대에 따라 적합한 네트워크는 다르다. 낮에는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중심이고, 밤에는 데이터센터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백업이 중심인 것처럼, 낮과 밤에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SDN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작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감지하고 그에 맞춰 온라인 서비스에 맞는 네트워크와 백업에 맞는 네트워크로 변형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예로 보안이 강화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이후 네트워크에 연결된 PC에서는 발생되는 트래픽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만약 이런 PC에서 트래픽이 발생된다면 해킹이나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SDN은 네트워크에서 이와 같은 트래픽이 감지된다면 자동적으로 해당 포트를 차단시킬 수 있도록 한다.

SDN 도입의 이점은?

그동안 네트워크는 폐쇄적인 성격이 강했다. 한 번 인프라가 구축되면 쉽게 바꾸기도 힘들뿐더러, 호환성 문제로 인해 확장을 하더라도 이용하던 벤더사의 제품만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특정 벤더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고, 별도의 선택지가 없는 만큼 가격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SDN은 기본 콘셉트가 표준화를 통한 개방이다.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NTT도코모, 도이치텔레콤 등 사용자 그룹이 주축인 오픈 네트워킹 재단(ONF)에서 만든 오픈플로우라는 통신 규약을 이용하며, 이를 지원하는 스위치나 라우터를 이용할 경우 특정 벤더사 제품 여부와 상관없이 SDN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SDN 개념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이 같은 벤더 종속성 탈피에 대한 이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이외에도 SDN을 도입하면 좋은 점들이 두 가지가 더 있다고 본다.

하나는 기업 업무에 적합한 맞춤형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레거시 네트워크는 기성복에 비유할 수 있다. 옷이 어느 정도 적절하지만 딱 맞는 것은 아니다. 품이 남는 부분이 있는 반면, 조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들도 필요한 기능이 있는 반면, 필요 없는 기능도 있고, 또 필요하지만 없는 기능들도 있다. 이를 일일이 맞추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SDN은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다. 처음부터 기업에 필요한 부분들을 선택해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IT 부서가 있다면 그에 맞는 부분들만 사용하면 된다. 모든 장비를 다 도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동화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타임-투-마켓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통신사들은 SDN을 활용한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etwork Function Vitualization, NFV)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때, 별도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바로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SDN은 자동적으로 서비스 오케스트레이션을 할 수 있게 해주며, 망을 논리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에 빠르게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HP가 SDN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분야는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특정 기업이 업계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독점적인 분야였다. 이런 독점 체제에서는 경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이는 결국 고객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서버 분야를 생각해보면 과거 메인프레임 중심 시장일 때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그리고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벤더 종속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x86 서버는 표준화된 HW와 윈도우, 리눅스라는 표준화된 OS로 인해 어떤 벤더사의 제품을 이용하더라도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SDN이 네트워크 분야에서 이 같은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HP는 그동안 특정 기업에 의해 불공정하게 지속되어왔던 시장 판도를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도록 SDN을 이용해 바꿔보려 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 자체에서도 요구하는 바이다. HP는 이미 SDN을 위한 표준화된 기술들과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HP에게 있어 기회와 시기가 맞아떨어진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HP SDN의 특징은?

HP는 SDN을 위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스위치와 라우터 등 SDN을 지원하는 인프라 장비들을 확장하고 있으며, SDN 컨트롤러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픈 API를 포함한 개발 툴과, 누구라도 이를 쉽게 프로그래밍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도 개설하여 제공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사용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든지 앱 마켓에서 자유롭게 구매하고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SDN도 마찬가지다. SDN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들처럼 바로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기존 네트워크에 얹어가는 개념이다. 처음 SDN이 등장했을 때 사용자는 자신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HP 앱스토어를 통해서 SDN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할 수 있다.

HP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레거시 네트워크와 SDN을 관리할 수 있는 툴에서부터 보안이나 클라우드 등과 통합된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양하다. 블루캣의 DNS 솔루션과 라드웨어의 디도스(DDoS) 솔루션 등이 포함된 애플리케이션들도 존재한다.

또한 HP는 SDN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얼라이언스원이라는 파트너 장치를 구축했다. 이는 다른 벤더들하고 연합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HP 혼자서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업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SDN 환경에서 어떻게 함께 수익을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쟁관계에 있는 VM웨어나 NEC 등과도 같이 협력하여 제품을 연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SDN 시장 상황은?

국내에 SDN 개념이 들어온 지 3년 정도가 됐다. 처음 SDN이 들어왔을 때 SDN이 무엇인지에 대한 초기 이해 단계였다면, 이제는 SDN으로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KT나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SDN을 활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포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트래픽을 최적화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나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SDN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수요가 조금씩 생기고 있는 중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대기업들이 SDN에 대해 알고 어느 정도 수요도 있는 반면, 아직까지 SDN에 대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연구소 차원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만들어가는 시점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고객 맞춤형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아닌 새로운 장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것은 유지되면서도 애플리케이션 등 새롭게 개발되는 분야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SDN에 대한 개념 정립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까지 SDN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SDN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들을 모두 교체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SDN은 사용자 맞춤형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SDN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가 있다. 기존 레거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일부에만 SDN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 바꿀 필요는 없다. 또 네트워크 부하 분산에 대한 것만 한다면 그것만 바꾸고, 백엔드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 액세스 쪽을 하고 싶다면 그 부분만 바꾸면 된다. SDN을 위해 전체를 다 바꿀 수도 있겠지만 레거시 장비와 공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한편, SDN이 확산되면 보안 솔루션이 모두 흡수되고 보안 업체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보안 장비가 네트워크 회선 상에서 지나가는 패킷을 직접 확인하는 인라인(In Line)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네트워크 외부에서 패킷을 감시하는 아웃 오브 패스(Out of Path) 방식도 많이 사용되는 만큼 네트워크와 보안 솔루션이 협력하는 체제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HP가 자체 보안 솔루션인 티핑포인트와 연동시키는 것 이외에도 라드웨어와 함께 디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점에서다.

국내에서 SDN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국내에는 아직까지 SDN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공부한 사람들이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실례로 호주에 있는 RMIT 대학은 직접 SDN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서 보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SDN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앞서 갈 수 있는 이유로 언어 문제를 들고 싶다. 대부분의 자료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 문화권에서 기술 개발이 빠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영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HP와 나임네트웍스 등 SDN 개발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SDN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SDN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존 네트워크에서 못했던 것을 이것으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컨트롤러를 설치하는 것부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된 상태다. 이제는 SDN을 이용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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