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위상확립을 위한 릴레이 간담회

[컴퓨터월드] 세월호 사고는 전문가의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필요성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가 있어야만 할 제자리에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했다면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었을까? 정부를 비롯해 각 산하기관, 그리고 기업들은 정보통신시스템을 별도 관리 운영 및 지원하는 전문 부서나 조직을 두고 있다. 한 마디로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위상과 지위는 어떤가? 행정 및 일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로 하는 지원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가볍게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정부의 각 부처 정보화담당관들은 한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그런데도 과장을 넘어 국장, 실장의 보직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은 꽉 막혀있다. 아니 못하게 돼 있는 게 현실이다. 최고의 지위는 고시에 합격한, 다시 말해 비전문가라 할 수 있는 행정 관료들만이 거의 다 독차지하고 있다. 일반기업들도 전문가들에 대한 대우나 인식은 비슷하다.
본지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각 계 전문가들과의 릴레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호 정부공공기관 정보화책임자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이번 호에는 증권사 정보화총괄책임자(CI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 간담회 ‘화두’
 - 증권사 CIO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 어떻게 해야만 위상과 입지,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
 - 미래 나아갈 방향?

■ 참석자
 ● 대신증권 김병철 전무      ● NH농협증권 박선무 상무
 ● 현대증권 박창선 본부장  ● 대우증권 황재우 본부장
 ● 키움증권 노진만 이사      ● 신영증권 황세동 전무
 ● 코스콤 이규일 상무

■ 진행
 ● 김용석 편집주간

 

IT 전문가의 가치와 중요성은↑, 위상은 제자리

▲ 본지 김용석 편집주간

김용석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정부나 각 기업들은 정보화를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을 갖고 있고, 그 중요성이나 가치는 나날이 더해 가고 있다. 그러나 위상이나 지위는 80년대 수준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없는가?

▲ 대신증권 김병철 전무

김병철 지금 많은 화두를 던져 주셨지만 우리 금융권, 특히 증권에서의 CIO 위상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CIO 역할이 과거에는 비즈니스의 혁신에 따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나 해킹사고에 대한 대응방안, 그리고 방향성 등에 초점을 맞춰 아이디어 창출은 물론 대외 경쟁력까지도 리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이러한 CIO들의 역할과 책임이 나날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데도 회사에 어필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IT부분은 관리만 잘 되면 된다”라는 개념에서의 CIO 위상은 이젠 아니라고 본다. 다시 말해 CIO들의 역할은 이젠 관리만이 아니라 CEO 입장에서 회사의 혁신, 비즈니스 창출, 수익 제고 등에 중요한 역할을 봐야만 한다.

경영진 역시 CIO에 대한 인식을 과거와는 다른 시각에서 해야만 한다. 한 마디로 IT가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에 더 무게를 두고 고민을 해야만 CIO들의 위상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본다.

▲ NH농협증권 박선무 상무

박선무 IT 분야에만 종사해온 29년차인데 사회적 환경에서의 대접 및 위상이 경력에 비해선 상당히 낮다. 예를 들면 저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아직도 직책은 상무에 불과하다. 그 원인이 뭘까 생각을 해보니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계층이 어떤 쪽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하면서 농협증권의 IT본부 직원이 30%나 퇴직을 하게 되는 불운을 겪었다.

1985년 말 포스코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기업의 디지털 환경은 약 10% 정도였다. 지금은 90% 이상이다. 이처럼 정반대의 환경으로 바뀌었는데, 정보화담당자들의 지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보화담당자들의 이 같은 위상은 국가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 대상은 IT본부가 아니라 현업에서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업무환경은 디지털 환경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지배하고 있는 CEO들의 마인드는 아직까지도 아날로그 환경인 것 같다. 그것은 곧 정보시스템의 응용을 통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한계로 이어지는 것 같다. 어쨌거나 키워드는 더 이상 IT본부가 IT센터로만 남아있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CIO, CEO 입장에서 혁신에 앞장서야

▲ 키움증권 노진만 이사

노진만 키움증권은 모기업이 IT 관련 기업이어서 좀 상황이 특수한 것 같다. 회장님부터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IT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심지어 IT에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저는 IT 전공자도 아니어서 지난 일 년 반 정도를 지내면서 저의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증권업에 있어서의 운영이라는 것은 사실 IT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 IBM 같은 IT 전문기업과는 달리 굉장히 작은 분야일 것이다. 또한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직원들이 알아서 서로 연락을 하면서 문제점들을 충분히 해결하고 정보도 얻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CIO는 단순히 운영적인 측면에서 전산을 꾸려가는 정도에서 머물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키움증권 같은 경우는 뭔가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다시 말해 운영적인 측면보다는 고객이 실제로 접하게 되는 앞으로의 세상, 예를 들어 온라인 세상으로 환경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컴퓨팅 환경을 어떻게 빨리 구축하느냐? 그래서 속도, 편의성, UI나 UX 등에 집중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대응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어차피 키움증권은 주력을 온라인 쪽에 집중, 남들이 하지 않는 솔루션이나 툴 같은 것을 개발 및 확보해 나갈 것이다.


김용석 그렇다면 CIO들이 시스템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 코스콤 이규일 상무

이규일 코스콤은 직접 증권 업무를 하지는 않고 있어 증권사를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즉 주력이 IT 기업이고, 직원의 70% 이상이 프로그래머이다.

그러나 증권사를 떠나 CIO의 가장 큰 고민은 비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용은 매년 줄고 인력도 주는데 회사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가 해결해야만 할 최대의 관건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IT가 혁신을 하고 만들어 나가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거기까지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밖에 정보보안도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정보보안은 CIO들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회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고민해야만 할 부분이라고 본다.


“현업과의 의사소통을 능동적으로 하라”

김용석 실제로 예산은 매년 얼마나 줄어드나?

▲ 현대증권 박창선 본부장

박창선 예산은 크게 줄지는 않는데 내부적인 투자와 외부 현업에 의한 투자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2009년도에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했으니까 시스템 노후화에 대한 대비나 보안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예산은 상당히 빈약하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최고의 변화는 온라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본부장으로 승진하고 나서 각 부서장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었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IT 부서와 현업의 마케터, 영업 등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와 도구들을 제공하는데 과연 IT 부서가 어떤 것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 대우증권 황재우 본부장

황재우 금융업도 어느덧 다 장치산업화가 됐다. IT가 없으면 안 돌아간다는 것을 현업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위상은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도 좀 필요하지만 자기들이 부려야 하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해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는데, 역량들이 아직은 좀 못 미치고 있다.

근무환경은 과거처럼 업무 분석을 해서 시스템을 개발해주는 상황이 아니다. 금융업 자체가 워낙 복잡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 현업 자체도 소화 못하고 있는 것을, 현업은 바쁘니까 IT가 해줘 이런 부분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쉽지 않은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현업부서에서 상품을 새로 만들거나 서비스를 기획했을 때 IT가 따라줘야 하는데 빨리빨리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IT속도가 너무 늦어요”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과거 20년 전의 패턴과 지금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는 패턴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인 결속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신나게 일하게 돼서 점점 빠른 시간 내 제품을 납품해주면 협업의 위상이 올라가고 결국 IT 위상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영진들은 세상의 변화를 너무 잘 알고 있다”

▲ 신영증권 황세동 전무

황세동 사실 저는 CIO가 아니다. 한국IBM에서 18년 동안 영업본부장을 맡았었고, 신영증권에서는 4년째 자문역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 CEO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을’에서 ‘갑’의 입장으로 와서 보는 시각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CIO 외의 정보보안 책임자로 CISO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역할이 애매하다. 신영증권은 사장님이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어 CISO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 투자는 필요한 것은 쓰되 그렇지 않은 것에는 쓰지 말라는 게 기본 방침이다. 따라서 그것을 찾아내라는 게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전산정보보호팀을 별도로 조직했다. 그 이유는 IT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CISO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업관계자들은 IT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 이유는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에 IT는 그 변화에 무디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영진들은 세상의 변화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현업이 만족하고 경영자들이 만족하는, 즉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팀장 이상의 직원들은 더욱 그렇다. 어떻게 보면 차장이나 팀장들의 변화가 더 없는 경우가 많다.

CIO를 비롯한 정보화조직은 현업이 고객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잘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 번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의문이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생긴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변화를 주창하고 있고,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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