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기술력 입증할 무대로 부상

[컴퓨터월드] 플래시 스토리지는 최근 스토리지 업계의 중요한 화두다. SSD를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플래시 스토리지는 기존의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가 제공하지 못했던 성능을 실현한다. 오늘날 비즈니스는 IT 인프라가 데이터를 더 신속하게 처리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SSD의 가격 하락은 그동안 플래시 스토리지가 범용 시스템에 사용되기 어려웠던 장벽을 해소했다. 이러한 조건들이 맞물려 향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플래시 스토리지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란 디스크를 완전히 배제, SSD만을 저장장치로 채택하는 스토리지를 말한다. 플래시라는 키워드가 스토리지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 바로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등장이었다. 플래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은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시장에 선보이며 기존 스토리지 제품과 차별화된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강자들 역시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포함한 플래시 스토리지 라인업을 마련하게 됐다.

향후 연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현재 스토리지 업체에게 있어 미래 스토리지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무대다. 이 ‘무대’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본다.

플래시, ‘핫이슈’에서 ‘트렌드’로 진화

‘플래시’는 2014년 스토리지 시장의 핫 키워드다. 다양한 시장조사기관과 업체들이 2014년 스토리지 시장의 트렌드로 플래시를 꼽았다. 그리고 2014년이 절반 넘게 지난 지금, 기업 IT 시장에서는 더 이상 누구도 ‘플래시 스토리지’를 생소하게 여기지 않는다.

플래시 스토리지란 SSD를 저장 공간으로 채택한 스토리지를 말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이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된 저장장치인 SSD는 HDD보다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다. 즉 플래시 스토리지는 기존 HDD 기반의 디스크 스토리지보다 월등한 성능을 제공한다.

▲ EMC '익스트림IO'

사실 플래시 스토리지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SSD의 용량당 가격이 HDD보다 너무 비싸 범용적으로 사용되지 못했을 뿐이다. HDD의 성능 개선은 한계의 부딪친 지 오래다. 따라서 HDD로는 구현 불가능한 고성능을 실현하기 위해 SSD를 채택하는 플래시 스토리지의 수요는 예전부터 있었다. 이러한 수요는 비즈니스가 IT 인프라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길 요구하는 추세에 따라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플래시 스토리지 저변 확장에 힘을 실어줬다. ‘좋은 줄은 알지만 비싸서 엄두가 안 났던’ 플래시 스토리지를 이제는 ‘도입해봄직’한 가격으로 기업 IT 시장에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과에 따라, 2010년을 기점으로 ‘기존에 없던’ 고성능을 실현하는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게 됐다.

2014년 하반기인 지금, 스토리지 업체들은 플래시 스토리지에 대한 기업 고객의 인식이 부쩍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업체들은 자사의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플래시 스토리지 자체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실체를 고객에게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 고객들은 플래시 스토리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현재 기업 IT 부서의 고민은 ‘플래시 스토리지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플래시 스토리지에 대한 인식이 ‘WHAT’에서 ‘HOW’로 진일보한 셈이다.

올플래시 스토리지, 차세대 기술력의 상징

플래시 스토리지의 부상은 스토리지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낳았다. 그 배경은 HDD, SSD의 차이에 있다.

HDD는 기계적 저장장치고, SSD는 반도체를 이용한 저장장치다. 두 장치는 데이터를 쓰고 읽는 방식이 다르다. 이는 기존 스토리지 시스템의 저장장치를 HDD에서 SSD로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플래시 스토리지를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SSD의 여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SSD의 가격이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SSD가 HDD보다 용량당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비싼 돈 주고’ 사용할 거라면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 올플래시로 구성 가능한 넷앱 'FAS8080 EX'

따라서 최근 스토리지 업체들은 SSD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래시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SSD의 가격 하락은 플래시 스토리지를 특수 용도가 아닌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범용 제품군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시점에서 타사와 차별화된 플래시 기술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군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 스토리지 시장에서 업체의 입지를 결정할 중요 요소가 됐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 따라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오늘날 스토리지 시장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갖게 됐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란 저장장치로 오로지 SSD만을 활용하는 스토리지를 말한다. HDD, SSD를 혼재해 활용하는 등 디스크 스토리지에 플래시 기술을 접목한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라 말한다. 즉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는 기존 디스크 스토리지 시스템에 플래시 지원이 더해진 형태다. 반면 올플래시 스토리지에는 SSD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래시 특화 기술들이 집대성된다.

따라서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현재 시장에서 어떤 업체가 가장 진보한 스토리지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루키의 등장, 그리고 강자들의 라인업 구축

플래시가 스토리지 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플래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내세우며 스토리지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디스크 스토리지나 디스크 스토리지 시스템 구조에 SSD를 채택하는 방법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했던 고성능을 제시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 중 몇몇 업체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례로 2009년 설립된 퓨어스토리지의 경우 2013년 전년 대비 64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2013년 한국 지사를 설립해 국내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같은 해 한국 지사를 설립한 바이올린메모리 역시 올플래시 스토리지 전문업체로 스토리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 퓨어스토리지 'FA-420'

이처럼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필두로 시장에서 플래시가 새롭게 조명 받게 되자, 이제까지 디스크 스토리지를 기업에 공급하며 막강한 입지를 쌓아뒀던 전통적인 강자들 역시 플래시 기술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물론 이들은 이전에도 SSD를 활용해왔다.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지 업체들은 이전보다 SSD를 ‘더 제대로’ 쓰는 기술 확보에 매진하게 됐다.

몇몇 업체들은 플래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벤처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올플래시 스토리지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EMC, IBM이 그러한 경우다. EMC는 2012년 올플래시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익스트림IO를 인수, 자사의 스토리지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IBM은 같은 해 SSD 전문업체인 텍사스 메모리 시스템즈(TMS)를 인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듬해인 2013년 올플래시 스토리지 제품군인 플래시시스템을 론칭했다.

더불어 주력 스토리지 제품군에 올플래시 신제품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플래시 기술을 자체 개발, 적용해 기존 제품군으로도 SSD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넷앱은 지난 6월 자사의 주력 스토리지 제품군인 FAS 시리즈를 올플래시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후지쯔 역시 지난 7월 자사의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제품군인 이터너스DX의 올플래시 버전인 이터너스DX200F를 출시했다. 또한 EMC의 경우에는 올 4분기 내 자사의 하이엔드 스토리지 제품군인 VMAX이 신제품인 VMAX3를 출시할 예정인데, VMAX3가 기존 제품보다 플래시에 보다 최적화된 아키텍처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두 개의 길’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흔히 벤처기업과 기존 강자들의 대결 구도로 이해되기 쉽다. 수십 년간 기업 IT 시장에서 선전한 전문기업으로 구성된 시장에서 벤처기업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에 주는 충격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현재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의 제품 경쟁 구도는 신흥기업과 전통기업의 대결이 아니다. 이는 모든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같은 타깃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디스크 스토리지를 보면 제품별로 규모, 기능이 다르다. 규모만 고려해도 하이엔드급, 미드레인지급, 엔트리급으로 나뉘고 기능까지 고려하면 분류는 더 세분화된다. 즉 제품별로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고 특성에 따라 겨냥하는 대상이 달라진다. 올플래시 스토리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의 타깃층은 ‘티어(Tier) 0’, ‘티어 1’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티어 0’에 해당하는 타깃은 데이터 분석, 배치 업무 등 최고성능의 데이터 입출력을 꾸준히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티어 1’은 고성능과 더불어 데이터 안정성을 담보하는 다양한 엔터프라이즈급 기능을 갖춘 스토리지를 필요로 한다.

‘티어 0’가 원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덕목’은 ‘초고성능’이다. ‘폭발적으로 빠른’ 성능을 제공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제품군이 여기에 속한다. ‘티어 0’는 전체 스토리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초고성능을 요구하는 만큼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활용이 가장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영역이다. ‘전통’의 IBM, ‘루키’ 바이올린메모리가 해당 영역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 바이올린메모리 '바이올린6000'

‘티어 1’은 전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의 6~70%를 차지하는 가장 일반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올플래시 스토리지보다는 디스크, 하이브리드 스토리지가 강세이며, 이들과 대결하려는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고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안정성까지 보장해야 한다.

SSD는 HDD보다 빠른 성능을 실현할 뿐 아니라 전력 소모 면에서나 상면 공간 비용 면에서도 효율이 뛰어나고 최근에는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SSD지만, SSD만으로 주력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데에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기존 스토리지 시스템의 아키텍처가 아닌 새로운 아키텍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새로운 제품’이니만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는 중요 자산인 만큼, ‘티어 1’을 겨냥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엔터프라이즈급 기능들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하는지가 중요하다. ‘티어 1’ 영역에는 EMC, HDS, 넷앱 등 ‘전통’의 스토리지 전문기업 및 ‘루키’ 퓨어스토리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50% 성장? “그보다 더할 것”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전년보다 약 3배 성장한 6억 6천 7백만 달러를 달성했다. IDC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이 2016년까지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두고 스토리지 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평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전년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 후지쯔 '이터너스DX200F'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2014년 들어 국내에서도 올플래시 스토리지 도입 사례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 사용자 입장에서, 2013년까지는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장점을 업체의 메시지나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으로 파악하고 알아가는 시기였다. 반면 2014년은 ‘좋다는 말만 믿을 수 없어’ 적극 도입에 나서지 못했던 사용자들이 실제 구축 사례를 참고해 도입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다. 따라서 올해가 국내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더불어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삼성을 필두로 반도체 업계에서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 및 제품 양산 체제 마련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더 큰 폭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SSD의 가격이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면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티어 1’의 범용 스토리지로 활용될 여지는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SSD의 용량당 가격이 HDD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기업은 굳이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는 디스크 스토리지보다 약 10~15% 정도의 성능 개선 효과를 낸다. 반면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경우 디스크,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에 비해 10배 이상의 성능 개선을 실현한다.

더불어 오늘날 IT 트렌드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시 올플래시 스토리지 수요 증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통찰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빅데이터 분석은 빠른 데이터 처리를 실현하는 IT 인프라를 요구한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은 ‘더 많은 데이터를 적재’하는 스토리지보다 ‘더 빠른 데이터 입출력을 실행’하는 스토리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기업 사용자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성능’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이전보다 빨라진 IT 기기를 사용하게 된 고객은 향후 그보다 느린 기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기존 스토리지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했던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빠르게, 그리고 굳건히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처럼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보급이 촉진됨에 따라,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이 스토리지 업체 간 경쟁우위를 가늠할 무대의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도입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각각의 업체가 주장하는 플래시 기술이 ‘제대로’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토리지 시장의 경우 어떤 제품이 가장 월등한 성능을 제공하는지를 BMT(Bench Marking Test) 결과로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만으로’ 세를 확장하기 힘들다. 그만큼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검증이 가능한 무대인 셈이다.

이것이 2014년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업체별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리지 전문기업, 종합 IT 기업, 벤처기업까지 일제히 참여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에서 과연 승자와 패자는 누가 될지, 그리고 이로써 향후 스토리지 시장이 어떻게 재편성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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