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 중·대형 컴퓨터 시장 성장 주도한 유닉스 / 2014년 - 대세는 유닉스에서 x86으로

 
[컴퓨터월드] 94년 상반기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은 경기 회복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특히 유닉스 중형 컴퓨터는 두 배가 넘는 판매 실적을 거둬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국내 중·대형 컴퓨터 공급업체들은 대리점 영업을 강화하고 서비스 조직을 개편하는 등 유닉스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있었다.

20년이 흐른 오늘날, IT 자원 관리의 유연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면서 x86 중심으로 서버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 유닉스는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유닉스가 전성기를 맞이하던 20년 전을 돌아본다.

 

94년 중·대형 컴퓨터 시장 조사

▲ 94년 상반기 업체별 중·대형 컴퓨터 공급현황

94년 컴퓨터월드는 한국IBM, 삼성HP,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 한국디지탈 등 국내 20개 중·대형 컴퓨터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94년 상반기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은 1,376대, 2,173억 9,56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 93년 같은 기간 941대, 2,136억 7,400만원에 비해 수량 면에서 46.2%, 금액 면에서 1.7% 성장했으며, 국내 경기 활성화가 중·대형 컴퓨터 시장 확대로 이어졌음을 보여줬다.

경기 활성화에 따른 시장 확대는 특히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소폭 증가 또는 감소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형 컴퓨터는 69대 · 986억 5천만 원의 시장을 형성, 93년 같은 기간 46대 · 887억원에 비해 수량과 금액에서 각각 50%와 11.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니컴퓨터(대형 컴퓨터 이외 기종을 통칭하던 당시 분류 용어) 역시 1,307대가 공급돼 93년 같은 기간 895대보다 46%가 늘어났다. 그러나 매출액은 1,187억 4,560만원으로 93년 같은 기간 1,249억원보다 4.9%가 줄어들었다. 수량이 대폭 성장했음에도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컴퓨터의 가격이 대폭 인하됐고 저가형 미니컴퓨터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용 운영체계를 채택한 제품과 유닉스 기종으로 미니컴퓨터를 분류하면 전용 기종은 237대 · 443억 1,700만원, 유닉스 기종은 1,070대 · 744억 2,86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93년 같은 기간 전용 기종 370대 · 764억, 유닉스 기종 525대 · 485억원과 비교하면 유닉스 기종은 수량과 금액에서 각각 103.8%와 53.5% 성장한 반면 전용 기종은 36%와 42%가 감소, 국내 전산환경이 유닉스로 변화되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미니컴퓨터 시장에서 유닉스 기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93년 상반기 수량과 금액에서 각각 58.7%와 38.8%에서 81.9%와 62.7%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41.3%와 61.2%였던 전용 기종은 18.1%와 37.3%로 낮아져 시장주도권을 완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닉스 기종의 수요 증가와 전용 기종의 수요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용 기종에서 사용되던 각종 소프트웨어(SW) 툴들이 유닉스로 이전되고 있었으며, 각 SW 개발업체들이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속속 발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산환경을 구축한 성공사례들이 계속 발표될 전망이었기 때문에 유닉스 기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험부담 때문에 선뜻 이를 구입하지 못하던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이밖에 업체간 경쟁 심화로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던 것도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는 한 이유가 되고 있었다.

 

유닉스 기종 시장 장악

▲ 92~94년 상반기 기종별 변화추이

94년 업체별 판매실적을 보면 대형 컴퓨터 시장에서는 93년 상반기 각각 20대, 3대, 2대를 공급했던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한국컴퓨터가 30대, 15대, 11대로 판매량이 대폭 늘어났으며, 한국유니시스는 15대에서 8대로 줄어들었다. 기타 한국디지탈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각각 2대, AT&T GIS코리아가 1대를 판매했다.

전용 미니컴퓨터 시장에서는 한국IBM이 110대를 공급해 전체 시장의 46.4%를 점유했으며, 삼성HP는 53대로 22.3%를 차지했다. 한국디지탈과 한국컴퓨터는 25대와 24대를 각각 판매해 10.5%와 10.1%를 기록했다. 이밖에 한국후지쯔, 한국올리베티 등은 5% 미만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를 93년 상반기 한국IBM 32.4%, 한국디지탈 19.2%, 삼성HP 11.1%, 한국후지쯔 8.9%, 한국컴퓨터 1.9%, 한국유니시스 9.7%와 비교하면 한국IBM과 삼성HP, 한국컴퓨터의 비중이 높아졌던 반면 한국디지탈과 한국후지쯔의 점유율은 다소 낮아졌다.

유닉스 시장에서는 한국유니시스와 삼성HP, 한국디지탈이 각각 355대와 303대, 136대를 공급, 33.2%와 28.3%, 1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들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4.2%를 차지, 유닉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쌍용컴퓨터 등 기타 업체는 모두 40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형 컴퓨터 공급업체들이 유닉스 기종의 공급에 주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전용 시장에서는 AS/400 기종을 공급하던 IBM의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유닉스 시장에서는 업체의 편중 현상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향력 있는 3~4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펜티엄칩을 채택한 제품과 윈도우NT를 운영체계로 채택한 제품들이 출현했던 점도 94년 상반기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유니시스의 U6000 시리즈, 한국올리베티의 LSX-5000 시리즈, AT&T GIS코리아의 3600 시리즈 등이 펜티엄칩을 채택한 제품이었다. 에이피테크놀로지는 파워PC를 장착한 제품의 발표를 앞두고 있었으며, 한국올리베티의 LSX-5000 시리즈와 한국디지탈의 알파시스템은 윈도우NT와 유닉스를 운영체계로 채택할 수도 있었다.

 

국내 업체들의 유닉스 시장 대비

▲ 94년 유닉스 기종의 수요처별 공급현황

94년 국내 전산환경이 개방화되고 다운사이징, 클라이언트 서버 컴퓨팅 구축이 늘어나면서 유닉스 기종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었으며, 이는 또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먼저 업체간 경쟁을 심화시켰다. 업체간 경쟁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만, 전용 기종의 시장에서는 OS와 솔루션, 하드웨어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특정 시장에서 특정 업체가 강한 경향이 있었으며, 이런 이유로 업체간 경쟁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유닉스로 변화하면서 각 회사 제품의 차별성이 없어졌으며, 모든 업체가 전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선택폭이 대폭 확대된 반면, 공급업체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경쟁이 심화된 것이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3~5년 후에 중·대형 시장에서 여러 업체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중형 컴퓨터 시장이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바뀔 경우 솔루션을 확보하는 등 시장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업체는 한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닉스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감소된 만큼 솔루션과 서비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었다. 중·대형 업체들이 하드웨어가 아닌 솔루션과 서비스를 판다고 말하고 있던 것도, 산업별 솔루션에 따른 영업조직 운영 및 영업조직에 기술과 컨설팅 조직 통합 등을 실시하고 있던 것도, 모토로라가 자사 900시리즈의 무상보증기간을 5년으로 늘렸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당시 AT&T GIS코리아는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영업과 기술 컨설팅 조직을 CFI팀으로 단일화했다. 효성데이터시스템 역시 각 영업부에 개발인원을 투입시켜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동안 산업별로 영업조직을 운영하지 않았던 한국컴퓨터 등 일부 업체들이 산업별로 영업조직을 변경했던 것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협력업체와 솔루션 확보에 안간힘

▲ 94년 상반기 중형컴퓨터 분야별 공급현황

솔루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SW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각 업체들은 각 분야의 유명 제품 찾기에 전사적인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중·대형 공급업체들은 특히 주요 SW를 국내에 공급하게 될 경우 자사 시스템 공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SW 판매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거의 필사적이었다. 외국 유명회사 하드웨어에 대한 국내 독점권을 따낸 것이 곧 ‘돈’으로 통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다시 벌어지고 있던 것으로, 하드웨어에서 SW로 그 내용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SW 개발 대신 도입에 비중을 두는 이 같은 각 업체들의 행태는 업계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 에이피테크놀로지의 호텔 솔루션 유니텔과 같이 국산 제품이 사용되는 예도 있기는 했지만 당시 중·대형 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던 솔루션은 대부분 외제품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었으며,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의 유닉스 강세는 공급업체들이 채널 마케팅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당시까지는 고객들이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기를 원해 이러한 채널을 통한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었지만, 특정 시장이 아닌 모든 시장을 주력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리점이나 협력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공급업체들은 대부분 협력업체나 대리점들이 특정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한국디지탈은 알파 시스템 발표를 계기로 파트너 영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었으며, 한국후지쯔는 93년 10월 유닉스 관련 과를 사업부로 승격시키고 대리점에 대한 기술과 영업지원을 강화하고 있었다. 삼보정보시스템은 4개였던 협력업체를 10개로 늘리면서 더욱 확대할 방침이었고, 삼성HP 등 대부분 업체들도 대리점 영업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한편 유닉스 기종의 수요 증가에 따라 전용 기종만을 공급해온 업체들이 유닉스 기종을 공급하는 등 시장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있었다. 엘리테크가 93년 8월 썬 기종 판매에 들어간데 이어, 효성데이터시스템이 93년 삼성HP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썬 기종과 접속할 수 있는 솔루션을 발표했으며, 한국후지쯔는 전용기종인 K600시리즈에 유닉스 기능을 부가한 K6000시리즈를 95년에 발표할 계획이었다.

 

20년 후, 대세는 유닉스에서 x86으로

▲ IDC가 조사한 국내 서버시장 주요업체별 점유율 추이(매출 기준)

IDC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최근 3년 사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서버 시장은 지난 2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x86 서버 시장은 지난 2분기에 직전분기 대비 41%, 전년동기 대비 8% 성장한 1,47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유닉스 서버 시장도 870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직전분기 대비 29% 성장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24% 하락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서버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했던 유닉스는 2012년 4분기를 기점으로 x86에게 매출을 추월당하며 주도권을 내준 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존에 유닉스와 x86의 역할이 나뉘던 상황에서 하드웨어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인해 성능의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x86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가게 된 것이다. 그간 유닉스가 강세를 보였던 국내 시장도 결국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유닉스의 경우 시스템 확장이나 추가 개발 시 업체 고유의 아키텍처로 인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x86은 다양한 형태로 혼용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호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서버 가상화 기술을 통해 x86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표준으로 자리하게 됐다.

빅데이터 바람과 함께 IT 자원 관리의 유연성과 신속성이 대두되면서 최근에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 의료, 통신 등의 분야까지 x86을 도입하며 비용절감을 꾀하는 다운사이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도 지난 3월 주전산시스템에 리눅스 OS 기반의 x86 서버를 적용한 엑츄어플러스(EXTURE+)를 구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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