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이미지처리 SW하도급 업체, "제안 따로 계약 따로, 일방적 배제 당했다" 주장

 

▲ PICAS 고도화사업 RFP 중 문서인식률 개선 관련 요구사항

[컴퓨터월드] 공공사업에 참여한 SI 업체가 사업 수주 후, 제안 과정에서 협력관계였던 기존 SW 하도급 업체를 일방적으로 사업에서 배제시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이같은 논란의 당사자는 외교부 주관 ‘여권정보통합관리시스템(PICAS) 고도화 사업’의 주사업자인 시스템통합(SI) 기업 아이티센과, 기존 여권정보통합관리시스템에 문서 이미지 처리 솔루션을 공급하던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 인지소프트. 아이티센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8월부터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인지소프트 측은 “이번 고도화 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제안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했는데, 아이티센은 사업 수주 후 일방적으로 타 업체와 계약했음을 통지했다”며, “아이티센의 요청에 맞춰 제안서, 인력 제출서류, 견적 개런티 등을 지원해왔다”고 주장했다. 아이티센이 인지소프트의 자료와 인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한 후 계약 단계에서는 배제했다는 것.

이에 대해 아이티센 측은 “기존 제품이라 최우선 검토 대상이었으나, 원활하게 협력해주지 않았다”며, “인지소프트에게 어떤 형태로든 공급에 대해 확약한 적 없고, 제공받은 자료를 인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제안 시 인지소프트의 제품을 포함시키지도 않았고, 계약 관련 법률적인 문제도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논란이 이는 부분은 인지소프트의 개발인력이 사업 수주 당시 아이티센의 제안서에 포함됐던 점에 대해서다. 아이티센은 지난 6월말 외교부 여권발급시스템 개발 유경험자인 인지소프트의 한 선임연구원을 해당 사업에 투입시킬 것을 인지소프트에 요청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열흘 전에 이 개발인력의 프로파일을 요구해 제공받은 바 있다.

사업 수주 이후 아이티센은 외교부에 인력변경을 제안, 지난 9월초 이를 승인받아 인지소프트의 해당 선임연구원을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티센은 타사 솔루션들을 도입 및 조합해 자체 개발, 기존 인지소프트의 솔루션을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인지소프트 측은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소속 담당인력이 제안서에 포함됐다는 건 곧 해당 업체도 사업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여겨져 왔던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즉,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인지소프트 측은 “제안 단계에서는 시간 제약과 관행상, 구두 합의와 하청업체의 일방적 자료 제공이 통상적인 행태”라며, “이런 과정이 계약에 근거하지 않아, 발주자나 원청업체가 사업 착수 시점에서 변심해도 하청업체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사업자가 협력업체에게 해당 전문인력이 특정 프로젝트에만 투입되도록 요청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아이티센 측은 “제안 과정에서 해당 개발인력을 자사에만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지소프트 측은 “해당 개발인력이 프로젝트에 꼭 투입될 수 있도록 요구받아서 이에 따라 준비했을 뿐, 아이티센에만 투입시켜달라고는 들은 적 없다”며, “아이티센의 주장에 따르면 제안 과정 말미인 7월에 그런 요청을 했다는데, 이미 6월에 아이티센의 경쟁사인 LIG시스템 및 KCC정보통신에도 동일하게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아이티센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아이티센은 제안요청서(RFP)에 명시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인지소프트의 솔루션을 제품 선정에서 제외했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고객으로부터 많은 불만이 제기됐던 문서 인식률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선을 요구했으나 충분한 방안을 제시받지 못했으므로,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넣을 수 없었다”며, “제시받은 제품 개발 일정도 구축 기간을 벗어나, 납기 지연의 위험 또한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지소프트 측은 “기존 시스템은 2004년 도입된 초기 버전이라 인식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 타 사이트에서 2009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검증된 방식을 제안했다”며, “문자인식(OCR) 관련 선도업체라 자부하는데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 “제품 개발 일정 관련해서도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켜 납기에 맞추겠다는 내용으로 수정한 제안서를 6월말 발송한 바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TF팀을 꾸려 연구개발, 연내 신규 기능 구현을 비롯해 지속적인 무상 업데이트도 제공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교부의 관련 담당자는 “딱히 문제될 것도 없는데, 외교부에서 인력변경 사실 등을 확인해줄 이유가 없다”며, “모든 것은 외교부와 계약을 맺은 주사업자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한편,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용역 위탁 범위와 관련 ‘용역위탁 중 지식·정보성과물의 범위 고시 제정안’과 ‘용역위탁 중 역무의 범위 고시 개정안’을 지난달 22일부터 11일까지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용역위탁 중 지식·정보성과물의 범위 고시’를 마련해 SW 개발을 위한 제안서 및 기본 설계를 법 적용 범위에 포함한 것이다. 원도급 업체가 사업 수주 후 제안서 단계에서 참여했던 하도급 업체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의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다.

또 ‘용역위탁 중 역무의 범위 고시’를 개정해 SW 유지·보수사업 업무도 하도급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기간 동안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권정보통합관리시스템은 정부통합전산센터의 1등급 업무인 중요 시스템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해외 신분증인 ‘전자여권’을 관리하는 국가 기간계 시스템이다. 이번 고도화 사업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총 163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