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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취재] 대기업 SI 빠진 공공정보화시장, 저가수주·하도급이슈 등 그대로SW산업 이해 바탕으로 SW가치 인정하는 정책·문화 필요

[컴퓨터월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난 2013년 1월 1일부터 공공정보화시장에 상호출자제한기업 소속 SI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됐으며, 대기업들은 매출액에 따라 제한적인 참여만 가능해졌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있던 국내 SW 시장 질서를 전문SW기업 중심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우리나라 SW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시도된 방안이었다.

대기업이 공공정보화시장에서 빠진지 2년여가 지난 지금, 과연 우리나라 SW산업은 예상대로 발전했는가?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견 SI기업들이 차지했을 뿐 저가 수주나 하도급 이슈 등의 문제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중견기업들을 두고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들이 빠진 공공정보화시장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본다.

공공정보화시장, 플레이어만 바뀌다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있던 국내 SW 시장 질서를 전문SW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지난 2013년 1월 1일 이후 공공정보화시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 소속 SI기업들의 참여 제한과 매출액에 따른 대기업의 제한적인 참여로 인해, 그동안 이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됐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난 지금, 공공정보화시장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문SW기업들이 중심이 돼 선순환적인 SW 생태계를 만들자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플레이어만 바뀌었을 뿐 기존 문제들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이 빠진 자리를 차지한 중견기업들을 보고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중견 SI기업들에게 돌리기는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플레이어가 바뀐 것 말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전까지 공공정보화시장을 주름잡던 대기업들이 있었을 때와 중견기업들이 하는 역할은 실제로 달라진 것이 없다. 사업이 발주되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하고, 수주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저가 수주는 물론이요, 하도급 관련 문제가 발생하는 것까지도 대기업들이 있을 때와 닮았다.

SW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W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육성한다 하지만, 정작 SW 제값주기와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되지 않고 있다”며, “SW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제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플레이어만 바뀌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성공과 예산절감, 두 마리 토끼 함께 잡으려는 무리수
사업을 발주하는 담당자는 공공기관에 속한 공무원이다. 공무원들은 주어진 예산 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적이 직접적으로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만큼, 성공적인 사업 수행과 예산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할 수밖에 없다.

사업에 입찰한 업체들을 기술항목과 가격항목 등 두 기준에 대해 함께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위해서라면 최고의 기술력을 보인 업체와 계약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예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준 이상의 기술력을 갖추고 가격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업체와 계약한다. 그리하여 실제로 나라장터에서는 가장 높은 기술점수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낮은 업체에게 가격점수가 뒤져 점수 합계를 냈을 때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등 발주처들 사이에서는 대기업들이 공공시장에서 빠지게 된 것에 대해 취지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아쉽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중견/중소기업들의 사업능력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공공정보화사업 발주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대기업들이 담당했던 사업들을 중견/중소기업들이 맡는 것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형 프로젝트 같은 경우 중견/중소기업들은 사업 경험이 드물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SW 가치 인정 및 테스트베드 역할, 업계 기대
SW업계가 공공시장에 대해 갖고 있는 또 다른 고민도 있다. 무엇보다 공공사업은 사업 수주 자체만으로는 크게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SW 제값 받기 등 SW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선에서는 SW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발주되는 사업들의 예산은 실제 업체가 받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가격과 크게 차이 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당장 수익성이 나지 않는 공공정보화사업에 업계가 목을 매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나마 ‘레퍼런스 확보와 유지보수 사업’이라는 당근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업 수주로 수익이 당장 나지는 않지만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는 레퍼런스 확보와 사업 경험 및 그에 따른 노하우 축적, 그리고 해당 사업 구축 이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사업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만회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기업들은 공공정보화시장이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많은 SW업체들이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제품을 개발해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실제로 제품을 개발해도 민간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런 것들을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많은 SW업체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발된 솔루션을 제품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제품이 해당 프로젝트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범용적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작 정부가 SW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이에 대한 지원 역시 시급하다는 것이 SW업계의 입장이다.

공공정보화사업 관련법 산재로 통합개선 쉽지 않아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공정보화시장은 그것을 바라보는 공공과 업계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런 양쪽의 입장 차이 이외에도 존재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공공정보화사업 관련법이 산재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정보화사업에 관련된 법은 기획재정부의 국가계약법을 비롯해 행정자치부의 전자정부법,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의 SW산업진흥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서로 참조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구조가 복잡하다.

또한 같은 내용이다 하더라도 관련법들이 일관된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 실제로 국가계약법과 전자정부법 정보시스템구축운영지침에서 밝히고 있는 입찰공고 기간만 해도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개선하려 해도 각 부처별로 담당하고 있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공기업SI 특혜도 이슈
현재 시행되고 있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도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3년 2월, 전순옥 의원을 비롯한 9명의 국회의원은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SW산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1903725)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기업 및 그 자회사가 특수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음에도 당시 현행법 제24조의2의 사업 참여 제한 대상인 대기업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돼 사업 수행을 제한받고 있으니, 대기업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공공기관을 제외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해당 개정안은 SW산업진흥법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특정 공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SW업계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며 시행됐다.

그러나 최근 한전KDN의 운영비리가 밝혀지고, 해당 개정법률안 역시 한전KDN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SW산업을 살리자는 일념 하에 특단의 조치로 시행됐던 SW산업진흥법이 개정안을 거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예산·인력 부족에 어쩔 수 없이 확산되는 ‘멀티 하도급’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이후 중견기업들은 공공정보화시장에서 자칫 ‘미운 오리’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도 치이면서 중간에 완전히 끼어버렸기 때문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이후 중견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하지만 공공과 업계의 입장 차이, 그리고 공공정보화시장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로 인해 힘든 것 또한 분명하다.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돌아갈 때도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중견기업들이 똑같이 한다는 비판들이 많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저가 입찰과 하도급 문제다. 이는 대기업들이 수행했을 때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대기업이라서 하고 중견기업이라서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 있을 때는 없었던 공공의 불신과 중소 SW전문업체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더해졌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어떤 사업이든 돈과 사람이 문제다. 사업을 수행할 때 예산이 넉넉하고 사업 기간도 길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산은 적고 사업 기간 또한 길지 않기 때문에,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하도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보다 자금력과 인력풀이 많지 않은 이상, 대기업들이 수행했던 사업을 하려면 하도급을 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하나의 하도급 업체를 두면, 그 하도급이 다른 하도급을 둔다. 또 그 하도급 역시 하도급을 둔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원사업자가 모르는 하도급들이 엄청 많이 생기게 된다”라며, “하도급들이 다시 재하도급을 하는 이유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자 없는 게임, 피해는 SW업계 전체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가장 말단에 위치하고 있는 영세 SW업체들이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서 팔기도 힘들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도급으로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당장 적은 이익을 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이 없는, 말 그대로 미래가 없는 구조다.

이는 대기업 위주로 공공정보화시장이 돌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채 플레이어만 중견기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간 정도다.

대기업들은 오랫동안 받아왔던 비난을 면하게 됐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주요 사업 영역이었던 공공정보화시장을 떠나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개척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인원을 감축해야만 했다. 예외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지만 한정돼 있으며, 그나마 잡고 있던 유지보수 사업도 올해를 끝으로 손을 떼야 한다. 어떻게 보면 대기업은 SW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 본보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중견기업들도 수혜를 입게 됐다고 좋아할 처지가 아니다. 대기업이 받았던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는 SW업계의 기대에 대한 무게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것은 없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파트너만 바뀌었을 뿐이다. 여전히 SW를 개발해서 테스트할 곳은 없으며, 그나마도 프로젝트에 합류함으로써 독자적인 SW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많지 않다. 또한, 하도급의 가장 하단에 위치하다보니 실제적으로 얻는 수익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 SW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SW기업들은 그에 대한 실질적인 체감을 할 수 없다.

이렇듯 현재 공공정보화시장은 승자 없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되었으며, 단순히 플레이어만 교체하는 것 대신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SW가치 인정받는 문화 정착 필요
SW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우선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중소 SW업체 대표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돈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 많다. 특히 SW가 공짜라는 인식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낮은 가격 발주와 무상 유지보수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러다보니 SW를 개발하는 인력들에 대한 처우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하도급을 쓰는 이유도 SW개발인력들에 대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들은 SW산업의 현실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SW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SW의 가치가 인정받을 때 지금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사례들을 통해 SW가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그에 맞춰 우리나라도 SW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SW산업진흥법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근본적으로 SW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모두가 문제점이라고 인식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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