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 & 어경찬 위프로소프트 대표

[컴퓨터월드] ‘밀어내기’는 비단 IT 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산업분야에 남아있는, 소위 ‘갑질’로 일컬어지는 불공정 관행 중 하나로 꼽힌다. 우월한 지위인 ‘갑’의 실적을 위해 미주문 제품의 구매를 강요당한 협력사 또는 하부조직 ‘을’은 그로 인한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피해를 입게 된다.

여전히 이러한 편법이 사회 전반에서 횡행하는 가운데, “파트너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는 강조한다. 이에 어경찬 위프로소프트 대표는 “파트너의 가치를 온전히 고객에게 전달해, 고객과 함께 상생을 이루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호응한다. 이들이 밝히는 패키지SW와 파트너십, 그리고 백업 솔루션 시장에 대해 들어본다.

▲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왼쪽), 어경찬 위프로소프트 대표(오른쪽)

아크로니스는 2002년 미국 보스톤에 설립된 백업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한국지사인 아크로니스코리아는 2010년 정식 출범했다. 특허 기술인 디스크 이미징 기술을 사용해 시스템 백업과 복구 및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하며, 물리적·가상화 환경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2년 그룹로직(GroupLogic) 인수 후에는 기업 내 파일 공유, 동기화, 모바일 엑세스 SW도 선보이고 있으며, 90개국에 250만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아크로니스의 개인용 백업 솔루션인 ‘트루이미지’ 제품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고 있는 위프로소프트는 MS,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의 패키지SW 제품을 유통해온 SW 유통 전문 기업이다. 또한 대학교 및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한 SW 라이선스 판매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와 어경찬 위프로소프트 대표는 마치 친구처럼 가까워보였다. 자칫 ‘갑을관계’로 변질되기 일쑤인 글로벌 IT 벤더사와 국내 총판사의 관계라기보다는, 함께 목표를 공유하면서 이를 위해 협력하고 배려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대했다.

서호익 대표와 어경찬 대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면서, “개인 이용자를 위한 패키지SW 제품은 여전히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양사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인연을 이어왔는가.

서호익: 아크로니스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위한 제품뿐 아니라 개인용 백업 SW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실물을 볼 수 있는 개인용 패키지SW 제품은 개인 이용자에게 소장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줄어들고 있어도 이에 대한 공급은 매출에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패키지SW 관련 국내 대표적인 총판사 중 하나인 위프로소프트에게 맡기고 있다.


어경찬: 아크로니스와 인연을 맺은 지 9년이 됐다. 특히 아크로니스코리아 설립 이후로는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시장 예측을 같이 해서 재고 부담을 덜기도 하고, 이런 유형의 제품에 요구되는 고객 대상 기술지원도 위프로소프트를 믿고 맡겨줬다.

 

차별화된 파트너십이 있다면.

어경찬: 무엇보다, 편법적인 관행인 ‘SW 밀어내기’가 없다. 글로벌 IT 벤더들의 경우, 실수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매출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총판사에 선주문(PO) 형식으로 제품을 떠넘기는 일이 적지 않다. 이를 떠안게 되면 대부분 재고 부담으로 연결되고, 누적될수록 심각한 문제로 불거지기 마련이다.

이는 총판사뿐 아니라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밀려온 패키지SW 재고를 대량으로 처리하려면 덤핑이 불가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가격이 교란되기 때문이다. 아크로니스와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접점에 주안점을 두고 협력하고 있다.


서호익: 가치를 줘야할 것과, 판단을 안 해도 될 것의 두 가지 방법론으로 접근했다. 대개의 경우, 저렴한 제품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며 구매하진 않는다. 반면, 비용을 비싸게 치렀다면 기대치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그만큼 불만도 더 많이 생기게 된다.

많이 파는 것보다는, 매년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소비자가격을 유지해달라고 위프로소프트에게 부탁했다. 개인 이용자 대상 제품인데, 신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는 행위 등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경찬: 매출 위주로 추구하느냐와, 네임밸류를 존중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재고가 많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적인 개입으로 인해 가격정책의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 적정 재고를 유지하면 시장가격을 무너뜨릴 일도 없고, 상품 재판매를 맡는 리셀러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게 된다.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의 경우 덤핑도 없고, 지난 5년 동안 인상폭도 10%가 안 된다. 즉, 안정적인 가격정책을 통해 이 제품은 고객에게 전해줘도 좋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고, 소비자들끼리도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타사의 경우에는 스스로 본연의 제품가치를 떨구는 일도 생긴다.

 

공유하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제공하나.

서호익: 개인이 패키지SW를 구입한다는 것은 곧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있는 것이라고 보며, 이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조단가가 올라서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게 되면, 그 비용을 지불한 것에 대해 만족할 만큼의 가치를 더 주고 싶어서 위프로소프트에도 여러 가지 부탁을 했다.

예를 들자면, 케이스도 하드박스로 바꿨고, CD롬이 없는 경우를 위해 USB로도 동봉했다. SW가 무형의 제품이라지만,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외적인 가치도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위프로소프트가 동의해줘서 가능한 일이다.


어경찬: 라이선스를 살 수 없는 개인들이 필요에 따라 구하기 용이한 것이 패키지SW 제품이다. 또 국내의 경우, 개인 이용자들의 정서는 실물을 볼 수 있는 것을 여전히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으로 느껴진다.

SW 자체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부가적인 요소와 함께 아크로니스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개인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 계속되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기반이 확산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패키지SW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면.

어경찬: 기존 선진국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올바른 소비에 대한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SW산업 및 시장이 성장했다. 반면, 과거 우리나라는 이러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SW가 시작됐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 압축된 결과에 사회적인 의식이 따라오지 못해 불법SW가 만연하는 일이 벌어져왔고, 요즘도 단속이나 정책이 없다면 정품사용률은 꽤 떨어질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소비자들이 이제 패키지SW 정품 구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방증으로, 방식과 형태는 다를지언정 이제 우리나라도 패키지SW 시장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가까이 왔다고 여겨진다.


서호익: 그간 국내에서 개인용 SW 제품을 너무 비싸게 판매한 점도 국내 시장 활성화를 저해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본에 갔을 때, 한국 TV에서 방영됐던 콘텐츠가 저장매체에 담겨 오프라인 숍에서 다시 판매되고 있는 풍경을 인상 깊게 봤다. 개인적인 수집이나 소장을 위한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최근 맥(Mac) 전용 개인 백업 솔루션의 오프라인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서호익: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인 피치밸리 윌리스와 공급 계약을 맺고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 포 맥’의 판매를 기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확장했다. 고객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노출해 판매하고 싶었는데, 마침 피치밸리사의 윌리스 매장과도 이해관계가 맞았다. 애플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이같은 SW 제품을 전시해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윌리스 매장에 전시된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 포 맥’

어경찬: 맥 제품에 대한 국내 관련 시장은 아이폰의 국내 출시 전후로 나뉜다. 과거에는 MS 기반 환경이 95%에 달했지만, 아이폰 등장 이후로는 모바일 바람과 함께 애플 제품군의 세가 많이 확장됐다. 이에 따라 지금은 흔히 맥 제품 사용자를 만날 수 있다.

또 기존에는 자체적인 기능을 통해 백업이나 복구가 비교적 쉬웠던 맥이었지만, 모바일 바람과 함께 개인 이용자들의 작업량도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백업 및 복구 솔루션의 필요성이 증대됐다.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 포 맥’은 이에 부합하는 제품이다.

 

2014년 국내 SW시장을 돌아본다면.

서호익: 공공과 기업 전반적으로 리눅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이나 라이선스 이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크로니스는 기본적으로 리눅스 기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리눅스를 지원하며 신뢰를 얻고 있다.

백업 솔루션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는데, 굵직한 IT 이슈를 거치면서 백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분야별 전문화 및 특화된 솔루션에 대한 이해다. 고객의 필요에 최적화해 깊이 있게 다뤄야 하는데, 그저 매출을 위해 ‘우리 솔루션이면 모든 게 다 된다’는 겉핥기식 접근이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단기적으로 매출 상승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것이다. 싸기만 한 게 아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좋은 솔루션 아닌가. 솔루션 및 시장의 깊이 있는 발전을 가장 저해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어경찬: 아크로니스는 여타 벤더와 달리 백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므로, 차기 제품 및 솔루션의 로드맵 제시를 통해 명확한 비전 아래 개발 및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기능 개선 빌드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다음 버전이 언제 나올지도 알게 된다. 새로운 하드웨어 등에 대한 신속한 기술지원과 꾸준한 업데이트는 안정적인 가격정책과 더불어 고객에게 신뢰감을 심어준다.


서호익: 2014년 아크로니스를 돌아보면, 제조라인 쪽의 수요가 꾸준히 성장한 점이 긍정적이다. 국내 굴지의 제조기업 및 해외 플랜트 기업 쪽으로 실제 공급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의 성숙한 IT 시장에,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수요 및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매우 중요하며, 계속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반면, 의외로 국내에서 가상화 및 모바일과 관련해 아직 필요성과 인지도가 부족해 크게 성장을 이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 재해복구 솔루션 쪽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2015년 국내 SW시장 전망은.

서호익: DB 백업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이 조금 둔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지난 2013년 3.20 전산대란 같은 굵직한 보안 이슈나 재해복구 이슈 등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보기에, 2015년에는 백업 및 재해복구 관련 시장이 훨씬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해 관련 백업 시장은 지속적으로, 최소한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어경찬: 2015년 패키지SW 시장은 정체될 것이라 본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2~3년간 매출 성장을 위해 120% 수준으로 목표치를 채워왔는데, 여기에는 ‘SW 밀어내기’ 등으로 인한 허수가 많았다.

이미 기업 내 정책담당자들은 클라우드로 방향을 잡았는데, 그간 라이선스나 패키지를 계속 밀어내다보니 시장에 악재가 쌓여왔다.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과도기로, 2015년은 그동안의 문제들을 털어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아크로니스의 개인용 백업 솔루션은 20~4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대형마트에서 패키지SW 제품을 구입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등, 정품 구매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기에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대표

파트너와의 ‘상생’이란.

서호익: 파트너는 말그대로 동반자지, 갑과 을이 아니다. 초심을 잊으면 안 되며,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 우리는 파트너가 덕분에 먹고살 수 있는 것이다.

어경찬: 파트너의 제품과 정책을 고객에게 가치 있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역할이다.

▲ 어경찬 위프로소프트 대표

2015년을 맞아 핵심적인 목표가 있다면.

서호익: 매년 성장하는 시스템 및 데이터 백업·복구 솔루션은 물론, 아크로니스 모바일과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소개하고자 한다.

어경찬: 위프로소프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꾀할 것이고, 아크로니스 제품이 신뢰받는 제품으로 고객에게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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